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바로보기

민정기_주재환_최종현展 

 

2022_0812 ▶ 2022_0918 / 월요일,추석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시청

 

관람료 / 2,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추석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완만하게 펼쳐진 넓은 들판에 서서 따뜻하게 내리쬐는 볕과 함께 눈앞으로 길게 연결된 물길의 소리, 그리고 그 뒤로 울창하게 뻗어있는 산세를 보고 있는 상상을 하니 한껏 심신에 생기가 든다. ● 예로부터 흔히 모두가 선호하는 공간의 기준으로 평탄한 땅, 산수의 조화와 함께 따뜻한 기운이 도는 곳을 지리적으로 배산임수의 형태인 풍수지리에 해당한다 하였고 지금까지 이는 가장 기본적인 '명당'의 전통적 개념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공간은 인간이 누리는 가장 기본적인 영역의 한 부분으로써 단순히 생존을 넘어 시각적인 정경과 심리적인 안정감, 그리고 더 나아가 길과 복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인간에게 공간이라는 영역이 가지는 의미는 그 장소 자체만이 아닌 주위를 둘러싼 전체적인 환경까지 포함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풍수는 명당을 의미하는 하나의 자연관으로, 그것이 미신이거나 비과학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인류의 삶속에서 자연환경은 절대 배제될 수 없는 부분이고 그 기운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상적인 입지 즉 명당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좋은 에너지를 느끼고, 살기에 편안하고, 향후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은 곳을 정해 집을 짓고, 묘를 써서 좀 더 좋은 기를 받고자 함일 것이다. ● 전시 『명당 바로보기』에서는 작가 주재환, 민정기, 최종현과 함께 어쩌면 명당이라는 그 의미가 조금은 달라져버린 현재와 명당이 가지는 본래의 의미를 바르게 다시 이해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져보고자 한다. 세 작가의 작업은 모두 고지도의 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명당을 풀어내고 있으며 면면촌촌 무수한 답사와 조사를 통해 우리의 민족사와 인문학적 의미를 지리적 요소와 결합하여 그려지고 있다. ● 지금의 서울인 조선의 수도 한양은 한국의 대표적인 명당으로 꼽히고 있다. 조선의 새 도읍지로 선정된 한양은 풍수지리상으로 완벽에 가까운 구조를 보이고 있는데 그 당시의 현실적인 여러 방면에 잘 부합하는 이점들이 많다. 주변으로는 큰 산들이 있어 도성을 보호하고 겨울에는 찬바람을 막을 수 있었으며 남쪽으로 한강을 끼고 있어 교통에 유리했다. 현재 서울의 사대문안 지형을 보면 전형적인 명당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서울의 도심이기도 하고, 현재의 주요 관청, 기업이나 대학들이 위치해있는 의미 또한 명당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재환 「목판음각 수선전도」, 민정기 「서울의 얼」, 최종현 「1481 한양」의 세 작업에서도 한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재환_목각음각 수선전도_MDF 음각, 락카 바탕 단청 마감_지름 500cm_1988

주재환의 「목판음각 수선전도」는 김정호의 「수선전도」를 기본으로 목판에 음각을 하여 옛 한양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바닥에 설치한 작품으로 일반적인 평면의 지도와 비교하여 직접 보는 이들에게 현재의 서울과 비교해볼 수 있는 재미가 있고 명당길을 걷고 있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어 당시의 풍경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민정기의 「서울의 얼」은 최종현과의 공동작품으로 대리석에 19세기 지도인 경강부임진도를 바탕으로 유교의 5개 덕목인 인, 의, 예, 지, 신을 상징화한 벽화작품이다. 조선은 성리학의 기본 가르침을 강조하기 위해 인의예지신을 각각 한양의 사대문인 홍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과 보신각에 새겨 넣었는데 민정기의 「서울의 얼」에서는 인의예지신을 각각 인정전과 영조의 청계천 준천 모습, 해치, 문표와 악공, 규장각과 서당, 보신각과 선비들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고 그림의 양쪽 끝 각각에는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열차분야지도와 천하도가 그려져 있다. 이는 조선을 대표하는 도상들과 의미를 배치한 형태로 서쪽으로는 강화, 동쪽으로는 충주로 이어지는 서울 전역의 모습을 디테일하고도 웅장하게 담아내고 있다. 최종현의 「1481 한양」은 한양의 모습을 목각에 형상화한 작품으로 한양도성과 성문, 궁궐, 종묘, 도로와 물길 등 한양의 상징들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작품에서 보여지는 지명들을 비교해서 읽다보면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서사로 연결되고 있다.

 

민정기_서울의 얼_캔버스천에 디지털 프린트_120×600cm_2022

민정기는 지리적 특성이 있는 장소를 연구하며 그 곳의 역사적인 사실이나 인간으로서 지향해야 할 사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이를 명당도의 형태로 연결시키고 있다. 「동아청년단결」은 서울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인왕산 암벽에 일제가 당시 조선 청년들을 전쟁에 동원시키기 위해 새긴 구호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해방이후 글씨들이 삭제되어 현재는 그 형태를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림속의 뚜렷하게 새겨진 글씨들은 아직도 바래지지 않는 시린 역사의 실재이다. 「장릉에서 본 왕릉뷰 아파트」는 김포에 위치한 장릉 앞에 아파트단지가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새워지면서 논란 중에 있는 사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유네스코로 지정되어 있는 장릉은 계양산과 김포장릉, 파주장릉을 이어주는 풍수지리적 입지에 있지만 현재는 계양산 대신 고층의 아파트 단지가 그 시야를 가려버린 모습으로 쓸쓸하고도 애석한 기운이 감돈다. 이는 공간과 공간사이의 배려가 사라지고 자연과 인문환경의 조화가 무시된 예로 '왕릉뷰 아파트'라는 아이러니한 단어조합에서 조악함이 느껴진다.

 

최종현_도산서원 지도_종이에 실크스크린_38×110cm_2005

최종현은 일평생 도시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많은 공공프로젝트에도 참여해왔고 수많은 답사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고지도 형태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종현의 작업을 보면 건축물 자체만이 아닌 나무, 물 등 자연의 모습이 하나의 전체적인 풍경으로 그림 안에 표현되고 있고 이는 흐트러짐 없이 아주 세밀하고도 정확하게 그려지고 있다. 산속 산사를 그린 「두륜산 대흥사산도」, 「반용사 명당도」와 「도산서원 지도」에서 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도산서원 지도」를 보면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앞으로는 물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형태로 그림 전체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고 길게 뻗은 강의 전경과 초록빛의 산의 조화는 아름답고도 고즈넉한 절경이다. 「고려 숙종조 남경 산수지도」, 「조선 세종조 한성부 산수지도」, 「조선 성종조 한성부 산수지도」, 「조선 고종조 한성부 산수지도」에서는 서울의 고려 말부터 조선까지 궁궐이 변화하는 위치를 나타낸 그림으로 시간의 변화에 따라 궁의 변화를 자세히 관찰해볼 수 있으며 이는 작가가 얼마나 서울 도시모습의 위치와 변화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 왔는지 알 수 있다. ● 땅 위의 인간은 인간이 누리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주변 환경에 대한 다양한 욕구를 가지며 살아가며 땅은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고 때론 인간을 위한 땅이 되기도 한다. 땅은 인간과 자연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의 역할을 하며 인간은 자연을 배제하고는 살 수 없다. 지나온 역사와 현재의 우리가 지켜보는 것처럼 땅, 건축, 주변 환경이 갖는 가치와 의의에 대한 모두의 관심과 호기심은 결코 끊이지 않을 것이다. ● 땅을 두고 무엇이 무엇을 먼저 소유하려 하거나 서로를 구분 지으려 하지 않는 의지를 보인다면 우리가 발을 내딛고 있는 그곳이 비로소 좋은 땅, 명당이지 않을까. ■ 유정민

 

Vol.20220812c | 명당 바로보기展

지난 30일은 예술인 '스마트협동조합' 정기총회 날이었다.

대의원은 아니지만, 술 냄새를 맡아 달라 붙은 것이다.

 

그날이 바로 코로나 감옥에서 해방된 날이 아니던가?

총회 끝날 시간에 맞추어 뒤풀이 집에 갔더니, 반가운 분들이 많았다.

 

서인형 이사장, 황경하 사무국장, 박권주, 김성은, 송수아씨 등

상근하는 분 외에도 최석태, 장경호, 김이하, 정영신, 민정기,

박태종, 이미경, 김은엽, 이영경, 이명신씨 등 많은 분 들이

총회를 끝내고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다들 몸 사리는 코로나 시국임에도 40명이나 참석했다고 한다.

전체 조합원 십 분의 일이 참석했다면 많이 나온 편이다.

 

스마트협동조합은 창립 삼 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음악연습실 운영 등 사업도 확대되었지만, 조합원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나 역시 가난한 예술인들이 받을 수 있는 여러 지원을 받았는데,

코로나로 힘 들어 하는 가난한 예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여태 예총이나 민예총’같은 예술단체 어디에서도 회원들 생계를 위해

도움 준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도움은커녕 회원들 갉아먹는 구조가 아니던가?

 

빈손으로 시작한 '스마트협동조합'이 불과 삼 년 만에 자리 잡은 것은

조합원들의 협력도 따랐지만, 서인형 이사장의 기획력과

황경하 국장의 추진력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찰떡궁합이었다.

 

올해는 음반 사업에 이어 출판 사업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마트협동조합' 인터넷신문도 창간 준비 중이란다.

 성장하는 '스마트협동조합'을 보니 마음이 든든했다.

 

아직 가입하지 못한 예술가들도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 가자.

예술인들의 권익을 지키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가난한 예술가들이 의지할 곳이 생겼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오늘 쪽방 격리에서 해방된 날인데, 이게 얼마 만이던가?

 

귀는 어두운데다 목소리까지 막혀 통하지도 않지만,

못난 사람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더라.

 

그런데 소주가 달달한 게 술술 넘어갔다.

술잔 주고받을 것도 없이 혼자 홀짝홀짝 마시며

사진 찍고 놀다 결국 맛이 가고 말았다.

 

성악하는 민정기, 박태종씨는 쩌렁쩌렁 좌중을 압도했고,

김이하 시인은 구수하게 축가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는 판에

감히 어찌 끼어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서너 개 남은 이빨 사이로 튜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목구멍은 막혀 파리 방귀 소리보다 작은 주제에 말이다.

술이 취하면 간이 커진다는 말이 딱 맞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이란 구겨진 첫 구절부터 슬프게 만들었다.

아마 그건 노래가 아니라 벙어리 몸부림에 가깝다.

조지 피면 가치 웃고 조지 지면 가치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마지막 대목에서 결국 눈물을 짤아내고 말았다.

 

그 이쁜 처자들 많은 자리에서, 팔릴것도 없는 쪽을 다 판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오바 하지 않으려고 다짐에 다짐을 해도 술만 취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지 버릇 개 못 준다. 아마 죽어야 철들 것 같다.

 

사진, / 조문호

 

 

 

 

‘현실과 발언’ 창립 40주년을 맞아 노년의 민중 화가들이 다시 뭉쳐 세상에 말 걸고 있다.

 

암울한 유신시절이었던 80년도 창립된 ‘현실과 발언’은

81년 ‘도시와 시각’전으로 서울을 비롯한 광주와 대구에서 순회전을 가진바 있다.

이듬해에는 ‘덕수미술관’에서 ‘행복의 모습’전을 열었는데,

‘그림과 말’이 탄생한 것도 바로 그 때인 82년이었다.

10년 동안 활동하다 90년 해체되었지만, 작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현실과 발언’ 동인들은 '화가는 현실을 외면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서로 토론하고 연대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미술(美術)은 말 그대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독일의 대표적인 표현주의 화가 케테 콜비츠의 말처럼,

미술에서 아름다움만 고집하는 것은 삶에 대한 위선이다.

자유롭게 발언하는 소통의 기능을 통해 삶의 맥락 안에서 존재해야 한다.

 

‘현실과 발언’ 동인들은 당대의 혼란스러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미술로 표현하며 시대와 소통했다.

 

당시 회지 제호였던 '그림과 말'을 그대로 내 건

'그림과 말 2020'展이 지난 1일부터 삼청로 ‘학고재’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회화, 판화, 설치, 사진 등 106점을 내건 전시에는

작가들의 청년기 작품과 최근작을 비교할 수도 있는데,

다들 젊은 시절의 열기를 그대로 뿜어내고 있었다.

 

이미 고인이 된 김용태, 최민씨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장인 윤범모씨가 빠진

강요배, 김건희, 김정헌, 노원희, 민정기, 박불똥, 박재동, 성완경, 손장섭, 신경호,

심정수, 안규철, 이태호, 임옥상, 정동석, 주재환씨 등 열여섯 명이 참여했다.

 

‘코로나19’ 광풍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는 피하기에 개막식엔 참석 못하고,

지난 7일에야 전시장에 들릴 수 있었다.

 

본관 중앙에는 심정수씨의 조각 ‘사슬을 끊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80년대 군사독재정권에 억압받는 청년의 초상으로,

사슬과 장벽을 끊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다른 전시와는 달리 전시 공간 한 곳에 ‘진행형 프로젝트 룸’을 설치하여

작가들이 작업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더라.

 

그 날은 전시작가인 김건희, 노원희, 박불똥, 박재동씨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취재 나온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씨와 사진가 양시영씨도 만날 수 있었다.

 

프로젝트 룸은 전시가 진행되는 한 달 내내 작가들이 오가며

작품 활동을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공간이다.

 

작가들이 동시다발로 프로젝트 룸에서 작업을 진행해 나가는데,

나온 작가가 자기 작업을 할 수도 있고, 앞사람 작업을 이어갈 수도 있고,

재해석할 수도 있고, 파괴할 수도 있다.

 

임옥상씨는 전시 기간 동안 "내달려라, 그림!"이라는 주제의 관객 참여 형 작업을 펼친다.

즐겨 다루는 흙 위에 드로잉을 하고 그것을 컴퓨터로 옮겨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한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관람하는 것 외에도 참여 작가를 여럿 만날 수 있어 좋다.

작업을 지켜보거나 제작에 참여할 수도 있는데,

내가 간 날은 박재동화백이 관람객의 초상화를 그리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원희 작가는 관람객에게 바느질 작업을 지도했다.

그 날은 먹을 복이 있는지, 한 쪽에서 김건희, 박불똥씨가 피자 파티를 준비했더라.

 

전시장을 둘러보니, 현실사회를 향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으나,

민주화 영향인지 표현 방식은 다소 부드러워졌다.

진보 성향인 민중미술가들의 이념적, 정치적 색채가 잘 드러났다.

 

신경호씨의 '꽃불(화염병)-역천(逆天)‘과

5월18일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작품 '넋이라도 있고 없고-초혼'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빨갱이의 상징 깃발 같다'며 압류 당하여 20여년 만에 돌려받은 작품이었다.

 

1980년 군사정권의 공포를 그 당시 나온 ‘쭈쭈바’의 광고 문구로 풍자한

‘얼얼덜덜’을 선보인 김건희씨는 지난해 그린 촛대바위 연작을 내 걸었다.

 

김정헌씨는 폐공장을 배경으로 버티고 선 큰 나무를 그렸다.

'갈등을 넘어 녹색으로'란 제목을 붙였다.

1982년 작품은 미래를 위해 달리는 건강한 노인의 모습을 담은 '행복을 찾아서'가 걸렸다.

 

시사만화가 박재동씨는 '바이러스' 연작으로 방송인 김어준씨를 그리기도 했는데,

검찰, 언론개혁 등을 소재로 삼기도 했다. 그는 작가 노트에서 이렇게 회상한다.

“모든 그림은 말을 한다. 속삭임으로든 침묵으로든. 그러나 할 수 없는 말이 있었다. 

 노동자, 농민, 도시 서민의 아픔을 말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범죄였다.”

 

민정기씨의 ‘1939’에는 절정의 색채를 뽐내는 인왕산에

‘천황폐하 만세 조선총독부교무국’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캔버스에 음각으로 표현된 문자의 주변은 상처처럼 불그스름하게 표현했다.

일제 만행의 아픔을 말하는 것 같았다.

 

신관 입구에 들어서면 이름 없이 목숨을 잃는 근로자를 기리는

이태호씨의 '무명 사망 근로자를 위한 비'를 만날 수 있다.

작품 중에는 전두환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에게 수여한

반어적 의미를 담은 '상패' 연작과 짱돌도 전시되어 있다.

 

임옥상씨는 흙에 귀의 한 듯하다.

대지를 닮은 배경 위에 먹선을 힘차게 그은 ‘흙’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구작 '신문-땅굴'은 제3땅굴을 발견하여 보도한 신문을 재료로 만들었다.

신문 콜라주 위에 성에 낀 듯 뿌연 막을 씌워, 국민의 눈을 가리려 한 군부독재의 만행을 비꼬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제주 4·3항쟁을 알리는 역사화 연작을 그려온 강요배씨는 

가을 제주 오름에 핀 물매화와 들꽃의 자줏빛을 표현한 ‘노야(老野)’를 선보였다.

 

그 외에도 역사 이념논쟁을 비판한 박불똥씨, 신목(神木)과 자연 풍경을 추상화한 손장섭씨,

휴지와 폐비닐 등을 사진으로 담는 성완경씨, 빈 액자를 내 건 주재환씨 등 볼만한 작품이 많았다.

 

그리고 전시기간 동안 부대행사도 열린다.

오는 11일은 이태호씨 진행으로 '1980의 발언과 2020의 발언' 1차 토론회가 열린다.

25일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을 주제로 2차 토론회가 열린다.

 

이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예술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한국스마트협동조합’ 개소식 축하파티가

지난 27일 오후7시부터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사무실이 있는

녹번동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 상상홀에서 열렸다.

 

이날 개소식에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서인형 이사장의 인사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정희섭대표, ‘은평문화재단’ 홍미경 대표의 축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바리톤 박태종씨와 테너 민정기씨, 경하와 세민의 축하공연이 분위기를 띄웠는데,

전위예술가로 변신한 화가 조남현씨가 나타나 신나는 리듬에 맞추어 치맛자락을 날리기도 했다. 

그리고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화가 이중섭 그림 이야기를 들려주어 유익한 시간을 만들기도 했다.

 

이날의 개소식 파티는 ‘코로나’ 여파로 개별 연락은 생략한 채 열렸다.

SNS 공지만으로 번잡함을 피했는데, 별도의 뒤풀이 없이

앉은 자리에서 와인과 음식을 들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 날 참여한 분으로는 김명성씨를 비롯하여 조해인, 김수길, 김 구, 이정환, 박성식,

정영신, 성유나, 최건모, 윤보린, 김정남, 변동욱, 박재용, 조햇님, 남지현, 김영규씨 등

약 70여명이 참석해 개소식을 축하했다.

 

그동안 예술인으로 살아남기가 너무 힘들었다.

 

극심한 생활고로 10년 전 가수 달빛요정이 숨지고,

이듬해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최고은법이라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이 마련되었으나, 실제 작가의 생계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여러 가지 예술인을 위한 지원 사업도 있었으나,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가 단체에서 방임하거나 못하는 일을 우리 손으로 직접 해결하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업인은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이지만,

예술인은 고용보험법이 적용되지 않아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최근 국회에서 고용보험법이 개정되어 올 연말부터 예술인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실업급여와 출산전후급여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위축된 예술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예술인 709명에게 활동비 8억7000만원을 선 지급하는'예술인 파견지원 사업 '예술로(路)'가 생겨나는 등

예술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이 펼쳐지고 있으나.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다.

 

자기 작업에만 몰두해 행정에 어두운 예술인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예술인들의 손발이 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스마트협동조합이다.

예술인들의 공연 및 전시기획을 비롯하여 예술인 교육과

예술사무대행 (장비임대, 회계정산, 법무, 세무, 각종 지원및 계약),

예술인 네트워킹에 이르기 까지 예술가들이 처리하기 힘든 모든 업무를 상호 협력하게 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다들 힘을 모아 우리의 권익은 우리가 찾자.

많은 예술인들이 참여하여 목소리를 높이자.

 

본 조합원으로 가입할 분은 ‘한국스마트협동조합’ 홈페이지인

kosmart.org 에 접속해서 가입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많은 참여를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5일 재불화가 강명희씨 전시가 열리는 '인디프레스'에 프랑스 전 총리였던 도미니크 드 빌팽씨와 그의 일행들이 방문했다,

특별 손님을 위해 기존 전시외에도 보안여관 신관과 3갤러리 등 세 곳으로 전시를 확대했는데,

대작을 보여주기 위해 갑작스럽게 마련된 별도의 전시는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준비했다고 한다.




정영신씨와 함께 인사동에서 열리는 류연복씨 전시 뒤풀이를 마다하고 '인디프레스'로 달려갔다.

전시장에는 김정대관장을 비롯하여 최석태, 김정헌, 신학철, 민정기씨 내외 등 반가운 분들이 여럿 와 있었다.

뒤 이어 성완경씨와 담양의 박문종씨가 나타났고, 윤범모, 김정업, 오경환, 장경호, 박불똥씨 등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강명희씨는 1972년부터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가로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코르틀리에 시립미술관', '갤러리 드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대전 액스포' 등지에서 자연을 주제로 한, 시적 작품 세계를 펼쳐 온 열혈작가다.


 

그는 80년대 서울미술관을 운영했던 화가 임세택씨 부인으로, 영화배우 신성일씨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지금은 파리와 제주에 화실을 두고 바람처럼 떠다니는 여류작가다.



전시된 강명희씨 작품은 세계 여행 중에 접한 사막이나 오지에서 만난 자연의 형상을 추상적으로 재현했다.

이번에 방문한 도미니크 드 빌팽씨와는 자연과 인간현상에 대한 단상을 담은 시화전을 중국과 한국에서 같이 열기도 했




그의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눈 밭에서 사물들이 스물 스물 기어 나오는 것 같다.

아니, 안개 속에서 시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떤 작품에서는 슬픔이 왈칵 밀려왔다.

화폭 위에 번진 색들의 날숨에서 강렬한 생명력을 느끼기도 했다.


 

북녘 정원이란 뜻의 대형 작품 북원앞에 서 있으니, 그 황홀함에 가슴이 벅찼다.

대자연을 노래한 시어들이 물안개처럼 아롱거리는 장관은, 감동 그 자체였다.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신학철, 민정기씨와 술 한 잔하며 환담을 나누고 있으니,

작가 강명희, 임세택 부부와 도미니크 드 발팽씨 일행들이 밀어 닥쳤다.



도미니크 드 빌팽씨는 주미 프랑스대사, 외무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내무부장관을 거쳐

총리에 오른 인물로 문학평론과 정치수상록 등 많은 책을 펴냈다.

세계 평화와 인류애를 주제로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한데,

강명희 작가와는 절친한 친구이자 그림과 시로 소통하는 오랜 동료이기도 하다.


 

그날 도미니크 드 빌팽씨의 축하인사에 이어 강명희씨와 서울대 미대 동문이었던 화가 김정헌씨,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관장, 미술평론가 성완경씨가 차례대로 나와 작가와 작품 이야기를 나누며 전시를 축하했다.


 

노벨상 단골후보 시인 아도니스가 강명희씨 작품에 바친 시다. 

"이 신기한 색채 속을 여행하면서/ 두 눈은 파리의 가을에 취하고/ 두 손은 몽골의 얼굴을 만지는 듯하네/

본래 대자연을 읽어온 나지만/ 화가의 그림은 만물을 꿈속으로부터 불러내네."



강명희 작품전은 216일까지 통의동 인디프레스에서 열린다.

 

사진, / 조문호






























































































 





지난 11일 박은태씨 전시 보러 광화문에 나갔다가 뜻밖의 전시를 보게 되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연히 화가 장경호씨와 성기준씨를 만났는데,
‘민미협’ 회원전 개막식에 왔다는 것이다.
‘광화랑’과 가까운 위치라 한 걸음에 두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전시 포스터는 물론 리플렛 등 인쇄물이 나오지 않았는지,
출품회원이 누구이며 언제까지 열리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전시장에는 민정기씨를 비롯하여 장경호, 박불똥, 이재민, 김영중,
두시영, 조신호, 변대섭, 박세라씨 등 반가운 분들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잘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았다.
전시장을 돌아보던 민정기씨는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는지 슬그머니 나가 버렸다.





그런데, 예년과 달리 ‘미협’측 인사도 눈에 띄었다.
반목하는 것보다 서로 축하해 주며 어울리는 것은 좋으나, 전시 오프닝 분위기가 왠지 냉랭했다.
일렬로 줄지은 테이프커팅이나 술도 없이 건배를 제의하는 등
뭔가 '민미협' 답지 않은 전시 개막식이었다.


아래 사진들은 회원전 개막식이 열리는 모습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 정영신기자


▲ ‘쓴 맛이 사는 맛'으로 인사동 작가전을 연 채현국 선생 Ⓒ정영신


인사동을 사랑하는 작가 60여명 참가,. 수익금은 생활 어려운 작가들에게 

‘쓴맛이 사는 맛’이라는 이름을 내 건 이색적인 전시가 지난 15일 오후5시 ‘인사아트프라자’ 3층에서 개막됐다.

'쓴맛에 생각도 하고, 쓴맛에 괴로웠고 아팠지만, 그 쓴맛에 사람이 깊어진다'는 '건달'할배' 채현국'선생의 말씀에 따라, 회화, 사진, 조각, 서예, 도예, 새김아트, 금속공예, 섬유공예 등 인사동을 사랑하는 작가 60여명이 뭉친 것이다.


 

개막식에는 참여작가 외에도 이부영, 임재경, 이애주, 유홍준씨 등 2백여명의 문화계 인사들이 모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이 모인 전시가 쉽지 않은데, 바로 이것이 채현국 선생의 저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 전시 축하를 위해 참석해주신 이애주,이부영,임재경,채현국선생(왼쪽부터) Ⓒ정영신


건달할배 채현국 선생은 인사말에서 같이 어울리고 함께 살자는 의미로 이번 전시를 열게 되었는데, 전시회 수익으로 생활이 어려운 문화예술인들을 돕는다고 했다. 욕심을 부린다면 참여 작가들과 함께 남북을 걸어서 가보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 방혜자선생의 '생명의 숨결' 15호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는 질타로 이시대의 어른으로 추앙받는 채현국 선생은 현재 경남 양산에 있는 효암학원 이사장이다. ‘쓴맛이 사는 맛’으로 세상에 쓴 소리를 거침없이 하는 선생의 시원시원한 입담에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어른이기도 하다.


  

▲ 주재환선생의 '이곳과 저곳' 캔버스에 유화 90.5x90.5cm,2008


시인 신경림 선생은 ‘쓴맛이 사는 맛’ 전시에 부쳐 “그는 거인이다. 키는 작지만 생각이 크고 시원시원하다/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고 큰 것을 향해 성큼성큼 발도 빠르다/ 그는 젊다/ 나이를 먹으면서도 전혀 늙지 않는다/ 그래서 늘 거침이 없고 늘 싱싱하다/ 게다가 그는 부자다. 돈은 없으면서도 늘 남을 도울 것을 생각하고/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이웃과 친구들이 다 잘 살길을 찾느라 늘 바쁘다/ 가장 크고 가장 젊고 가장 부자인 그는/ 그래서 이 나라에서 가장 바쁜 늙은이다.”라고 썼다.

이 헌시(獻詩)에 채현국 선생의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 김정헌작가의 '이승과 저승-시원소주' 캔버스에 아크릴과 종이꼴라쥬,91x91cm


채현국 선생의 부름에 놓았던 붓을 다시 들어 그림을 완성했다는 화가도 있었다. 박재동 화백은 개구쟁이 같은 채현국 선생의 초상화를 선보였고, 단색화의 대표작가인 이우환 선생의 작품 등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이 출품한 작품으로 전시장은 가득 메워졌다.



  
▲ 민정기작가의 '우리섬 독도 삼형제 굴바위' 105x107cm oil on canvas,2015

이번 전시에 참여한 많은 작가 중 1980년대 이후 민중미술을 대표해온 작가 신학철 선생은 캔버스 위에 포토몽타주, 포토리얼리즘 기법으로 시대정신에 보다 더 가까이 접근함으로써 역사를 관념이 아닌 구체적 실체로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 ‘모내기’ 그림은 1989년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당국에 압수되었고, 3개월 동안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판문점 풍경으로 분단의 아픔을 형상화했다.


  

▲ 신학철 선생의 '가야할 길' 116x81cm,2017


조절된 에너지와 침묵의 힘을 빛의 순간으로 보여주는 방혜자 선생은 ‘생명의 숨결’을 내놓았고, 시계가 멈춘 탄광촌의 삶을 그로테스크한 질감으로 그려내는 황재형 작가는 ‘Bus’를 출품했다.


  

▲ 황재형화가의 'Bus'53ㅌ72.7cm, 캔버스에 유채,1993


비닐과 골판지, 폐품과 종이 등을 재활용해 발랄하고 통통 튀는 작품으로 블랙유머를 시대정신으로 재현하는 주재환 선생의 ‘이곳과 저곳', ‘현실과 발언’의 창립동인으로 비판적 리얼리즘 작가이자 문화운동가인 김정헌 선생의 ‘이승과 저승-시원소주’, 인사동 그림판의 마당발 화가 장경호의 ‘묵시’는 삶에 지친 인간의 초상으로 오늘의 시대정신을 말하고 있다.


  

▲ 장경화화가의 '묵시' 72.7x90.9cm Oil on canvas,2011


조각가 박상희씨는 예수를 안고 있는 부처를 통해 세상의 다툼과 분리에 저항하는 ‘삐에타’를 선보였다. 우주의 근원적 생명과 사랑을 표현하는 화가강찬모는 ‘빛의사랑’을, 키치화풍의 전형성을 재창출하여 미학적 엄숙주의에 빠져있는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민정기화백은 우리시대 삶의 풍경인 ‘우리섬 독도 삼형제 굴바위’작품을 내놓았다.


  

▲ 박상희조각가의 '삐에타' 67x53x94cm, mixed media,2012


이번에 작품을 내놓은 대부분의 작가들은 채현국선생과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이다. 채현국 선생은 인사동 허름한 술집을 찾아다니며 가난한 작가들의 술값을 말없이 내주고, 힘들어하는 작가에게는 슬그머니 지폐를 호주머니에 넣어주기도 했다. 호탕한 웃음을 날리며 이 술집 저 술집을 떠돌며 주머니가 텅텅 빌 때 까지 사람 만나기를 계속해 온 구세주 같은 분이었다.


  

▲ 박재동 화백의 '채현국선생' 종이에먹,2017


작가들은 오랫동안 채현국 선생에게 빚진 술값을 갚기라도 하듯, 전시 소식에 망설이지 않고 흔쾌히 작품을 내놓았다. 어려운 예술가들을 돕기 위한 자선바자회지만, 잘 알고 지낸 작가들이 함께 어울리는 이러한 전시는 단발성으로 끝내는 것보다 해마다 했으면 하는 작가들이 의외로 많았다.


  

▲ 강찬모화백의 '빛의사랑' 53x72cm, 한지에 한국전통채색기법및안료,2017


참여 작가인 조문호 사진가는 오래전 인사동을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임인 ‘창예헌’ 사람들이 다시 뭉친 것 같다는 말도 했다. 2008년 창립되어 몇 년 전부터 흐지부지된 ‘창예헌’은 인사동을 사랑하는 예술가 200여명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기능을 상실한 오늘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다시 부활시키자는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채현국 선생은 돈이나 권력은 마술 같아서 아무리 작은 것도 휘두르기 시작하면 썩기 때문에 빈털터리가 되어야 인생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진다고 말씀하셨다. 선생이야 말로 염치를 아는 이시대의 진정한 어른이 아닌가 싶다.


  

▲ ‘쓴 맛이 사는 맛'전을 위해 모인 문화예술인들 Ⓒ정영신


건달 할배 채현국과 함께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전 ‘쓴 맛이 사는 맛’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3층에서 열리고, 다음달 12일부터 25일까지는 유카리화랑에서 이어진다. 전시작품을 판매한 수익금은 생활이 어려운 작가들을 위해 쓰인다.


신학철작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리얼리즘 미술을 재조명하는

한국현대미술의 눈과 정신 ‘리얼리즘의 복권’전이 열리고 있다. 


민중미술은 1980년대 '현실과 발언'전으로 시작되어, 1984년 '한강미술관'개관, 1985년 '아랍미술관'의 

'20대의 힘'전 사건, 1985년 '민미협'창립, 1986년 '그림마당 민'개관 등은 70년대 이후 모더니즘 일색이던

화단에 큰 변혁을 일으키며 '80년대 미술'을 꽃피웠다.


작품들이 철거당하고 작가들이 연행되는 등 많은 질곡의 세월을 거쳤으나,

뜬 구름 잡듯, 현실을 무시한 예술지상주의에 쐐기를 박고, 미술이 사회현실에 참여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아무튼 기존의 미술이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면, 그 대척점엔 이른바 '민중미술'을 포함한 '리얼리즘 미술'이 있었다.


이 기획전은 당대의 정치 사회적 현실을 비판하는 ‘민중미술’의 구작들이 주를 이루었다.

민중미술계열 전시였으나, 이와 전혀 무관한 오치균, 고영훈씨를 끼워 넣어 기획의도를 아리송하게 했다.



콜라주 기법을 통해 역사의 흐름과 모순을 그려 낸 신학철의 한국 근대사, 황재형의 사북탄광 풍경과 광부,

그리고  이종구의 쌀 포대에 그린 농민들의 모습,  형상의 근원을 찾아가는 권순철,

시대의 부조리한 현실을 의식의 각성과 시각적 혁신을 보여주는 임옥상의 들불,

실경 산수를 새롭게 해석하는 민정기씨 등 우리나라 민중미술가 여섯 명이 참여했다.


이 전시는 우리 미술사의 한 부분을 다시 보여 준다는 것 외는, 큰 의미는 지니지 못했다.

참신한 기획력이 없고, 전시 구성도 왔다 갔다 했다.

민중미술 작가군에 끼지 않는 이질적인 작가를 뒤 섞어 놓은 것도 속보인다.

사실 단색화그림의 인기에 이어, 민중미술이 뜨고 있는 현실을 간파한 기획전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민중미술의 특징은 사회적 현실을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향수를 돌아보다 것 보다, 현재 진행형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그 많은 민중작가들을 제외한 채, 유명작가 위주로 향수를 건드린다는 건, 다분히 장삿속이다.

이건 오히려 민중미술의 힘을 꺾으려는 의도가 숨은 게 아닌 가 의심된다.

그 것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지난 달 ‘인사가나아트’에서 열린 “7인의 사무(또)라이”전을 들고 싶다.

이 전시는 우리나라 민중미술의 일선에서 활약하는 젊은작가들이 모여,

없는 돈 끌어 모아 대관료까지 물고 열었으나, 전시 직전 갤러리 측에서 제동을 걸었던 전시다.

결국 전시장 입구에 가림 막을 치고 미성년자는 볼 수 없는 전시로 합의하여 전시는 치렀지만,

지레 겁먹어, 스스로 본색을 더러 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화예술로 돈 버는 이가, 무슨 권력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단 말이냐?

못된 자본권력이 문화권력으로 둔갑해 예술가들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가나인사아트' 전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관람료3,000원


글/ 조문호


전시된 황재형 작품일부


신학철작


신학철작


황재형작


황재형작


황재형작


이종구작


이종구작


권순철작


권순철작



임옥상작


임옥상작



민정기작


민정기작


오치균작


오치균작


고영훈작


고영훈작


위 아래 작품은 신학철씨의 작품으로 기존작품과는 전혀 다른 서정적 향토성을 띄고 있다.

소장자는 본 전시자문을 맡은 유홍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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