인사동은 날이 갈수록 낯설어진다.

예술가들이 일구어낸 자유로운 숨결은 사라지고, 돈에 변질된 욕망의 찌꺼기로 가득하다.

예술가들이 등 돌린 자리는 잡다한 기념품들이 차지했다.

 

길게 늘어 선 상가사이로 관광객이 물결을 이루었으나

인파가 끊긴 거리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별것 아닌 거리가 되고 말았다.

 

'코로나' 창궐 이후 관광객들이 사라지며, 어쩌면 본래의 인사동으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를 대로 오른 높은 임대료에 쩔쩔매는 상인들의 한 숨만 가득하다.

 

손님의 발길이 줄어든 인사동거리는 문 닫은 가게가 속출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폐업을 위해 매장을 정리하는 곳도 있다.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문도 열지 않은 식당도 있었다.

이참에 잡화상은 사라지고 예전처럼 표구점이나 골동 상들이 다시 들어섰으면 좋겠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착한 임대료에 기대던 상인들도 상가임대료의 현실화를 호소하고 있다.

손님이 줄어들어 타산이 맞지 않으면 당연히 임대료가 내려가야 하는 것 아닌가?

여지 것 상가 임대료 인상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임대료를 내린다는 말은 들어 본적이 없다.

 

상황에 따라 임대료를 인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임대인들의 호의에만 임차인들의 생계를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월세를 내려 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보다 더 적극적인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인사동 상가임대료는 거품이 많다.

몇 년 전 서울 주요 상권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인사동의 점포당 평균 월세가 43.9% 상승해

홍대입구역 상권에 이어 두 번째로 크게 올랐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인사동 점포 평균 임대료가 2005년 399만원에서 2013년 820만원으로 105.5% 올랐다는 거다.

 

인사동에서 10년간 체험 공방을 운영한 차모씨는 "사스, 메르스 사태를 다 거쳤지만

코로나가 최악"이라며 "외국인 손님은 이제 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인사동에 인파가 몰린다는 인식 때문에 내국인마저 크게 줄어

작년 이맘때보다 매출이 10분의 1로 떨어졌다"고 한다.

 

인사동에서 도자기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41)씨는 15년 전에는 도자기만 팔았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의 영향으로 모자나 바지 등 의류를 함께 팔기 시작했다.

올해 신종코로나 발생 이후에는 수세미, 자수 공예품 등 여러 가지 품목을 늘렸다며

“어제는 모자 하나 팔아 5000원 벌었고 오늘은 바지 2개 팔아서 만원 벌었다”고 울상이다.

“문 닫을까 싶지만, 식당일을 돕는 아르바이트생도 잘리는 상황에서

따로 구할 마땅한 일자리도 없다”고 말했다.

 

상가 임대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장치도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차임증감청구권'이라고 해서 사정이 어려워졌을 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임차인이 이기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다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있으나 마나한 법이다.

 

장사가 되지 않아 문 닫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면, 누가 들어와 장사해도 마찬가지다.

결국 건물임대인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 올 사람이 없어 상가가치가 떨어진다면 건물주도 함께 망한다.

 

다 같이 살아남는 방법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버린 건물임대료를 현실화 시키는 방법뿐이다.

건물주들이여! 돈 너무 밝히지 마라. 죽고 나면 아무 쓸모없는 재앙에 불과하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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