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조성기의 초창기 사진이 긴 잠에서 깨어나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학생때, 방학을 이용해 지리산 산골에 들어가, 한 우체부를 대상으로 기록한 사진이

눈빛사진가선 ‘우편집배원 최씨’란 사진집으로 나오며, 뒤늦게 조명 받은 것이다.





지난 18일 오후, 충무로 '반도갤러리'에서 열리는 ‘집배원과 산골사람들’ 사진전을 찾아보았다.

마침, 무의도를 예술 섬으로 만들기 위해 긴 세월 애쓰는 무의도 촌장 정중근씨와

‘예당국악원’ 원장인 소리꾼 조수빈씨와 연락이 다아 함께 간 것이다.

다행히 사진가 조성기씨가 자리에 있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암실에서 프린트한 오리지널 프린트 40점이 나란히 걸려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정겨웠다.

한 우체부의 삶을 통해 산골마을 사람들의 삶을 골고루 조명하고 있었는데,

심심산골의 소박한 정취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비록 지리산 산골의 한정된 기록이지만, 이는 한 개인과 지역을 통해 인간 본연의 삶을 조망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면, 잘 찍거나 못 찍거나 사진가의 기량은 부차적인 문제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작가 의도만 분명하다면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가치는 더 빛나게 된다.

조성기 사진 역시 와인처럼 오랜 세월의 숙성을 거쳐 나왔으니,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만약, 그 당시 아름다운 풍경이나 찍었다면, 한 낱 쓰레기에 불과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 아는 이야기 해보았자 잔소리에 불과한 것을 알면서도 지껄이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사진의 진정한 가치를 잘 모르는 분들의, 안타까운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그 날 전시장에 함께 간 명창 조수빈씨가 사진을 둘러 보더니,

아득하게 먼 어린시절이 떠올라 즉흥적으로 부른 노래는 바로 조수빈표 ‘정선아리랑’이었다.

정선에 살며 숱하게 듣는 ‘정선아리랑’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노래다.

본래의 노래가 한에 메였다면, 그 한을 추억으로 이끈다. 그보다 더 좋은 축가는 없을 듯싶다.
뒷 날 당시 주인공이었던, 최동호씨가 전시장에 온다지만, 시간이 없어 뵐 수는 없었다.





마침 인터뷰하러 온 정영신씨를 만나 정중근, 조수빈씨와 함께

충무로 복집에 들어 가 시원한 국물을 안주삼아 소주 한 잔 했다.


술을 마시면서도 머리에 떠나지 않는 것은, 추억에만 메여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눈앞에 너무 가슴아픈 처절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쪽발이 말이지만, 이제 그만 오사마리하고 싶다.






그리고, 내일이면 전시가 끝나는 날이라 사진전을 보기도 바쁘고, 추워 외출하기도 힘드니,

눈빛아카이브에서 나온 '우편집배원 최씨' 사진집을 구입해 보시라.

만 이천원 밖에 하지 않으니, 인터넷으로 구입해 두고두고 보세요.

한 번 보고 잊을 추억은 아닌 것 같다.

행여 손해 보았다고 생각되면 저에게 돌려주십시오. 기꺼이 받겠습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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