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부자 동네만 오는게 아니라 가난한 쪽방 촌에도 온다.
벚꽃이 흐드러진 동자동 공원에 봄바람이 살랑대니,
심란한 남정네들 삼삼오오 모여든다.

강호는 사과로 정염을 삭이고, 인봉이는 소주로 달랜다.
‘인봉이 상판대기는 왜 깨졌냐?’ 물었더니.
계단이 넘어져 얼굴을 때렸단다.

“야! 이놈에 봄바람아, 이 홀애비들은 어쩌라고 그리도 불어대냐?”
못 먹어 몸은 상했지만, 기어오르는 춘정마저 없을소냐?
목련은 쩍 벌어져 유혹하고, 발갛게 달군 복사꽃에 몸 둘 바 모르겠다.
애간장 그만 녹이고 술이나 한 잔다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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