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날 24일 정오 무렵, 그랜드 하얏트 호텔 (2층 낙산홀)에서

박정숙씨 아들 최용석 군과 조정호, 김순화씨 딸 조은겸 양이 결혼식을 올렸다.

 

사랑스러운 막내 조카 은겸이가 추석을 앞두고 시집을 간 것이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너무 좋아 춤을 너울너울 추셨을 거다.

막내 손녀로 태어 나 어머니 사랑을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사랑을 많이 받아 그런지, 수많은 조카 중에 은겸이 처럼 인정 많고 착한 조카는 없다.

멀고도 먼 정선 만지산 할머니 묘소에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꽃을 사 들고 찾아왔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는 전시회는 어떻게 알았는지 매번 찾아온다.

 

지난달 인사동에서 열린 정영신의 혼자 가본 장항선 장터 길전시에는

결혼할 최용석 군을 비롯하여 시어머니가 될 박정숙 여사도 모시고 왔었다.

결혼하기도 전에, 시어머니 될 분께서는 인정이 많다며 은겸이 칭찬을 한다.

 

지난 24일은 은겸이 시집가는 날이라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다.

식장인 하얏트 호텔은 동자동에서 멀지 않지만,

정동지를 대동하려면 녹번동부터 들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은 맞추었으나, 호텔이라 낯설기 그지없었다.

어떤 연유로 호텔 식장을 잡았는지 모르지만 지나친 낭비였다.

돈 한 푼 내지 않으면서 탓할 처지는 아니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식장에 들어가니, 반가운 이산가족이 다 모여 있었다.

결혼식 치루는 형님 댁 조카 조웅래, 조향, 조지향 가족을 비롯하여

돌아가신 형님 딸 조봉숙도 와 있었다.

 

조영희 누님의 조카 박형준, 박홍전, 박유전 가족을 비롯하여

남동생 조창호의 딸 조아라와 여동생 조진옥과 김종성의 딸 김소원,

아들 조햇님을 비롯하여 귀여운 손녀 하랑이까지 와 있었다.

집안 대사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가족 총 동원령이 발동한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신랑 신부가 입장하여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자리에 앉았는데,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 입은 은겸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결혼식 주례도 따로 없이, 신부 아버지인 형님이 대신하여 서로 위해주며 잘 살라는 덕담을 했다.

축가에 이어 신랑 누님의 피아노 연주도 이어졌다.

 

예식이 끝난 후 기념사진을 찍는 중에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먹기 바쁘게 다른 음식이 나왔다. 부담스럽지만 맛은 있었다.

결혼식장을 장식한 수많은 생화도 하객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싸 주었다.

 

마침 고향의 형님 친구 네 분이 찾아와 반겼는데, 누가 누구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어릴 때 본 형님들이 할아버지가 되었으니, 어찌 기억할 수 있겠는가?

저마다 손에 꽃을 든 할아버지 기념사진만 찍었다.

형님들께 죄송하지만, 내가 더 늙은 것 같다.

세월이 참 무정 타.

 

그런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접수대에 타고 온 차량번호를 적었는데, 치매 끼가 있어 번호를 잘 못 적은 것 같다.

주차장 출구 차단막이 올라가지 않고, 주차비가 45천원이나 나왔다.

차를 되돌리고 싶지만, 대기한 차들 때문에 돌릴 수도 없었다.

반세기 동안 운전한 중에 최고로 많이 낸 주차비가 아닌가 생각된다.

더구나 없는 사람에게 보탠 것이 아니라 가진 놈 아가리에 털어 넣은 게 더 분했다.

“늙으면 죽어야지”를 곱씹는다.

 

최서방, 그리고 은겸아!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중요하단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

 

사진, / 조문호

 

 

 

 

거대 양당이 독점하는 우리나라 정치사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두 당의 공천만 받으면 사기꾼이나 도둑놈도 의원이 될 수 있다.

 

국회의원이야 어느 정도 검정 되어 자질이라도 가늠할 수 있으나

기초의원은 공보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대개 정당을 보고 투표한다.

 

어제 와이티엔 방송에 기초의원들의 문제점이 보도되었다.

건설업자들이 지자체의 예산을 따내기 위해 그 자리에 목을 맨다는 이야기에 귀가 막혔다.

 

나 역시 기초의원 투표는 공보물에 의존할 경우가 많았다

아들이 은평구의회 후보로 나선 지난번부터 꼼꼼히 살피게 되었는데, 결과는 보나 마나였다.

거대 양당의 1, 2번 후보만 줄줄이 당선되는 잘못된 구조가 20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양당의 싹쓸이에 맞서 진보 4당이 후보 단일화를 결정했겠는가?

이번 은평구 기초의원 선거에는 정의당과 녹색당, 진보당, 노동당이 연합한 것이다.

 

진보 4당은 거대 양당만 존재하는 은평 지역 정치는 갈등만 있을 뿐

주민의 삶을 바꾸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단일화된 진보정당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노동자, 장애인, 기후 위기 취약계층 등 다양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구의회에 반영하기 위해

지역 정치의 지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8회 은평구의회 여덟 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 면면을 살펴보니, 여야가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았다.

 

세 지역에서는 각각 여야 1명씩 공천하여 여섯 명이 무투표 당선되었고,

네 지역에서는 각각 세 명씩 출마했는데, 그곳도 양당이 독점한 가운데

정의당, 녹색당, 무소속 후보가 각각 한 명씩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한 지역에 세 사람을 선출하는 은평 라선거구에서는 여덟 명이 출사표를 던지는 이변이 벌어졌다.

 

라선거구(역촌동, 신사1동)는 오랫동안 조햇님이 활동한 지역이 아니던가.

민주당에서 2, ‘국민의 힘에서 2, 정의당에서 1,

공천에서 밀린 후보까지 합해 3명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이다.

 

어쩌면 정의당의 구의회 입성이 유리한지도 모르겠다.

거대 양당의 지지표가 분산되는 데다, 전과자까지 출마한 오합지졸에 불과하니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9, 조햇님의 응암역 합동 유세장을 찾아 나섰다.

 

오후 630분경 응암역에 도착하니, 퇴근 시간대라 그런지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왔다.

 

3번 출구에 판을 벌인 유세차에서는 정의당 후보 조햇님을 비롯하여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권수정후보와 정재민 시당위원장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 심상정의원까지 휠체어를 타고 나왔더라.

또 하나 기특한 것은 손녀 하랑이까지 아빠를 지원하러 따라온 것이다.

 

권수정 서울시장 후보는 걱정 많은 도시를 적정 도시로

자신의 이름처럼 전면 수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 있는 23만 명의 실업자를 위한 일자리 보장을 제1공약으로 내세우며,

잿빛 구린 도시를 숨쉬기 편한 그린 도시로, 함께 살아가는 도시로 전면 수정하겠다.”고 했다.

 

권수정 후보가 내세운 공약 중 내 마음을 끄는 것은 공공주택을 늘려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돕는 구조를 마련할 것이라는데,

특히 홈리스들의 주거지원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대목에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지하철역에서 나온 한 젊은이는 조햇님 후보를 아는 듯했다.

! 오늘은 햇님 부대가 총 출동 했네라며 손을 흔들었다.

그 자리에서 피켓 들고 일인시위 하는 모습을 숱하게 본 것 같았다.

 

그리고 불화가 장 춘씨도 유세장에 나와 조햇님을 지지해 주었다.

장 춘씨가 강아지를 안고 나온 할머니에게 조햇님 지지를 부탁하니, 걱정하지 말라며 웃었다.

조햇님은 정의당 동물복지위원장이라며 우리 복실이도 투표권만 있다면 찍어 줄 거라는 농담을 하셨다.

 

불편한 몸으로 유세차에 오른 심상정의원은 이 지역구가 자신이 성장한 지역구라며,

어두운 구석구석 마다 조햇님의 이름처럼 골고루 햇빛을 비쳐 줄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조햇님 후보는 기득권을 위한 거대 정당들의

정쟁을 멈추게 하여 시민의 삶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출마 포부를 밝혔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은평, 어르신들의 삶이 존중받고

아이들이 안전한 은평, 차별 없는 은평을 꼭 만들어 내겠다."며 약속했다.

 

이제 투표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투표에 앞서 자기 지역구의 기초의원 후보부터 면밀히 살펴보자.

찍을 후보가 정해진다면 최소한 인터넷에 검색해서라도 한 번 알아보자.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보고 찍어야 할 것 아닌가.

당신의 한 표가 지역을 살리고, 잘못된 선거풍토를 바꿀 수 있음을 명심하여

현명한 투표권을 행사하시기 부탁드린다.

 

사진, / 조문호

 

 

지난 주말은 조햇님 은평구의원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 날인데,

공교롭게도 방동규선생 미수연과 겹쳐 늦게 갈 수밖에 없었다.

 

미수연 끝나기가 무섭게 정동지와 연서로 선거사무실로 달려갔으나

이미 개소식은 끝나 버렸고, 행사를 도운 주민들만 남아있었다.

 

그곳에는 손녀 하랑이도 있었다. 우리가 코로나 때문에 이산가족되어 이 얼마만의 만남인가?

선거 홍보 피켓을 들고 ‘햇님은 하랑이 아빠라며 자랑해댔다.

사랑하는 손녀가 선거운동 하는데, 내가 어찌 가만있을 수 있겠는가?

 

어린이집 친구와 어울려 사방으로 뛰어다녔는데,

선거 홍보 현수막과 피켓은 놀이터 세트장 역할을 했다.

 

어려운 선거를 치루야 할 처지라 마음이 무거웠으나,

손녀 재롱이 무거운 기분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아주 희망적인, 봄바람 같은 느낌이었다.

 

랄랄라 마을밴드가 축하공연하는 모습 / 조햇님선본자료사진

듣기로는 랄랄라 마을밴드가 축하공연을 해주었고,

마을주민들이 유부초밥과 샐러드를 만들어 조촐한 음식상도 차렸단다.

 

주민들이 만들어 제공한 상차림 / 조햇님선본자료사진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 유동호 선대본부장, 김정훈 상황실장,

윤종현 사무국장, 박지현, 김명숙 공동후원회장, 노재학, 김승권, 김현준

역촌초 독수리 오형제 등 많은 분이 개소식을 위해 애써 주었다고 한다.

 

개소식 기념사진 / 조햇님선본자료사진

아들 페북에서 개소식 행사 사진들과 자료사진 몇 장 찾아 뒤늦게 개소식을 알리는 것이다.

 

발언하는 조햇님 후보 / 조햇님선본자료사진

많은 분들 덕분에 선거사무실 개소식은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지만,

출마한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은 전쟁터에 나선 심정인 것이다.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장후보와 화이팅을 외치는 조햇님후보 / 조햇님선본자료사진

4년 전 출마했을 때는 혼자 였으나 이젠 아내와 딸까지 생겼으니,

마음이 더 무거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역촌동,신사1동을 지키는 역촌초 독수리 오형제 / 조햇님선본자료사진

문제는 사람을 보고 뽑지 않고 당을 보고 뽑는

잘못된 선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어렵기 때문이다.

 

4년 전 선거유세 장면 / 자료사진

그러나 4년 전 선거에서 2.5% 차란 근소한 차이로 떨어져,

그 이후 보여준 4년간의 진심이 전달되지 않았나 기대할 뿐이다.

 

4년 전 선거유세 장면 / 자료사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정치하는 사람들인데,

왜 하필이면 자식이 그 길을 택했는지 모르겠다.

사진을 전공한 게 아니라 사람을 전공한 건가?

 

4년 전 선거유세 장면 / 자료사진

제 코가 석 자인데, 약자들의 권익을 위해 추운 날 피켓 들고 일인 시위를 벌이거나

살기 어려운 노인들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어느 부모가 마음 편할 수 있겠는가?

 

피켓을 들고 있는 조햇님 / 조햇님선본자료사진

오래전 페북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잠든 하랑이를 안은채 핸드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은평구청 청소노동자의 부당해고를 철회하라는 내용이었다.

 

은평구청 청소노동자의 부당해고 집회에서 / 조햇님선본자료사진

아내가 일하러 나가 어린이집 보내는 시간 외에는 같이 있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귀가 막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딸과 함께 피켓을 들고 있는 조햇님 / 조햇님선본자료사진

싸우는 것만 보고 자라는 손녀의 성장에 바람직한 건지 모르겠다.

없는 자의 설움을 다시 한번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켓을 들고 있는 조햇님 / 조햇님선본자료사진

 일인 시위를 하거나 사회 봉사하는 모습을 보아 온 지도 어언 십 여년이 훌쩍 넘었다.

어렵게 살아 없는 자의 심정을 알겠기에 등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겠지만,

잘못된 것을 바꾸어서라도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구의회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문제는 선거란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아무튼, 부모로서 자식에게 도움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더 막막할 뿐이다.

 

내가 져야 할 짐을 아들에게 떠넘겨 천형의 짐을 진 듯 어깨가 무거운데 말이다.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식 선거 운동하는 쪽팔리는 짓뿐이다.

 

이제 '지성이면 감천'이란 옛말만 믿을 뿐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부탁을 한다.

 

행여 은평구 역촌동과 신사1동에 연고가 있는 분은
조햇님 구의회 입성을 도와주시길 부탁합니다.

 

그리고 선거사무실이 있는 연서로30 길을 지나치시면

잠시 들려 차 한잔 드시고, 손 한번 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사진, / 조문호

 

 

몇시간 후면 판가름 나겠지만,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그동안 대선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검찰 권력에 정치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재명후보가 되어야 더 좋은 세상이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정치와 멀어 그렇지, 마음은 심상정후보에 가 있었습니다.

비명에 떠난 노희찬씨나 정의당에 적을 둔 아들 햇님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가난한 약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설 사람은 심상정이기 때문입니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보여준 진정한 마음은 진작 알았습니다.

 

이제, 이재명후보를 찍을까? 심상정후보를 찍을까?

더 이상 망설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난 4일 오전 서울역 사전투표소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심상정후보를 찍는 소신투표는 했으나, 안 될 줄 알면서도 찍었으니 무효표에 가깝습니다.

이제, 거대양당이 좌지우지해 소신을 펴지 못하는 정치구조는 끝내야 합니다.

 

돌아서는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실정치를 무시한 이상 정치의 허망함보다

한국정치를 거꾸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동지들의 결의를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사전투표를 마치고 서울역광장으로 내려왔습니다.

노숙인들이 여기 저기 힘없이 쓰러져 있고,

한 끼의 컵라면을 받기위해 많은 노숙인들이 줄서 있었습니다.

 

그들은 선거에 관심도 없습니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허덕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이 먼저다’는 구호가 이런 것인가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당선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사진, 글 / 조문호

 

 

2021.9.29

보름 동안의 전시를 언제 끝낼지 걱정했으나, 어느덧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골목 담벼락에 내건 ‘노숙인, 길에서 살다’ 전시 현수막은

비와 ‘유목민’ 취객들이 흘린 막걸리로 노숙인 옷처럼 때가 묻고 얼룩져 버렸다.

 

'유목민' 골목 전시가 끝나면 당사자들도 볼 수 있는 서울역광장으로 옮겨 가야 할텐데,

세탁해도 탈색이 안 될지 모르겠다.

 

그대로 보관한다면 간접 고난의 잔재까지 남는 의미야 있겠지만,

그 현수막은 전시가 끝나면 당사자에게 돌려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찍힌 분들에게 사진을 뽑아 주긴 했으나 대개 구겨져 버렸거나 잊어버렸단다.

사진 한 장 보관할 곳 없는 그들의 처지를 감안하여 손수건처럼

주머니에 접어 넣을 수 있도록 현수막 사진을 잘라 주기로 한 것이다.

 

전시가 시작된 후 매일 같이 전시장 방문한 분들 모습을 기록했으나

술독에 빠져 사진을 정리해 올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페친 분들은 새로 만든 Naver의 ‘인사동 이야기‘ 블로그를 통해 그간의 소식을 알릴 수 있었으나,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가 Daum의 갑질로 정지된 걸 모르는 많은 분들은

오랫동안 글이 올라오지 않아 신상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안부를 물어오는 분까지 있었다.

 

어쨌든 그간의 소식을 올리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쓰린 속을 부여안고

26일과 27일 이틀간의 사진이나마 정리해 올림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지난 26일은 ‘만종’을 기록하는 사진가 노은향, 이석준, 지은숙, 민성진씨를 비롯하여

이완교, 이정환, 성유나, 심보겸, 김헌수, 권해진, 최치권, 한선영씨등 많은 사진가들이 다녀갔으나

인사동을 돌아다니느라 뵙지 못한 분도 여럿 있었다.

 

연출가 기국서씨와 배우 정재진, 이명희씨 등 연극인들은 일찍부터 ‘유목민’ 골목을 장악했고,

발렌티노김, 한상진, 이태호, 최석태, 정비파, 박상희, 김도수, 변성진, 김기수, 박찬종, 편근희,

장의균씨등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그리고 가족으로는 조창호, 정주영, 김소현이 다녀갔다.

 

27일 문 닫기 직전에는 김태진씨와 아들 햇님이가 찾아왔다.

‘메밀란’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 날은 손녀 주려고 처음으로 인사동에서 풍선 피리와 반지 사탕도 샀다.

장난감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손녀 하랑이 재롱에 누적된 피로가 눈녹듯 녹아버리네.

 

자리를 만들어 준 '진인진출판사'대표 김태진씨에게 그 고마움을 전한다.

 

사진, 글 / 조문호

 

 

 

 

2021,9,14

며칠 전 Daum의 무례한 갑질에 치를 떨어야 했다.

성수동 '도서박람회' 행사 일환으로 열린 양승우씨 '마지막 카바레'

전시 사진을 비교적 신체 노출이 적은 사진만 골라 올렸는데,

그 다음 날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를 한 달간 정지한다며 로그인 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자기 당한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문제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었지만,

문제가 된다면 당분간 외부인 접근을 차단한 상태에서

최소한 소명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무조건 삭제해 버리면 그 자료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Daum의 ‘인사동 사람들’이란 블로그는 오랜 세월 주변에서 있었던 일들을

일기장처럼 상세히 기록해 온, 나에게는 소중한 자료 공간이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억이 흐릿해져 블로그가 기억의 저장고가 되기도 했다.

하루에 한 건씩 쉬지 않고 올린 게 오천 칠백여 건이나 되는데,

그 많은 데이터를 긴 세월 제공한 고객에게 어떻게 이런 갑질을 할 수 있는가?

당장 블로그에 포스팅을 못하는 것은 제쳐두고라도 참여하는 카페도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보내온 이메일조차 확인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 당장 모든 게시물을 삭제해 Daum의 '인사동 사람들'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소중한 자료를 옮기는 일이 남아 있어 참아야 했다.

부랴부랴 정동지에게 부탁하여 Naver에 ‘인사동 이야기’란 새 블로그 부터 하나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 많은 자료를 한꺼번에 옮긴다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 하나하나 옮겨가며 지우기로 했다.

이제부터 Daum 갑질에 대한 저주의 칼춤을 출 것이다.

닷새 동안 새 블로그 틀 짜느라 전전긍긍하다 처음 올리는 글이 손녀 하랑이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아마 그동안 있었던 일 중에 가장 위안이 되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며칠 전 아들 햇님이가 생일 축하하는 자리를 만든다기에

정동지와 함께 구파발 ‘오복미역’ 식당으로 찾아간 것이다.

거리두기로 한동안 손녀를 보지 못했는데,

그동안 하랑이 말솜씨도 많이 늘었지만 애교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늙은 할애비께 보내는 윙크에 온갖 시름이 다 녹았다.

"하랑아~ 부디 건강하게 자라다오"

 

사진, 글 / 조문호

 

며칠 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손녀 하랑이가 왔다.

 

 

 

아들 내외와 녹번동에 왔는데, 그 사이 기저귀 찬 처녀가 되어있었다.

 

 

 

문제는 준비해 둔 수박사탕을 너무 일찍 준 게 탈이었다.

 

 

 

요즘 말하는 정도가 아니라 언어 구사력이 대단하다는데, 커서 앵무새 같은 아나운서 될까 걱정한 탓일까? 사탕을 입에 넣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정영신씨가 정선에서 얻어 온 두릅을 챙겨 주며, 만지산 집에 불난 이야기를 꺼냈다.

 

 

 

 

집에 불났다는 소식에 마음 편한 자식이 있겠냐마는 오래된 필름 태운 걸 안타까워 했다. 여지것 많은 분들이 걱정하며 위로했으나 아무도 해결 방법을 조언해 준 사람은 없었는데, 구체적인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 주며 해결할 사람까지 주선하겠단다.

 

 

 

또 하나 들려준 소식은 몰고 다니던 고물차가 퍼져 장모님이 차를 사 주었단다. 

 

 

 

 

하랑이는 끝까지 사탕을 입에 물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사진, 글 / 조문호

 

 

아들 햇님이가 공공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가

두 달이 지났으나 가보지 못해 마음 조렸다.

 

녹번동으로 오겠다는 연락조차 오지 말라고 깔아뭉갠 것은 코로나가 걱정되어서다.

 

최근 들어 노숙자를 비롯해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 늘 불안한데,

지난 주 검사를 받아 음성판정을 받고서야 서둔 것이다.

이사 간 아파트가 어떤지도 궁금했지만, 손녀 하랑이의 두 번째 생일이 다가 온 것이다.

 

지난 주말 정영신씨와 함께 하랑이 옷과 딸기를 사 가지고 갔는데,

은평구 수색에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라고 했다.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아파트’라는데, 무슨 아파트 이름이 이리도 길며

난데 없는 DMC와 롯데캐슬은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외우기도 힘든 외래어를 붙여야 아파트 품격이 올라가는 걸까?

시골 시부모가 못 오도록 어려운 이름을 선호한다는 우스개가 생각났다.

 

가보니 아파트 단지가 어마어마한데, 주차장이 넓어 어디로 나가는지 구멍 찾기도 어렵더라.

이렇게 근사한 아파트를 저소득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아파트로 제공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했는데,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실망이더라.

 

13평이라 그런지 하랑이 장난감만으로 집안이 꽉 찼다.

그런데, 공공임대 전세가 일억이 넘고, 월세와 관리비가 오십 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은행에서 대출받은 전세 이자까지 합하면 도대체 집세가 얼마나 된단 말인가?

 

햇님이는 정의당에서 지역관리나 하는 처지라 별다른 벌이가 없다.

호구지책으로 며느리가 아르바이트로 나서 먹고 사는데, 어렵게 벌어 집세에 다 들어갈 형편이었다.

그 흔한 엄마 아빠 찬스 한 번 얻지 못한 부모 잘 못 만난 서러움이다.

 

가진 자들의 투기로 서울 집값과 전세 값 폭등에

주택난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이제야 실감하게 된 것이다.

 

이만한 공공임대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운이 좋은 편이라는 말에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손녀 하랑이를 보니 많이 자랐더라.

언어 구사가 제법이라는데, 무엇에 삐쳤는지 나와 눈 맞추기조차 피하네.

엄마 가슴에 파묻혀 눈치만 살피다 그만 잠들어 버렸는데,

손녀 재롱도 못 보고 가야 할 판이었다.

 

새근새근 잠자는 모습까지 귀여웠으나, 이 녀석 손을 보니 작은 손이 아니었다.

손과 발이 애비를 닮았다는데, 햇님이 손도 내손과 마찬가지니 부전자전이었다.

 

집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는데, 손녀 장난감이 너무 많았다.

내 생전 장난감 냉장고가 그리 큰 것도 처음 보았지만,

실내공간의 많은 부분을 장난감이 차지하고 있었다.

 

아직 풀지도 않은 어린이 책이 쌓여 있는 걸 보니,

어디서 사용하던 장난감과 헌책을 분양받아 온 것 같았다.

 

한 시간쯤 잤을까? 드디어 하랑이가 일어났는데,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은지, 입이 툭 튀어 나와 있었다.

 

좋아 한다는 ‘춥파춥스’사탕도 마다하고, 좋아하는 딸기도 본채 만채다.

결국 소꿉놀이 장난감을 풀어서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혼자서 잘도 놀았다.

 

드디어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관심 끌기 위해 카메라를 주며 할아버지 사진 좀 찍어 달랬더니, 나보다 더 잘 찍었다.

 

손녀 웃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올 줄 알았는데, 늦게야 신난 것이다.

하랑이 기분 풀릴 때 까지 기다리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서둘러야 했다.

 

다음에 만날 때는 깜짝 놀랄 선물을 준비하여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텐데,

뭘 준비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인사도 할 줄 아네.

하랑아! 다음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 거라. 

안뇽~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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