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있는 사진전문갤러리 ‘브레송’에서 색다른 전시 하나 열렸다.

바로, 화가 김기호씨와 사진가 권 홍씨가 보여 준 암울한 시대의 초상이다.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두 사람의 작품들은 많은 여운을 남기게 했다.
어디로 갈지 모를 표류하는 배처럼, 막막한 현실을 말했다.

다들, 카메라와 연필이라는 도구만 달랐을 뿐이지,
오늘의 시국을 안타까이 바라보는 기록이고, 하나의 시어였다,
직설적인 표현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김기호씨의 드로잉 작업은 현실을 우화적으로 꼬집었고.
권홍의 사진은 다중노출이나 팬닝기법으로 현실을 비껴가며,
아픈 기억들을 끌어내고 있었다.

또 다른 ‘시대의 기록 전’ 이었다.






이인전에 부쳐 송효섭씨가 쓴 글의 일부를 옮긴다.

“김기호는 주로 연필로 한 드로잉 작업을 보여준다. 작은 화면에 매일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 때 그때 그린 것들이다. 드로잉은 모든 조형작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무한한 미래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드로잉을 보는 재미는 미완결 된 것처럼 보이는 작업 앞에서 앞으로 펼쳐진 수많은 조형적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따라서 드로잉은 그 자체로 ‘날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나친 가공을 거치지 않은 날 것의 상태는 전문적인 기법이나 기교 이전의 것으로 삶의 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는 지금의 기록이다”라고 외치는 드로잉 작품은 마치 시절인 으로서의 자기선언처럼 보인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일상적 사물들은 그가 살고 있는 현재 속에서 교묘하게 뒤틀려 제시된다.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많은 것을 말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권홍은 사진작업을 보여준다. 일상생활 속에서 포착된 형상들을 단지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그 때 그 때 떠오른 정서에 따라 적절히 가공한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다중노출의 패닝기법은 있는 그대로의 형상에 마치 수묵과도 같은 번짐과 모호함을 주어, 시간 속에서의 기억을 축적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풍경은 지금의 풍경이기도하고, 또한 바로 이전의 풍경이기도 하다. 우리의 느낌이 시간의 기억을 토대로 하듯, 권홍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형상은 이러한 기억을 불러일으켜 현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촛불광장을 그려내는 방식 도한 사실적 제시를 목적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그것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는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광장의 촛불은 시절인으로 그가 경험한 매우 사적인 것이며, 그래서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들 두 작가가 격변의 시대를 사는 시절 인으로서의 삶의 체험을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담담하게 그려낸다. 

시절 인으로서의 관객이 이들 작업을 통해 예술적 열락에 쉽사리 감염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지난 5일 오후6시 ‘브레송’에서 열린 개막식 풍경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전시 축하객들의 면면이 사진하는 분에서 미술인으로 바뀐 것이다.
내가 아는 사진가로는 전시작가와 김남진 관장, 박영환씨 밖에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 안면 있는 화가들이었다.
장경호씨를 비롯하여 배인석, 천호석, 이재민, 최석태, 김영중, 송효섭, 양상용, 탁영호, 정영철, 이승완,

변대섭, 이원석, 최연택, 강기욱, 안창길씨가 보였고, 정동용 시인도 왔었다.

그리고, 다른 일에 빠져 개막식에서 찍은 사진을 그동안 깜빡 잊고 있었다
뒤늦게 올리게 되었는데, 지인이나 전시 보실 분들은 서둘러야겠다.

이번 토요일(14일)에 끝나는 ‘빛과 선으로 시절을 그리다’를 잊지 마시라.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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