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세수 97세로 열반하신 단청장 만봉(萬奉·속명 이치호) 스님의 뒤를 이어

이인섭(李仁燮72) 전수교육조교가 단청장 명예보유자로 인정되었다.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와 이수자 사이에 있는

각 분야 전수교육조교 21명을 처음으로 명예보유자로 인정한 것이다.

 

단청장 명예보유자로 지정된 이인섭씨는 부친이자 스승인 만봉 스님처럼,

운명처럼 무상정진 수행의지로 많은 부처님을 인간 세상에 구현시키는 불화 작업을 이어 왔다.

 

단청은 빛과 색의 예술이다.

천연 안료로 목조건축, 벽화, 칠기, 공예품, 조각상, 장신구에 오방색을 입히는 작업인데,

특히 목조건축의 단청은 기본이다.

단청이 목재의 부식과 충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방색 안료를 사용하여 궁궐이나 사찰 등 건물의 벽면과 부재 면에

여러 무늬와 그림으로 장식하는 단청은 건물에 위엄성과 신성성을 불어넣기도 한다.

그러한 작업을 하는 장인을 단청장(丹靑匠)이라 한다.

 

이번에 단청장으로 지명된 이인섭씨를 만난 지도 어언 30여년이 훌쩍 넘었는데,

세월이 총알처럼 빠르다.

주유천하 하듯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사동을 드나 들며 풍류의 세월을 보냈다,

 

그는 인사동에 항상 혼자 나타난다.

그것도 늦은 시간에 나타나 이집 저집 떠 도는데,

말 없이 혼자 술잔을 비우고는 조용히 일어서곤 했다.

요즘도 인사동 벽치기 골목의 ‘유목민’은 빠지지 않는 순회 코스다.

 

인사동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도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었다.

하얀 머리카락과 주름진 얼굴이 빛바랜 단청처럼 형형하다.

작업실이 있는 신촌 ‘봉원사’와 인사동을 오간 세월이 수 십 년이 넘었건만,

오늘도 인사동 주막에 앉아 한 잔 술로 시름 달랜다.

 

그가 앉은 자리는 어딜가나 황량하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김없이 하는 말이 "뽑지도 않으면서 맨 날 찍기만 한다"며 투덜댄다.

 

지난 토요일 '봉원사' 작업실에서 명예보유자 인정을 기념하는

전시와 축하연이 있다는 전갈을 받았으나, 지방 촬영과 겹쳐 놓쳐버렸다.

 

아무튼, 이인섭씨의 단청장 명예보유자 지정을 축하하며, 건승을 기원한다.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