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을 그토록 들락거렸으나, 쇼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며칠 전 정영신씨가 상품권이 생겼다며, 쇼핑하러 가자는 기별을 해왔다.

마산의 이강용씨로 부터 얻은 상품권으로 구두를 사주겠다는 것이다.

 

‘신발 사주면 도망간다’는 옛말도 있는데, 도망가라는 말은 아닐까?

싸구려 구두나 신는 주제에, 분에 넘치는 구두를 얻어 신게 된 것이다.

종로2가 '금강제화'에서 여름샌들 한 켤레 신은 후, 인사동 쇼핑에 나섰다.

 

나야 인사동에서 살 물건이 없지만, 여름용 원피스를 사야한단다.

이 집 저 집 옷가게를 기웃거렸으나, 마땅한 옷이 없어 한 참을 헤매었다.

그런데, 매장 밖에 걸린 옷은 저렴하지만, 가게 안에 있는 옷은 너무 비쌌다.

 

가게를 찾는 사람이 없어 벌이는 고육지책의 유인책이라는 것이다.

손님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밖에 진열된 것은 손해보고 판단다.

손해보고 판다는 뻔한 장사꾼 거짓말을 믿을 수야 없지만, 이해는 되었다.

영업 비밀을 가르쳐주었으니, 밖에 진열된 옷을 살 수밖에...

 

이 날의 인사동은 다른 날에 비해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길거리에서 아는 분도 여럿 만났다.

‘통인화랑’ 이계선 관장이야 인사동 사는 분이지만,

지방에 있는 화가 이강용씨와 사진가 권양수씨도 만난 것이다.

 

거리는 날씨 따라 조명만 바뀔 뿐, 늘 보던 풍경 그대로다.

달라진 것은 사람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어도 초상권 침해라는 시비는 없을 듯하다.

 

외계인처럼 낯선 행색의 사람들만 오 갈 뿐, 거리는 삭막했다.

사람들은 오가지만 물건 사는 손님이 없어 문 닫는 가게가 속출했다.

거리 악사는 맥없이 졸고 있고, 가게 주인은 울상이다.

인사동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다들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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