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정오 무렵, 사진가 이정환씨의 ‘우연한 의도’가 열리는 '갤러리 브레송‘을 찾았다.
이정환씨의 사진은 처음이라 궁금하기도 했지만,

‘우연한 의도’라는 상반된 제목과 함께 페북에 올린 사진 한 장에 끌렸던 전시였다.

일이 있어 개막식엔 못 들리고, 그 이튿날 이른 시간에 찾았는데, 마침 이정환씨도 있었다.






먼저 작가노트부터 읽어 보았는데, 첫 문구에 ‘삐딱이 기질이 다분하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문제의식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진을 둘러보니 공감되었다.

무차별적인 도시개발에 대한 분노가 곳곳에 도사렸다.





그의 지난 사진들은 보지 못했지만, ‘미아리 이야기’, ‘골목은 살아있다’, ‘북촌’, ‘사라지는 교남동’

등을 발표한 것으로 보아 도시재생 문제에 따른 장소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진듯했다.

사진에 나타난 공간들은 대부분 우연히 발견한 것이라지만, 늘 찾아왔던 대상이라 의도된 사진이나 마찬가지다.






추억의 공간이기도 했던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마치 우주선같이 버틴 DDP건물 찍은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서울시청사 역시 유령도시처럼 보였다.





어릴 때부터 살아왔다는 미아리 전경의 사진에서는 그나마 아련한 향수가 밀려났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긴 하지만, 아직은 골목골목의 정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멀리 버티고 있는 아파트 무리가 점령해 오면 그마저 끝이라는 듯 코딱지 같은 건물들이 겁먹은 듯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전시는 망가진 서울만 찍은 것이 아니라, ‘표석을 찾아서’, ‘기억’, 아일랜드‘ 등 네 가지로 분류되고 있었다.

그 중 제주도에서 찍은 ’아일랜드‘는 평범한 풍경이었지만, 4,3의 원혼이 떠도는 듯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웠다.

카메라를 잡은 사진가의 마음에서 일었던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는 풍경조차 삐딱하게 보고 있으니, 타고 난 삐딱인 것 같았다.

모든 사진에서 사라짐에 따른 회한이 서려있었다.







그런데, 이정환씨의 이력을 살펴보니 유별났다.

영화제작자에서 칼럼리스트 등 다방면에 재능을 갖고 있었다.

더구나 영화에서는 컴퓨터 그래픽 1세대라고 했다. 그러니 사진적 대상을 보는 카메라아이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망가짐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 같다.





전시장에서 김남진관장을 비롯하여 오윤석, 강레아씨를 만나기도 했는데,

밥 먹으러 가자는 이정환씨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따라갔다.

전시장에서 와인도 몇 잔 얻어 마셨는데, 소주를 두병이나 깠으니 낮술로 좀 과하지 않나 싶었다.





밖으로 나오니, 아직 살아남은 박근혜잔당의 발악하는 스피커 소리에 귀 고막이 터질것 같았다.

너무 시끄러워 무슨 소리인지도 모를 지경이었는데, 이런 소음은 법에 걸리지 않나?

미제를 너무 좋아해, 차에 달고 다니는 성조기도 꼴볼견이었다. 분명 정신병자들 같았다.



 


액자집에서 전시 준비에 바쁜 박종우씨를 만났고,

다시 전시장에 들려 석현혜, 김동진, 이재갑씨를 차례대로 만났는데,

뜻밖에도 정영신씨가 등장했다. 일이 있으면 서로 연락할 때가 많지만,

이처럼 우연히 만날 때도 더러 있는 걸 보니 소통에 다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반갑기도, 술도 거나해 빌어먹는 너스레를 좀 떨었더니, 그가 대꾸하는 애교가 정겹다.

“제발 아는 체 좀 하지 마세요” 아는데 어찌 모른 척 하리오.





그나저나 작가의 형편이 여의치 않아 팜프렛도 만들지 못했는데, 술까지 얻어먹었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뒤늦게 들은 이야기지만, 몇 점이라도 팔렸다니 다행이다 싶다.





이 전시는 31일까지 열리니, 한 번 들려보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박춘화씨 개인전에서 사진 본지가 한참인데, 이제사 뒷북치는 사진을 올린다.
그동안 지방 다녀오느라 미처 생각 못했는데, 뒤늦게 정리 안 된 사진파일을 본 것이다.

이미 전시가 끝나버렸지만, 어쩌겠는가? 널리 양해하시길...






지난 1일 ‘갤러리브레송’에서 전시를 연 박춘화씨는 나와 연배가 비슷한 분이었다.

오래전 ‘민사협’ 인천전시에서 만난 적 있다고 했는데,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열심히 작업하는 분 같았다.

20년 넘게 카메라를 만졌으나 전시는 처음 열었는데, 사진에는 작가의 고집스러움이 묻어났다.





“닿음 내림”이란 제목의 사진은 말라비틀어진 나목이 음산하게 허공을 메우고 있었다.

더러 뿌리나 조형물이 메우기도 했으나 비슷비슷한 이미지의 반복이었다.

작가의 속내는 잘 읽을 수 없었으나, 사진이 주는 분위기가 좀 그로테스크했다.






그 날 사진전 오프닝에는 작가가 초대한 손님은 없고, ‘브레송’의 김남진관장이 불러 모은 몇몇 뿐이었다.

박춘화씨와 김남진 관장, 사진가 김문호, 성남훈, 정영신, 강레아, 이윤기, 정용도씨가 어울렸다.

뒤풀이로 찾아 간 집은 ‘포토랜드’ 앞의 고기집인데, 옛날 카메라점이 술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덕분에 반가운 분들 만나 즐겁게 술 한 잔 했으나, 그리 많이 마시지 않은 편인데 어질어질했다.

허망하게 느껴지는 사진 때문인가? 아니면 내 몸이 맛이 간 건가?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포항 송도의 코모도호텔에서 이색적인 사진 장터가 열렸다.
올 해 처음으로 열린 포항 ‘사진인의 밤’은 사진가 안성용씨가 소장으로 있는

‘포항예술문화연구소’에서 기획 추진한 포트폴리오 특별전으로, 늦가을의 한가한 송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2017 사진의 섬, 송도’에는 사진전문 갤러리와 출판사를 비롯한 40여명의 사진가들이 참여한 사진 페어였는데,

주최 측에서 송도 코모도호텔 객실 40개를 빌려 40여명의 사진가들이 독자적인 포트폴리오 전시를 열도록 한 것이다,

아무튼, 서울의 사진가들과 지역사진가들을 연결해 주는 교두보로서 유능한 신인 발굴을 위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랄 뿐이다.






이번 포트폴리오 전에 구닥다리 늙은이가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모처럼 쪽방에서 벗어나 호텔에서 한 번 쉬어가라는 후배들의 배려 같았다.

덕분에 2박3일 동안 서울과 지방의 여러 사진인 들을 골고루 만나며, 또 다른 사진들을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었다.



 



27일 오후 6시부터 열린 ‘사진인의 밤’ 개막식에서 들려 준 ‘포항팝스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축제 분위기를 더 높였다.

호텔 주변을 뒤덮은 소나무의 솔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가운데 진행된 와인 파티도 인상적이었다.






부산의 이광수 교수를 비롯하여 서울에서 내려 온 사진가 김문호, 김남진, 양재문, 조성기, 곽명우씨, '눈빛출판사'의 이규상씨 등

반가운 분들을 수없이 만났는데, 대구에 사는 오래된 친구 은석이 까지 불렀으니 신바람 난 것이다.

난, 술이 취해 기분이 너무 좋아도 탈인 것은, 너무 오버하기 때문이다.

그 이튿날 술이 깨어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인데, 포항에서 인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장기봉, 김정혜 내외도 있었고,

친하지 않은 후배들도 많지 않았던가?






그 이튿 날의 술자리에서는 조심하느라 말을 삼간 채 술만 마셨더니, 술이 더 빨리 취했다.

이차로 한겨레 곽윤섭기자가 호텔 복도에 마련한 사진인 들의 대담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

사실상, 명목은 전시하러 왔지만, 반가운 사람 만나 술 마시는데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이 나이에 더 알려져 전시 한들 어디에 쓸 것인가?






호텔 객실을 사진으로 장식한 이번 전시는 소나무 숲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객실에서 누리는 여유라 그 재미가 쏠쏠했으나,

객실을 지키기도 쉽지는 않았다. 좁은 방을 지키고 앉았으니 들어오던 관객도 걸음을 멈추기 일 수였고, 들어와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방을 비워두고 차 안에서 졸거나 바닷가를 거니는 등 쓸데없는데 시간을 보낸 것이다.

호텔에 컴퓨터가 있는 줄 알고 노트북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포트폴리오 특별전 참여 작가로는 김남진, 김문호, 김형섭, 문제남, 석재현, 안성용, 양재문, 유용예, 이수철, 이재갑, 이한구, 조성기씨 등의

알려 진 작가 외에도 강레아, 권순종, 김덕수, 김동진, 크리스탈, 나호권, 노영이, 박종효, 서경애, 손진국, 신병문, 오상칠, 유소피아, 이두순,

이인식, 이우노, 최흥태, 하정은씨 등 40여명의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한 다양한 사진가들이 참여하였다. 그 외에도 ‘눈빛’출판사를 비롯하여

서울의 ‘갤러리 브레송’, ‘인덱스 갤러리’, ‘나우 갤러리’가 참여했고, 부산에서는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를 비롯한 ‘리빈 갤러리’ 관계자도 참여했다. 



 


참여 작가인 김문호씨의 ‘온 더 로드’나 양재문씨의 ‘비천몽’ 등 기존에 발표된 포트폴리오는 더 이상 언급 할 필요도 없지만,

현대인들의 고독감을 다룬 문제남씨의 'Untitled', 자연 이미지를 압축시켜 보는 이의 심연을 건드리는 박종효씨의 '소소한 풀잎이야기‘

시내버스 안의 일상적 단편을 날카롭게 잡아낸 김동진씨의 포트폴리오가 눈에 띄었다.

리고 사회적 시대성이나 역사성이 내포된 다큐멘터리사진보다, 아름다운 그림 같이 미를 추구하는 사진이 많아 아쉬운 감도 있었다.





‘제1회 사진의 섬 송도’ 포토폴리오전시는 무엇보다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싶다.

첫 호텔 사진 페어라는 점을 잘 활용하였고, 신인들과 기성작가들을 연결시키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그러나 서둘러 시작된 행사라 문제점도 여럿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홍보가 부족하여 타지의 사진가들이 잘 몰랐다는 점이다.

둘째는 참여 작가들과 주최측간의 행사 진행에 대한 충분한 교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작가가 그 방에 알맞은 디스프레이를 할 수 있도록,

개인에게 배치될 방의 구조를 사전에 알려주었어야 했다. 나 역시 전시 할 사진을 준비하라는 연락은 받았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몰랐다.

지난 번 전시에 걸었던 사진들과 미발표 작이 대부분인 ‘장터 사람들’ 포트폴리오를 챙겨 갔으나, 디피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차라리 처음 생각처럼 포트폴리오만 책상위에 내 놓았으면 될 걸, 관람객들이 뒤적거려 사진이 망가질 것을 우려하여

이 것 저 것 오래된 사진들을 펼쳐 놓은 것이다. 옛 속담처럼 약은 고양이 밤눈 어둡다는 말이 딱 맞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많은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한 곳에 모아두고 볼 수 있는 별도의 큰 방도 하나 쯤 있었으면 한다.

가난한 사진가들의 참가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참관자들도 효율적으로 살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포트폴리오 전시는 방에 사진을 주렁주렁 걸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번 포트폴리오전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은 것은,. 가난한 사진인 들이 무리하게 많은 돈 들여 개인전을 여는 것보다

포토폴리오전으로 데뷔할 수 있는 풍토 조성과 그 통로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다.





전시된 객실에는 침대에도 사진이 진열되었고, 소나무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창틀을 비롯해 심지어는 화장실에도 사진이 걸렸다.

창문을 통해 보여주는 바깥 풍경과의 대비 또한 흥미로웠으나, 일부 객실은 조명이 너무 어두워 사진이 잘 보이지 않는 문제점도 남겼다.

사진을 살피다 그만 보조조명으로 설치한 스탠드를 걷어차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는데, 조도를 좀 높일 수 있는 방법도 강구했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3시부터 호텔 1층 로비에서 열린 사진경매에는 출품작 30여점이 경매에 붙여졌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사고파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좀처럼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경매 진행자가 좋은 작품들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러 차례 외쳐댔지만, 사진 보는 안목이 부족한지,

나서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10만원에서 50만원 사이의 비교적 싼 가격에 낙찰되긴 했지만, 그 중 12점이 판매되는 성과도 있었다.


나 역시 경매에 한 점이라도 내놓으라고 종용받았지만, 사람사진을 쉽게 살 사람도 없겠지만, 자칫 아는 분들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어 사양했다.
또한 살만한 사진의 대부분이 에디션 넘버를 다섯 장으로 한정해 놓았기에 추가 프린트가 불가능한 사진이 많았다.

그리고 전지 규격의 사진 한 장에 3백만원에 팔았는데, 경매로 싼 가격에 판다면 먼저 구입한 분들에게 도리가 아닌 것이다.






아무튼, 포항에서 처음으로 열린 ‘사진의 섬, 송도’ 포트폴리오 전시가 우리나라 포트폴리오 전시의 주축이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전국에 흩어진 신진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신인발굴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길 바라며,

주최 측과 참여사진가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

사진, 글 / 조문호































































































































난, 오래전부터 생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울 엄마가 살아 계실 때는 하는 수 없어 생일상을 차렸지만,
돌아가신 후로는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이 살 던 정영신씨와 늘 부딪히는 문제인데,
작년에는 정영신 장터 사진전과 연결해, 억지 칠순잔치도 벌였다.




페이스 북에서 생일축하 메시지 받기조차 송구스러웠다.
그러나 이번 생일을 기해 나쁜 습관 하나 바꾸기로 작정했다.
똥 누는 화장실 옆에서 설거지하는 게 싫어, 일 년동안 밥 한 번 해먹지 않고,
교회에서 나누어 주는 노숙자들 빵 뺏어먹으며, 일회용으로 살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배 속에 똥을 잔뜩 넣어두었는데,
똥통인들 설거지 못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밥해먹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9월4일 생일에 맞추어 쪽방상담소에서 밑 반찬 표를 나누어 주었다.




삼개월간 열 차례에 걸쳐 나누어 주는 ‘밑반찬 지급 확인서’였는데,
처음 받는 일이라 30분전에 나갔으나, 모두 나와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250명 선착순으로 준다니까, 다들 일찍부터 나온 것이다.




가구별로 신청 받아 조금씩이라도 골고루 나누어주는 방법은 없을까?
무슨 똥개 길들이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한 시간씩이나 땡볕에 세워 구워야 하나?
늙은이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당기면 될텐데,
기어이 오전10시를 채워 쪽지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여지 것 ‘한강교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주는 빵 배급은 줄을 서 보았지만,
반찬배급은 처음이었는데, 노숙자들이나 모르는 분이 많던 빵 배급에 비해,
반찬배급은 주민들이라 대부분 아는 분들이었다.



김정호, 송범섭, 강병국, 이재화, 유한수, 정재헌, 김정길, 김원호씨 등
반가운 분도 많이 만났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한 쪽에서는 막걸리를 마시는 분도 계셨다.
다들 질서를 잘 지켜 11시경에 끝났는데, 못 받은 분은 없는 것 같았다.




‘밑반찬 지급 확인서’라고 적힌 쪽지에는 열 군데의 확인란이 있었는데,
'한강교회'에서 나누어 준 빵 배급표와 비슷했다,
이제 빵은 받지 않기로 했으니, 노숙자 신세는 면한 것 같았다.
어떤 밑반찬을 줄지 궁금했으나, 처음 나누어 주는 7일이 기다려졌다.




오후에는 정영신씨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이 생일이니 저녁식사라도 함께하자는 것이다.
시간 맞추어 녹번동에 갔더니, 조촐하지만 최고의 생일상을 차려 주었다.




지난 번 정선에서 갖다 준 ‘메이드 인 만지산’으로 밥 반찬을 만들었더라.
7년 전 심은 도라지 한 뿌리를 캐 주었는데, 거짓말 좀 보태 어린애 팔뚝만 했다.
술은 지난번 김남진씨가 동자동에서 파티하라고 준 ‘MIXX TAIL’이 있었다.
개복숭아 효소에 칵테일해 마시니 맛이 죽였다.




이런 저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해가며 마셨더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동녘이 밝아 오는 것 보고 잠들었으니 보나 마나지만, 죽어도 좋았다.




삼일 뒤에는 쪽방상담소에 밑반찬 받으러 갔다.
밥차에서 문규도, 송범섭씨가 나누어 주고 있었는데.
나누어 주는 밑반찬은 우엉조림과 닭고기, 두 가지 였다.



일회용 밥 한 개와 음료수 하나도 끼어 주었다.
한 두 끼 먹으면 끝날 반찬으로, 밑반찬이라 하기엔 좀 그랬다.




“제발 잔소리 말고, 주는 대로 받아 쳐 먹어라”
감히 거지 주제에 어따 대고...

사진, 글 / 조문호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김남진의 이태원의 밤, 호모나이트쿠스’전시가 오는 816일까지 열린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향락과 욕정은 밤에 꿈틀댔다.

통금이 있던 시절에도 외국인을 위한 호텔 나이트클럽까지 가서 주머니를 털지 않았던가.

술과 음악 섹스, 그것이 자유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유일한 해방구처럼 설쳤다.

‘나이트’와 요즘의 ‘클럽’은 술과 음악과 춤, 이성이 어울린다는 점은 같지만, 그 섞이는 방식은 다르다.

나이트는 술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곳과 춤 추는 스테이지가 따로 있지만, 클럽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잠깐 앉아 쉬는 자리이지 그곳에서 몇 시간 동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순 없다.

남녀가 만나는 방식도 다르다. 나이트의 핵심은 남녀 손님을 짝 지어주는 웨이터였다.

그런데 요즘 클럽은 웨이터도 부킹도 없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가서 말을 걸어야 한다.

공간적 차이와 더불어, 더 개방적이고 주체적이며 평등한 방향으로 변했다.





그런데, 사진가 김남진씨가 ‘이태원의 밤’ 2탄으로 ‘호모나이트쿠스’전시를 열었다.
처음 전시를 연 80년대는 ‘현실과 발언’이란 사회 저항성 문화운동이 일던 때라, 김남진의 현실비판적인 사진도 한 몫 했다.

그 당시 사진판에선 흔치않은 작업이기도 했지만, 일단 반향을 일으킨 전시였다.

그 이후엔 사진관련 기획자로 교육자로 갤러리 관장 등으로 활동해 다큐 사진가로서의 기억은 잊어버렸다,

그런데, 느닷없이 30여년이 지난 오늘의 이태원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이제 환갑을 맞은 사진가가 향락가를 기웃거리며 20대 젊은이와 어울려 사진 찍기가 그리 쉬웠겠는가?






난, 이태원의 퀴퀴한 술집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는 음악에 미쳐 결혼 첫날부터 신혼여행으로 이태원에 간적이 있었다.

레코드 사러 간 김에 클럽에 들어갔으나, 외국인들 체취에 좀 질려버렸다,

그 뒤 한 두 차례 갔으나 연이 맞지 않았는지 갈 때마다 사고를 쳤다.

본래 춤추며 노는 것 보다 음악 들으며 조용히 술 마시는 걸 더 좋아해 클럽 체질은 아니다.


김남진씨 역시 이태원이 좋아서 찍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80년대 발표한 사진들은 찍을 때의 두려움도 엿보였지만, 이성적이고 아웃사이더적인 사진이었다.

시대적 변화에 따랐겠지만, 세월이 지난 오늘의 작업은 전혀 달랐다. 두려움이 사라졌고,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사진이었다.

흑백으로 보여 준 ‘이태원의 밤’과는 달리 강렬한 색이 주는 원색적인 분위기가 사뭇 감촉적이다.

디지털사진이 주는 강한 색으로 욕망과 열정을 극대화했다. 도발적인 이태원의 밤이 뿜어내는 열기는 절정에 달했고,

욕망에서 비롯되는 허망함까지 드러나고 있었다. 정적인 사진에서 동적인 사진으로 바뀐 것이다.

이태원에서 만난 젊은이와 외국인, 그리고 성 소수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도 전해주었다.






지난 26일 오후6시 ‘스페이스22’에서 열린 전시 오프닝에 갔는데, 마치 클럽에 간 것 같았다.

“놀 준비되셨습니까?”라는 특별한 파티였는데, 전시장에 조명과 음악은 물론 칵테일까지 준비해 놓았다.

함께 즐기며 작업해 왔던 이태원 클럽 분위기를 전시장에 끌어들인 것이다.

DJ가 틀어주는 음악과 바텐더가 만들어 주는 칵테일, 그리고 입구에서 찍어주는 팔목 스탬프까지 이태원클럽 그대로였다.

사진가들이 언제 전시장에서 함께 어울리며 춤추고 놀아본 적 있는가?


작가 김남진씨를 비롯하여 한설희, 구자호, 김석종, 김문호, 강제욱, 김광수, 고정남, 곽명우, 김보섭, 이규철, 박찬호, 

정영신, 서준영, 김영호, 한금선, 김봉규, 남 준, 최연하 이은숙, 마동욱, 이일우등 많은 사진가들이 신판 클럽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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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양승우씨가 일본에서 오기도 했고, 사회는 이정환씨가 보았다.

그러나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던지 음악이 있어도 춤추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음악은 약했으나 칵테일 맛은 좋았다.

홀짝 홀짝 받아 마시다 ‘북촌’으로 옮겨 와 소주를 마셨더니, 술이 받지않았는지, 어지러웠다.

결국 술집에서 뻗어버려, 쪽팔리게 김남진씨가 불러준 택시에 실려 와야 했다.


사진, 글 / 조문호










































































오랫동안 좁은 공간에서 꼼짝 않고 앉아 놀았더니 허리에 문제가 생겨 생각지도 않은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지난 10일 오후6시에는 숭례문에서 이광수교수를 비롯한 몇 분들과 술 한 잔하기로 몇 일전부터 약속해 두었는데,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못가 걱정스럽기 그지없었다.

많은 분들에게 걱정 끼쳐 송구스럽지만, 정영신씨가 날 감금시켰다고 페북에 올려, 술자리가 병원부근으로 변경되었단다.

덕분에 반가운 분들과 마음껏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더니, 아픈 허리 통증까지 사라져버렸다.

 

이 날은 오후2시 무렵부터 병문안이 이어졌다. 물리치료를 받는 중에 인사동 유목민주인장 전활철씨가 찾아왔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페북하는 혜영씨에게 들었다고 했다. 장사 준비할 시간에 찾아주어 송구스러웠지만 어쩌랴!

민폐이긴 하지만 정 나눌 수 있는 자리라 고맙고 또 고마웠다.

가고나니 사진가 김수길씨와 하형우씨가 차례대로 찾아주어, 오랜만에 얼굴 보며 희희낙락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반가운 분을 만났으면 사진을 찍어야하는데, 환경이 변하니 찍는 걸 잠깐 잊어버린 것이.

하형우씨와 인근 공원에 가서야 생각나 카메라를 끄집어냈다.





 

오후6시 무렵에는 반가운 분들이 때 거리로 몰려왔다.

부산의 이광수교수를 비롯하여 눈빛출판사이규상대표, ‘갤러리 브레송김남진 관장, 사진가 김문호, 강제욱씨 등인데,

반갑고 미안한 마음에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병원 부근의 먹거리를 꽤고 있는 정영신씨의 안내로 오리장터로 들어갔다.

허리가 불편하니 오리걸음으로 나와도 재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술자리 대화는 이광수씨와 이규상씨가 만나면 죽인. 요즘은 이규상씨가 좀 자제하는 편이지만, 코메디 수준이다.

세상에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나이 들어 점잖게 살아야 한다지만, 죽고 나면 자연스럽게 점잖아지니 재미있게 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다.

이 날은 이광수교수의 구라로 시종일관 희희낙락했다. 폐북에 올라오는 글도 그렇지만, 일상적인 대화도 마찬가지다.

학자로서의 빈틈없는 논리를 바탕으로 시정잡배들이나 즐겨 쓰는 막말에 속이 다 후련하다.



 


그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싸움꾼이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악바리다,

이미 SNS를 휘저어 그 영향력은 왠 만한 언론 빰 칠 정도다. 그동안 실검 1위에 오른 건만 몇 차례나 된다,

대표적인 것이 고 최민식 선생의 사진상 문재 제기, 더불어 민주당의 사표 론에 따른 문재인 저주론 등을 펼쳤는데,

끈질긴 공격 끝에 결국 다 손들게 했다. 그래서 정의를 향한 혁명가 기질의 이광수씨를 존경하는 것이다.

난, 부산외대 교수라 부르지 않고, 교주님으로 따른다.


그런 분이 멀리 서울까지 병문안을 와 주셨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환자복 입은 체 졸라 빨아버렸다.

교주님의 그침 없이 쏟아내는 구라에 얼마나 웃었던지, 술을 마셔도 취하지를 않더라.

이차로 '새벽'이한 맥주집에 가서는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되는 새마을 주제가도 불러버렸다.



 


그런데 사진가 강제욱씨가 이광수교수의 광주대동고등학교 후배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 정도면 대동고등학교도 명문이다,

서당 훈장 같은 김문호씨의 덕담이나 광대같은 이규상씨의 유모어가 뒤섞여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런 와중에도 의미 있는 일 하나 하기로 합의했다,

이광수씨의 제안으로 사진단체들이 뒷짐 지고 있는 사진가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모임을 결성하기로 한 것이다,

일단 단체결성에 앞서 사진저작권문제의 구심점을 이규상씨가 운영하는 '눈밫출판사에 두기로 했다.

사진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서로 협력해 대처하기로 했다. 사진가의 권익은 사진가가 지켜야 하니 많은 분들의 동참을 바란다.

 

역시 교주님이 나타나면 술만 마시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일도 만든다.

사진가들이여!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런데 뱉고보니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네...

 

사진, / 조문호






































 

 

 

 

 






김준호의 ‘애오개’ 사진전이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다.

전시된 사진들은 마치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잔해더미 같았다.

집들은 폭격 맡은 것처럼 산산히 부서져 버렸고, 유령처럼 아슬아슬하게 버틴 것도 있었다.

멀리 버티고 있는 아파트 숲은 마치 점령군 무리처럼 보였다.






이미 전쟁의 판세는 정해졌으며, 앞으로도 백전백패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문명의 속성을 어쩌겠는가마는,

최소한 흔적마저 지워버리는 무차별적이라는데,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았다.






무엇이든 옛 것을 허물고 새로 만들기는 쉽지만, 옛 것을 보전하고 그 것을 다시 기억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기억하고 보존할 역사가 없거나 지워버리는 국가는 미래 역시 오래가지 않는 법이라 했다.






김준호가 찍은 ‘애오개’사진은 속삭임이 아니라 아우성에 가까웠다.

대개 사진가들이 즐겨찾는 그리움에 대한 향수보다 사회비판적인 시각이 앞서 있었다.

세월의 변화를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분노가 곳곳에 똬리 틀고 있었다.

지금 애오개는 재개발에 의해 모든 것이 사라졌다.

김준호의 사진 속에서만 잔재가 남아 그렇게 사라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애오개’는 아현동과 만리재 사이에 있는 작은 고개로,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 지역이었다.
아기고개에서 유래되었다는 애오개 일대는 마포에서 청량리를 잇던 전철이 지나가던 지역이었다.

자그마한 집들이 모여있는 고개 마루의 달동내로 서민들의 진득한 삶의 애환이 담긴 곳이다.





옛 것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향상을 내세우는 재개발은 동전의 앞뒤 같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사라진 후에는 항상 그리워하기 마련이지만, 돈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몇몇은 철거되기 이전의 모습도 남아 있었다.

빗물이 새지 않도록 천막을 뒤덮어 놓은 지붕, 행여 바람에 날아갈까 돌이나 기왓장을 올려놓은 궁상맞은 풍경들,

가파른 골목 계단과  터져 나온 시멘트벽들이 마치 복잡한 우리네 인생처럼 굽이져 있었다.

그 속에서 일어났던 사연 또한 얼마나 많겠는가?

그 곳에 살았던 사람이면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사연들이 다 있을 것이다.

옆집 순이와 연애 걸며 가슴조린 사연에서 친구와 코가 깨지도록 싸웠던 이야기까지 다들 절절할 것이다.





잘 모르는 재개발지역을 촬영하는 것과 자신이 어릴 적 살아 온 마을의 흔적을 찍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래서 김준호의 비판적 시각 속에 보이지 않는 그리움이 차곡차곡 녹아 있는 것이다.


“그리움은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고, 서러움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다”는 싯귀가 떠오르는 그런 쓸쓸한 풍경이었다.

그렇게 사라지는 사물처럼, 사람 또한 차례차례 사라질 것이다.





“이미지는 자신이 의미하고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언어가 그것이 의미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미지는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에게 낯설게 남아 있어야 한다.

매체로서 비춰지지 말아야하고, 하나의 이미지로 이해되지 말아야 한다.

그 자체가 하나의 허구로, 우화로 남아야 하고, 그럼으로써 사건이라는 풀리지 않는 허구에 공명해야 한다,

자기 고유의 덫에 잡히지 말아야 하고, 이미지의 이미지의 이미지로 한 없이 이어지는 이미지재생 속에 갇히지도 말아야 한다.”는

장 보드리야르의 ‘사라짐에 대하여’ 한 단락을 여기 옮겨본다.



전시와 함께 ‘눈밫사진가선’ 38호 ‘애오개’ 김준호사진집(12,000원)도 발간되었다.



전시개막식에서는 주인공 김준호씨를 비롯하여 ‘브레송’ 김남진관장, ‘눈빛출판사’의 이규상대표,

엄상빈, 김문호, 곽윤섭, 정영신, 남 준, 김 원, 제이안, 나떠구씨 등 여러 사진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사진, 글 / 조문호













































이 삭막하고 추운 세상에, 따스한 봄 내 살살 풍기는 사진전 하나 열리고 있다.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는 양승우 마오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다.







지난 16일 사진전 열림식에 갔는데, 전시장을 마치 화사한 신방처럼 꾸며놓았더라.
양승우씨가 직접 나서, 연분홍 빛깔로 전시장을 다시 단장 했단다.
전시장 입구 사진에는 아내를 알고 처음으로 벚꽃이 아름답게 보였다는
사진가 양승우의 청춘고백도 적혀 있었다.







찍은 사람도 좋지만, 사진들이 너무 좋았다.
사랑, 사랑, 사랑, 쉼 없이 말들은 하지만, 이보다 구체적인 사랑은 없다.
백 마디의 미사여구나 수많은 사랑의 시들도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랑의 장난기가 하나도 정제되지 않은 채, 살아 날 것으로 꿈틀거렸다.
계산하지 않고, 그냥 둘이서 사랑하며 놀며 찍은 것이다.







사진으로 남기는 기록은 놀이에 가깝다는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의 글을 옮겨왔다.


“지금 하는 이 전시는 바로 신혼 생활 첫 3년 핑크빛 나날에 대한 기록이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건 기록이 아니고 놀이의 흔적이다.

사랑놀이,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가슴 떨리고 가슴 저미는 그 사랑놀이 말이다.

사진은 이런 게 좋다. 글같이 무겁지 않아, 가벼워서 좋다.

굳이 예술의 창의성을 쥐어짜면서 작품의 경지에 올라간 것들도 있으나

이렇게 둘이 놀면서 가볍게 찍다가 예술의 경지에 올라간 것도 있다.

이건 사진으로만 닿을 수 있는 작품의 경지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놀면서 안고 만지고 찍어주는 것 이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이 과연 있을까?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사진가 김문호씨는 전시를 보고나서 가슴 한켠에 늘 남아있는 그리움을 뒤챘다며,

“수채화로 그려낸 쌉싸름한 단편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

잘 다듬어진 일본의 하이쿠 한 수를 읽는 것 같은 담백함..”이라 적고 있다.







이런 저런 가식 없이 살아가는 해맑은 모습 속에 눈에 띄는 풍경 사진 한 장 있었다.
담장 밖으로 붉은 꽃들이 떨어진 장면인데, 많은 이야기가 담긴 담백한 시처럼 느껴졌다.

양승우는 “결혼을 하면서 동시에 인생의 꽃은 다 떨어진다”고 말했다.

사진 한 장으로 사랑을 다 담았으니, 이게 시가 아니고 뭐겠는가?

삶의 소소한 아름다움에서 찾은 가치라 여운이 길었다.






그날 열림식에 너무 늦게 갔더니, 전시장에는 양승우, 마오 부부를 비롯하여

김남진관장과 정영신, 곽명우씨 등 몇 분만 남아 있어, 사진들은 꼼꼼히 볼 수 있었다.





뒤풀이에서 눈빛출판사 이규상, 사진비평가 이광수, 사진가 김문호, 김보섭, 엄상빈, 정진호,

이정환, 석재현, 성남훈, 박찬호, 고정남, 남 준, 한금선, 최근모, 박신흥, 안세홍, 안해룡씨 등

많은 사진인들을 만나 두 내외의 알콩달콩 깨 쏟아지는 사진전을 축하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이 사진전은 25일까지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린다.
‘눈빛출판사’에서 양승우 마오 부부의 행복한 일기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사진집(156쪽 / 값 23,000원)도 출판되었다





사진가 양승우 마오부부 /사진 정영신






























































사진 / 김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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