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 3년사' 눈빛출판사 / 680쪽. 3만3천원



일제로부터 해방된 3년간의 역사를 사진으로 조명한 '미군정 3년사'가 '눈빛출판사'에서 나왔다.

미군정’기라 불리는 3년을 직접 겪지는 못했으나,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때로 기억되는 안타까운 시기였다.



총독부 앞 국기계양대에서 일장기를 내리는 미군들 1949,9



이번에 발간한 '미군정 3년사'를 펼쳐보며, 경악스러움과 함께 힘없는 민족의 아픔을 절감하였다.

그 사진 한 장 한 장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지, 보고 또 보며 쉽게 눈을 땔 수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보석 같은 역사적 기록을 정부에서 찾아 낸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에 의해 찾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3,1절 보고대회를 마친 철원 여중학생들의 축하행렬 1947, 3



소설가이자 역사저술가인 박 도씨와 박유종씨가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찾아가

먼지 뒤집힌 기록물에서 하나하나 찾아낸 사진들이다.

그 외에도 '눈빛출판사'가 소장하고 있는 1948년 서울에서 찍힌 컬러사진 20점과

이경모, 성낙인, 김한용,.임응식, 구왕삼씨 등 원로사진가들이 찍은 기록사진들을 모아 집대성한 것이다.

 


식량난으로 굶주린 사람들이 쌀배급소를 약탈하려고 몰려들자 미 헌병들이 제지하고 있다



카메라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라 대개의 역사적인 장면은 미군들이 기록한 사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때로는 구술 자료로 시대상을 분석하며, 가능한 정치적 색깔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점도 돋보였다.

해방과 정부수립까지의 일들을 사진과 연표로 정리하고 분석하여, 일천한 한국근현대사 증언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독립문 건립52주년 기념식장에서 연설하는 김규식박사 1947,11


책에는 조선총독부 건물 앞에 걸린 깃발이 일장기에서 성조기로 바뀌는 장면에서 부터

미군이 인력거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보는 모습 등 진귀한 사진이 많다.

원폭이 투하된 나가사끼와 히로시마의 항공사진, 이승만과 김일성의 젊은 모습의 사진,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 활동, 남한의 정부 수립, 북한 인민위원회 선거 등 모두가 처음보는 사진이다.

그리고 미군들이 북한에서 노획한 문서 속에서 발견되었다는 '북조선 민주주의 건설 사진첩'에서도 많은 사진들이 나왔다.

얼마나 기록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구질구질한 것 조차 싹쓸이한 점령국의 약탈이 얄밉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존경스러웠다. 그 진귀한 사진들을 어렵사리 찾아 내어 책으로 펴낸 것이다.



무기를 넘겨주려 미군의 호위 속에 이동하는 일본군 1945, 9



잃어버린 역사로 불리는 미군정기 3년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처럼 절름발이 역사교육이었기에,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더 소중할 수 밖에 없다.

더 분통 터지는 일은 미군정에서 일본에 빌붙어 반역을 저지른 군인과 관리는 물론 말단직까지 그대로 기용해

부끄러운 역사가 청산되지 않고 반복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정희가 아니던가.



동생을 업고 사과를 파는 소녀 1947,10



새로히 발견된 사진 외에도 당시에 발생한 사건을 정치·행정, 사회·경제, 문화·생활, 북한 등으로 나눠 월별로 실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회오리바람처럼 급박하게 분단으로 치닫게 한 미군정의 과오를 하나 하나 살펴볼 수 있었는데,

병주고 약주며 그들의 실속만 차리는 가증스러운 미국의 짓거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는 "미군정 3년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함축된 시기로,

정부 수립 70주년을 앞두고 이 시기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인천을 통해 처음 진주한 미7사단 17보병연대 장병들 1949,9



"해방 후 미관말직에라도 오른 관리들은 여전히 백성위에 군림하며 수탈에 여념이 없었고, 

미욱한 백성들은 정의감이 무뎌진 채 나라의 미래보다 내 땅이나 집값 오르는 데에 한눈을 팔고 살아 온 감이 없지 않다.

나는 이책을 통하여 지난 날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라의 백성들이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성들이 나라의 역량을 키워야 진정한 자주독립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정의롭지 않고 경천애민(敬天愛民)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고,

외세의 지배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고 책을 엮은 박도씨가 후기에서 말했다.



서울 거리에서 1948



‘미군정 3년사’출판과 함께 28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린 ‘1948년 서울 겨울’ 사진전에는

책에 수록되어 있는 ‘눈빛아카이브’ 사진인, 서울의 생활상을 담은 컬러사진 20점이 전시되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겨운 사진이라,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서울의 새댁 1948



지난 20일 오후4시부터 '류가헌' 2층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 '나의 책을 말한다'에는

심한 감기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박도선생을 비롯하여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

전민조, 김보섭, 엄상빈, 박종우, 이한구, 정영신, 이재갑, 진천규, 김원씨 등 많은 사진가들이 자리하였다.


사진, 글 / 조문호



아래 사진은 저자와의 대화와 뒤풀이에서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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