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국화차, 가을밤에 어울리는 국화주, 찹쌀반죽의 국화전 등

국화를 활용한 음식들은 몸에도 좋을 뿐더러 장수한다고 들었다.

국화차를 즐겨하는 아내는 어머니 산소에 핀 들국화를 꺾어 달라고 부탁했으나,
매번 잊어버려 비싼 인사동에서 사다 먹어야 했다.

마침 정선장에 갔더니 노란 들국화가 좌판 여기저기에 놓여 있었다.
아내 부탁이 생각나 가격을 물었더니, 한 바구니에 오천원이란다.
지천에 늘린 게 들국화인데, 돈 주고 사기엔 아까웠다.

이틀 날 낮을 챙겨들고 산소에 찾아가 들국화를 잔뜩 꺾어왔다.
아! 그런데 그 조그만 꽃잎들을 따 모우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처음엔 국화향기 맡으며 꽃 따는 일이 즐거웠으나 나중에는 온 몸이 뒤틀렸다.
온 종일 그 일에 매달려 아무 일도 못한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정선시장에서 들국화 팔던 그 아주머니 노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한 해 동안 내가 딴 국화 향내 맡으며 차 마실 아내를 생각하니 뿌듯하다.

 

 

산소에서 꺾은 들국화 꽃잎을 따 햇볕에 말리고 있다.

 

정선시장에 파는 들국화, 그릇에 담긴 들국화가 오천원이다.



지난 12일장은 주말장인데다 ‘정선아리랑제’ 까지 겹쳐 시장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인파에 밀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갔으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카메라 겨눌 틈이 없었다.
모두들 불편했겠지만, 개의치 않고 분주히 쇼핑을 하고 있었다.

복잡한 통로에 펴놓은 좌판에는 대추, 연시, 석류 등
이맘 때 나오는 과일들이 즐비했고, 동강에서 갓 잡아 온 다슬기도 많았다.
됫박에 담긴 다슬기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겨누니, 다슬기가 살아 꿈틀댔다.
이제 끝물인 송이버섯도 얼굴을 내밀었으나, 우리가 먹기엔 부담스러워 침만 삼켜야 했다.

“오늘 갈런지~ 내일 갈런지~ 정수 정망 없는데, 맨드라미 줄 봉숭아는 왜 심어 놨나~”
문화장터에는 아리랑예술단의 구성진 아리랑 가락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갈 땐 가더라도~ 알콩 달콩 살아야제~”라고 혼자 흥얼거려 보기도 했다.

구경꾼들이 많으니 놀이꾼도 흥이 났지만, 시장사람들도 신이 났다.
이윤광조합장은 빗자루 들고 청소 하느라 바쁘고,

임미순 팀장은 가판대 관리에 홈페이지 기자 역할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날따라 아는 분들도 여럿 만났다.


사진을 찍다 영주에 사는 도예가 신동여씨의 아내 얼굴이 카메라 화인더에 비쳐 깜짝 놀란 것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단체로 정선장터 나들이에 나섰다는데, 반가워도 서로 차 한 잔 나눌 겨를이 없었다.
정선에 사는 영화감독 이창주씨도 만났고, 휴일에도 시장을 돌아보던 정선군청의 문용택팀장도 만났다.

 

사진,글 / 조문호

 

 

 




이틀 동안  정선아라리공원을 들썩이게 한 민속축제는  정선으로 이사 온 20여 년만에 만난 최고 볼거리였다.

전국 시도 경연에서 뽑힌 20개 놀이꾼 1,200여명이 각 지방에서 이어져오는 놀이들을 보여주어,

우리의 풍류를 즐기며 축제기간 내내 어깨가 들썩이도록 신명났기 때문이다.

 

이 축제가 전국을 돌며 매년 개최되지만 연이 맞지않았던지 10여년 만에 다시 구경하게 되었는데,

너른 운동장에서 체육행사처럼 열렸던 당시의 행사에 비해 뭔가 난장 저잣거리 같은 친근한 분위기가 좋았다.

알아 보니 그건 진옥섭감독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장막 때문이었다.

마치 가설극장에서 공연하는 남사당패나 서커스단을 연상시키는 아련한 향수를 끌어 온 것이다.

정선에서도 이런 것들을 벤치마킹해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좋은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KBS의 크레인과 그들이 설치한 조명이었다.

마치 자신들이 벌인 판인 냥 기자들의 촬영조차 제한하는 작태에 실 웃음을 지어야 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둠도 옛날처럼 햇불로 밝혔으면 좋겠다.

 

참여한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평범한 농민들이고, 그들이 벌이는 굿판이라 더 애착을 느꼈다.

바쁜 농사일 제켜 놓고 몰려 나와 신명난 굿판을 벌이니 얼마나 좋고 뿌듯한지...

그래서 행사장 변두리를 돌며 세월의 무게로 가득한 촌로들의 모습에 더 관심을 가진 것이다.

 

축제 기간 동안 내내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 좋은 볼거리에 정선지역 주민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진작에 '연희단팔산대' 농악단들을 앞세워 정선 곳곳에서 행사를 알리는 풍물놀이까지 벌이지 않았던가?

물론 농사에 매달려 시간을 내지 못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주말을 맞은 일반인들은 도대체 뭘 했는지 궁금했다.

돈 내고도 볼 수 없는 이러한 대규모 축제가 지척에서 열리고 있는데 말이다.

 

더구나 아리랑이 유네스코에 지정되어 전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 않은가?

머지않아 평창 동계올림픽도 정선에서 열릴 텐데...

아무쪼록 문화가 삶의 기준이 되는 시대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갇힌 마음의 문도 활짝 열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드리는 말이다.

 

누가 한 말인지 잘 기억나지는 않으나 ‘우리 것이 최고여!’란 말이 새삼스럽다.

 

 

사진,글 / 조문호

 

 

정선 아라리공원에서 열린 우리나라 민속예술의 큰 잔치인 '한국민속예술축제'가 지난 4일부터 이틀간의 경연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강원도, 정선군이 주최하고 한국민속예술축제위원회가 주관한 제55회 한국민속예술축제는 15개시·도와 이북 5도를 대표하는 20개팀 약1,200여명이 경연에 참가한 가운데, "아라리의 고장" 정선의 가을을 신명으로 달궜다.

이틀간의 경연 결과 영예의 대상은 충청남도 웅소성리상여소리보존회 ‘웅소성리 호상놀이’가 차지해 대통령상과 상금 2000만원을 받았다. 최우수상은 경북 청도 이서들소리보존회의 ‘이서들소리’에게 돌아가 상금 1500만원을 받았다. 또 1000만원의 상금이 걸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은 '날외 소금잘래기'를 시연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대정읍민속보존회팀'과 '부산농악'을 선보인 부산광역시의 '(사)부산구덕민속예술민속예술보존협회팀', '봉평메밀도리깨질소리'를 연출한 강원도의 '봉평전통민속보존회'가 각각 수상했다.

우리 민속예술의 계승과 발전을 도모키 위해 매년 전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한국민속예술축제는 내년에는 경기도에서 열린다.

 

사진,글/ 조문호 

 

이 외에 본 블로거 게시판에 올린 '제55회 한국민속예술축제’ 그 변두리 풍경 , "민속, 상여놀이가 대세다",

''정선에서 열린 ‘민속예술축제’하일라이트' 등에도 관련 사진들이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4일과 5일의 주말시장은 정선에서 '한국민속예술축제'가 열리는 날이라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공연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답니다.
장터 좌판에는 어릴 적 추억이 새록 새록한 꽈리도 나왔고요.

 

문화장터에는 군립아리랑예술단의 아리랑공연을 비롯한 재미있는 놀이가 많았습니다.
떡쇠로 불리는 수리취떡의 명인 민병만씨는 떡 뭉치를 두 손으로 빙글 빙글 돌리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했고, 품바 최덕화씨의 우레 같은 북장단과 신나는 가위 춤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답니다.

노래 한 곡 뽑고, 상품까지 타가는 노래자랑도 날로 인기가 높습니다,
신나게 흔들어대는 춤 솜씨가 모두들 보통은 아닌데, 춤깨나 추는 사람들은 다 모입니다.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으니, 도랑치고 게 잡는 격이지요.

 

 

 

 

 

 

 

 

 

 

 

 

 

 

 

 

 

 

 

 

 

 

 

 

 

 

 

 

 

 

 

 

 

 

 

 

 

 

 

 

 

 

 

 

 

 

 

 

 

 

 

 

 

 




이 사람의 꿈 ① 조각가 이영학


연탄집게·호미·돌쩌귀 … 그가 만지면 훨훨 나는 새가 된다

​정선 아우라지 골짜기로 들어가
버려진 온갖 농기구에 새 숨결
수만 마리 새떼 나는 미술관 구상

 

 

3년 여 전국을 돌며 땅 관상을 본 뒤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문곡리 강변길 옛 남평초등학교 분교에 여생을

묻을 자리를 잡은 조각가 이영학씨. 평생 모아온 화강암 물확과 돌조각, 농기구 용품 등으로 자연보다

더 자연 같은 미술관을 지을 터다지기에 들어갔다. [정선=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짧지만 긴 인생을 꿈 하나에 걸고 간다. ‘내 멋대로 산다’는 자유와 나란히, 이 땅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의지가 빛난다. 제 이름 하나로 문화예술계에 길을 낸 이들을 만난다. 첫 인물은 전통과 자연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에서 한국 조각의 뿌리를 찾는 이영학씨다.


 

청동과 돌2, 화강암·청동·대나무, 2000

물, 돌, 풀. 조각가 이영학(66)씨는 물과 돌과 풀로 세상을 빚어낸다. 물과 돌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 돌과 풀, 물과 풀 또한 그렇다. 그들이 한데 어우러져 숨 쉬면 자연이 호흡하는 즐거움이 보인다. 목숨 살아가는 묘가 낭랑하다.

그뿐이 아니다. 돌은 돌이고, 물은 물이며, 풀은 풀이다. 돌을 쪼아 사람을 만들어도 돌은 돌로 돌아간다. 얼굴은 풍상(風霜) 서린 돌로 변용된다. 물처럼 흐르고, 풀처럼 눕는 그의 조각은 작품이 아니라 생성과 소멸을 통해버린 허정(虛靜)의 말이다. 소설가 한수산은 그런 이영학의 조각세계를 ‘정적과 회귀’라고 요약했다.

 한동안 이씨는 서울 수유리 공방에 돌과 마주앉아 한국인 얼굴로 노자(老子)의 말씀을 빚었다. ‘모가 나면 좀 무디게 한다’는 ‘좌기예(挫其銳)’를 육화한 그의 얼굴 조각에는 시간이 물처럼 고여 있다.

그러는 한편으로 온갖 잡동사니를 끌어 모아 새를 날렸다. 소설가 박완서는 생전에 “이영학의 작업실에서 나는 새가 된 나의 연탄집게와 식칼을 만났다”고 썼다. 낫과 호미와 쇠스랑이 접 붙어 새로 퍼덕이고, 엿가위가 소머리로 환생했다. 사진가 강운구씨는 “고물 쇠 쪼가리들을 훨훨 날게 하는 그이의 상상력은 새처럼 자유롭다”고 감탄했다.

 

 

 

호랑이, 청동·대나무·철사, 1991

 

 

 

 물, 돌, 풀처럼 침묵하던 그가 강원도 정선으로 마음을 옮겼다. 북평면 문곡리 폐교에 평생 목숨처럼 끌어안고 살던 조각과 재료들을 모시고 새 길을 보고 있다. 흉금을 정에 담아 쪼음질을 하던 그가 이제 한국 땅을 두드려 국토 미술관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무엇이든 고향으로 돌아가지요. 나는 정선 아우라지 골짜구니에서 고향을 봤습니다. 어디에 뿌리를 내릴까 참 많이 쏘다녔습니다. 작업실에 들어앉아 돌만 만지고 있을 때도 세파를 느끼며 주유했지요. 여기만은 내가 지키고 싶어요. 한국인의 얼굴과 마음으로 세계인에게 평온과 기쁨을 줄 수 있어요. 자연에 스며들어 그저 돌처럼, 물처럼, 풀처럼 보이는 미술관을 쪼고 있습니다.”

 

 

 

새, 철·나무, 1999

 

 

그는 5년 여 전부터 차근차근 돌을 옮기고 물길을 끌어들여 길을 내고 있다. 강에 떠내려가는 죽은 나무를 건져내 말렸다.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폐가에 버리고 간 농기구를 챙겨 쟁여놓았다. 기둥과 문짝 사이에 끼어 닳아버린 돌쩌귀, 만삭의 아낙이 김을 매다 힘없이 놓쳐버린 호미, 어느 집 가장이 나뭇결에 대못을 박던 장도리, 모두 모여 작가의 손이 자신에게 영혼을 불어넣어주길 기다리고 있다.

 “다른 것도 많은데 왜 새를 만드는지 아십니까. 저것들은 그저 물건이 아닙니다. 사람 손끝에서 길들여 지면 정이 쌓이고 혼이 고이죠. 그들이 새가 되어 날아가게 해주고 싶어요. 물건으로 살아온 설움을 황홀한 비상으로 풀어주는 거죠.”

 그는 정선군 장터에 비어있는 옛 대형 곡물 창고를 새떼 수만 마리로 채운 미술관으로 꾸미는 꿈을 내비쳤다. 오만 가지 농기구가 각양각색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모습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장관일 것이다. 몇 가지 도구에 최소한의 손길만 준 뒤 딱 감이 오는 순간에 손을 떼는 그의 새 작업은 모든 것을 자연 그대로 돌려주고픈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지극한 사람은 자기 자신도 없습니다.”

 조각가 이영학과 그의 새들이 물, 돌, 풀과 만나 강원도 정선 천혜의 자연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중앙일보/ 정선=정재숙 문화전문기자 ]

<johanal joongang.co.kr="joongang.co.kr">


◆이영학=1948년 부산 출생. 서울대 조소과 졸업 뒤 이탈리아 로마 예술원과 시립 장식미술학교에서 공부 . 서울대 대학원에서 ‘마리노 마리니 작품 연구’로 석사학위. 인체 두상 조각에 집중하며 250여 점이 넘는 한국 사회 대표 인물 조각상을 만들었다. 1990년대 이후 생활 폐품을 이용한 새와 호랑이 조각으로 일가를 이뤘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 정선에 살어리랏다 / 머루랑 다래랑 먹고 / 정선에 살어리랏다.  

 

청산을 정선으로 바꾼 ‘청산별곡’의 싯귀지만,

머루 다래는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을 일깨우는 열매임이 틀림없습니다.

지난 20일의 정선 주말 장은 머루, 다래를 비롯해 오미자, 송이버섯 등 가을철의 보약들이 다 나왔어요.
이 날은 머루도 먹어보고, 다래도 얻어 먹었답니다.
그 달작 지근한 다래 맛이 아직 입안에 맴돕니다.

관광객들은 본격적인 단풍철을 기다려서인지 평소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철 따라 나온 먹거리들은 시장 좌판을 풍요롭게 했답니다.

오는 길에 이웃한 평창장에 들렸더니, 그곳엔 장꾼들만 나와 있었고 아예 손님들이 없었어요.

전 솔직히 말해 사람들이 적은 한산한 장터를 더 좋아합니다.
장터는 시끌벅적해야 제맛이 난다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정신이 없어요.
이 것 저 것 물건 구경도 하고, 시장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몰려다녀요.

직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피서철이나 행락철에 정해 두고 움직이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요즘 정선시장 문화장터에는 엄마 따라 온 어린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그냥 응석만 부리며 따라 다니는 게 아니라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아주 잘 춥니다.

정기공연인 아리랑공연과 떡메치기 외에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어린이들의 재롱이 정선장의 또 다른 볼거리랍니다.

 

사진,글 / 조문호



 

 

 

 

 

 

 

 

 

 

 

 

 

 

 

 

 

 

 

 

 

 

 

 

 

 

 

 

무더위가 수그러들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는 처서입니다.
처서가 됐다는 것은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이지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분기점이 처서인데, 가장 대표적인 속담으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처서가 되면 그만큼 날이 선선해지기 때문에 모기의 극성스러움도 덜해진다는 뜻이겠지요.

푸른 하늘아래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만지산 풍경이 벌써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그렇지만 나의 가을은 이미 실종신고 되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추석으로 산소에 벌초도 해야지만 떠나지 못합니다,
구월 한 달 넘게 방구석에만 쳐 박혀 부지런히 일만 해야 할 처지입니다.
정선도 인사동도 잊어버린 채...

오래된 필름을 찾아 스캔 받고 수정하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닙디다.

찍기만 하고 처박아 둔 자료들을 한꺼번에 정리하려니 온 몸이 저리고 아프지만,

시간이 없어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습니다.

사진집을 출판하려는 계기를 떠나 자신의 반평생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그동안 관리해 온 블로거나 카페에 빨간불이 들어와도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처서였던 지난23일의 인사동거리는 주말이라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고,

한낮에는 날씨도 후덥지근했습니다.

거리에는 그림 그리는 화상들이 여럿 나왔고, 사람 광고판도 등장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글을 써 붙인 거리악사의  서툰 노래 소리가 소음에 날리지만

어린이들은 신기한 듯 여기 저기 기웃거립니다.

술 한 잔하자는 벗의 당부를 물리치고, 아내와 처서음식 먹으려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처서에는 애호박과 고추를 넣은 칼국수를 끓여먹는 풍습이 있었지요.

추어탕은 가을대표 보양식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막힌 혈을 풀어준답니다.

그리고 가을 보약이라는 늙은 호박을 이용하여 죽을 끓여 먹으면 환절기 감기예방에 좋다고 합니다.

처서 무렵 가장 맛이 좋다는 복숭아도 잊지 말고 챙겨 드세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