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넘치는 신명 깔고, 장터 지키는 이옥분씨
"한냥 가서 산 댕기 두냥 주고 접었는데...
-중략-
영 글렀네 영 글렀네, 내 댕기 받기는 영 글렀네"
지난 해 '정선아리랑시장'의 '우수문화관광시장견학'에서 만난 가장 큰 발견은 바로 이옥분(71세)씨였다.
지루한 차안에서 부른 이옥분씨의 구전민요에 귀가 번쩍 뜨인 것이다.
처음 듣는 구전민요이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부르는 그의 노래 솜씨에 깜짝 놀란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그 날 저녁 숙소 옆 음악 홀에서 가진 연희에서는 얼마나 신명이 많은지 아무도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세상에~ 평소에는 시장에서 새색시처럼 얌전하게 앉아만 계시던 분이, 그 넘치는 신명을 어찌 다 감당했는지 모르겠다.
그 노랫말이 재미있어 받아 적기까지 하였으나 어느 수첩에 적었는지 찾질 못하고, 그 첫 구절과 후렴만 기억이 난 것이다.
이옥분 (71)씨는 50여 년전 증산에서 북평면 나전리로 시집왔다고 한다.
유봉식(80세)씨와의 사이에서 난 자녀가 3남 2녀지만 모두 출가해 버리고, 그냥 시장에 나와 장사하는 재미로 산단다.
“초가지붕이던 정선장에 강냉이 가지고 댕기미 장사했드래요. 반 평생을 산과 정선장에서 보낸 기래요.”
이씨 할머니는 열아홉 살에 시집와서 시작한 장사를 지금까지 하고 있단다.
정선의 두 가지 자랑 중 하나가 산이고, 하나는 장이라는 이옥분씨의 말이다.
장날이 아닌 날은 영감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쩔쩔 흔든다.
"아이구! 장날 아니면 더 바쁘유~"
장에 내다 팔 나물이나 약초 캐러 산을 헤매느라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도시락을 싸 가지만 먹을 시간이 없어 그냥 가져올 때도 있다는 것이다.
하기야 손님들에게 댈 물건 장만하려면 그 일만도 여간 일이 아닐 것이다.
목에 건 신토불이증을 보며 '물건이 없어면 중국산도 파냐?'고 슬쩍 물었더니 펄쩍 뛴다.
“중국산을 팔다 적발되면 벌금도 많이 내지만 이 자리까지 뺏겨유~"
장날마다 단속 나와 산에서 캔 약초 아니면 집에서 농사 진 것만 판단다.
장사꾼 말은 못 믿는다고들 하지만, 그 표정을 보니 남을 속일 위인은 아닌 것 같았다.
어느 날 장터에서 이옥분씨를 만나 장사는 잘 되느냐고 물었더니 환한 얼굴로 답한다.
“오늘은 첫 손님이 마이 사 장사를 잘했드래요.”
즐거워 부르는 정선아리랑 노랫소리가 장마당으로 스며든다.
“정선읍내 물레방아는 물살을 안고 빙글 뱅글 잘도 돌아가는데
우리 집에 저 멍텅구리는 나를 안고 돌 줄을 왜 모르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게~”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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