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15

추석을 며칠 앞둔 엊그제, 정동지가 용인 천주교 성당묘지에 계신 어머니 뵈러 가잔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시작될 정영신의 '어머니의 땅' 전시 때문에 미리 다녀올 심사인 것 같았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고구마와 옥수수부터 장만했다.

정영신, 정주영 자매와 함께 떠난 용인 가는 길은 갈 때마다 소풍 가는 것처럼 즐겁다.

한적한 외곽으로 들어서니 농작물에 새가 달라들지 못하도록

망을 덮어 두었는데, 마치 농부들의 설치미술처럼 보였다.

용인 천주교 성당묘지는 찾아 온 성묘객이 없어 한적했다.

그 곳에 정영신씨의 어머니 고 김덕순씨와

언니 고 정정숙씨 유골함이 아래위로 나란히 모셔져 있다.

챙겨간 국화와 음식을 영전에 놓고 모두의 안녕을 빌었다.

이번에 열릴 정영신씨의 전시작품은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절절해 관람자들의 호응을 받아 낼 것으로 생각되지만,

길가에 펼쳐질 ‘노숙인, 길에서 살다’ 현수막전은 거부감을 일으키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하잘것없는 전시지만, 그들의 아픔이 모든 이에게 공감되었으면 좋겠다.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들의 환경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빌고 빌었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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