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풍경’이 인디프레스서 2월 28일까지 열려...





사진가 양승우의 사진을 보면 온 몸의 피가 뜨거워지는 야만의 본성이 꿈틀거린다.

어떻게 저런 도발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지, 부러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그의 사진에는 폭력적이면서도 끈적끈적한 인간애가 도사리고 있다.

그건 밖에서 쳐다 본 시선이 아니라 그 속에 파묻혀 찍었기 때문일 것이다.

폭력과 향락이 난무하는 장면에서 인간애를 느낀다는 것은 작가의 동료애에 비롯된 것이다.

아무도 할 수 없는 주먹의 세계를 기록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들과의 동료의식이다.

그리고 예리한 직관으로 잡아내는 장면 장면들은 금방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선마냥 팔딱거린다.

전시 제목이 ‘그 날 풍경’이지만, 살아 꿈틀대는 ‘날 풍경’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양승우는 고향인 정읍에서 동네 친구들과 ‘건달’ 생활을 하다 서른 즈음에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공예대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막일을 전전하며 자연스럽게 야쿠자와 노숙인 속으로 들어가서 그만의 작업을 해낸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두 번의 전시를 가져 신선한 충격을 준바 있었다.

친구였던 우리나라 조폭의 모습을 가감하게 드러낸 ‘청춘 길일’은 인간의 욕망이 꿈틀거리게 했다.

두 번째 보여준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는 일본인 아내인 사진가 ‘히사쓰카 마오’와의 생활상을 서로 찍은 사진인데,

봄날의 연분홍 사랑 같은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전혀 다른 내용의 신선감도 있었지만, 그 정겨움 속에도 그만의 야성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지난 1월 26일부터 열린 양승우의 ‘그 날 풍경’ 기획전은 일본 사진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도몬켄(土門拳) 사진상’ 수상을 기념해 마련되었다.

지난해 4월 수상 이후 도쿄, 오사카, 야마가타를 돌며 기념전을 가진 바 있으나,

정작 수상작을 우리나라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 미술평론가 황정수씨의 기획으로 추진되었다.


‘도몬켄 사진상’은 1981년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사가 사진가인 ‘도몬켄’을 기려 제정한 상으로

지금까지 37회 수상자를 배출했고, 외국인으로서는 양승우씨가 처음이다.

이번에 보여주는 ‘그날 풍경’전은 수상작인 '신주쿠 미아'를 비롯하여 지난 번 선보인바 있는 ‘청춘길일’ 등 모두 80점을 내 놓았다.






'신주쿠 미아'는 도쿄 환락가의 날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다.
신주쿠 가부키초 야쿠자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그들을 진압하는 경찰에서 부터 취객이나 거리의 노숙자 등

하층민들의 일상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화려하게 장식한 문신을 드러내놓은 사진 한 장은 마치 인간의 욕망을 조롱하는 듯 했다.

권력과 돈을 무기로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자들이 득실대는 세상을 향해 비웃고 있었다.

그들의 욕망에 비한다면 인간적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본래부터 욕망의 본성을 타고 났다.

잠재된 욕망을 억제하고 살 뿐이지 몸속에는 섹스와 폭력 같은 향락적 욕망은 물론 다양한 욕망이 숨겨져 있다.

그 숨겨진 실체를 사진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양승우의 사진이다. 친근하면서도 그 낯 선 풍경을...






미술평론가 황정수 씨는 "양승우의 사진은 연출이나 기획이란 개념보다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기록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인다"면서 "순간의 움직임을 잡아내지만, 생생한 현장의 움직임이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 있다"고 평한다.

그의 폭력적이고 도발적인 사진을 보면 무언가 불안해야 되는데도 오히려 편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

나를 닮아 가장 편하기 때문’에 음지를 촬영 한다는 양승우씨의 말처럼,

작업이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하게 해야 보는 사람도 편하게 보일 것이다.
오래전 양승우씨의 사진을 본 이태호교수의 말이 문득 생각난다.


“고급스런 하위문화가 넘쳐나는 세상에 저질스런 고급문화를 본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종로구 통의동 ‘인디프레스’에서 열린다.
(문의 ☎ 070-8917-5113. 010-7397-8498)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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