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여주장터 다녀오는 길에 수원 화성에 들렸다.

‘사진공간 움’을 운영하는 홍채원 관장과 정영신 동지가 만나는 자리에 따라갔다.

네비 지시 따라 수원화성 창룡문 동일치 부근에 갔더니 ‘이백’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수원화성 앞에 이런 멋진 사진전문 갤러리 카페가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문 연지가 일 년이 되었다는데, 사진만 좋아하지 우물 안 개구리인 셈이다.

그 흔한 사진잡지 한 권 보지 않으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사진가 홍채원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는데, 이백 카페의 실내장식이 독특했다.

전시장에서는 레나의 ‘멀리 나아가는 평행선들의 집합’이라는 제목의 사진전이었는데,

상상을 초월한 전시가 통념을 뒤집은 공간에서 열리고 있었다.

 

사진전 보다 카페 실내공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요즘 집 지을 생각에 부쩍 실내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다.

카페 장식이 도예가 공방이나 개인전처럼 보였는데, 사진 전시공간과의 분명한 구분이 필요했다.

 

사진전은 작가 스스로의 감정을 쏟아 낸 전시였다.

성의 정체성 등 약자의 울분을 갖가지 방법으로 표출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사진을 기반으로 한 설치나 비주얼 아티스트였다.

 

인형의 머리, 물감과 알약이 범벅된 마네킹 사진, 휴지를 찍은 희멀건 사진 등 대개가 낯설었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알지만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불편한 현실을 보여주는 전시라 그런지 작품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의도한 불편이었다. 작가를 만난 적은 없으나 사회적 문제점을 자신만의 어법으로 고발하는 작가정신이 돋보였다..

 

홍채원관장 이야기로는 후암동 ‘KP갤러리’에서도 전시를 한 적이 있다는데, 어떤 전시였을까?

그 곳에서 열리는 전시는 대부분 보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작품이라면 이주용씨를 비롯한 세 작가가 참여했던 “충돌하는 이미지”에서 보여 준 이진경의 자학적인 검정비닐 초상사진 뿐이다.

 

욕망이 만들어 낸 고통 받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했는데, 아마 이름만 다르지 같은 작가인 것 같았다.

 

그런데, 레나의 전시는 25일까지 열리는데, 갑작스런 코로나 자가 격리에 걸려 꾸물대다 포스팅이 늦어졌다.

그리고 촉박한 일정에 수락하지 않아 다행이지 다음 전시에 정영신씨가 하게되었다면 어쩔 뻔 했나? 꼼짝도 할 수 없는 형편인데...

 

‘사진공간 옴’의 다음 전시는 홍채원씨 전시로 결정된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일지 기다려진다.

그 곳에 놓인 홍채원씨 사진 한 점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에서 김장하는 풍경을 부감으로 찍었는데,

공중을 쳐다보며 손을 치켜든 어린이 모습이 무슨 절규처럼 다가왔다.

 

언제 개막될지 정확한 날자는 모르지만, 다들 기대하시라.

 ‘홍채원 사진전, 개봉박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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