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인간은 악이다"(따마스)사진집 출판을 기념하는 퍼포먼스와 특강이

지난 15일 오후4시부터 충무로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렸다.

 

시간이 임박해 정동지와 전시장을 들렸더니 이광수교수를 비롯한 많은 분이 먼저 와 있었는데,

전시장 분위기가 마치 신전에 온 느낌이었다. 여러 신도가 교주의 가르침을 기다리듯...

 

신전의 깃발처럼 어지럽게 늘린 이미지를 스쳐가며 벽에 붙은 사진들을 돌아보았는데,

이미 사진집에서 보았지만 묵직한 톤의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해진 순서가 없으니, 앞서 본 이미지와 연관되어 그 사진을 다시 돌아보기도 했다.

 

야릇한 사진이 옆 사진과 충돌하여 역류하듯 이야기가 펼쳐졌는데,

‘인간은 악이다’는 인간의 속성이 딱 들어맞았다.

 

첫 장은 '태초의 바다'로 시작되어, 총 12장으로 나누어진 사진집에는

각각 12 컷씩 총 144장의 이미지가 들어 있었다.

 

의도적으로 힌두교 세계관의 중요한 상징 숫자인 12로 구성했다는데,

각 장의 텍스트가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었다.

 

이미지로 쓴 문학이라는 사진의 또 다른 장르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전시에 참가한 분 중에 이광수씨의 부인 유재희씨도 오셨다.

남편의 전시를 보기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이교수 말이 걸작이다.

쪽 팔리게 왜 왔냐며, 질의 시간에 손 들어 질문하는 것 까지 탓하는 촌티를 낸다.

 

전시 작가인 이광수교수의 사진에 대한 특강에 이어 참가자들 질의 응답이 끝난 후

충무로 ‘김삼보‘집에서 뒤풀이를 가졌다,

 

이교수를 비롯하여 김남진관장, '눈빛' 이규상대표, 사진가 김문호, 김영호, 성남훈, 정영신,

이윤기, 이세연, 최석태, 김태진씨 등 이십 여명이 모여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은 마시지 못할 처지지만, 이광수교수의 이런 저런 이야기 듣는 것 만으로 흡족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두 번째 강의는 16일(토요일)오후 3시부터 시작된다.

사진에 대한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니,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

이광수 “따마스“사진집 (눈빛출판사 : 240면, 양장 : 가격 4만원)

 

시간이 되지 않는 분은 '눈빛'에서 출간된 “따마스”사진집을 구해 보셔도 된다.

 

전시가 끝나는 일요일까지 작가가 전시장을 지키니 많은 관람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이광수의 “따마스“사진집 (눈빛출판사 : 240면, 양장 : 가격 4만원)

 

부산 이광수씨가 마련한 자리가 지난 28일 오후 갤러리 브레송에서 있었다.

 

마침 그날이 아산 전시가 쉬는 날이라 전날 밤 올라와 동자동에서 점심때가 되도록 퍼져 잤다.

아침을 겸한 점심을 먹은 후, 모처럼 컴퓨터를 끼고 노닥거릴 수 있었다.

 

팔 년 넘도록 쪽방 생활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쪽방 환경에 길들어 버렸다.

왠지 밀폐된 좁은 공간이 마음 편한 것이다.

 

네 시 무렵에야 녹번동에 들려 정영신 동지를 태워 충무로로 갔더니,

약속 장소인 갤러리 브레송에는 이광수 교수를 비롯하여 김남진 관장, 김문호, 김영호,

고정남, 이세연씨 등 여섯 분이 있었고, 전시장에는 김미경씨의 타자의 숲이 전시되고 있었다.

 

다들 충무로 김삼보 집으로 옮겨 갔으나, 술을 마실 수 없어 입맛만 다셔야 했다

 

그날 모임은 이광수씨가 새로 나온 따마스사진집을 선물하며 전시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본인은 책으로 보여주면 되지 굳이 전시할 필요가 없다고 했으나,

한다면 기존 전시 방법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사진을 바닥에 깔거나 빨래 줄에 거는 식으로 펼치는 방법에서,

악의 소굴처럼 어두침침한 터널식으로 전개해 관람자의 시선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그 문제는 김남진 관장이 효과적으로 설치하리라 생각되었다.

 

그날 나누어 준 인간은 악이라는 따마스사진집은 인간의 본질을 고민하는 인문학자가

사진으로 서술한 인간 속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열두 편으로 나눈 사진집은 사진으로 만든 문학이나 마찬가지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어 몇 번이나 다시 보게 만들었다.

 

보는 이마다 해석하는 바가 다르겠으나,

어둡고 붉은색이 강한 다양한 이미지에서 인간의 본성인 이글거리는 욕망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인은 물론 타 분야 예술가를 비롯한 사진에 관심 있는 모든 분 들이 보아야 할 사진집이었다.

 

사진으로 말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지만,

사진적 지식 보다 찍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집이기 때문이다.

 

사진, 글 / 조문호

 

고정남촬영

 

브레송 기획전,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아홉 번째 작가인 강제욱지난 21갤러리 브레송에서 개막되었다.

 

김남진 관장이 기획한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우리 시대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해 8월 양승우씨를 그 첫 번째 사진가로 내세우며 시작되었다.

 

사진비평가 이광수 교수가 작가론을 쓴 본 기획전에는 양승우씨를 비롯하여

강재구, 김동진, 김은주, 서준영, 최치권, 모지웅, 박찬호, 강제욱씨 등 모두 아홉 명이 선정되었다.

매월 한 차례씩 한 작가의 지난 사진에서 부터 현재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체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시대의 목격자로서 인간 중심의 기본적인 정신을 계승하며 사회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불합리와 모순에 분노할 줄 아는 사진가에 초점을 맞췄다.

 

마지막 작가로 참여한 강제욱씨는 ‘The Lost Land’, ’‘민국(民國) 100’, ‘The Wall’, ‘The Planet’, ‘Thinguniverse’

20여 년 동안의 작업을 주제별로 보여주었다.

 

사진가 김영호씨의 사회로 시작된 강제욱개막식에는 부산에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의 사진에 대한 비평이 있었다.

 

강제욱은 역사를 우주의 시간 속에서 찾는다. 이성과 논리가 아닌 우연과 감성의 시간 속에서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 버린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역사를 사진의 시간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명쾌한 이교수의 강의는 귀머거리에 가까운 내 귀에도 속속 들어왔다.

 

강의가 끝날 무렵, 사진가 김문호씨가 이번 기획전에 대한 전체 평가를 물었더니,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을 점검할 좋은 기회였다며, 사진이 너무 자극적이고 독한 사진이 많았다고 한다.

관객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변사가 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바탕 웃고 넘어갔으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밋밋한 화면에 변화를 주어 시선을 끌기 위한 방법이겠으나,

마치 유행처럼 너도 나도 어둡고 자극적인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만의 어법에 고민하며, 진정성 있는 접근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이어 강제욱 작가가 나와 작업에 대한 과정과 앞으로의 지향점을 들려주었고, 기획전을 마무리하는 김남진 관장의 소회도 들었다.

 

아무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기획전은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사진의 얼개를 살펴볼 수 있는 장이었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두루 돌아보는 좋은 전시였다.

내 눈에는 첫 전시였던 양승우론과 두번째 강재구론, 그리고 마지막 전시인 강제욱론이 인상적이었다.

이 전시는 430일까지 이어진다.

 

김남진 관장의 노고야 말할 것도 없지만, 시종일관 작가론을 써가며 먼 길을 오간 이광수 교수의 노고와 열의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사진계에 보석 같은 존재다.

 

지난 2016년에는 매달 두 차례씩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국내 주요 사진가를 인터뷰하여 작가론을 쓰고 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듬해 결과물로 한국현대사진가 열두 명의 작가론을 묶은 카메라는 칼이다눈빛출판사에 펴내기도 했다.

 

카메라는 칼이다1부는 시대와 시간을 기록하다로 강정효, 권 철, 신동필, 최영진이 참여했고,

2사람과 역사를 바라보다는 김문호, 김보섭, 문진우, 이재갑, 이영욱, 조문호가,

3부인 파인아트 에는 고정남, 이수철의 사진을 논했다.

 

그 외에도 인도 사진가 일곱 명과 최민식선생을 비롯한 한영수, 김기찬, 이주용, 이재갑, 노순택, 조문호 등

국내 사진가 일곱 명의 논문을 마무리하여, 곧 두 권의 논문집도 출판한단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제대로 된 국내 사진가론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진학자들이 잘 알려진 외국 사진가들만 반복해가며 짜깁기하지만,

정작 국내 사진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광수씨는 부산외국어대학에서 인도사를 연구하는 교수로 정년을 일 년 가까이 남겨두고 있다.

전공인 인도사는 물론 정치평론에서 사진 비평에 이르기까지 팔방미인인데,

사진으로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진 비평에 힘을 쏟고 있다.

그의 그침 없는 바른 말에 주눅 들어, 이단아처럼 기피 하는 기득권 세력도 있다.

끼리끼리 사진판을 좌지우지해 온 그 자들의 짓거리가 더 웃긴다.

 

강제욱론 전시 개막식에 함께한 사진가는 김문호씨를 비롯하여 이윤기, 정영신, 김영호, 정윤배, 나인석,

김동진, 서준영, 모지웅, 최치권, 오철민, 고옥룡씨 등 많은 분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이광수씨는 인도사 유튜브 강의 동영상을 찍기 위해 일찍부터 왔다는데, 일이 끝난 후 나에게 페북 메시지를 보내왔으나, 또 뒷북을 쳤다.

페북은 컴퓨터에서만 볼 수 있어 밖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뒤풀이는 충무로 김삼보에서 했는데, 모처럼 반갑고 즐거운 술자리가 되었다.

이교주의 통쾌한 구라에 술이 술술 넘어갔다.

 

술자리에서 최민식선생 아카이빙을 위한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 주었다.

모처럼 최민식 선생의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번에 마무리한 내 사진 논문은 철학자 니체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했다.

니체라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거나 신은 죽었다정도밖에 모를 정도로 무식한데, 어떻게 관련 있는지 공부 좀 해야겠다.

무려 2년에 걸쳐 논문을 썼다는데, 이 원수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밤 열시 무렵에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몇몇은 맥주집으로 이차를 간단다.

매번 아무런 대가도 없이 먼 길을 달려와 애쓰시는 모습이 너무 고맙고, 안 서러웠다.

 

술이 취해 집으로 돌아와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열어보니, 페북에 이광수씨의 글이 올라왔다.

부산 가면서 취중에 올린 글 걑은데, “진짜 내가 오래살아야 한다.”란 열한 자가 적혀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맞는 말이다. 그가 없으면 한국 사진의 미래는 없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조문호

 

 

[2023.4.22작성]

 

브레송 기획전,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아홉 번째 강제욱이 지난 21갤러리 브레송에서 개막되었다.

 

김남진 관장이 기획한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우리 시대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해  8월 양승우씨를 그 첫 번째 사진가로 내세우며 시작되었다.

 

사진비평가 이광수 교수가 작가론을 쓴 본 기획전에는 양승우씨를 비롯하여 강재구, 김동진, 김은주, 서준영, 최치권, 모지웅, 박찬호, 강제욱씨 등 모두 아홉 명이 선정되었다. 매월 한 차례씩 한 작가의 지난 사진에서 부터 현재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체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시대의 목격자로서 인간 중심이라는 기본적인 정신을 계승하며 사회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불합리와 모순에 분노할 줄 아는 사진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지막 작가로 참여한 강제욱씨는 ‘The Lost Land’, ’‘민국(民國) 100’, ‘The Wall’,  ‘The Planet’, ‘Thinguniverse’ 20여 년 동안의 작업을 주제별로 보여주었다.

 

사진가 김영호씨의 사회로 시작된 강제욱개막식에는 부산에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의 시원한 사진비평이 있었다.

 

강제욱은 역사를 우주의 시간 속에서 찾는다. 이성과 논리가 아닌 우연과 감성의 시간 속에서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 버린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역사를 사진의 시간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명쾌한 이교수의 강의는 귀머거리에 가까운 내 귀에도 속속 들어왔다.

 

강의가 끝날 무렵, 사진가 김문호씨가 이번 기획전에 대한 전체 평가를 물었더니,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을 점검할 좋은 기회였다며,

사진이 너무 자극적이고 독한 사진이 많았다고 한다. 관객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변사가 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바탕 웃고 넘어갔으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밋밋한 화면에 변화를 주어 시선을 끌기 위한 방법이겠으나, 마치 유행처럼 너도 나도 어둡고 자극적인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만의 어법에 고민하며, 진정성 있는 접근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이어 강제욱 작가가 작업에 대한 과정과 앞으로의 지향점을 들려주었고, 기획전을 마무리하는 김남진 관장의 소회도 들었다.

 

아무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기획전은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사진의 얼개를 살펴볼 수 있는 장이었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두루 돌아보는 좋은 전시였다.

내가 보기로는 첫 전시였던 양승우론과 두번째 강재구론, 그리고 마지막 전시인 강제욱론이 인상적이었다. 

이 전시는 4월30일까지 열리니, 시간나면 한 번 가보시라.

 

전시를 추진한 김남진 관장의 노고야 말할 것도 없지만, 시종일관 작가론을 써가며 먼 길을 오간  이광수 교수의 노고와 열의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열정적인 분으로 우리나라 사진계에 보석 같은 존재다.

 

지난 2016년에는 매달 두 차례씩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국내 주요 사진가를 인터뷰하여 작가론을 쓰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듬해 결과물로 한국현대사진가 열두 명의 작가론을 묶은 카메라는 칼이다눈빛출판사에 펴내기도 했다.

 

카메라는 칼이다1부는 시대와 시간을 기록하다로 강정효, 권 철, 신동필, 최영진이 참여했고, 2사람과 역사를 바라보다는 김문호, 김보섭, 문진우, 이재갑, 이영욱, 조문호가, 3부인 파인아트 에는 고정남, 이수철의 사진을 논했다.

 

그 외에도 인도 사진가 일곱 명과 최민식선생을 비롯한 한영수, 김기찬, 이주용, 이재갑, 노순택, 조문호 등 국내 사진가 일곱 명의 논문을 마무리하여, 곧 두 권의 논문집도 출판한단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제대로 된 국내 사진가론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진학자들이 잘 알려진 외국 사진가들만 반복해가며 짜깁기하지만, 정작 국내 사진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대주의에 빠지지 않았다면, 밑천이 짧아 그런걸까?

 

이광수씨는 부산외국어대학에서 인도사를 연구하는 교수로 정년을 일 년 가까이 남겨두고 있다. 전공인 인도사는 물론 정치평론에서 사진 비평에 이르기까지 팔방미인인데, 사진으로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진 비평에 힘을 쏟고 있다.

그의 그침 없는 바른 말에 주눅 들어, 이단아처럼 기피하는 기득권 세력도 있다. 끼리끼리 사진판을 좌지우지해 온 그 자들의 짓거리가 더 웃긴다.

 

강제욱론 전시 개막식에 함께한 사진가는 김문호씨를 비롯하여 이윤기, 정영신, 김영호, 정윤배, 나인석, 김동진, 서준영, 모지웅, 최치권, 오철민, 고옥룡씨 등 많은 분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이광수씨는 인도사 유튜브 강의 동영상을 찍기 위해 일찍부터 왔다는데, 일이 끝난 후 나에게 페북 메시지를 보내왔으나, 또 뒷북을 쳤다.

페북은 컴퓨터에서만 볼 수 있어 밖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뒤풀이는 충무로 김삼보에서 했는데, 모처럼 반갑고 즐거운 술자리가 되었다.

이교주의 통쾌한 구라에 술이 술술 넘어갔다.

 

술자리에서 최민식선생 아카이빙을 위한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 주었다.

모처럼 최민식 선생의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번에 마무리한 내 사진 논문은 철학자 니체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했다.

니체라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거나 신은 죽었다정도밖에 모를 정도로 무식한데,

어떻게 관련 있는지 공부 좀 해야겠다.

무려 2년에 걸쳐 논문을 썼다는데, 이 원수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밤 열시 무렵에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몇몇은 맥주집으로 이차를 간단다.

매번 아무런 대가도 없이 먼 길을 달려와 애쓰시는 모습이 너무 고맙고, 안 서러웠다.

 

술이 취해 집으로 돌아와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열어보니, 페북에 글이 올라왔다.

부산 가면서 취중에 올린 글 걑은데, 진짜 내가 오래 살아야 한다.”란 열한 자가 적혀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맞는 말이다. 그가 없으면 한국 사진의 미래는 없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낯선 도심 풍경을 사냥한 '도시 산책'전을 보러 갔다.

주인공이 누군지도 모른 채, 정 동지에 끌려 간 사진전에는

박순규, 이완순, 이한규씨 등 세 분이 참여하고 있었다.

 

갤러리 브레송에는 전시작가 외에도 김남진관장, 곽명우, 박설미, 김창주씨 등

아는 사진가들이 여러 명 있었는데, 전시작가 중 아는 분은 박순규씨 뿐이었다.

대전 사는 박순규씨는 마음씨 고운 아낙인 줄만 알았는데, 사진을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다들 산책을 하다 건물에 비치거나 겹쳐진 도심 풍경들을 찍었는데,

어쩌면 세 사람이 작정이나 한 것처럼, 찍은 사진들이 대개 비슷했다.

사람마다 감성도 다르지만 도시를 걷는 감상도 다를 텐데, 다들 문명 비판적 시각이었다.

산책하다 만난 자연도 있을 것이고, 사람도 있을 텐데 말이다.

 

, 산책이라는 말만 들어도 질색하는 사람이다.

다리가 아파 조금만 걸어도 그다음 날 자리에 드러눕는 체질이다.

그러나 덜덜거리는 고물차를 휠체어처럼 끌고 어디든 찾아다닌다.

예전엔 사랑 없인 못 살았으나, 지금은 차 없으면 못사는 로봇이 된 지 오래다.

 

폐품이 되어버린 내 눈에 들어오는 도시 풍경도 변질되어 괴기하게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나 다 그렇지만, 특히 사진가들은 철저히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외눈박이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운전하다 보이는 도심 풍경도, 걸어가다 보이는 거리풍경도 모두 절망적인 것들만 눈에 들어온다.

전신주 위에 이리저리 뻗어나간 전선 뭉치나,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같은 부정적인 것에 더 눈길이 간다.

 

문명 비판적인 생각이 작용한 건지, 아니면 부정적인 심성이 작용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사진가의 잠재된 의식에 의해 현실을 보는 사실은 틀림없다.

 

그러나 전시된 사진은 마치 누구의 지령에 따른 것처럼 천편일률적이었다.

 

화려한 도시에 가려진 인간의 고독과 상실감을 말하고 있으나, 시각적 미감에 중점을 두었다.

 

욕심 같아서는 산책하다 만난 사람에서 느끼는 온기나 자연에 따른 안온한 느낌의 각기 다른 시선이었더라면,

도시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약이 될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전시작들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작가 마다의 개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위적인 사진이나 일률적인 시각보다 작가의 마음이 담긴 진정성 있는 접근이,

좋은 사진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봄비가 보슬보슬 내려 술 생각이 간절한 저녁이었다.

차 때문에 소주 한 잔으로 달래는 뒤풀이지만, 반가운 분들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는 도시 산책사진전은 오는 15알까지 열린다.

 

사진, / 조문호

 

 

'갤러리 브레송' 기획전1

 

우리 시대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사진의 시원이자 근원을 이루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은 끊임없이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고 사회의 담론을 만들어 왔다. ‘Look Back in Anger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는 일찍이 영국 극작가 오즈번이 기성 사회의 위선과 물질문명 속에서 인간 부재와 상오 소통의 단절을 지적했듯이 시대의 목격자로서, 기록자로서 인간 중심이라는 기본적인 정신을 계승하면서 사회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불합리와 모순에 분노할 줄 아는 작가에 주목하고자 한다.[전시 기획자/ 김남진]

 

김문호의 豊裏眞景(풍리진경)’ 사진전이 지난 15일 전북도립미술서울관“(인사아트6)에서 시작되었다.

전시와 함께 '눈빛출판사'에서 풍리진경 사진집도 나왔다.

 

'풍리진경' 김문호 사진집 표지 / 눈빛출판사 / 160페이지 양장 / 가격 35,000원

 

사진집 제목으로 내 건 豊裏眞景이란 뭘까?

사진집에 작가 노트는 물론 촬영장소나 날자 등 아무런 정보가 없다,

나름의 독해력을 요구하는 불친절함은 있지만,

고주알 메주알 변명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보다 백배 낮다.

 

풍리진경이란 풍요로움 속의 이면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나,

풍요로운 현대 문명을 누리는 감춰진 그 속에 진짜 경치가 있다는 것이다.

죽음으로 다가가는 디스토피아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가 채집한 잿빛 살풍경은 생각의 늪으로 끌어들인다.

시멘트로 뒤덮인 아파트나 산업현장의 침울한 이미지가 마치 멸망의 묵시록으로 다가왔다.

아파트 건물 사이로 내려앉는 태양은 지구의 종말을 예고하는 장엄한 서사같았다.

 

편리한 것만 좋아하는 인간의 욕망이 불러낸 눈앞의 현실이다.

작가는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로 황폐화되어가는 환경을 추적하며, 인간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이번 '풍리진경'에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혹시 인간 멸종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하기야! 몸은 살아 남았지만, 인간성이 파괴된 지는 오래다.

그의 작업은 피폐한 문명에 앞서,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실에 더 주목한 것 같다.

 

사진가 김문호는 40년 넘게 인간과 문명에 천착하며 작업 해 왔다.

그의 사진 작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명비판이다,

한때 찍었던 초상 사진이 인간에 대한 애정의 눈길이었다면

온더 로드는 인간이 만든 문명에 대한 사유로 넓혀졌고,

그 사유는 대상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되었다,

그다음에 보여 준 ‘Shadow’ 성시점경에서 더 구체화되었다.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객관성을 주관적으로 바꾼 대표적 사진가다.

김문호의 관심적 대상은 무엇을 찍느냐가 아니고, 사실을 어떻게 사유하느냐다.

그가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정신이다.

이미지를 포착하는 결정적 순간이나 미학적 형상성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정신이라는 것이다.

 

 풍리진경 사집집 서문 말미에 쓴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의 글이다.

 

사진가 김문호는 무슨 연유에선지는 모르겠으나, 도시의 풍요로움, 자본주의의 발전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에는 분명 여러 고정점이 있을 것이다. 그 고정점들을 중심으로 그는 시간의 변화와 역사의 흐름을 풍요로움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본 것이다. 그 풍요로움 속은 무엇일까? 인간관계의 상실일 수도 있고, 잃어버린 고향일 수도 있고, 정겨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의 이런 생각을 나누던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간다고, 결국, 사람들은 릭셔리한 외제 차를 타고 질주하지만, 그것은 이미 다 깨져버린 껍데기일 뿐이라고, 그러니 작가 보기에 그들이 가는 곳은 결국 시멘트 덩어리 숲이고, 그 덩어리 너머로 붉은 해만 떨어질 뿐인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되새김하면서 현재를 보지만 결국, 미래를 보는 것이다. 과거를 보니 현재 서 있는 위치가 보이고, 결국, 미래가 보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진가 김문호의 풍리진경은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찬란한 유토피아가 아니고, 스산한 디스토피아의 미래. 발전으로 여기지만, 사력을 다해 죽음으로 퇴보하는 저 휘황찬란한 물질문명의 미래 말이다

 

전시는 20(월요일)까지다.

 

사진,  / 조문호

 

 

 

 

 

포토마가 주최하는 제2FNK PHOTOGRAPHY AWARD 순수부문 수상자 초대전인

손은영의 밤의 집2’가 지난 12일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개막되었다.

 

오후 여섯시에 시상식이 있다기에 사람들을 피해 한 시간이나 빨리 갔는데,

일찍부터 사진가들이 여럿 와 있었다.

 

작가 손은영을 비롯하여 주최측인 '포토마' 하춘근대표, '갤러리 브레송' 김남진관장,

사진가 엄상빈, 정영신, 김영호, 곽명우씨 정도는 알겠는데,

다들 마스크 때문에 잘 모르겠더라.

 

빨리 빠져 나오려고 사진부터 돌아보았는데,

지난 번 보여 준 밤의 집보다 좀 더 정형화 된 것 같았다.

 

어둠이 깃든 집의 구조가 마치 집들의 초상사진처럼 존재를 드러냈다.

이전에는 어렴풋이나마 집에서 인적, 즉 사람의 체취가 감지되었으나,

이번에는 자로 잰 듯 수평과 수직으로 그려 진 구조물이

독특한 저마다의 색깔에 의해 마치 무대세트처럼 다가왔다.

 

의도된 작위였다.

점점 각박해지고 규격화되어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촬영할 때부터 모든 것이 계산되어 있었다.

마땅한 집을 찾아내어 화면 구성에서 색조에 이르기까지...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받은 손은영씨, (손은영씨 페북에서 옮겼다)

촬영 후 후보정을 통해 또 다른 분위기의 집으로 바꾼 것이다.

사진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다시 말해 기록의 예술에서 표현의 예술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번에 발행된 손은영의 '밤 의집2' 사진집 표지 (손은영씨 페북에서 옮겼다)

우리전통가옥은 초가 능선처럼 어딘가 곡선이 있으나

서구의 건축들은 대개 직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령 같은 수직의 아파트가 점령한 현실에서 본 집의 형태는

옛날 달동네 집이나 마찬가지다.

 

포근한 인간의 정서가 풍기는 달동네를 대신하여

경제성장으로 발전한 삭막한 오늘의 달동네인 것이다.

시대성이 담긴 주택사의 한 단면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적인 기록의 가치보다

작가의 주관에 따라 예술사진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 예술사진 또한 시대적 달동네를 조명하는 기록의 한 축이기도 하겠다.

 

작가는 오랜 나날을 밤에는 찍고 낯에는 후보정하며 올빼미처럼 작업했다.

다시 말해 밤에는 사진 찍고 낯에는 그림을 그린 것이다.

색의 조화는 물론 창에 백열등 불빛을 삽입하는 등 미적 요소까지 끌어들였다.

 

사진들은 도식적이면서도 서정적이었다.

도식적인 형태가 정형화되긴 했으나

포근한 색감과 직선의 미가 어울려 관능적으로 다가왔다.

 

사진 속은 잠잠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 날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에 대한 작가의 감수성과 조형감각이 돋보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듯, 21일까지 열리니 구경 한 번 하시라.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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