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민영선생의 시집출판기념회가 인사동 ‘유목민’에서 열렸다.
지난 5월 ‘창비’에서 출판된 민영시전집을 뒤늦게 축하하는 자리같았다.
이 날은 일이 겹쳐 이 곳 저곳 세 탕이나 뛰다보니, 이미 파장이었다.






오랫만에 뵌 민영선생님도 반갑기 그지없었으나, 채현국선생을 비롯하여, 김정헌, 장경호, 임태종,

정고암, 조해인, 박구경, 박 철, 오치우, 최명철, 박수영, 이명희, 정원도, 김명지, 송일봉, 정영신씨등

많은 분들이 모여 있었다. 누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사람인지, 술집 손님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이 자리는 '열차시회' 시인들이 민영선생의 시전집출판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시집출판기념회라는 현수막은 안밖으로 두 군데나 걸렸지만, 시집은 구경 할 수 없었다.

몇 달 전에 나온 책이라 다들 보았는지 모르지만, 한 권이라도 가져와 보여 주었으면 좋았겠다.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술판기념회였다.





제주에 사는 변순우씨도 올라 와 있었는데,

홀애비가 결혼했다며 낯선 여인을 소개시켜 주었다. 

반갑고 축하 할 일이나, 말도 없이 살았으니 도둑장가 간 셈이다.






저녁을 먹지 못해 배가 고팠으나, 밥은 커녕 술 한 잔 따라주는 사람 없었다.
다들 취해, 알아서 퇴주잔이라도 찾아 마셔야 했다.
제주에 사는 변순우씨가 방어회를 가져 왔다고 했으나,
눈치 보느라 남긴 한 두 점이 덩그러니 쟁반을 지킬 뿐이었다.





삼삼오오 나누어 앉은 술자리에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남은 술을 거두어 마셨는데,
빈 속에 들어가니 술은 올랐으나, 왠지 즐겁지가 않았다.

'통인가게'에서 받은 심한 모욕감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지것 가난하게 사는 것을 한 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진자의 거지취급에 분노를 삭일 수가 없었다.






그만 일어나고 싶었으나, 정영신씨가 술자리에 남아있어 갈 수도 없었다.

뒤늦게 이인섭, 성기준, 김명성, 공윤희, 신현수, 윤승길씨 등 여러 명이 등장해

노닥거리다보니, 정영신씨마저 사라져 버렸다.





집에 간 줄 알았는데, 홍어집에 있다는 것이다.

평소 홍어를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한 밤중에 왠 홍어냐?'며 가보았는데, 

김명지, 정고암, 이도윤씨와 함께 있었다. 그 자리도 편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쓸쓸하게 돌아오는 발길은 무거웠다.

하소연 할 곳이라도 있었다면 덜 무거울텐데...


17일의 인사동 밤은 잔뜩 흐렸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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