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화의 "홀씨, 빛을 머금다"



지난 토요일은 근육통으로 아픈 다리를 끌고 충무로에 갔다.
한가하게 전시장 돌아다닐 처지가 아니건만, 약속을 마루는 것도 편치 않아서다.
박춘화씨의 ‘홀씨, 빛을 머금다“전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김용철의 ’추억으로 간 기차‘는 반도갤러리‘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경의선을 찍은 김용철의 ‘추억 속으로 간 기차’는 제목처럼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80년대부터 90년대 까지 10년간 한 가지 주제로 기록한 끈기도 대단하지만,

주제를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이나 전시된 사진 프린트 까지 빈틈 없었다.

세월의 무게가 실린 사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장에 가는 할머니와 연인들, 휴가 나온 군인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아득한 추억을 불러들였다.



김용철의 ’추억으로 간 기차"



대개의 다큐사진가들이 먼 훗날을 의식하며 찍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김용철씨의 사진을 둘러보며 느낀 생각은 마치 오늘을 내다 본 듯 보였다.

왜냐하면 사진 한 장 한 장에 사라짐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전을 소개하는 텍스트에 나란히 붙여놓은 승차권도 뒷 받침했다.

사진을 찍기 위했거나, 연애를 걸거나, 직장을 가거나,

기차 탈 때 구입한 승차권을 보관해 둔 것이다. 마치 역사학자처럼...

그 열차표에 찍힌 역명과 요금, 개찰 때 펀치로 찍은 승차권 구멍까지, 그 시절로 되돌렸다.

열차요금도 170원에서 250원 등 도착역에 따라 다양했다.


“그래, 좋은 사진이란 바로 이런거야! 거창한 내용이 아니라 소소한 삶을 일깨우고 잔잔한 감정을 건드리는...”


전시작을 돌아보고 나오며 한 가닥 기대도 가졌다.

"문산역에서 끈긴 경의선이 평화무드에 편승해 신의주까지 가는 날을 생전에 볼 수 있지 않을까?"



박춘화의 "홀씨, 빛을 머금다"



‘갤러리 브레송’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전시장을 지키고 있던 사진가 박춘화씨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 분과의 첫 만남은 ‘민족사진가협회’ 회원전에서 처음 만났으니, 20년은 족히 된 것 같다.


지난 해에는 ‘닿음 내림’이란 제목 처럼 다소 난해한 전시를 열었고,

이번에 보여주는 전시는 마치 민들레의 생태사진 같은 ‘홀씨, 빛을 머금다’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생태사진이 아니라 홀씨의 외형을 통해 작가의 종교적 사유를 담고 있었다.


김용철씨의 ‘경의선’이 객관적인 사진이라면 박춘화씨의 사진은 철저하게 주관적이다.

작업노트는 물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아 관객에게 불친절하기도 이를 데 없다.

당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의미를 찾으라는 것이다.


작년에 보여준 작품들은 말라비틀어진 나목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허무주의로 이끌었고,

이번의 ‘홀씨’전은 또 다른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박춘화의 "홀씨, 빛을 머금다"



‘홀씨’전에 등장하는 소재는 대체로 네 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즉 민들레 홀씨와 해, 그리고 십자가와 나비다.

홍순원 목사의 말처럼, 해는 하나님이요 십자가는 예수, 나비는 부활을 뜻할게다.

홀씨는 바람타고 자유로이 날아가 곳곳에 전파되는 성령이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생명을 의미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몇 장 사진으로 크게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대부분의 홀씨가 어둡게 묘사되어 있었다. 지옥도 같은 오늘의 현실을 말하는 것일까?

아무튼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사진이다.





박춘화 “홀씨, 빛을 머금다“전은 8일까지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리고,

김용철의 ”추억으로 간 기차“는 14일까지 ‘반도갤러리”에서 열린다.



그리고 ‘눈빛출판사’에서 김용철의 ‘경의선’ 사진집도 나왔다.

132쪽에 100여점 실린 사진집 가격은 20,000원이다.




 
전시장에서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 몸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일거리를 만들지 않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약속도 술만 한 잔 들어가면 사정없이 무너진다. 어떻게 술만 들어가면 그렇게 용감해 질 수 있을까?

그래서 요즘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음주사진이다.






이날 저녁에는 전시작가 박춘화씨를 비롯하여 ‘브레송’의 김남진관장, 사진가 김영호씨가 어울려

충무로 해물탕(옛 조방낙지)에서 한 잔 했다.


그 넓은 가게에 손님이라고는 우리 뿐 이었는데, 날씨가 더워 그런지 요즘 장사 되는 집이 별로없다.

그런데, 환장하겠더라. 나보다 더 잘생긴 문호가 아니라 문어가 안주로 나왔는데, 

문어 킬러 김남진씨와 김영호씨 한 테 문어 좆 돼버렸다.



사진, 글 / 조문호







28일까지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려...    




['오마이뉴스'에서 스크랩]

노회찬의원 장례식장에서 침통한 표정의 심상정의원 옆에 유시민씨가 오열하고 있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

전시리뷰를 작성하려 컴퓨터를 열어보니, 노회찬의원 자살 소식이 떴다.

눈을 의심했으나,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사실이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이 과연 있었더냐?

 

지난 일요일엔 여야 원내대표 다섯 명을 싸잡아 욕하기도 했다.

미국을 방문한 원내대표들이 워싱턴DC 의사당 앞에서

연예인들처럼 뜀박질하는 사진을 보았기 때문이다.

연출시킨 사진기자 탓으로 여기며, 잘 다녀오기를 바랬는데,

어찌 이런 일이 생겼더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온 종일 밖에 나가 공원을 싸돌아다녔으나

도저히 슬픔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어찌 좋은 사람은 먼저 데려가고, 나쁜 놈들이 잘 살게 할 수 있는가?

세상을 원망하며 분노했으나, 아무 소용없었다.

 

난 노무현 전대통령이나 노회찬씨를 정치인으로 보지 않고 지도자로 본다.

정치를하는 장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기에,

인간적으로 가슴이 따뜻한 분들은 그러질 못한다.

 

이제 그 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

이 기회에 정치자금법의 대수술과 함께 정치개혁을 이루어 내야 한.

슬픔은 뒤로하고, 우리모두 냉정을 되찾자.




당신이 추구해온 가치가 꼭 실현되길 바라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산사견록'에 참여한 사진가 / 좌로부터 정남준, 문진우, 김동진씨



부산 사()견록전이 지난 20일 충무로 갤러리브레송에서 개막되었다.

부산의 중견 사진가 김동준, 문진우, 정남준씨 등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생각의 시선으로 바라 본 부산이다.

 



김동진의 '해운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범5동 매축지의 골목풍경을 찍은 문진우의 매축지

마치 죽음의 그림자처럼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정남준의 영도 수리조선소조선소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노동의 의미을 일깨운다.

삶의 본질을 비틀지 않고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김동진의 해운대는 소외, 외면, 박탈, 욕망, 갈등 등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자기만의 목소리로 기록했다.

각기 다른 삼색의 부산사견록갤러리 브레송’ 3-3시리즈 두 번째 기획전이다.



문진우의 매축지



부산사견록이란 제목 차체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추진한 '부산참견록'을 떠올리게 한다.

'부산참견록'은 매년 중견사진가 한 명을 선정해 부산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개인적 친분에 의한 작가선정으로 결과가 들죽 날 죽 할 수 밖에 없었다.

거기서 태어나고 자란 부산의 사진가가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는 사실은 지역작가들의 소외감을 살 수도 있지만,

자칫 뿌리 없는 사진일 수도 있다.



정남준의 노동자



때로는 외지인의 낯선 시선이 필요할지 모르나, 바닥에 뿌리내린 자의 익숙한 눈빛에 따르지 못한다.

문진우의 매축지의 소시민들과 해변에서 잡아 낸 김동진의 부조리한 장면,

정남준이 찍은 조선소 노동자 정면사진은 또 다른 부산의 모습이다.

각기 사진들이 갖는 의미나 우열은 풀이하는 바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일단은 부산참견록을 의식한 전시라는 느낌도 든다.

전시 기획자는 사견록의 자가 생각 사()자라 했다.

생각하고 보고 기록한다는 의미로 세 사람의 작품 성격을 한 마디로 나타내고 있다.

    


김동진의 '해운대'



문진우의 사진은 부산의 아주 오래된 마을, 아직도 그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매축지라는 장소를 기록한 것이다. 문진우가 기록한 그 장소성은 사람이 이 땅에서 추방되어야 하는 슬픔을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그림자 안에 있거나 온전치 않은 형태로 나타난다. 사진가의 슬픔이 배어 있으니 슬픔으로 읽어내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그 읽기는 과학적 읽기가 아닌 문학적 읽기다.


정남준은 노동자의 삶을 담았다. 인간은 일 하는 기계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임을 말하는 전형적인 사회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노동이 정당하게 인정되지 않은 이 세상에서 사는 노동자의 모습을 어둡게 그리지 않은 것은 역설적이거나 그들이 세계의 주체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김동진의 사진은 역사 인식이 강한 사진이다. 세상은 일반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게 아니고 개별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보편이란 과학성을 숭모하다 보니 사람이 소외되고 세계가 비정상이 되어 감을 말하고자 한다. 그래서 다른 이들은 세계를 그렇게 보지만 나는 세계를 이렇게 본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그의 사진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진의 문법으로부터 벗어나 있음은 바로 그런 그의 역사 인식 때문이다.”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가 서문에 적고 있다.




문진우의 매축지



지난 20일 오후630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김동진, 문진우, 정남준씨 등

부산에서 상경한 사진가들을 비롯하여 많은 서울 사진가들이 함께 어울린 사진축제의 자리였다.

김남진 관장을 비롯하여 사진가 김문호, 안해룡, Area Park, 강제욱, 고정남, 권 홍, 임종선, 노은향, 오현경

이동준, 권병준, 신락선, 이수철, 박춘화, 김 헌, 남 준, 최인기, 곽명우, 곽윤섭, 이규철, 석재현씨 등이

충무로 조방낙지로 알려진 해물탕집에서 마셨고, 이차는 해나루’에서 보냈.




정남준의 영도 수리조선소



이 전시는 28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린다.

 

 

사진, / 조문호

 

























































































진즉 알려야 하는데, 인터넷도 없는 정선서 삼일을 개기다보니, 늦은 소식이 되어버렸네요.

지난 16일 외국 출장 간 김봉규씨가 김문호씨 자당께서 소천하신 가슴 아픈 사연을 페북에 올렸는데,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상주 김문호씨는 하는 수 없이 댓글로 하소연 했습디다.
행여 걱정할까, 편안하게 돌아가신 호상이라지만,
자신의 몸을 잉태한 어머니의 임종을 가슴 아파하지 않을 불효막심한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정선 가려던 일정을 바꾸어, 정영신씨를 대동하여 안양 장례식장 부터 들렸다.
찜통같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장은 문상객들로 넘쳐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생 을의 입장이었던, 김문호씨 보고 찾아 온 문상객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또 하나 놀란 것은 김문호씨가 독자이거나 남매 한 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집 안에 형을 비롯하여, 딸만 넷이나 되는 딸부자였다.
김문호씨를 알게 된지가 어언 30여년 가깝지만, 그동안 아무 것도 몰랐던 것이다.






큰 절로 예를 올리고 나니, 그 많은 문상객 중 사진가는 부산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 뿐이었다.
뒤늦게 사진가 강제욱씨를 비롯하여 김남진, 이규상씨가 나타났지만,

그 밖에 아는 분이라고는 중문학자 임계재선생이 유일했다. 
이광수교수의 쌍스럽고도 시원한 농아리를 안주삼아 졸라 빨고 싶었으나,
정선 갈려고 차를 끌고 갔으니, 어찌 술을 넘 볼 수 있겠는가?

소주 한 잔을 보약삼아 입만 적실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자리의 화두는 이광수교수가 다음 달 펴낼 사진 소설 ‘구보의 하루’였다.
눈이 나빠 글은 다 읽지 못했지만, 소설 형식을 따른 사진인들이 꼭 읽어야 할 내용이었다.
그런데, 실린 사진이 장난이 아니었다. 언제 그 좋은 사진들을 찍었는지 깜짝 놀란 것이다.
얼마나 바쁜 사람이던가? 동에 뻔쩍 서에 뻔쩍 종횡무진 하는 양반이 사진까지 잘 찍어 바리면,

사진에 목숨 건 찍사들이 어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역시 사진은 사진을 전공한 사진가보다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의 사진이 더 좋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기계의 장난에 불과한 사진에 전전긍긍하는 것 보다, 생각이 앞서고 규범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눈빛출판사’ 이규상씨는 오는 8월30일부터 충무로 '반도카메라'에서 개인전을 열게 될 

김문호씨 사진집 제작과 함께, 열반하신 범어사 관조스님 사진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따끈따끈한 소식을 주었다.
사진판을 좌지우지하는 갑들이 긴장하게 될 김문호씨 사진집도 사진집이지만,

불교사진의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좋은 일들이니 쌍수로 환영할 뉴스였다.






그 무렵, 사진하는 양아치 한 놈이 나타난 것이다.
눈앞에 있는 선배들을 무시하고, 다른 자리에서 마신 후, 핫바지 방귀 새듯 사라져버렸다.
못난 놈, 그러니까 양아치 소리 듣는게지.

열차 예약시간을 놓쳐 난감해진 이광수교수 따라 일어나니, 그 많던 문상객은 대부분 사라졌고,
눈에 보이는 건, 국화로 뒤덮인 조화였다.
세상에! 저 많은 꽃 값을 돈으로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했는데,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 이광수교수가 말했다.
때로는 명사가 주위에 있다는 가오도 좀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가오 좋지! 그럼 난, 뭣으로 가오 세울 수 있을까?
돈도 명예도 인물도,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니 가오 세울 것이 없었다.
차마 입으로 뱉지는 못하고,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나도 한 때 가오 좀 세웠지. 요 모양 요 꼴 만든 계집 질로..,.”

내가 미쳤나보다. 문상와서 계집 질 타령이라니..

어머님 죄송합니다.
웃어려고 한 이야기니

그냥 웃어 넘기시고,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전시작가 김동진씨



김동진의 ‘또 다른 도시’ 사진전이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14일까지 열리고 있다. 

지난 토요일 정오 무렵 찾아 갔는데, 작가 김동진씨와 손님 한 분이 계셨다.

사진을 돌아보며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잖아도 전시장에 오기 전 서울역을 소란스럽게 하는 보수단체의 태극기 퍼레레이드를 보며,

다들 정상이 아니라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모든 일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며

비정상적이라 생각되는 일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가?




2016 부산, 구포동



김동진의 사진들은 현대인의 편견을 말하고 있었다.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면면을 찾아 기록한 사진 자체도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는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험상 굳게 생긴 사람이나 삐뚤어진 화면, 목이 잘린 여인 등 하나같이 낮 선 풍경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정상과 비정상으로 규정된 고정관념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든다.




2017, 서울 금곡동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갑자기 보호자에게 떠밀려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치자.

보호자는 현재 그의 정신상태가 ‘비정상’이기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끌려 온 환자는 스스로가 정상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의사라도 서로가 주장하는 바가 다를 때 명확하게 구분 짖기는 어려울 것이다.




2016서울 영등포



규정해 놓은 정치나 법이나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도 마찬가지다.

거리에 나와 태극기를 휘날리며 시위를 벌이는 극렬 보수단체를 대개 비정상으로 보지만,

그들은 지극히 정상으로 생각한다.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자체가 일반적인 판단으로 규정지어놓은 것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구속하는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2016 부산, 남포동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 모든 가치기준을 뛰어넘는 가장 중요하고도 추상적인 개념은 '유토피아'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통합되어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는 상태가 정상이라는 것이다.

즉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정상적인 인간일 것이다.




2016 부산, 구포동



정상이 비정상을 지배하는 구조로 인한 소외, 외면, 박탈, 욕망, 갈등 등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비추려 한

김동진의 사진들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인의 불안과 광기와 욕망을 그만의 어법으로 담아내고 있다.

급박한 현대화로 인간성이 상실되고 급기야는 개인주의로 치닫는 오늘의 슬픈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것이 다큐멘터리사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니겠는가?




2016 서울, 광화문광장



부산 경성대에서 사진학 석사학위를 받아 ‘버스 희망공간’ 등 몇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바 있는 사진가 김동진씨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버스와 지하철, 열차 등 대중교통으로 도시와 시장, 해변을 누비고 다녔다. 



2016, 부산, 구포동



"삐에로처럼 포장되어 살아가는 사회의 감추어진 이면을 드러내고 싶었으며,

전염병처럼 만연해 있는 비정상에 대한 편견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전시를 본 후, 작가인 김동진씨와 김남진관장 따라 충무로의 어느 식당에 들렸는데,

평소에는, 술 마신 후에나 속풀이로 먹는 맛 없는 북어국이라 생각했으나, 달랐다.

다들 북어국만 시켜 하는 수 없이 따라 시켰는데, 엄청 맛있었다.

만드는 사람의 솜씨나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을 음식 자체로 규정지어 온 잘 못된 편견이었다.


오는 14일까지 연장되었으니, 기회가 닿으면 꼭 한 번 보시길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작업 노트]














































2016년 한해 동안 '갤러리브레송'에서 진행한 '이 땅의 고수를 찿아서..'


2018년 03월 12일 (월) 03:02:24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지난 2016년부터 매달 두 번씩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국내사진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이광수 교수가 한국현대사진가 열 두 명의 작가론을 묶은 ”카메라는 칼이다“를 펴냈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제대로 된 국내 사진가론이 전무하였다는 사실이다. 평론가들이 외국사진가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반복해가며 거론하였지만, 정작 국내 사진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품이란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을 열어젖히는 것이다.

사진을 무기로 사진에 대한 신화를 깨었다. 장르도 초월하고 경계도 없애고, 패거리도 없애는 대동의 사진세계에서 멋지게 노는

이 땅의 진정한 고수를 찾는 놀이로 시작되었다"고 저자 이광수 교수는 말하고 있다.


'카메라는 칼이다'저자 이광수교수 Ⓒ정영신


사진을 전공하는 교수와 작가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가론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학자로써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역사가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듯 각자 자기의 고유한 역사를 지니며 살아가고 있다. 더구나 평생 우리나라 문화와 생활상을 기록해 온 사진가들의 작가론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 '카메라는 칼이다'의 사진가들과 저자인 이광수교수, 갤러리브레송 김남진관장 Ⓒ정영신


다른나라 사진가론은 줄줄 외면서 우리나라작가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기록해오고 과거의 진실을 어떻게 발견해 왔는지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에 통분했다. 사대주의적 발상이 아니었다면 국내 사진가에 대해 아무도 손대지 않았던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이러한 현실에 주목하여 이광수 교수가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이 최민식 작가론이다.





이광수 교수는 끊임없는 동어반복적인 시간이 응축된 사진 속에 숨겨진 의미를 하나하나 찾아내었고, 그의 예리한 집도에 의해 작가들의 심중에 묻힌 비장의 언어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그는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인도사를 연구하는 교수이자 사진비평가로. 사진으로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10여년 넘게 사진비평에 혼신을 쏟아왔다.



▲ 강정효작가의 '유해발굴'



이광수 교수는 “작품이 왜 좋은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 건지 어떤 사회적, 문화적 효과를 내고 있는지 평가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작가를 대상으로 한 논문을 하나도 찾아내지 못해 작가론을 쓰기시작 했다”고 말했다.



▲ 권철 작가의 '가부키초'


또한 인맥이나 학력등을 배재한 채 50대 이상으로 30년 가까이 고독하게 자기작업만을 고집하는 사진가를 찾아내는 일은 '갤러리브레송' 김남진관장이 맡았다. 그야말로 이 땅에 숨겨진 ‘사진’ 고수를 찾아 소개하는데 꼬박 1년이 걸린 셈이다. '


김남진 관장은 사진가를 찾아내고, 이광수교수는 매달 50매에 달하는 글을 써서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면서 갤러리 브래송기획전 ‘사진인을 찾아서’를 진행한 것이다.



▲ 김문호 작가의 '온더로드'


비평가의 책무는 작품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 해석하는 것이다. 허나 우리 사진계에 이렇다 할 작가론 한권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광수교수의 ‘카메라는 칼이다’는 의미가 있는 책으로 사진보는 것을 넘어, 사진을 읽게 함으로써 책에 나온 사진가의 진면목을 독자스스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 김보섭 작가의 '청관'


3부로 구성된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 제1부는 ‘시대와 시간을 기록하다’에 권철, 신동필, 최영진, 강정효작가, 제2부는 ‘사람과 역사를 바라보다’에 조문호, 김보섭, 문진우, 김문호, 이재갑, 이영욱작가, 마지막 제3부에는 존재와 예술을 그리는 파인 아트작가로 고정남과 이수철작가를 논했다.



▲ 문진우 작가의 '내 마음속의 다큐 한 장'


‘독대’의 권철사진가는 “도꼬다이.... ‘홀로’의 의미가 강해 사진가 권철을 일컫는 말로 이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다”고 쓰고, 이어 신동필작가를 논하면서 “신동필의 역사는 민족의 역사다. 그는 투사로서 민족, 자주, 반미, 통일의 도도한 물결을 거스리지도, 시비 걸지도 않고 대의를 따라 함께 걸었다”고 평하고, 최영진작가론은 “그대로 그렇게 그 모태를 재현하고 있다며, 죽어 말라 버린 물고기 한 마리 이미지가 쉬 사라지지 않는다. 노자가 말하고 최영진이 따르는 자연의 미와 추에 대해 생각한다” 고 했다.



▲ 신동필작가의 '또 다른 가족'


풍경, 민속 그리고 역사를 담은 강정효는 “유채꽃 노란 물결에 배어 있는 농민들의 땀을 읽어 주십사 하는 목소리를 낸다. 강정효는 제주의 모든 것을 담되, 그 안에 사람이 우선되는 세상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고 했다.



▲ 이수철작가의 '화몽중경'


인본을 이야기하는 조문호작가는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을 섬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진가라며 조문호에게 이말보다 더 잘 묘사할 수 있는 말을 나는 찾지 못했다”고 해석했다. 오브제로 기록하는 감성적 민족지를 보여준 김보섭 작가는 “그는 사라져 가는 세계를 당당하고 아름답게 본다. 그 위에서 그가 만든 포토제닉한 이미지는 감성으로서 독자들이 과거를 스스로 재구성할 수 있는 여지를 더 크게 열어 젖힌다”고 쓰고 있다.



▲ 이영욱작가의 '자유공원'


카메라불사 카메라 40년의 문진우 작가는 “사진의 작품성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바로 오래됨에 있다며 찍어놓고 보면 시간이 흐르고, 그 사이에 오래됨이 생긴다. 누구든, 그 오래된 사진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나만 혼자 바보가 되네’의 김문호 작가는 “세계와 역사에 대한 고민이 많고, 사유가 깊은 다큐사진가일수록 그 재현 방식의 이동 폭 이 넓다. 김문호 작가가 그 대표적인 사진가다”고 작가론을 펼쳤다.



▲ 이재갑작가의 '무대 뒤의 차가운 풍경'


“아픈 역사를 이면과 기억으로 엮는 서사시”의 이재갑작가는 “기록할 수 없는 그렇다고 토해낼 수도 없는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 기억해야 하는 것, 이 기억에 대한 담론을 사진으로 작업한다”고 평했다.


사진으로 사진에 대한 신화를 깨다의 이영욱 작가는 “이영욱 사진은 기록에 대해 시비를 거는 메타기록이다. 경험에 대한 기록이 아니고, 해석에 의한 기록이 아닌, 세계본질에 대한 기록이다”고 쓰고 있다.



▲ 최영진작가의 '서해안'


‘끊임없는 기억의 흐름에 정해진 것은 없다’의 고정남작가는 “답도 없고, 옳고 그른 것도 없고, 가치와 의미로 된 규정도 없고, 모두가 있는 작은 곳곳의 자리에서 나 자신만의 세상을 누벼보는 것이다. 사진은 찍는 이의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보고 나누는 이의 것이기도 하다”고 썼다.


마지막으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레퀴엠’의 이수철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때로는 합성을 통해, 때로는 덧칠을 통해, 때로는 타 매체와의 협업을 통해 그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레퀴엠을 바친다”고 논했다.


▲ 조문호작가의 '동자동 노숙인'



카메라는 칼이다’의 저자 이광수교수는 “기계가 만들어내는 사진의 역사가 18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하늘 아래 새로운 사진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겠는가? 사진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라도 모든 경우에 통용되는 가치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오래됨’이라고 했다.


이 땅에서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숨어있는 현대사진가 12명의 작가론을 해석하고 비평한 이광수교수의 ‘카메라는 칼이다’ 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충무로에 자주 가지만, 맛 집들이 몰려있는 인현시장(仁峴市場)은 미처 생각 못했다.
인현시장은 50년대 말엽에서 60년대 초까지 만들어진 시장으로, 5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단다.
그 이전은 잘 모르지만, 영화거리와 인쇄골목으로 알려진 충무로 뒷골목이라, 현재와 과거가 함께 하는 장터풍경을 연출한다.






인현시장의 골목 폭 은 1-2m정도로 좁지만 길이는 2백미터  남짓되는 곳에 100개가 넘는 점포가 밀집해 있다.

숨겨진 맛 집이 많은데다 가격까지 저렴하니, 인근의 인쇄공이나 가난한 장사꾼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그 오밀조밀 붙어있는 밥집의 정취가 서민적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지난 18일 충무로 ‘반도갤러리’에서 열리는 조성기사진전에 간 김에, 

 ‘브레송’에서 열리는 고정남씨의 ‘우리는 예술가(0)사’전에도 들렸다.
‘갤러리 브레송’ 홈피 만드느라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는 김남진관장은 만날 수 있었다.
난 이미 취했지만, 술 한 잔하자는 김관장 따라나섰다.






어딘지도 모르며 따라 가다보니, 30여년 전 김문호씨와 함께 사무실로 쓰던 충무로 ‘카메라워크’ 이층집도 보였고,
참치백반집과 된장집 등 안면있는 식당들이 하나 하나 나오더니, 평소 시장이라 생각지도 못한 인현시장 골목을 만난 것이다.
김남진씨 단골집을 찾아가 앉았으나, 난 더 마실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마시도록 놔두고 난 시장이나 돌아보았다. 






내가 없다고 마누라 뺏길 일은 아니니, 마음 편하게 돌아다니며 오랜 추억자락이나 뒤진 것이다.
진화된 세상 풍경속에는, 원초적인 것을 자극하는 것들이 족쇄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이 곳은 인사동 못지않게 많은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다.

충무로에 사무실을 두기도 했지만, 한 때 근무한 '월간사진'사무실도 인현동에 있지 않았던가.

근일간에 다시 인현시장에 들려, 못다한 술도 마시고 노래도 한 곡 부를란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3일 정오 무렵, 사진가 이정환씨의 ‘우연한 의도’가 열리는 '갤러리 브레송‘을 찾았다.
이정환씨의 사진은 처음이라 궁금하기도 했지만,

‘우연한 의도’라는 상반된 제목과 함께 페북에 올린 사진 한 장에 끌렸던 전시였다.

일이 있어 개막식엔 못 들리고, 그 이튿날 이른 시간에 찾았는데, 마침 이정환씨도 있었다.






먼저 작가노트부터 읽어 보았는데, 첫 문구에 ‘삐딱이 기질이 다분하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문제의식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진을 둘러보니 공감되었다.

무차별적인 도시개발에 대한 분노가 곳곳에 도사렸다.





그의 지난 사진들은 보지 못했지만, ‘미아리 이야기’, ‘골목은 살아있다’, ‘북촌’, ‘사라지는 교남동’

등을 발표한 것으로 보아 도시재생 문제에 따른 장소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진듯했다.

사진에 나타난 공간들은 대부분 우연히 발견한 것이라지만, 늘 찾아왔던 대상이라 의도된 사진이나 마찬가지다.






추억의 공간이기도 했던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마치 우주선같이 버틴 DDP건물 찍은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서울시청사 역시 유령도시처럼 보였다.





어릴 때부터 살아왔다는 미아리 전경의 사진에서는 그나마 아련한 향수가 밀려났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긴 하지만, 아직은 골목골목의 정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멀리 버티고 있는 아파트 무리가 점령해 오면 그마저 끝이라는 듯 코딱지 같은 건물들이 겁먹은 듯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전시는 망가진 서울만 찍은 것이 아니라, ‘표석을 찾아서’, ‘기억’, 아일랜드‘ 등 네 가지로 분류되고 있었다.

그 중 제주도에서 찍은 ’아일랜드‘는 평범한 풍경이었지만, 4,3의 원혼이 떠도는 듯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웠다.

카메라를 잡은 사진가의 마음에서 일었던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는 풍경조차 삐딱하게 보고 있으니, 타고 난 삐딱인 것 같았다.

모든 사진에서 사라짐에 따른 회한이 서려있었다.







그런데, 이정환씨의 이력을 살펴보니 유별났다.

영화제작자에서 칼럼리스트 등 다방면에 재능을 갖고 있었다.

더구나 영화에서는 컴퓨터 그래픽 1세대라고 했다. 그러니 사진적 대상을 보는 카메라아이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망가짐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 같다.





전시장에서 김남진관장을 비롯하여 오윤석, 강레아씨를 만나기도 했는데,

밥 먹으러 가자는 이정환씨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따라갔다.

전시장에서 와인도 몇 잔 얻어 마셨는데, 소주를 두병이나 깠으니 낮술로 좀 과하지 않나 싶었다.





밖으로 나오니, 아직 살아남은 박근혜잔당의 발악하는 스피커 소리에 귀 고막이 터질것 같았다.

너무 시끄러워 무슨 소리인지도 모를 지경이었는데, 이런 소음은 법에 걸리지 않나?

미제를 너무 좋아해, 차에 달고 다니는 성조기도 꼴볼견이었다. 분명 정신병자들 같았다.



 


액자집에서 전시 준비에 바쁜 박종우씨를 만났고,

다시 전시장에 들려 석현혜, 김동진, 이재갑씨를 차례대로 만났는데,

뜻밖에도 정영신씨가 등장했다. 일이 있으면 서로 연락할 때가 많지만,

이처럼 우연히 만날 때도 더러 있는 걸 보니 소통에 다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반갑기도, 술도 거나해 빌어먹는 너스레를 좀 떨었더니, 그가 대꾸하는 애교가 정겹다.

“제발 아는 체 좀 하지 마세요” 아는데 어찌 모른 척 하리오.





그나저나 작가의 형편이 여의치 않아 팜프렛도 만들지 못했는데, 술까지 얻어먹었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뒤늦게 들은 이야기지만, 몇 점이라도 팔렸다니 다행이다 싶다.





이 전시는 31일까지 열리니, 한 번 들려보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박춘화씨 개인전에서 사진 본지가 한참인데, 이제사 뒷북치는 사진을 올린다.
그동안 지방 다녀오느라 미처 생각 못했는데, 뒤늦게 정리 안 된 사진파일을 본 것이다.

이미 전시가 끝나버렸지만, 어쩌겠는가? 널리 양해하시길...






지난 1일 ‘갤러리브레송’에서 전시를 연 박춘화씨는 나와 연배가 비슷한 분이었다.

오래전 ‘민사협’ 인천전시에서 만난 적 있다고 했는데,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열심히 작업하는 분 같았다.

20년 넘게 카메라를 만졌으나 전시는 처음 열었는데, 사진에는 작가의 고집스러움이 묻어났다.





“닿음 내림”이란 제목의 사진은 말라비틀어진 나목이 음산하게 허공을 메우고 있었다.

더러 뿌리나 조형물이 메우기도 했으나 비슷비슷한 이미지의 반복이었다.

작가의 속내는 잘 읽을 수 없었으나, 사진이 주는 분위기가 좀 그로테스크했다.






그 날 사진전 오프닝에는 작가가 초대한 손님은 없고, ‘브레송’의 김남진관장이 불러 모은 몇몇 뿐이었다.

박춘화씨와 김남진 관장, 사진가 김문호, 성남훈, 정영신, 강레아, 이윤기, 정용도씨가 어울렸다.

뒤풀이로 찾아 간 집은 ‘포토랜드’ 앞의 고기집인데, 옛날 카메라점이 술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덕분에 반가운 분들 만나 즐겁게 술 한 잔 했으나, 그리 많이 마시지 않은 편인데 어질어질했다.

허망하게 느껴지는 사진 때문인가? 아니면 내 몸이 맛이 간 건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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