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내 친구 정일우“ 시사회가 지난 2일 종로3가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우리나라 빈민운동의 선구자였던 정일우(존 데일리)신부의 선종 삼주기를 맞아 김동원, 노은지감독이 만든 작품이었다.

이 날 같은 시간에 ‘동자희망나눔센터’에서 주민자치회의가 열렸지만,

낯선 이국땅에서 평생을 낮은 자세로 사신 신부님의 헌신적인 삶을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신부님은 빈민운동을 하셨지만, 빈민들을 조직화, 의식화하지 않고, 그들이 움직일 때 까지 기다려주었다.

즉 빈민들을 끌고 가려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빈민들의 권리를 위해 싸운 것이다.





그는 1935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8살 때 예수회에 입회했다.

세인트루이스대에서 철학을 공부하여 60년부터 서강대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3년 후 미국으로 돌아가 신학을 공부해 사제서품을 받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 40년 가까이 예수회 신부로서 빈민운동을 하다, 2014년 78세의 나이로 선종하셨다.


신부님은 복음을 입으로만 전하지 않고 온 몸을 바쳤다.

개발 논리에 밀려 내팽겨진 빈민들의 삶을 접하며, 73년 청계천 판자촌에 들어갔다.

청계천과 양평동, 상계동을 떠돌며 판자촌 빈민들과 함께 살며,

그들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판자촌 철거 반대 시위에 앞장서 빈민들의 '정신적 아버지'로 자리 잡았다.





철거민 공동체 식구들은 아무런 조건이나 아무런 가식 없는 정신부의 인간적인 모습에 끌려 동화되었다.

양평동 판자촌에서 철거당한 빈민 170가구와 함께 경기도 시흥 소래면 신천리로 옮겨간 그는

빈민운동가 고 제정구씨와 함께 복음자리 공동체를 꾸려 살기도 했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0년대. 곳곳에서 철거작업이 진행되자 상계동과 목동 등지에서 철거민을 도왔고,

이들의 자립을 위해 '복음자리 딸기잼'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정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과도 친했지만 정태춘씨 노래를 특히 좋아해, 가끔 만나 교류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고(故) 제정구씨가 든든한 동지로 늘 함께했다.

두 분은 1986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공동 수상했다.






도시빈민운동이 자리 잡을 무렵, 저가 미곡정책으로 희생을 강요당하는 농민들에게도 관심을 가졌다.

1998년 괴산군 삼송리에 농촌청년 자립을 돕기 위한 누룩공동체를 만들어 농촌 운동에도 힘을 쏟았다.


날카로운 혜안을 가진 정일우 신부는 낙천적인 기질의 자유로움과 넉넉함을 가진 재미있는 분이셨다.

항상 장난 끼 넘치는 익살과 해학으로 빈민들을 즐겁게 했다.

영화에서도 함께 술 마시며 노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괴산군 삼송리 마을잔치의 돼지 잡는 모습에서는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주민이 망치로 돼지의 급소를 쳐 죽이려 할 무렵, 녹음테이프 하나를 가져와 음악을 틀었는데,

그 선곡이 귀가 막혔다. “짜자 쟌 쟌~”으로 시작되는 베토벤의 ‘운명’이었다.

정일우신부의 가식 없이 어울리는 진솔한 모습에서 뜨거운 인간애를 느꼈다.

영화를 만든 푸른영상 김동원, 노은지 감독은 기존의 영상자료에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모우고,

정일우신부의 고향인 미국까지 건너가 주변 분들의 인터뷰를 담는 등, 신부님의 삶을 리얼하게 조명하였다.

특히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켜, 감동을 안겨주었다.






마지막으로 보여 준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주민들이 신부님 49제에서 영정사진을 든 채 ‘노란샤스 입은 사나이’노래를 부르며 춤추고 놀았다.

격식 없이 즐겁게 사셨던 신부님을 생각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그 값진 삶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된 것이다.
‘죽음도 축제다.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살자‘

이 날 시사회에는 정일우 신부님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영화관을 가득 메웠다.

좌석이 없어 복도까지 앉아야 했다.

동자동사랑방’에서도 우건일 조합장을 비롯하여 김호태, 김정호, 선동수, 허미라,

강병국, 임수만, 김창헌, 최성규, 김정길, 유한수, 전인중, 정시영씨 등 20여명이 갔다. 


[정진우신부와 관련된 사진들은 'Daum'의 이미지 블록에서 스크랩했다.]
사진, 글 / 조문호


























올 해로 여덟 번째 열리는 동자동 어버이날 행사가 지난 5월8일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동자동 ‘새꿈 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해마다 어버이날을 맞아 ‘동자동 사랑방’(대표 김호태) 식구들이 마련하는 잔치인데,

주민들로 부터 모금한 돈으로 손수 음식을 장만하는 등 서로 협력하여 정 나누는 자리다.

외롭게 사는 쪽방 촌 빈민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음식을 대접하며, 이웃과 소통하게 한다. 

다른 음식 나눔과는 달리 반주까지 곁들일 수 있었으니, 더욱 즐거운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공원에서 술을 못 마시게 되어 있지만, 이 날만은 '동자동사랑방'에서 제공한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주민들과 노숙인 등 약300여명이 모여 모처럼 이런 저런 정담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미역국과 밥 부침개, 과일, 소주, 막걸리, 음료수 등 준비한 음식이 푸짐했으나,

굶주린 이들이 너무 많았는지 오후2시까지 시간을 채울 수가 없었다.

이 잔치는 다른 곳에서 전혀 후원을 받지 않고, 마을사람들 성금으로만 치루어 졌다는 점이 좋았다, 

잔치비용으로 총 250만원을 들였다는데, 229명의 주민으로부터 한 푼 두 푼 모은 모금액이

전체 소요비용과 비슷한 2,513,230원이었다”고 한다. 주민들이 일 손을 보태고 협력한 애착의 산물이었다.

어려운 쪽방주민들이 더 어려운 노숙인들을 대접한 고마운 자리였다.

그리고 ‘동자동 사람들’ 빨래집게 사진 나눔전도 열었다.

공원 주변 나무 사이로 쳐진 빨래 줄에다 에이바이텐 규격의 사진 135장을 내 걸었다.

7개월 동안의 기록에서 골라 주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함이었다.

몇 달 전에 찍은 결혼사진을 여지 것 전해 주지 못했으니, 그동안 당사자를 만날 때마다 얼마나 민망스러웠겠는가?

돈 좀 생기면 한꺼번에 돌려주겠다며 미뤄왔는데, 어버이날을 기해 일을 저지른 것이다.

만든 사진도 주로 초상사진이나 기념사진 등 본인위주의 사진을 골랐는데, 엿쟁이 마음이니 너그러이 이해하기 바란다.

그리고 서로 돌려보기 싶게 빨래 줄에 사진을 걸어두고, 본인이 집에 갈 때 거두어 가기로 하였으나,

안내 글을 못 보았는지, 술이 취해 잊어버렸는지, 절반이나 남아 있었다,

만든 사진이야 다음에 전해주면 되지만, 미처 만들지 못한 사진이나 추가로 촬영하는 사진은 올 추석잔치에서 돌려드리기로 했다. 

본인 사진이 없다고 서운해 하지 말고, 혹시 동자동 거리나 공원에서 만나면 “어이 조기사! 사진 한 판 멋지게 찍어”라고 말하라,

결국 남는 건 사진뿐이다. 그 기록이 우리의 역사이고, 크게는 대한민국 역사다.

이날 잔치에는 ‘동자동사랑방’ 김호태 ‘회장과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우건일 이사장, 남영동 동장 마필승씨가

나와 주민들에게 인사를 드리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했고, 정의당 용산지구 정연국위원장, 사진가 김 원, 정영신씨도 참석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건강한 여름 맞으시길...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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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아 오는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동자동 사랑방’ 식구들이 힘을 모아 조그만 잔치를 연다.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열리는데, 주민들에게 카네이션 꽃도 달아 드리고,

점심식사를 챙겨드리며 술도 한 잔 나눌 수 있는 고마운 자리를 만든다.

올해로 여덟 번째 치루는 이 어버이날 행사는 그동안 ‘동자동 사랑방’ 식구들이 매년 치러 왔는데,

외로운 쪽방 촌사람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는 좋은 나눔의 자리다.

협동하는 공동체정신으로 서로 정 나눌 수 있도록,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동네잔치라 그 의미가 더 크다.

이 어버이 잔치를 위한 세 번째 준비회의가 지난 5월 2일 오후5시 동자동사랑방 사무실에서 열렸다.

우건일조합장을 비롯하여 김호태, 박정아, 조두선, 김정길, 김정호, 강동근, 차재설, 선동수, 한정민, 최순규,

이난순, 양정애, 허미라씨 등 20여명의 임원들과 주민들이 모여 행사 진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를 했다.

장은 누가 어떻게 보고, 음식은 누가 어떻게 나누며, 문제점은 없는지 등 그 날 치루어 질 행사에 대한 치밀한 작전회의였다.

다들 마음에서 우러나 협동하니 결과야 보나마나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소요될 예산이 총250만원인데, 주민들의 후원금이 100여만 원 밖에 모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사 당일에도 후원하는 분이 있겠지만, 강제하지 않는 일이라 좀 불안하다. 관심 있는 분들의 사랑어린 손길을 기다린다.

난,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프린트하여 이 날 전해드리기로 했으나, 협찬을 얻지 못해 절반만 만들기로 했다.

우선 130여장만 전해드리고, 나머지는 추석 잔치 날 돌려드릴 작정인데, 그마저 수급비에서 잘라내어 프린트를 맡겼다.

사진전시란 이름을 내 걸고 한다면야 그 정도의 협찬은 얻을 수 있겠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오붓한 동네잔치를 떠벌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전시라기보다 주민들이 돌려 보기 싶도록 빨래 줄에 걸어 보여 준 후,

잔치가 끝나면 자기사진들을 챙겨가는 그런 사진 나눔의 장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오래전 춤꾼 이유나씨가 위문공연을 내게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마저 자칫하면 옥상옥이 될 것 같아 회의에서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아무튼, 외로운 동자동 주민들의 언 마음을 녹여주는 훈훈한 잔치가 될 것을 확신한다.
사랑을 만드는 “동자동 사랑방 사람들” 파이팅!


사진, 글 / 조문호






















이주용교수가 보내 준 EPSON L220인데, 이 기종에 대해 잘 아시는 분께 자문 좀 구하고 싶다.



지난 17일 시나리오작가 최건모씨와 신찬비씨가 동자동을 방문했다.


일전에 주민들을 촬영한 영정사진이나 기념사진을 돌려 드릴 수 있는
프린트 협찬업체를 한 번 알아봐 달라고 최건모씨에게 부탁한 적이 있는데,
동료작가가 프린트기가 있다며 함께 찾아 온 것이다.



신찬비씨가 전해 준 프린트기



그 프린트기는 5x7인치 전용이라 주민들의 기념사진 뽑아드리기는
안성맞춤이지만, 영정사진으로 사용하려면 8x10인치는 되어야 했다.
고마운 뜻을 받아들여 프린트기를 우건일 조합장께 전해드렸다.

그리고 복합기 EPSON L220 기종에 대해 잘 아는 분이 있으면 자문 좀 구하고 싶다.
몇 달 전 이주용 교수께서 사주신 프린트기인데, 도무지 작동이 안 된다.
아는 분의 도움도 받아보았으나 그 분도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사용하는 컴퓨터에는 호환이 맞지 않는지 작동이 안 되고,
다른 컴퓨터에 연결하니 사진이 복사용지 나오듯 주룩 주룩 나와 해상도가 엉망이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좌우지간 일이 계속 꼬인다.

뻔뻔스럽기는 하지만, 정영신씨 한데 한 번 부탁해 보는 수밖에 없겠다,
어버이날 전해 드리기로 약속 했으니,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남을 돕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놈의 돈은 다 어디 갔는지...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쪽방 촌에 사시던 김광식(76세)씨가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지난 17일 동자동 ‘식도락’에 차린 빈소에는 많은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의 죽음이 남달리 안타까운 것은 가족 찾느라 한 달 동안이나 영안실 냉동고에 안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처음 병원으로 모시고 갔던 ‘동자동사랑방’조합 우건일씨가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치루 게 된 것이다.

가족이 나타나더라도 대부분 시신 포기각서를 써 동자동 사랑방에서 장례를 치루기는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떠돌아야 했던 영령이 안타까워하는 말이다.

돌아가신 김광식씨는 빚 보증을 잘 못 서서 가산을 날리고 가족까지 잃었다고 한다.
재산 잃고, 가족 잃고, 건강까지 잃어 고생하시다 결국은 목숨까지 잃게 된 것이다.
동자동에 거주하는 대개의 주민들 사정이 이와 별 다를 바 없다는 현실이 더 가슴 아픈 것이다.

장례를 치루는 중에도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동자동사랑방에서 장례를 치루면, 주민 모두가 상주가 될 수밖에 없으나,
이 날의 대표상주는 한정민씨가 맡았다.

빈소에는 우건일 조합장을 비롯하여 김호태, 김정길, 김정호, 박정아, 선동수,

강병국, 이원식, 유한수, 차재설, 조두선씨 등 많은 사랑방 식구들이 조문했다.

동자동 보안관이신 이창희 경위도 조문하여 저승길 가는 노자 돈을 보태기도 했다.

그리고 이난순씨를 비롯하여 김규수, 구도원씨가 음식준비하고 돕느라 고생 많으셨다.

그 이틀 날 승화원에서 화장하여 꽃동네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길 빕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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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막장이라 여기며 들어왔던 동자동은 막장이 아니었다.

매음굴 양동에 대한 오랜 기억과 빈민들의 슬픔으로 비친 쪽방 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곳에 들어오며 희망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그 희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욕망으로 뒤덮인 세상,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이기에 가능했으리라.

물론,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사회운동가들의 땀이 고여 있지만,

연대의 힘이 무섭다는 것도 인생 말년에 다시 절감한다.

 

쪽방 촌 동자동에 있는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7차 정기총회가

지난 18일 오후2시부터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열렸다.

예측대로 회의장에는 160여명의 주민들이 가득 메웠는데,

몸이 아프거나 사정 있는 분들의 위임장도 많았을 것이다.


다들 멋 부린 차림으로 마치 잔치 집 나들이 하듯 모여들었다.

마치 손 꼽아 기다린 듯, 나온 분들의 표정이 밝고 친숙했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고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뀐 그런 표정이었다.

 

2011년 창립된 이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은 412명의 동자동 주민이 협력해,

그들의 쌈지 돈에서 출자한 돈이 2억이 넘었다.

중요한 것은 참여수와 출자액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진전한다는 것이다.

 

우건일이사장을 비롯하여 강동근, 유영기, 조두선, 박정아, 차재설이사,

김호태 이충현 감사 등 임원 모두가 그대로 유임되었다.

우건일 이사장의 리더 쉽, 박정아 교육이사의 끈기, 선동수 간사장의 치밀함을

바탕으로 전 조합원들이 협력하여 이루어 낸 결과였다.


여지 것 많은 정기총회에 참석해 보았지만, 불화의 모습도 많이 보아왔다.

그런 불화들은 대개 개인적 욕심 때문이다. 여긴 다들 싱글벙글 정 나누고 있었다.

이 날 오전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있었던 빵 나눔 행렬의 침울한 표정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물론 그 행렬에는 주민들보다 노숙인이나 외지인이 더 많았지만...

 

정부는 물론 가족마저 방임하는 장례를 치러 주며 어려울 때 대출 해주는 공식적인 일 보단,

절망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에게 이웃과 소통하며 정 나누는 통로를 만들었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불신이 만들어낸 폐쇄적 삶에서 탈출하여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아직까지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 같다.

다 같이 힘을 모아 협력하면 모든 걸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보지 않았던가.

광화문광장을 메워 이룬 촛불의 기적을 말이다.

 

이 날 총회장에는 축하하러 온 인사들도 있었으나, 성공사례를 배우러 온 다른 조합 종사자들도 보였다

하나의 놀이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된 총회는 동자동 주민들 잔치마당 같았다.

총회장을 나오며 받은 두루마리 화장지 선물은 화장지 풀리듯 이어질 행복 인 냥 즐거웠다.

쪽방 촌 동자동이 봄바람으로 들썩인 하루였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사랑방 ‘식도락’은 알콩 달콩, 콩 볶는 사랑 솥이다.

밥 때만 되면 반가운 분들이 웃음 물고 나오신다. 말 없는 표정 속엔 따뜻한 정으로 진득하다.


다들 콩 볶는 재주가 없어 밥만 드시지만, 재주도 없으며 손 발 걷어 부치는 사람이 있다.

달마승 처럼 눈꼬리가 휘어진 김정호님이다. 썰렁한 우스게지만, 정감이 잔득 묻어난다.

난순 주모께 감놔라 콩놔라 하는 것도, 그가 할 수 있는 콩 볶는 재주라면 재주다.

‘식도락’ 구석에 큼직한 화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직 덜 된 그림이지만, 한 번 봐달란다.

스케치에 그친 미완성이지만 자랑할 만 한데, 그려보지 않은 초짜 그림치고는 괜찮아 보였다.

말하려는 내용이나 화면 구도가 꽉 짜여있었다. 한 그루의 고목은 동자동 사랑방 가족을 의미했다.

그는 부지런하기도 하다. 이웃 선반 짜주는 일에서 부터 못하는 게 없다.

그 날도 버려진 고물 핸드폰을 장사치에게 팔아넘겨, 사랑방조합에 건네주었다.

사무실 폐품 정리하는 박정아님을 도와주다 우건일님이 호두과자 한 상자를 내놓으니,

몇 알 챙겨들고는 쏜살같이 ‘식도락’으로 달려갔다. 그 곳에 계신 분들을 먹이기 위해서다.

몇 일전 퇴원하신 김원호님이 뒤늦게 ‘식도락’에 나오셨다.

아직 몸이 불편해 애기 밥처럼 조그만 공기에 담아 드시어, 다들 걱정스레 지켜보았다.

약 챙겨 드리는 허미라님의 손길이 따스하게 전해졌다.

그러다 이웃에 짐 내려야 한다는 우건일님 전갈에 우루루 몰려갔다. 이게 동자동사랑방의 사랑법이다.

콩 볶는 구수한 냄새가 동자동 골목에 진동한다.

사진, 글 / 조문호


















 




‘송파 세 모녀’ 3주기를 맞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부양의무제 폐지,

수급권자 권리 확대, 기초생활보장법 운용에 대한 국민과 수급권자의 민주적 참여 보장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미 발의된 법안도 있지만 이 법안은 특별하다. 기초법 운동의 당사자 및 단체들이 오랫동안 연구하며,

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눈물과 숨결을 불어넣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초법 개정을 요구해온 ‘빈곤사회연대’, ‘동자동사랑방’, ‘전국장애인부모연대’등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에서 많은 분들이 나와 법안 통과를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윤 의원과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지난 24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안의 발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고 20대 국회와 정부에 개정안 통과를 위한 협조를 촉구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수급권자의 수급 여부는 1촌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의 소득 수준에 영향을 받는다. 


윤 의원은 "지난 2014년 12월, 소위 `송파 세 모녀 법`으로 불리는 기초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지만,

당시 134만 명이었던 수급자가 개정안을 통해 약 210만 명으로 증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는 2016년 7월 수급자는 166만 명에 그쳤다"라며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수급자 수가 늘지 않는 것은

선정 기준과 신청 절차가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개정안에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주소가 없으면 임시주소지를 제공하여 수급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수급 탈락 고지를 받았으나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 종료까지 수급 삭감이나 탈락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하고,

수급 신청 후 완료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줄였다.

재산 기준 및 소득환산방식, 소득인정방식을 조정할 때 수급권자를 대표할 수 있는 위원의 참관을 규정하여

사회적 합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형숙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광화문공동행동 상임대표는 "부양의무제는 장애등급제와 더불어

한국 사회에서 꼭 없어져야 할 대표적인 악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동자동 사랑방’에서 나 온 윤용주씨는 수급 받기까지의 어려움과

언제 수급자에서 탈락될지 몰라 늘 불안하게 살아간다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배진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안은 2014년부터 계속 발의되었지만,

정부의 반대로 폐기되었다"며 "정부 반대 근거를 담은 검토보고서를 봤더니,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재산을 자식에게 증여하고 부정수급을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전했다.

배 변호사는 "그렇다면 정부는 예상되는 부정수급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배 변호사는 "이 개정안은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제도로 인해 고통 받고 죽어 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법안"이라며 개정안 통과를 호소했다.





이 날 기자회견장에는 정의당 윤소하의원, ‘빈곤사회연대’ 김윤영사무국장과 윤애숙씨,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이형숙대표,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배진수변호사,

동자동사랑방조합 우건일 이사장을 비롯하여 윤용주, 허미라, 김원호, 김호태, 최남순씨 등 많은 주민들이 참여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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