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정선아라리공원을 들썩이게 한 민속축제는  정선으로 이사 온 20여 년만에 만난 최고 볼거리였다.

전국 시도 경연에서 뽑힌 20개 놀이꾼 1,200여명이 각 지방에서 이어져오는 놀이들을 보여주어,

우리의 풍류를 즐기며 축제기간 내내 어깨가 들썩이도록 신명났기 때문이다.

 

이 축제가 전국을 돌며 매년 개최되지만 연이 맞지않았던지 10여년 만에 다시 구경하게 되었는데,

너른 운동장에서 체육행사처럼 열렸던 당시의 행사에 비해 뭔가 난장 저잣거리 같은 친근한 분위기가 좋았다.

알아 보니 그건 진옥섭감독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장막 때문이었다.

마치 가설극장에서 공연하는 남사당패나 서커스단을 연상시키는 아련한 향수를 끌어 온 것이다.

정선에서도 이런 것들을 벤치마킹해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좋은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KBS의 크레인과 그들이 설치한 조명이었다.

마치 자신들이 벌인 판인 냥 기자들의 촬영조차 제한하는 작태에 실 웃음을 지어야 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둠도 옛날처럼 햇불로 밝혔으면 좋겠다.

 

참여한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평범한 농민들이고, 그들이 벌이는 굿판이라 더 애착을 느꼈다.

바쁜 농사일 제켜 놓고 몰려 나와 신명난 굿판을 벌이니 얼마나 좋고 뿌듯한지...

그래서 행사장 변두리를 돌며 세월의 무게로 가득한 촌로들의 모습에 더 관심을 가진 것이다.

 

축제 기간 동안 내내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 좋은 볼거리에 정선지역 주민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진작에 '연희단팔산대' 농악단들을 앞세워 정선 곳곳에서 행사를 알리는 풍물놀이까지 벌이지 않았던가?

물론 농사에 매달려 시간을 내지 못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주말을 맞은 일반인들은 도대체 뭘 했는지 궁금했다.

돈 내고도 볼 수 없는 이러한 대규모 축제가 지척에서 열리고 있는데 말이다.

 

더구나 아리랑이 유네스코에 지정되어 전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 않은가?

머지않아 평창 동계올림픽도 정선에서 열릴 텐데...

아무쪼록 문화가 삶의 기준이 되는 시대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갇힌 마음의 문도 활짝 열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드리는 말이다.

 

누가 한 말인지 잘 기억나지는 않으나 ‘우리 것이 최고여!’란 말이 새삼스럽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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