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만지산 골짜기에도 봄이 왔다.
마당의 목련은 처녀가슴처럼 부풀었고,
할미꽃도 수줍은 듯, 고개 내민다.
자연은 온통 봄소식 전하느라 바쁘건만,
만지산 사람들은 싸우느라 정신없다.
원주민과 이주민들의 기 싸움질이다.
마치 정치판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툇마루의 낡은 가림 막은 깃발처럼 펄럭이고,
시멘옹벽이 무너져 주춧돌을 협박한다.
함께 살자던, 자연마저 나를 버리려는가?
낯 술에 취해, 울 엄마 무덤을 찾았다.
미주알 고주알 하소연하다, 잠들어버렸다.
꿈에라도 기다렸으나, 아무런 기척이 없다.
사진,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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