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수그러들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는 처서입니다.
처서가 됐다는 것은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이지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분기점이 처서인데, 가장 대표적인 속담으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처서가 되면 그만큼 날이 선선해지기 때문에 모기의 극성스러움도 덜해진다는 뜻이겠지요.

푸른 하늘아래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만지산 풍경이 벌써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그렇지만 나의 가을은 이미 실종신고 되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추석으로 산소에 벌초도 해야지만 떠나지 못합니다,
구월 한 달 넘게 방구석에만 쳐 박혀 부지런히 일만 해야 할 처지입니다.
정선도 인사동도 잊어버린 채...

오래된 필름을 찾아 스캔 받고 수정하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닙디다.

찍기만 하고 처박아 둔 자료들을 한꺼번에 정리하려니 온 몸이 저리고 아프지만,

시간이 없어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습니다.

사진집을 출판하려는 계기를 떠나 자신의 반평생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그동안 관리해 온 블로거나 카페에 빨간불이 들어와도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처서였던 지난23일의 인사동거리는 주말이라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고,

한낮에는 날씨도 후덥지근했습니다.

거리에는 그림 그리는 화상들이 여럿 나왔고, 사람 광고판도 등장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글을 써 붙인 거리악사의  서툰 노래 소리가 소음에 날리지만

어린이들은 신기한 듯 여기 저기 기웃거립니다.

술 한 잔하자는 벗의 당부를 물리치고, 아내와 처서음식 먹으려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처서에는 애호박과 고추를 넣은 칼국수를 끓여먹는 풍습이 있었지요.

추어탕은 가을대표 보양식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막힌 혈을 풀어준답니다.

그리고 가을 보약이라는 늙은 호박을 이용하여 죽을 끓여 먹으면 환절기 감기예방에 좋다고 합니다.

처서 무렵 가장 맛이 좋다는 복숭아도 잊지 말고 챙겨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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