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의 봄을 알리는 제9회 동강 할미꽃 축제 개막식이 지난 27일 오전10시 정선, 동강생태체헙학습장에서 열렸다.

이 날 개막식에는 최종열 동강할미꽃보존회장과 장대순 정선 부군수의 인사말이 있었고, 보존회장 최종열씨는 전임 보존회장 권진섭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행사가 겹쳐 조금 늦게 도착한 전정환 정선군수와 차주영 정선군의회 의장을 비롯하여 김수복 정선군 문화과장, 유경수 정선읍장, 김우영, 안정의, 김은수, 김영철, 유미자, 그리고 마을주민들과 관광객 들이 참석해 수줍게 고개 내민 동강할미꽃 향연을 즐겼다.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의 정선아리랑을 시작으로 소리꾼 최윤영씨의 창과 ‘밴드 조’의 노래 공연도 이어졌다.

그리고 나만의 동강할미꽃 심기, 학생백일장, 동강할미꽃 사진전, 떡메치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진행되었다.

28일에는 어린이 그림 공모전과 백일장 시상식이 있었는데, 주말 나들이객까지 더해 행사장주변이 성황을 이루었다.

사진,글 / 조문호

 

 

 

 

 

 

 

 

 

 

 

 

 

 

 

 

 

 

 

 

 

 

 

 

 

 

 

 

 

 

 

 

 

 

 

 

 

 

 

 

 

 

 

 

 

 

 

 

 


白山控海摩天嶺 장백산은 바다를 끌어당겨 마천령에 이르고
黑水橫坤豆滿江 흑룡강이 땅을 가로질러 두만강에 닿았더라
此時李候飛騎處 여기는 이후(李候)가 말을 달리는 곳
剩看胡虜自來降 오랑캐가 절로 와서 항복하는 것을 실컷 보리라

-유성원, <송별가(送別歌)>,『육선생유고』

의금부(義禁府)는 왕명을 받들어 추국(推鞫)하는 일을 관장하는 관아로 금오(金吾) 또는 왕부(王府)라고도 불렀다. 세조의 왕위찬탈을 부정하여 단종 복위거사를 진행하다 발각당함에 귀가하여 자결한 사육신 유성원(柳誠源 1426-1456)이 지은『의금부 제명기(題名記)』에 따르면 의금부는 도적이나 폭력배를 형벌하는 형조(刑曹)와는 다른 특수조직으로 반역과 같은 사건 및 처결이 아주 어려운 사건만을 담당하였다. 관리 및 양반에 의한 국가와 강상(綱常)에 관한 죄인들을 다루는 특별재판소였던 것이다.

이처럼 공직자와 권력자의 범죄를 다스리던 의금부가 조선시대 때부터 있었음을 생각할 때 오늘날 저 의금부 정신을 잇는 공직자 감찰부 및 특별재판소 하나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011년 공직자범죄행위 근절을 목적으로 삼는 이른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 다시 말해 ‘김영란법’이 발의된 지 무려 5년이 지났는데도 입법책임을 지닌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통과를 가로막고 있다. 왜 곧장 제정하지 않고 있는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온상이 바로 국회 아니던가. 서글프고 서글픈 일이다.

 

정선, 의금부(義禁府), 1729, 종이, 34.5x46.5cm, 개인소장

정선(鄭敾, 1676-1759)의 이 <의금부>는 1729년 여름 어느 날 의금부 관원 모임을 그린 기록화다. 이 그림의 별지에 참석자 명단이 있는데 다른 이들의 경우 ‘무과(武科)’ 또는 ‘사마(司馬)’라는 표기가 있음에도 정선의 경우 ‘병신(丙辰, 1676)’ 이라는 표기만 있을 뿐, 그런 표기가 없음을 보면 과거시험을 통한 관직진출이 아니라 음직(蔭職)으로 나아갔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 무렵 의금부 종5품의 도사(都事)로 임명되었다. 의금부 도사는 관리의 감찰과 규탄을 수행하는 직책이었으므로 오늘날의 검찰관(檢察官)이었다. 의금부 도사는 돌아가며 매일 당직을 하는데『 한경지략(漢京識略)』에 따르면 당직청(當直廳)은 창덕궁 금호문(金虎門) 밖에 있다고 하였으므로 임진왜란 이후 왕이 창덕궁에 서 집무를 보면서부터 당직청을 추가로 증설한 듯하다. 그 당직하는 도사는 죄수를 가두고 체포하는 일을 수행하였다. 따라서 정선도 당직 날 사건이 생기면 죄인을 체포, 구금하는 일을 했을 것이다. 54살의 저명한 화가 정선이 당직 도사 임무를 수행할 때면 호령을 하며 위엄있는 모습을 갖추었을 터이니 그 장면이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의금부는 중부 견평방(堅平坊)의 종로 1가 도로변이다. 김정호(金正浩, 1804-1866)가 제작한 <수선전도(首善全圖)>를 보면지금 종로 1가 스탠다드차티드은행 한국 본사 건물 일대인데 종각역 네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죄수를 관장하는 전옥(典獄)은 중부 서린방(瑞麟坊)의 의금부 길 건너편 영풍빌딩 일대에 있었다. 의금부와 전옥서가 대로 네거리를 사이에 둔채 마주 보게 함으로써 그 위세를 두렵게 하였던 것이다.『동국여지승람』에 이 건물은 세조 때 감찰(監察) 정보(鄭保)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서 그가 살던 집에 의금부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정보는 정몽주의 손자로 사육신을 옹호하다 한명회에게 미움을 사 끝내 유배지에서 죽임을 당한 인물이다. 그러고 보면 의금부는 서글픈 사연이 얽힌 땅이라 억울한 죄인은 풀어주고 악독한 죄인은 처단하는 정의로움의 장소로 제격인지도 모르겠다.

멀리 남산을 배경으로 삼고 그린 그림에는 ‘ㄴ’ 자 건물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여러 채가 들어서 있다.『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을 보면 정보의 집을 의금부 정아(正衙) 대청(大廳)으로 삼았고 남쪽에는 호두각(虎頭閣)이 있으며 서쪽에 연정(蓮亭)이 있고 서쪽의 세 칸은 모두 관원중 경범죄인, 동쪽 13간, 남쪽 15간 모두 중죄수를 가두며 부속건물로 경력소(經歷所)와 당직청이 있다고 했다. 그림을 통해 각각의 건물을 유추할 수 있지만 지금 의금부 터는 흔적조차 찾을 길 없이 거대한 고층건물이 들어서 있을 뿐이다. 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곳 종각 네거리 의금부 터를 지날 때마다 이곳에 부정과 부패한 공직자를 처벌하는 공직자 감찰부와 재판소인 ‘의금부’가 들어서는 꿈을 꾸곤 한다.

유성원은 자신이 제명기를 썼던 의금부에서 육시(戮尸)의 형벌을 당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가 남긴 단 한편의 호쾌하기 그지없는 시 <송별가(送別歌)>가 슬픈 까닭은 정의로워야 할 의금부가 왕의 개가 되어 사육신같이 정의로운 이들을 처단하는 기관으로 전락해서일 것이다.


 

올해는 동강할미꽃이 예년보다 일찍 꽃망울을 터트렸다.
지난 22일 서울 전시를 마무리하고 정선으로 돌아 오다보니,
동강 벼랑으로 사진인들이 몰려들어 마치 촬영대회를 방불케 했다.

이맘때면 해마다 겪는 일이기는 하나 우리나라에 야생화를 찍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아니면 사돈 따라 장에 가듯이, 남이 찍으니까 따라 찍는 것일까?

목적도 목적이지만, 예쁜 꽃을 보면 누구나 찍고 싶은 마음은 일기마련이다.
그런데 꽃이 좋으면 꽃만 찍지, 왜 상식에 벗어 난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위험한 벼랑에 무리하게 기어올라, 꽃 주변에 있는 마른 풀을 뜯어내거나,
심지어는 아침이슬 효과를 노려 스프레이로 꽃망울에 물을 뿌리기도 한다.

곳곳에 물먹은 동강할미꽃들이 누렇게 변색되어 말라 죽고 있었다,
물론 모든 사진인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진인들의 추태가 전체 사진인들을 욕 먹이게 하는 것이다.
야생화 자체를 찍는 것이 아니라, 공모전이나 노리는 초보들 짓이 틀림없을게다.

야생화를 찍으려면 자연환경을 다치지 않게, 있는 그대로 찍어야 한다.
꽃도 좋지만, 꽃의 습성이나 주변여건을 함께 담아야 되기 때문이다.
꽃의 아름다움만 추구한다면 굳이 여비 들여 귤암리까지 올 필요도 없고,
화원이나 스튜디오에서 마음대로 연출해 찍으면 될 일이다.

아무튼 사진인의 자세가 되어있지 않고, 사진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동강변으로 카메라를 가져 가기도 싫고, 사진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민망스럽다.

동강할미꽃을 찍으러 정선 귤암리를 찾는 사진인들이여!
제발 사진에 앞서 자연을 먼저 생각하기 바란다.
부디, 사진하는 사람으로 부끄럽지 않게 처신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정선아리랑시장이 지난 22일 개장행사를 가지며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나섰다.
개장행사에 앞서 이동식수세식 화장실을 새로 만들고, 기존 화장실의 대대적인 보수공사와 시장 물청소를 하는 등

완벽한 준비를 해 왔다.

‘풍물상인공연단’의 길트기 행사로 시작된 개장행사에는 번영기원제, 아리랑공연 등의 순서로 펼쳐졌는데,

전정환 군수를 비롯하여, 차주영 군의회의장 남조영, 전흥표 군의원, 김수복 정선군 문화과장, 이윤광 조합장

그리고 많은 관광객들이 참여하여 정선아리랑시장의 번영을 기원했다.

전정환 정선군수는 "맛, 멋, 흥에 취할 수 있는 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해 기존 상인들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했다"며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로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날 가진 번영기원제에서 많은 분들이 술을 따르며 절을 올렸으나, 이제 기원하는 식의 운에 맡길 시대는 지났다.

전통적인 제례의식으로 시장번영을 기원했지만, 정선군민과 상인 모두가 한 마음으로 각오를 다지는 자리였다.

우선 상인 모두가 개인적인 이득에 앞서 시장 전체를 먼저 생각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특히 상인 조합원들은 정선시장에 온 모든 고객은 한 사람에서 시작됨을 명심해야 한다.
“한 사람 쯤은 바가지를 씌워도, 한 사람쯤은 불친절해도 괞찮겠지”하는 생각이 모두를 잃게 된다.

그리고 당장의 이득보다 장기적으로 이득을 높이려면 모든 손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어 단골을 늘려나가야 한다.

사람들의 공중심리란 무섭다. 좋다하면 정신없이 몰려오다가도 아차하면 순식간에 빠져 나간다.

하잘 것 없는 조그만 일에 마음 다치지 않도록, 모든 고객을 가족처럼 친근하게 대해주길 부탁드린다.

나는 믿는다! 정선아리랑시장 조합원의 애향심에서 비롯된 그 각오와 다짐을...

사진,글 / 조문호

 

 

 

 

 

 

 

 

 

 

 

 

 

 

 

 

 

 

 

 

 

 

 

 

 

 

 

 

 

 

 

 

 

 

 

 

 

 

 

 

 

 

 

 

 

 

 

 

 

 


 

 

동강할미꽃 마을인 정선읍 귤암리(이장 박재열)에서 뜻깊은 잔치가 벌어졌다. 
생활이 어려워 결혼식을  못 올린 부부를 위해 주민들이 전통혼례를 올려줬다.

동거 4년의 기초생활수급자 부부(신랑 신의철, 신부 신갓난)의 안타까운 사연에
귤암리 주민들이 450만원의 혼례비용을 마련해 결혼식을 치루게 된 것이다.

주위에서 미용봉사와 사진봉사등의 재능기부도 실시해, 사랑을 나누었다.

혼례를 끝낸 후, 주민들이 어울려 윷놀이를 벌이기도 했다.




 

 

 

“동강변 귤암리 벼랑에 동강할미꽃이 활짝 피었다.” 

 

석회암 절벽에서 자라는 동강할미꽃이 벌써 보라빛 꽃망울을 터트린 것이다.

 

올 해로  아홉번째를 맞는 동강할미꽃축제도 열린다.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정선군 병방산 동강생태체험학습장 일원에서 개최한다.  

 

매년 꽃이 피는 3월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진작가와 일반 관광객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동강할미꽃은 벚꽃과 개나리보다 동강의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으로,

올해는 따뜻한 날씨로 예년보다 5일정도 일찍 개화가 시작됐다고 한다.  

 

사진 찍기는  낮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가  가장 좋다.

가파른 암벽에 햇빛이 가장 잘 들고, 기온도 영상으로 올라가는 시간이라 꽃망울을 피우기 좋기 때문이다.

 

 

 

축제는 26일 옷바우 제례를 시작으로 27일 나만의 동강할미꽃 심기, 학생백일장, 동강할미꽃 사진전, 떡메치기 등 체험행사와 마지막날인 28일 공모전 수상작 시상식과 전통놀이마당 이벤트 행사가 진행된다.

 

또 마을기업 및 동강할미꽃 관광협동조합에서 직접 생산한 콩, 팥, 산나물, 된장 등 지역 농특산물을 판매하고 팽이치기, 딱지치기, 비석치기, 재기차기, 윷놀이 등 전통 행사도 상시 운영한다.  

 

최종열 축제 추진위원장

 

좌로부터 서덕웅 사무국장, 최연규 고문, 최종열 위원장

 

최종열 동강할미꽃축제추진위원장은 “열악한 바위틈에서 뿌리를 박고 자생하는 동강할미꽃 보호를 위해 무분별한 채취를 단속하고 있어 일반 관광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동강할미꽃 복원을 위해 매년 동강할미꽃 심기 행사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묻지말고, 정선의 조양강 귤암리로 놀러 오세요.

풋풋한 봄 내음 맡으러....


사진,글 / 조문호

 



 

 

 

 

30여년동안 전국의 522개 장을 모두 다니며 촬영한 정선의 향토작가 정영신씨가 촬영하고 글을 쓴 `전국 5일장 순례기'가 눈빛 포토에세이 제5편으로 출간됐다. 이번 책에는 태백 철암장, 동해 북평장, 고성 거진장, 삼척 도계장 등을 비롯해 전국 8도 50곳의 5일장 스토리가 담겨있다.눈빛 刊. 255쪽. 1만5,000원.

최영재기자

5일장 사진전 여는 조문호·정영신 부부

 

 

전국 5일장 사진전인 ‘장에 가자’를 여는 부부 다큐 사진작가 정영신(왼쪽) 조문호씨가 19일 서울 아라아트 센터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8년간 전통시장 522곳 돌며 촬영 "대형마트에 밀린 시골장… 안타까워"

 

 

“시골 장터로 향하는 발길, 한번 가 보니 끊기 어렵더라고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조문호(68), 정영신(57)씨 부부는 1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세대들에게는 사라져가는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기존 세대들에는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21일부터 내달 17일까지 서울 인사동의 아라아트 센터에서 ‘장에 가자’라는 주제로 전국 5일장 사진전을 연다. 전통시장 사랑하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진전에는 1987년부터 최근까지 28년 동안 전국의 전통시장 522곳을 돌며 만들어낸 작품 90여 점을 선보인다.

 

정 작가는 “사람과 장터를 이을 연결 고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정겨운 옛 풍경 외에도 인물의 표정과 복장에서 묻어나는 희로애락을 살펴보면 더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설가이기도 한 정 작가가 신춘문예에 실패를 거듭하던 87년 ‘사람 내면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골장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예전 5일장은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일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런저런 정보를 나누는 ‘삶이 있는 장소’였습니다. 사람을 알기 위해 장터를 찾았죠.”

 

이후 전국의 5일장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살아가는 정, 쓸쓸한 변두리 풍경까지 모조리 사진기에 담았다. 남편 조 작가는 2006년부터 동참했다.

 

지난해 가을 경남 합천 초계장에서의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칠순을 훌쩍 넘긴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리어커에 태워 오셨는데, 물건을 풀어 놓고도 옆에 앉혀 놓고 밥을 먹이면서 물건을 팔았다. 몸이 불편한데도 집에 돌볼 사람이 없는 할아버지를 태우고 수십리 길을 걸어 온 것이었다. 이외에도 “100살까지 장사할 테니 4년 뒤에 사진 찍으러 꼭 오라”던 제주장에서 만난 96세 할머니, 추운 날씨에 장꾼 전용 3,500원짜리 연탄 화덕을 선뜻 내 주던 예산장의 인심 좋은 아주머니도 사진기에 소중히 담았다.

 

전북의 장터에서 한 할머니가 무심코 던진 말은 아직도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런 거 폴아(팔아) 갖고 밥 묵고 살믄 존일이제. 욕심이 너무 많으문 나도 힘들고, 남 눈에도 숭해 보인당께.”

 

정 작가는 “장터에는 꼬깃꼬깃한 검은 비닐 한 장도 허투루 버리는 게 없어요. 밥 한 숟갈의 소중함이 있는 그대로 묻어나는 곳이죠. 그 모습을 보며 인생 공부는 덤으로 합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대형 할인마트에 밀려 속속 사라지는 시골장들을 보노라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앞으로 5일 장은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네 삶이 살아있는 서울 시내 전통시장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을 생각이다. 이달 말에는 ‘전국 5일장 순례기’가 출간된다. 조 작가도 80년대 청량리 일대 사창가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내달 출간할 예정이다.

 

 

 

상인들과 주민들로 분주한 1987년 전남 담양장의 모습.

 

92년 겨울 새벽 입김을 내뿜으며 등짐을 지고 전북 순창장으로 향하는 상인들

 

 

88년 충북 영동장에서 독장수가 자리를 펴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일보] 글ㆍ사진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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