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쪽방은 본래 송범섭씨가 살던 방이다.
작년 6월에 단장하여 입주시킨 ‘디딤돌하우스’로 이사 간 양반인데,
일 년 쯤 살다 다시 우리 건물로 돌아 왔다.

입주한 주민을 내쫓으려는 건물주와 싸워 만들어 낸 ‘디딤돌하우스’는
당시 쪽방 사는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방세도 다른 곳보다 싼데다, 실내외가 깔끔하기 때문이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옮긴 방 자랑을 해댔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따라가봤더니, 방을 깔끔하게 꾸며놓았더라.
나비를 만들어 창틀에다 촘촘히 붙여 놓았는데, 행운의 나비를 계속 만들 것이라 했다.
아무도 봐주는 사람 없지만, 방 꾸미는데 재미를 붙인 것 같았다.

그런데, 오래가지 못하고 일 년만에 다시 돌아 왔는데,

그는 어디에서 살아도 방 내부는 잘 정리해 놓고 산다.
4층에는 빈방이 없어 3층에 살지만, 수시로 4층을 오르내린다.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조건도 그 곳이 더 좋지만, 이사하는게 번거롭기 짝이없기 때문이다.
‘왜 돌아왔냐?’고 물었더니, 한마디로 재미가 없더란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외롭다면 무용지물이라는 말이다.






얼마 전 쪽방 사는 분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는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불편한 변두리 아파트일 것이 뻔한데, 외로워 못 산다는 것이다.
‘얼마나 살 것이라고 거기서 징역생활을 해야 하느냐?’는 거다.

혼자 사는데 무슨 아파트가 필요하며, 관리비도 부담이라고 했다.
지금 사는 동자동은 교통요충지라 어디든 쉽게 다녀 올 수 있지만,
그곳에서 시내에 나오려면 온 종일 걸린다고 말했다.






송범섭씨는 한쪽 뇌에 이상이 있어 심한 정신적 장애를 겪는다고 한다.
옛날엔 주방장 생활을 하며 성실하게 살았으나,
세 번의 결혼생활이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고 했다.
딸까지 두었으나, 결국 혼자 떠돌게 되었다고 한다.

병에 대한 구체적인 증상이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 볼 수 없었는데,
보기로는 활달한 성격이다.
바쁘게 이웃 방을 들락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따끈 따끈한 소식도 전해준다.
틈틈이 ‘쪽방상담소’에 나가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며 성실하게 산다.






그가 오고부터 닫혔던 족방 문들이 여기 저기 자주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장기를 두거나, 술을 마시거나,  옆방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기 때문이다.
때로는 좁은 복도에 자리를 깔기도 하지만, 서로 정 나누며 소통하는 모습이 보기좋다.
다들 방문 열듯, 마음의 문도 활짝 열었으면 좋겠다. 

누추한 방에 살아도 이웃과 정 나누고 산다면, 잘 사는 것이다.
송범섭씨가 만드는 행운의 나비가 훨훨 날아, 건강도 되찾고 가족도 되찿았으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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