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쪽방주민을 위한 무료 이발소’가 동자동 ‘새 꿈 공원’에 차려졌다.
‘동자동 사랑방’에서 주선한 지난 12일의 무료이발소는
지역주민 문성재씨가 자원봉사로 나선 것이다.
이홍렬씨 등 극히 일부 주민들이 머리를 잘랐지만,
추석에 대한 그리움을 일으킨 하루였다.






대부분 고향이나 가족을 등진 분들이라 추석이 다가와도 가지 못하는 분이 더 많다.
그래서 ‘동자동 사랑방’에서 공동차례도 지내고,
노래자랑을 하는 등 추석잔치를 벌이지만,
어찌 옛날 추석의 아련한 그리움에 갈음할 수 있겠는가?






옛날 명절 대목이 되면 목욕탕과 이발소 가는 것은 피해갈 수 없는 통과의례였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것이 싫어 목욕탕도 싫어했지만, 이발소는 딱 질색이었다.
가기만 하면 머리를 짧게 깎아 촌놈을 더 촌놈같이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명절 대목만 되면 이발소는 사람들로 붐볐다.
순서를 기다리다 지켜본 이발소 풍경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주인은 바리깡과 가위를 바꾸어가며 분주하게 머리를 잘랐고,
주인아줌마는 뜨거운 물수건으로 얼굴을 덮어놓고, 혁대에 쓱쓱 면도날을 문질러댔다.
바보처럼 늘 비실비실 웃는 아저씨는 손님들 머리 감기느라 물조리 춤을 추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과정들이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단지 눈길을 끌었던 것은 벽에 걸린 야한 달력 사진보다,
시쳇말로 이발관그림이었다.






깨진 대형 거울 위에 그린 그림이었는데,
거울에 금간 자욱 따라 뻗은 고목 가지에는 이름 모를 새들과 꽃이 여기 저기 그려져 있었다.
신기했던 것은 자욱 따라 그리다보면, 뭔가 어색해야 되는데, 너무 잘 어울렸다는 것이다.
누가 그린 그림인지 모르지만, 어렸던 내가 보기에는 꽤 좋아보였다.
저런 그림과 유명 화가의 그림은 어떻게 다르며,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지도 궁금했던 시절이었다.






이런 저런 의문 속에 머리 감으려 고개를 쳐 밀었는데,
비눗물이 들어가 눈이 따가워 죽을 지경이었다.
눈, 눈,하며 거품을 무니, 바보 아저씨는 비누 묻은 손으로 눈부터 문질렀다.
잇따라 물조리에서 쏟아지는 물 세레에 시원해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콩나물시루에 물 뿌려 키우 듯, 내 머리도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






이발 무료봉사 소식 전한다는 게,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져 버렸다.
예전만큼 추석이 설레지는 않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다는 말이다.
이번 추석에는 공원에서 열리는 콩쿨대회에 나가 대야라도 하나 타고 싶지만,
이가빠져 새는 소리 때문에 상 받기는 틀린 것 같다.






다들 잊을 수 없는 추석명절의 추억 한 자락씩 남기시길...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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