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 건의 “나는 산다”전이 인사동 마루, 아지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산다’라는 전시제목부터 흥미로웠다.

작품을 산다는 말에 앞서 살아간다는 의미가 있어서다.

작가가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면 감동으로 행복에 빠지기도 하지만,

또 다른 충전의 기회도 된다. 사서 걸어 놓으면 내 작품이 아니겠는가?

 

이번에 보여 주는 작품은 작가의 소장전이라기 보다 박건의 개인전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른 작가의 손을 빌려 감동을 전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미술품 유통이다.

좋은 그림은 혼자 갖지 말고 돌려보자는 의미도 있겠지만.

감동을 사고판다는 게 얼마나 흥분되는 일이냐?

 

박 건씨는 작가이자 기획가며 사회운동가다.

잘못된 현실에 대한 저항성과 비판 정신이 강하고

하나의 모형도를 제시하는 장면 연출에 탁월하다.

 

작업방식 뿐 아니라, 작품의 개념과 존재방식까지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다.

그의 혜안으로 수집된 작품이라 보는 내내 감동의 연속이었다.

미술에 깊은 지식 없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이 보다 확실한 길잡이가 어디 있겠는가?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작품 가격이 의외로 싸다는 거다.

작품이 돈으로 환산되는 세상 이치에 대한 도전장이다.

작가의 권위를 지키려는 거품 같은 건 모두 없애 버렸다.

 

전시된 작품들은 박건의 공산품아트를 비롯하여 김난영, 김주호, 김태헌, 김환영, 류준화, 류연복, 박상혁,

박불똥, 박영숙, 변성진, 빅터조, 성병희, 전현숙, 정보경, 정복수, 정정엽, 정영신, 조문호, 안창홍, 양대원,

윤남웅, 이윤엽, 이진경, 이 하, 이현정, 하일지, 최경태씨 등 모두 색깔이 분명한 작가들이다.

 

박 건씨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었다면 허튼 작품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디서 이런 알찬 전시를 볼 수 있겠는가?

 

“작품을 '산다는 행위엔, 작가의 제작으로부터 시작한 작품의 최종 소통(유통)지점이 포함되어 있다. 이 전시는, 그런 프로세스 전체에 대한, 컬렉터이자 작가인 박건의 개념적/행동적 개입을 상정한다. 그가 선택해서 구입한 작품들에 대한 (작가주의적) 존중과 더불어, 소비자인 자신의 미감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작가로서 자신이 지향하는 미술개념에 대한 확장된 문제의식과 질문을 동시에 던지고 행하는 것이다. 작품을 산다는 것, 그것도 예술행위의 한 부분이고, 또 그 작품을 판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작가로부터 컬렉터 그리고 또 다른 소비자에게 돌고 돌면서, 작품과 사람들은 상호 그 세계와 감성과 감각을 함께 나누고 누리는 것이다. 박건의 이 전시는 그런 작품의 유전과 일생에 대한 예술적 통찰의 퍼포먼스라 하겠다.”고 김진하씨가 적었다.

 

그런데,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화우 최경태 때문이라 했다.

최경태는 이 전시 개막하기 이틀 전에 저 세상으로 떠나버린 불운의 화가다.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전시장에는 최경태 작품도 여러 점 걸려 있었는데,

다시 한 번 성에 대한 작가의 외로웠던 싸움에 설움이 북받쳤다.

 

아래는 박건씨의 “나는 산다” 작업노트다.

 

“작가들은 걸작 명작 범작 수작을 생산 한다

내가 넘 볼 수 없는 작업과 작품들이 많다

감당할 수 있는 노동과 돈이면 살 수 있다

내 작품이 팔릴 때 감동 한다

나도 삼으로써 그 작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다

이 감동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점에 주목 한다

공산품아트와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다

공산품을 사서 조합하여 혼을 불어 넣었다면

아예 혼이 담긴 작품을 사면 어떨까

컬렉터와 다른 차원이다

창작 방식과 태도에 대한 질문이다

물질로써 생산과 창작이 아니라

돈과 노동으로 바꾸어 내 것으로 만든다

창작 개념을 새로 더하는 일이다

내 작품을 팔아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산다

내가 할 수 없는 작업을 산다

작품을 사는 행위나 개념도 창작이다“

 

그나저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꾸물대다 전시 끝나는 날이 임박해 버렸다.

다가오는 12일까지라니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설 연휴에도 문을 연다고 하니, 가족과 함께 인사동 나들이 한 번 하심이 어떤지요?

설날 선물로 진한 감동을 전해드립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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