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19일 동안 조양강변 일원을 설원과 빙상, 고드름 천국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어 온 2018정선고드름축제가 폐막되었다.

지난 25일 오후3시부터 고드름주제관에서 열린 폐막식에는 전정환 정선군수의 폐막인사와 함께 화려한 축하공연도 펼쳐졌다

아름다운 전통공연으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는데, 상투를 말아 올린 산골노인까지도 핸그폰으로 축하공연을 찍고 있었다.

이젠 전국민이 사진가이고 기자인 세상이다. 집으로 돌아가면 식구들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들을 할 것이다.


그리고 전상현, 남계원씨등 군청 문화관광과 주무관을 비롯하여 유재순, 정춘경, 서덕웅씨 등 반가운 분들의 모습도 여럿 보였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달, 정선 화암의 ‘G갤러리’ 김형구 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오는 3월 2일부터 말일까지 내 사진전을 열고 싶다는 것이다.
정선에 적을 두고 있으며 귀찮다는 이유로 거절할 수 없어, 있는 사진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정선에서 하는 전시라 이 지역 사람들을 찍은 산골 사람들이 적합할 것 같았다.
이 사진은 2000년도 무렵 촬영하여, 2004년도에는 서울을 비롯하여
당사자들이 사는 산골 분교를 찾아다니며 순회전을 했으나, 정작 화암은 하지 못했다.
당시 동면 화암리에 사시는 전동욱씨도 촬영했으나 한사람 밖에 없어 못했는데, 잘 된 것 같았다.
당시 84세였으니, 아직까지 살아 계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선 집에 보관한 그 당시 사진들이 잘 보관되었는지도 궁금했다.
필요한 사진은 다시 만들어 이 곳 저 곳 출품하기도 했으나,
처음 만든 사진은 천장 위에 처박아 두어,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14년 동안 맞바람이 통하는 천장 위에서
부엌 아궁이의 거스름까지 뒤집어썼으니 온전한지 걱정스러웠다.
고드름 축제가 끝나면 다시 오기도 힘들 것 같아 일단 G갤러리에 전해주어야 했다.






지난 17일 전시장을 정영신씨에게 맡겨두고, 사진 챙기러 만지산 집에 갔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 먼지 자욱한 액자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 청소하다 보니
온몸이 시커멓게 변해버렸다.
그런데, 먼지를 털어내고 포장을 뜯어보니, 모든 사진들이 그때 그대로였다.
단지 액자로 만든 미송나무만 색이 바랬는데, 오히려 고풍스러운 분위기였다.
분명, 만지산 산신령님이 도운 것 같았다.





30점 중에 20점을 챙겨두고, 다시 축제장에 나가려니 정영신씨 전화가 걸려왔다.
시간 되어 전시장 문을 닫았으니 ‘아우라지식당’으로 오라는 것이다.
아우라지 식당은 곤드레 밥이 맛있는 집이라, 시장기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가보니 정영신씨를 비롯하여 천연 염색하는 유재순씨와 군청 문화관광과 팀장인 전상현씨도 있었다.






전상현씨를 보니 밥보다 술이 더 땡겼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소주를 까다보니 정량을 초과해 버렸다.
뒤늦게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남계원씨도 나타났으나, 그 역시 술이 취해 혀가 꼬였다.
그의 술 취한 모습을 처음 보는데, 아주 위트 있는 재미난 친구였다.






나 역시 신이나 돼지 목 따는 소리로 ‘봄날은 간다’를 불렀는데,
식당 주인아주머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평소에 그토록 점잖던 분이 어떻게 저렇게 바뀔 수 있냐는 것이다.
술이란 간을 키우는 약이기도 하지만,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술자리가 끝난 후 증산에 있는 모텔까지 가야하지만, 음주운전을 할 수 없었다.
유재순씨 방에서 세 사람이 끼어 잤는데,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 녀에게 술이 취해 덮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더니 덮치면 더 좋다는 것이다.
정영신씨가 있으니 안심했겠지만, 나의 엽기적인 행각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 이틀 날은 사진전시장 옆의 눈썰매장에서 연날리기 대회가 벌어지는 날이다.
다시 만지산으로 들어 가 야외에 걸 이젤을 몇 개 챙겨오니, 전정환군수가 전시장에 와 있었다.
기념사진 찍으며 화암에서 열릴 ‘산골 사람들’전시에 초대도 했다.
별도의 오프닝 행사는 없으나, 술 마시기 좋은 날을 택해 서울과 정선의 문화예술인들을 모아
다양한 생각들을 한 번 들어보는 좌담회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봄바람 휘날리는 술잔에 꽃잎 띄워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자만 확정되면 페이스 북에 올려 관심 있는 작가들을 모아 볼 작정이다.

사진. 글 / 조문호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정선엔 또 다른 겨울 축제로 시끌벅적하다.

바로 조양강바닥에 펼쳐 진 정선 고드름 축제다.

 

오는 25일에야 끝나는 이 축제는 고드름의 별천지를 볼 수 있는 눈요기 뿐 아니라,

다양한 경기와 놀이가 펼쳐져 온 몸으로 느끼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기계적인 각박한 삶에서 이런 추억거리를 만들어 두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나?


 

매일 볼거리와 놀 거리가 널렸지만, 설날에는 더 많은 즐길거리가 있다.

연날리기대회, 가족 윷놀이, 가훈쓰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널뛰기, 투호놀이 등

다양한 설맞이 민속놀이가 열려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놀이뿐 아니라 낙동농악 등의 다양한 민속공연을 비롯하여 허영호 산악사진전,

정영신의 장터사진전, 유재순 천연염색 설치전도 열리고 있다.

먹거리로는 정선음식 10선체험관, 겨울송어 회 센터, 장작구이 터도 운영된다.

가래떡, 군밤, 군고구마도 구워먹고, 떡메치기, 어묵 등 먹 거리가 풍성하다.

 

그리고 왕 고드름이나 고드름터널을 배경으로 가족들의 기념사진도 한 장 찍어두자.


    

아래 사진들은 지난 7일 있었던 고드름축제 개막식에서 부터 신비로운 고드름 풍경,

그리고 '정선군청' 앞에서 열린 올림픽 성화봉송 맞이 축하공연 등 하루 동안의 기록이다.

 

축제기간 동안 고드름 축제 부대행사로 열리는 정영신의 장터사진 전시장에 상주하고 있다.

실시간의 기록을 올려야 하나, 행사장에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아 노트북도 사용할 수 없다.

찍은 사진도 올릴 수가 없어, 잠깐 짬을 내어 우체국에 가서리는데,

눈치보여 구구한 사연 말할 시간조차 없구나.

 

 사진, 글 / 조문호















































































잃어버린 카메라를 가까운 지인들 도움으로 한 달 만에 구하게 되었다.
카메라가 없으니 동자동과 인사동 기록은 물론 꼭 필요한 사진조차 놓칠 경우가 많았는데, 너무 고마웠다.

후배 사진가 하재은씨가 선물한 ‘라이카’도 있지만,

그 카메라는 행사 사진이나 부탁받은 촬영에만 사용하지, 일반적인 생활사 기록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Nikon Coolpix P310 카메라는 휴대하기 편한 컴펙트 카메라라 술상에 젓가락 놓듯 항상 같이 놀 수도 있지만.

손바닥에 쏙 들어가 상대방이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찍을 수 있는 편리한 카메라다.

그런데도 기능마저 탁월해 큰 카메라에 전혀 손색 없다.

이 카메라는 5년 전 정영신씨가 38만원에 구입해 물려 받아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년 말 노숙인과 놀다 잃어버려, 다시 구하려니 단종 되고 없었다.

기가 수만 좀 높아졌지 바뀐 게 전혀 없는 새 제품으로 둔갑해 58만원에 출시되어 있었다.

도둑놈이라 욕할 수도 없는 건, 그들은 돈에 영혼을 판 장사꾼이 아니던가.

카메라를 잃어버린 후, 중고 카메라를 구입하려 카메라점마다 돌아 다녔으나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다.

휴대폰처럼 사용하다 버리는 카메라인지,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새 모델을 살 수도 있지만, 그들의 상술에 끌려가는 것 같아 싫었다.






사실상, 살 돈도 없었다.

진즉부터 카메라를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된 김명성씨가 여러 사람에게 거두어 30만원을 만들어 주었으나, 사지 못했다.

이 곳 저곳 알아보았으나 카메라 자체가 없는데다, 돈이란 호주머니에 넣어두면 없어지는 요물이나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 녀석들 용돈도 주고, 모자라는 술값을 보태는 등 야금야금 썼더니, 핫바지 방귀 새 듯 사라지고 없었다.

걱정에 걱정을 머리에 이고 살았는데, 몇 일전 원로사진가 한정식선생의 오찬장에서 또 다시 구세주를 만난 것이다.

디지털카메라를 잘 아는 김생수선생께 행여 구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더니,

옆에 있던 엄상빈씨가 인터넷 중고시장에 검색하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뜸 최경자씨가 5만원을 내 놓으며 시동을 걸어 주었고, 엄상빈, 정영신씨가 각각 5만원씩 부담한 것이다,

모자라는 돈은 그 자리에도 없던 마동욱씨까지 합세하여 돈을 마련해 주었다.

이번엔 정영신씨가 직접 돈을 맡아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뒤져도 중고 카메라는 없었다는데, 이월 상품 하나가 나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즉각 돈을 보냈다고 한다.

신품인데도, 처음 나올 때의 정품보다 싼 25만원에 구입했다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정선 고드름축제장으로 떠나야 하는데, 주문한 카메라가 오지 않았다.

이번에 떠나면 축제가 끝나는 25일경에나 돌아 올 수 있으니, 마음이 다급했다. 

동자동에 카메라를 인수할 사람도 없는데다, 축제 사진도 찍어야 하니 그냥 출발할 수 없었다.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어 택배회사까지 찾아가 어렵사리 카메라를 인수받아 정선으로 떠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카메라에 기분이 충천했다.

이 카메라는 엄상빈씨를 비롯한 네 분의 사진가들이 사주었지만,

그 이전부터 김명성씨를 비롯한 인사동 사람들의 마음까지 담겨 예사 카메라가 아니다. 


이 조그만 카메라에 십 여 명의 정성이 담겨 있으니,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 분들의 마음에 보답하는 길은 정신 바짝 차려 좋은 사진을 찍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좋은 사진이란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사진에 앞서,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이바지하는 사진이고 싶다.





이런 저런 일로 좀 늦게 정선으로 출발했는데, 정선에 도착하니 오후 네 시쯤 되었다.

전시장으로 만든 콘테이너 박스가 준비되어 있었으나, 좁은 면적에 그 많은 사진을 어떻게 걸어야 할지도 난감했다.

늦어도 디피를 끝내고 싶었으나, 전기 연결이 잘못 되었는지 불도 켜지지 않았다.

정영신씨와 의논하여 대충 자리만 잡아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숙소가 마땅찮았다,






만지산 집은 추운 겨울에는 살 수 없는 집이다.

군불을 때면 바닥은 따뜻하지만, 산중의 찬바람이 바로 들어오는 집이라, 방안에 있어도 입김이 피어 오른다.

그래서 보온텐트를 방에 치려 했으나, 모든 매장에서 제품을 철수하고 없었다. 이젠 봄 상품을 준비한다나...






하는 수 없이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내려 왔는데, 그 때까지 텐트가 도착하지 않았다.

10여 년 전에도 정선 읍내 일보러 나왔다가, 쏟아지는 폭우에 강물이 불어 이틀 동안 여관에 머문 적이 있지만,

이번에도 여관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먼저 ‘동호장’에 방이 있는지 전화를 걸었더니, 오늘은 방 하나에 5만원이지만, 내일부터 10만원이라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기화로 바가지 씌울 생각부터 하는 돈벌레라는 생각이 드니, 두 번 다시 돌아보기도 싫었다.

'그림모텔'에서 4만원에 잤는데, 생각 외로 괜찮은 여관이었다.

모든 게 다 좋았으나, 욕실 벽의 누드 타일이 좀 야하더라.

 

정영신씨와 모처럼 티브이를 같이 보는 시간도 가졌다.

둘 다 티브이가 없기도 하지만, 그 중독성에 이미 쐬기를 박은지 오래기 때문이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바뀌는 화면만 쳐다보다 잠들어버렸다.




 

정선 고드름 축제 개막식이 있는, 그 이틀 날은 더 추웠다.

축제장에서 정선군청에 근무하는 전상현씨를 만났으나, 전시준비에 정신이 없어 한가하게 인사 나눌 틈도 없었다.

전시 벽이 액자 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것 같아 각목과 전기드릴이 필요했다.

어렵사리 구하여 디피를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전시공간이 좁으니 유치원생 사생대회전이 연상되었다.


    

 



그 때서야 고드름으로 장식한 조양강 축제장 모습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둘 다 전시장은 비워두고 어린애처럼 구경하러 돌아다녔는데,

마침 취재 중이던 엠비시 황지웅 피디와 노기환 엠씨를 얼음동굴에서 만난 것이다.

정영신씨의 장터에서 백 만 가지 표정을 담다.’사진전이 열리는 전시장으로 안내했는데,

배고픈 줄을 어떻게 알았는지,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겨울송어낚시 행사장에서 노기환씨가 직접 잡았다는 송어를 회쳐 왔는데, 너무 맛있었다.

야전의 식사는 이럴 수도 있다며, 둘 다 손가락으로 허급지급 먹어 치웠다.



 


오후 두시 무렵 열린 개막식장에서 전정환 정선군수를 비롯하여 반가운 분들을 여럿 만났으나. 귤암리 주민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추운 날씨라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한 것 같았다.

축제의 열기는 고드름을 녹일 정도로 후끈했다.



    

 

썰매장에서 열리는 어린이들의 경기를 구경하다보니, 올림픽 성화 봉송팀이 도착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선은 알파인스키활강과 슈퍼대회전, 복합 종목이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개최지가 아니던가.


올핌픽 개막을 이틀 남긴 시점의 성화봉송은 구절리와 아우라지를 잇는 레일바이크와 풍경열차를 타기도 했고,

배우 김보성씨는 병방치의 짚와이어를 타고 내려오기도 했다.

정선 고드름 축제가 열리는 조양강변 일원을 지날 즈음정선군청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화가 김형구씨를 비롯한 많은 군민들이 정선군청 앞을 메웠다.

많은 공연이 있었지만, 정선군립 아리랑예술단의 아리랑 별곡은 언제 들어도 정겹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축하공연이 끝나자 전정환 정선군수의 환영사와 김옥휘 정선군의회의장의 축사도 이어졌다.



 


그러나 그 날은 축하공연 때문인지 정선시내에 빈 방이 없었다.

결국은 증산에 있는 리브사이드모텔까지 찾아 가야 했다.

정선에서 승용차로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요금도 4만원인데다 침구도 깨끗했다.

그동안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는 커녕 컴퓨터 구경도 할 수 없었으나,

그 날 저녁만은 컴퓨터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눈팅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 이틀 날은 보온 텐트가 도착하여 귤암리 만지산에서 잘 수 있었지만, 결코 녹녹치 않았다.

얼마나 추운지, 두 사람이 양쪽 아궁이에 나누어 앉아 군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추위도 녹일 수 있는데다, 바짝 마른 장작에서 타 오르는 불길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불에 파묻혀 있다보니, 방에서 연기가 새어 나왔다.


깜작 놀라 들어가 보니, 이불에 불이 붙은 것이다.

불을 너무 많이 지피기도 했지만, 아랫목 시멘트 갈라진 틈으로 불길이 올라와 붙은 것 같았다.

일찍 발견하여 큰 탈은 없었으나, 자칫했으면 큰 산불로 옮겨 갈 수도 있는 여건이라 아찔했다.



 


주변을 정리하고 텐트 안에 들어가 누우니, 마치 산행에 나선 기분이었다.

바닥이 따뜻해 그리 춥지는 않았으나 텐트 밑으로 기어 들어오는 한기에 잠을 설쳐야 했다.

가마솥에서 밤새 끓은 물로 세수는 할 수 있었으나, 식사는 불가능 했다.

언제, 아침 식사라고 정해두고 먹은 지도 없었기에, 전시장으로 바로 나왔다.


그러나 급히 나오느라 빠트린 것이 있어 정영신씨만 전시장에 내려주고 다시 만지산으로 돌아가야 했다

가는 길에 어머니 계신 묘소에 들려 술 한 잔 올렸는데, 어머니께서 뭣에 삐쳤는지, 가는 길을 막아버렸다.





내리막으로 꺾어지는 산길에서 핸들을 돌렸는데, 내려가는 길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후진은커녕 질질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핸들만 마음대로 움직여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결국은 벼랑으로 떨어져 소나무에 꽝 부딪힌 것이다. 충격의 순간은 얼마나 놀랐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마침 백열등을 갈기 위해 전구를 사서 앞자리에 놓았는데, 그게 팅겨나가 유리창을 치며 터진 것이다.

한동안 멍청하게 앉아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다친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운전석 문이 나무에 끼어 열수가 없어 옆 좌석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터진 유리조각부터 치워야 했다.

간신히 기어 나왔으나 걱정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 곳은 도저히 견인차가 진입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일단 그 곳에서 제일 가까운 아랫만지 골의 최연규씨 댁으로 내려갔다.

이 친구는 소를 50마리나 키우는데, 자동 물 공급기가 얼어 우사마다 돌아다니며 물을 주고 있었다.

차량 견인에 일가견이 있는 그에게 사정을 이야기를 했더니, 서둘러 따라 나서 주었다

사고현장을 보더니, 견인차로는 불가능하니 내일 포크레인을 불러 끌어내자는 것이다.

그럴려면 눈부터 녹혀야 하니, 염화칼슘 열 포와 모래부터 실어와 뿌려 두어야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늘 밤에 서울 다녀오기로 한 계획은 이미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정영신씨에게 버스 편으로 혼자 다녀오라는 전화를 했으나 걱정스럽기 짝이 없었다.

만지산도 차가 없으면 꼼짝할 수 없지만, 정영신씨도 조양강변 행사장에서 나오려면 제법 걸어야 했다.


마침 최연규씨 트럭타고 정선 읍내에 열화칼슘과 모래를 가지러 가는 길에

전시장에 잠깐 들렸다가 정영신를 태워 귤암리로 들어 와버린 것이다.

서울행을 하루 연기 한 것은 피차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영신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신승철씨까지 합세하여 모래와 염화칼슘을 뿌렸다,

뒤늦게 소문 듣고 온 김익수, 윤인숙씨 등 여러명이 함께 어울려 술도 한 잔했다.

최연규씨 부인은 허리관절에 문제가 생겨 일어서지도 못하는 환자가 되어 있었는데,

최연규씨가 직접 두부찌개를 끓였으나 음식솜씨가 제법이었다.


그 자리에서 속이 후련한 반가운 소식도 전해 들었다.

2년동안 이어진 지루했던 만지산의 물싸움이 정선군청의 개입으로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이다.

김익수씨 노래로 술자리를 마무리하고, 윗방에서 하룻 밤 신세졌다.



    

 

그 이튿날 정영신씨는 윤인숙씨의 도움으로 전시장에 나가고, 난 포크레인 기사의 연락에 사고현장으로 올라갔다.

언 땅은 녹았으나, 내리막 시멘트 길이라 포크레인도 별 힘을 쓰지 못했다.

마을의 최종대, 나병연, 송용삼씨가 와서 보더니, 체인을 감아 끌어 올리더라도 견인차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견인차와 동내 주민들이 합세한 애마 구출작전이 펼쳐 진 것이다.


사람이 많으니 눈도 금새 치워지고, 내려 갈 길에 모래를 뿌리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난, 차가 끌려 나올 때 다칠세라 주변의 나뭇가지를 톱으로 자르기도 했는데,

두 사람이 당겨 감는 체인에 조금 식 조금 식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뼘만 움직이면 돌을 괴기를 반복한 결과 억측 서럽게 버티던 자동차도 결국은 끌려 나오고 말았다.

동네사람들의 지혜와 견인기사의 협력이 이루어 낸 결과였다.





차가 파손된 부분이라고는 앞 범퍼와 운전석의 백 밀러, 그리고 유리창 빗물막이 뿐이었다.

백밀러만 끈으로 묶어 고정시키니, 운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남의 일이지만,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는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울 뿐이었다.


마침, 함평에서 농사지은 쌀을 정선에서 먹기 위해 20킬로 실고 왔는데, 그 것이라도 최연규씨에게 사례했다.

동내 분들은 서울 갔다 와서 술자리 한 번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정영신씨가 기다리는 전시장으로 차를 몰았다.

일요일 하루만 전시장을 다른 분에게 맡겨두고, 서울로 돌아 온 것이다.

정영신씨는 군청에 보내 줄 서류도 만들어야 하고, ‘서울문화투데이에 송고할 정선고드름축제기사 작성하느라 바빴다. 

나도 몇 일 동안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쓰게 되었는데, 이야기도 길지만, 빠진 내용도 많은 것 같다.



    



월요일 아침 여섯시에 정선으로 출발해 다시 전시장을 지켜야 하는데, 날씨라도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25일까지 전쟁을 치루어야 하지만, 더 이상의 시련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추운 날씨였지만, 벗들과 이웃의 따뜻한 온정에 봄날 처럼 훈훈한 시간이었다.

동자동으로 복귀할 수 있는 날이되면, 그 땐 진짜 봄이겠구나.

 

사진, / 조문호






















 



정선아리랑제가 지난 2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달 29일부터 나흘 동안 정선아라리공원 일대에서 아리랑 빛을 발하다주제로 열렸는데,

국내외 아리랑이 뒤섞인 전통과 현대 문화가 어우러진 한 판 축제였다.

 

입에 주워 담기도 어려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즐거움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지역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길놀이였다.

정선거리에서 펼쳐 진 '아라리길놀이'는 정선 9개 읍면 주민들의 신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사실, 지방 축제마다 많은 의미들을 부여하고 있지만,

기실은 지역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즐기는 자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축제 때마다 무슨 볼거리를 찾는 게 아니라,

반가운 분들 만나기 위해 축제장 주변을 기웃거린다.

우연히 반가운 사람만나 대포 한 잔 하는 재미보다 더 좋은 게 무엇이겠는가?

 

29일부터 이틀 동안 정선아리랑제가 열리는 축제장을 돌아다니며

귤암리 사람들을 위시하여 반가운 분을 많이 만났으나,

술 한 잔 나눌 처지가 되지 못해 아쉬웠다.

 

나 역시, 산골짜기 살다보니 차를 끌고 갈 수밖에 없었지만,

대개가 운전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차마 음주운전은 할 수 없잖아.

결국 축제도 내 집에서 벌이는 축제가 최고더라.

 

사진, / 조문호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정선 '아라리공원'에서 ‘전국5일장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에 초대된 ‘정영신의 한국의 장터’사진전을 위해 일주일 남짓 정선에서 잘 놀았다.

전시장에서 정선 지역민들도 만났지만, 먼 곳에서 찾아주신 분들도 많았다.

날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정영신씨 사진을 만나러 왔지만, 좌우지간 반갑기 그지없었다.






전시 전날부터 시작된 정선 귤암리의 술 파티가 만만찮은 앞 날을 예고했다.
최종대씨 댁에서 나병연, 송종삼 내외 가 모여 꽁치구이와 돼지고기로 전야제가 시작되었다.
단지, 동네 주민들의 갈등 현안인 물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불편하게 했지만...






기억력이 신통찮아 사진에 찍힌 모습을 돌아보며, 지난 날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내가 사는 귤암리의 서덕웅씨가 급히 다녀가는 모습이 포착되었고,

해외 전통시장을 찍는 사진가 하재은씨의 방문에 이어, 문경에서 오신 이선행씨, 귤암리 최종열씨도 다녀갔다,

신승철씨는 전시가 열리는 나흘 동안 매일같이 나타나 겸연쩍은 웃음을 흘리며 전시장을 기웃거렸다.





17년 전 펴낸 ‘동강 백성들’이란 포토에세이집에 ‘법도 씹도 모르는 신승철씨’로 소개하기도 했지만,

바보처럼 착하게 사는 동네 이웃이다. 신통한 것은 글도 모르는 사람이 ‘장날’사진집을 샀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서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관람객에 비해 책을 사는 사람이 너무 적었다.

대부분 아는 분들이 사주는 정도인데, 기초생활수급자인 신승철씨가 사진집을 샀다는 것은 분명 뉴스거리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사진집들을 보고 ‘이거 파는 책입니까?’라고 묻는다는 점이다.

여지것 각종 행사장에서 나누어 주는 무분별한 홍보물 세례에 길들어, 돈 주고 책 산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분은 책이 너무 비싸다며 항의하는 분들도 있었다. 인터넷 문화에 치어, 죽을 쓰는 책의 수모가 어디 이 뿐이겠는가?






그리고 태백의 사진가들도 여럿 다녀가셨다. 박병문씨를 비롯하여 박노철, 전제훈, 박종호씨등인데,

‘아버지는 광부였다’로 알려진 사진가 박병문씨는 재론할 필요가 없지만,

이석필씨 소개로 만나게 된 박노철씨와 전제훈씨는 ‘사협’에 적을 둔 사진가였다.

쓰레기 통에서도 장미가 핀다는 말이 있듯이, 그만의 의미 있는 작업을 하는 앞날이 유망한 사진가였다.

그 무더운 날 포트폴리오까지 챙겨왔었는데, 박노철씨는 오는 7월15일부터 서울 ‘류가헌’에서

‘폐광, 흔적에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전시를 연다고 했다.

시뻘겋게 흘러내리는 폐광 오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의미 있는 사진전이었다.





그리고 전제훈씨의 사진작업 이야기에는 귀가 번쩍 뜨였다. 그는 현역 광부로 일하며 광부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몇 장 보여준 사진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외부에서 지나치다 찍은 탄광사진과는 다른 구석이 있었다.

광맥은 물론 전 작업과정을 깨 뚫고 있기에 좀 더 전문적인 시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여름 영월에서 열리는 ’동강사진축제‘의 강원도사진가전에 소개된다고 했는데,

광부사진에 또 하나의 자취를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두 분 다 사진을 예쁘게 찍는 성향이 있었다.

이것이 오랫동안 공모전사진에 길들어 온 폐해인데, 앞으로 그 틀을 벗어나는 것이 숙제였다.






충무로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는 한만인씨를 비롯하여 사진가 이 민, 오 환씨가 오셨고,

횡성에서 오신 사진가 구자호씨와 최정태씨는 술과 안주까지 전시장에 공수해 오셨다.

전시가 끝나는 다음 날 장터 인문학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과 횡성장으로 탐방 가는 일정이 짜여있어,

구자호 선생께 잘하는 식당을 추천해 달랬는데, ‘마옥 원조 막국수’라는 좋은 밥집을 소개해 주었다.

뒤늦게 들은 이야기지만, 하나같이 맛있게 먹었다며 고마워했다는 것이다.


덕산 터에 ‘숲속책방’을 차린 소설가 강기희씨와 동화작가 유진아씨,

그리고 안용현씨가 찾아주어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옮겨가며 마셨다.

‘술의 인문학’ 강사로서 더 잘 알려진 정선군청 문화관광과 전상현씨의 배려 하에 모두 거나하게 마셨다.







전정환 정선군수를 비롯하여 신주호 부군수, 김수복 자치행정과장, 유홍균 지역경제 팀장,

'전국 오일장 박람회' 행사를 기획한 노현숙씨 등 주최 측 인사들도 여러 분 다녀가셨다. 

뒤늦게 나타난 귤암리의 최영규씨는 전시장으로 술과 안주를 배달시켜 전시장을 주막으로 만들었다.

MBC 황지웅 PD와 화암면에서 G갤러리를 운영하는 화가 김형구씨 내외도 다녀갔고,

전시가 끝 날 무렵에는 사진가 곽명우씨가 나타나 전시철수를 도와주기도 했다.




다들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사진, 글 / 조문호
















































































강원도 정선에서 올해 처음으로 열린 전국 오일장 박람회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5만 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하여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이번 박람회에는 전국 각 지역 대표 전통시장 87곳이 참여하였고,

각종 문화공연과 향수어린 오일장 사진전, 토속음식 체험행사 등 다채롭게 펼쳐졌다.





22일 오후2시 정선 아라리공원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전정환 정선군수를 비롯하여

송석두 강원도 행정부지사, 정영훈 지방중소기업청장, 이민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임이사,

서상건 강원상인연합회장, 정선 각 기관단체장과 지역주민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해 박람회의 성공을 기원했다.

전정환 정선군수는 "박람회를 통해 전국 전통시장 활성화 토대를 마련하고, 상생발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





정선군에서 주최하고 강원도에서 주관한 전국 오일장 박람회'는 대표전통시장 정선아리랑시장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국 전통 오일장의 상생발전을 위해 마련되었다.

박람회에 정영신의 장터사진전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공연이 열려 볼거리를 더했으며,

토속음식 체험행사와 판매 공간으로 이뤄진 판매 존에는 강경 젓갈시장과 성주 참외시장,

복분자로 유명한 전북 고창시장 등 40개 시장이 참여하여 지역특산물을 소개하기도 했다.





먹거리 존은 각 지역의 대표음식을 망라한 20개 시장과 강원 지역 27개 전통시장이 참여해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들을 선보였다.
조선 저잣거리 존에서는 남사당패의 풍물공연과 사자놀음, 마당놀이와 민요공연이 연이어 열렸고,

마당놀이 존에서는 외줄타기, 널뛰기, 가훈 써주기, 야바위 마술놀이 등의 전통놀이가 열렸다.

품바 존 등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연령층에 관계없이 모든 관람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정선군 체험 존에서 정선의 향토음식을 맛보는 자리도 만들었다

TV 프로그램인 삼시세끼에서 선보인 음식을 활용하는 체험의 장도 마련했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전통시장의 미래를 이끌어갈 강원도 청년상인연합회도 출범했다.

청년 점포 30개소가 문을 열어 개발한 상품판매는 물론이고 다양한 수공예 체험장을 열어 관심을 모았다.

또한 정선 지역 사회적 기업 15곳이 홍보· 판매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전국오일장 박람회와 동계올림픽의 성공기원제가 열린 굿당이었다.

'강원도굿보존회'가 주관한 성공 기원제에는 성황굿, 감흥굿, 용황굿, 칠성굿 등 온갖 굿과 바라춤, 지전무, 뱃노래 등의

가무가 펼쳐져 볼거리를 더했는데, 가장 인기를 끈 굿은 김지안씨의 12 작두 굿이었다.





오락과 가락이 있는 전국 오일장박람회는 맛있는 음식 먹으며 재미있게 놀고,

좋은 상품 사는 흥겨운 잔치마당으로 자리 잡았는데,

부족한 점을 보안하게 될 '제2회 전국 오일장 박람회'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사진, / 조문호



















































 




'동강할미꽃보존연구회'가 주최한 제10회 동강할미꽃 축제가

지난 4월1일부터 3일까지 정선, 귤암리 ‘동강생태체험학습장’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행사장에는 서덕웅 보존회장을 비롯하여 전정환 정선군수, 차주영 정선군의회의장,

한종수 정선읍장, 김수복 정선군 문화예술과장 등 많은 인사들과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높은 벼랑에 핀 동강할미꽃의 처연한 자태를 감상하며 정선의 봄을 맞이했다.

이제 동강할미꽃축제는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축제로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동강할미꽃들과 함께 열리는 사생대회나 백일장이 크게 기여한 듯 했다.

이 날 떡메 치는 재미도 솔솔 했지만, 어디 이웃과 함께하는 재미에 비할소냐.

귤암리 부녀회에서 마련한 음식과 막걸리를 마시며 봄의 여흥을 마음껏 즐긴 것이다.

이처럼 마을축제란 주민들이 화합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잘 안 된다.

농사철에 접어들면 쉴 겨를이 없지만, 이 날 만큼은 만사를 재쳐두고 나와야 했다.

그리고 정선 문화예술인들이 그렇게 많지만, 모습을 드러낸 분은 김우영씨 한 분 뿐이었다.

예술한다는 사람들이 그러니, 농사일에 바쁜 주민들만 탓할 일도 아닌듯 싶다.

내가 사는 만지골은 지하수를 둘러싼 원주민들과 이주민의 분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하수 펌프나 배관을 보수하는데 따른 비용분담으로 발생한 사건이란다.
축제장에서 만난  전정환 군수께 지하수 관리비용을 군에서 부담할 수 없냐고 물었더니,
즉석에서 한종수 읍장을 불러 해결방법을 모색하자며 걱정해주셨다.

한종수 읍장은 앞으로의 유지보수비를 주민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문제는 그 갈등의 골이 한계를 넘어 버렸다는 점이다.

이웃 간에 내용증명이 오가는 등 소송까지 불사할 감정싸움으로 비화해, 손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의 분쟁은 이제 귤암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오래 전부터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이들이 산골로 몰려들며 생긴 일인데,

대개들 '가까히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거였다.

도심에서 이웃과 교류 없이 살아 온 이들이 동네 주민들과 어울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축제라도 나와 얼굴을 부딪쳐야 하는 것 아닌가?

더욱이 강원도 정선지역은 예로부터 산골에 갇혀 살아,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습성이 몸에 배어있다.

난, 정선 들어온 지 20년차지만 외지에 나돌아다녀 그런지, 아직까지 데리고 온 서자 취급이다.

그렇지만 함께 어울려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마을의 정서보다 원칙을 따지는 분들이 늘어나며 이런 분쟁이 터진 것이다.

싸우는 양측에서 서로 협력을 요구해 더욱 난처하게 만든다.

이미 내집에 대한 관리와 의결권은 이웃 최종대씨에게 위임한 상태라 뒤늦게 개입할 문제도 아니지만,

편 가르기로 비화된 흙탕물에 휘말리기는 더 더욱 싫기 때문이다.

부디 서로 양보하여 평화로운 마을이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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