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내 친구 정일우“ 시사회가 지난 2일 종로3가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우리나라 빈민운동의 선구자였던 정일우(존 데일리)신부의 선종 삼주기를 맞아 김동원, 노은지감독이 만든 작품이었다.

이 날 같은 시간에 ‘동자희망나눔센터’에서 주민자치회의가 열렸지만,

낯선 이국땅에서 평생을 낮은 자세로 사신 신부님의 헌신적인 삶을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신부님은 빈민운동을 하셨지만, 빈민들을 조직화, 의식화하지 않고, 그들이 움직일 때 까지 기다려주었다.

즉 빈민들을 끌고 가려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빈민들의 권리를 위해 싸운 것이다.





그는 1935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8살 때 예수회에 입회했다.

세인트루이스대에서 철학을 공부하여 60년부터 서강대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3년 후 미국으로 돌아가 신학을 공부해 사제서품을 받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 40년 가까이 예수회 신부로서 빈민운동을 하다, 2014년 78세의 나이로 선종하셨다.


신부님은 복음을 입으로만 전하지 않고 온 몸을 바쳤다.

개발 논리에 밀려 내팽겨진 빈민들의 삶을 접하며, 73년 청계천 판자촌에 들어갔다.

청계천과 양평동, 상계동을 떠돌며 판자촌 빈민들과 함께 살며,

그들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판자촌 철거 반대 시위에 앞장서 빈민들의 '정신적 아버지'로 자리 잡았다.





철거민 공동체 식구들은 아무런 조건이나 아무런 가식 없는 정신부의 인간적인 모습에 끌려 동화되었다.

양평동 판자촌에서 철거당한 빈민 170가구와 함께 경기도 시흥 소래면 신천리로 옮겨간 그는

빈민운동가 고 제정구씨와 함께 복음자리 공동체를 꾸려 살기도 했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0년대. 곳곳에서 철거작업이 진행되자 상계동과 목동 등지에서 철거민을 도왔고,

이들의 자립을 위해 '복음자리 딸기잼'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정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과도 친했지만 정태춘씨 노래를 특히 좋아해, 가끔 만나 교류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고(故) 제정구씨가 든든한 동지로 늘 함께했다.

두 분은 1986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공동 수상했다.






도시빈민운동이 자리 잡을 무렵, 저가 미곡정책으로 희생을 강요당하는 농민들에게도 관심을 가졌다.

1998년 괴산군 삼송리에 농촌청년 자립을 돕기 위한 누룩공동체를 만들어 농촌 운동에도 힘을 쏟았다.


날카로운 혜안을 가진 정일우 신부는 낙천적인 기질의 자유로움과 넉넉함을 가진 재미있는 분이셨다.

항상 장난 끼 넘치는 익살과 해학으로 빈민들을 즐겁게 했다.

영화에서도 함께 술 마시며 노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괴산군 삼송리 마을잔치의 돼지 잡는 모습에서는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주민이 망치로 돼지의 급소를 쳐 죽이려 할 무렵, 녹음테이프 하나를 가져와 음악을 틀었는데,

그 선곡이 귀가 막혔다. “짜자 쟌 쟌~”으로 시작되는 베토벤의 ‘운명’이었다.

정일우신부의 가식 없이 어울리는 진솔한 모습에서 뜨거운 인간애를 느꼈다.

영화를 만든 푸른영상 김동원, 노은지 감독은 기존의 영상자료에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모우고,

정일우신부의 고향인 미국까지 건너가 주변 분들의 인터뷰를 담는 등, 신부님의 삶을 리얼하게 조명하였다.

특히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켜, 감동을 안겨주었다.






마지막으로 보여 준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주민들이 신부님 49제에서 영정사진을 든 채 ‘노란샤스 입은 사나이’노래를 부르며 춤추고 놀았다.

격식 없이 즐겁게 사셨던 신부님을 생각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그 값진 삶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된 것이다.
‘죽음도 축제다.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살자‘

이 날 시사회에는 정일우 신부님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영화관을 가득 메웠다.

좌석이 없어 복도까지 앉아야 했다.

동자동사랑방’에서도 우건일 조합장을 비롯하여 김호태, 김정호, 선동수, 허미라,

강병국, 임수만, 김창헌, 최성규, 김정길, 유한수, 전인중, 정시영씨 등 20여명이 갔다. 


[정진우신부와 관련된 사진들은 'Daum'의 이미지 블록에서 스크랩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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