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방바닥에 앉아 일하다보니 허리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어제 새벽세시까지 컴퓨터와 놀다 허리가 불편해 잠들었는데, 눈을 떠 보니 점심때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일어나려니 허리를 펼 수 없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신경외과를 찾아 나섰으나 후암동 주변을 샅샅이 뒤져도 병원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힘들게 걸었으나, 좀 다니니 통증이 사라지고 허리도 펼 수 있었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알아 병원 찾는 것을 포기하고, 새꿈공원 술자리에 어울려 버렸다.





김용태, 이원식, 황규복, 안중균, 강원씨 등 다섯 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이 날은 황규복씨가 돈이 생겼는지, 이원식씨에게 파랑새 한 장을 주기도하고, 술과 담배까지 샀다.

그러나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정치이야기로 술맛 가게 하더니, 어제 있었던 현충일 이야기로 옮겨갔다.






문대통령의 추모사에 감동 먹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군대에서 개 고생했던 이야기까지 구구절절했다.

김용태씨는 차라리 군대에서 고생하다 죽었으면, 이 모양으로 살지 않고 죽어 대접이나 받을 거라는 쓸데없는 소리도 했다.

그리고는 이순신장군 이야기가 나오니 끝이 없었다.

하늘의 별을 보고 날씨를 알아보는 기상관측에서부터 장군이 남긴 명언 등 마치 위인전을 다시 보는 것 같았는데,

안중균씨는 이순신장군 초상이 10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것에 불만이 많았다. 어떻게 신사임당 보다 못하냐는 것이다.

액수로 위인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난한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백 원짜리가 좋지 않으냐는 궤변도 펼쳤으나,

씨알이 먹히지 않았다.






그 무렵, 저녁식사를 약속한 미디어작가 김도이씨가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일어나려는데, 또 다시 허리가 아파 일어날 수 없었다.

! 이 병은 누웠거나 서있으면 괜찮으나 앉았다 일어나면 통증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내일 쯤 한방병원에서 침이라도 한 대 맞을 작정으로 구부정하게 도이씨가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집 앞에 있는 광주식당에서 된장찌게와 돼지고기로 저녁식사를 하며 반주 한 잔 걸쳤다.

한 병만 비우고 방에서 마시자며 일어났는데, 또 다시 허리가 아파 공원을 한 바퀴 돌아야했다.

방에 쪼그려 앉아 컴퓨터와 씨름할게 아니라 부지런히 다니며 사진 찍으라는 경고로 받아 들였지만,

근본적인 대책부터 마련해야 했다.






일단 의자에 앉아 일하는 방 구조로 바꾸어야 하는데, 방이 좁아 책상을 들일 수가 없었다.

도이씨와 궁리 끝에 방법을 찾아냈다. 의자높이의 좁은 침대를 만들어 의자와 겸용하고,

큰 책상을 들여 식탁을 겸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앞자리를 차지한 책장을 침대 밑에 넣으면 안성마춤일 것 같았다.

돈 생기면 목공소에 부탁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할 일이 많으나 허리 때문에 일찍 드러누웠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드니 머리가 지끈 지끈했다. 차라리 미녀생각이라도 할 걸...
인생이 일장춘몽이라는데, 그 마지막 꿈이라도 꾸고 싶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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