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동 그림



지난 15일, 가난한 작가들을 돕는 취지의 색다른 전시가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렸다.
‘쓴 맛이 사는 맛’이란 전시로, 채현국선생께서 주변 작가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인사동 마당발 노광래씨를 내세워 마련한 단체전이다.






처음엔 전시 성격이나 명분이 모호해 망설여졌으나, 평소 존경하는 분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인기작가 몇을 뺀 참여 작가 모두가 가난한 작가들이라 결국은 우리를 위한 전시가 아니던가?

다들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내 놓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불경기에 작품이 팔린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고,

팔린다고 해도 잘 나가는 작가 몇 명에 한정될 것이라 전시 명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관료와 팜프렛 제작비, 뒤풀이 비용만 고스란히 선생께서 안게 될 것이 걱정스러웠으나,

오랜만에 인사동이 들썩이겠다는 기대감은 있었다.






어쨌든, 인사동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 60여명을 규합한데다, 백낙청씨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사 90여명이 뜻을 같이 하여, 마치 창당 대회 같은 대규모 전시였다.

한편으론 우려 섞인 주변 분들의 지적도 있었지만,

서로 잘 만나지 못하는 인사동 사람들을 모아, 한데 어우러지게 한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했다.

가히 이산가족전이라 할 만큼 많은 지인들이 모였는데, 근간에 우리가 이렇게 많이 모여 본 적 있었는가?






작품보다 사람을 더 기다린 전시였지만, 개막시간을 오후6시로 잘 못 알아 한 시간이나 늦어 버렸다.

도착하니 뒤풀이 장소로 옮기고 있었는데, 그 때까지 축하공연은 이어지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반가운 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인사 나눌 겨를도 없이 닥치는 대로 카메라부터 들이댔다,

그게 내 인사법으로 여겨,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전시장은 작품 반, 사람 반이었다. 그 많은 작품을 어떻게 다 걸지 걱정했는데, 용케도 다 걸려 있었다.

한정된 공간이라 유치원생 사생대회처럼 다닥다닥 걸 수밖에 없었으나, 좋은 작품이 산만한 주변에 묻혀 아쉬웠다.

분단풍경을 보여 준 신학철선생의 ‘가야할 길’을 비롯하여 발길 잡는 작품들도 여럿 있었다.






사진 찍기 바빠 작품 감상도 제대로 못하고 뒤풀이 장소로 옮겼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낭만’과 ‘아리랑’으로 갈라져야 했다.

술 마시고 사진 찍기도 바쁜데,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느라 불알에 요령소리 날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하나 둘 빠져나갔고, 잔당들만 유목민으로 몰려들었다.





매월 셋째 수요일마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술 마신지가 몇 개월 되었지만,

이 날은 채현국선생 덕에 완전 대박 난 것이다. 뒤늦게 나타난 손연칠씨는 전시도 모르고 있었다,

오늘이 인사동사람들 만나는 셋째 수요일이라 나왔다고 했다.

‘부어라 마시어라’ 얼마나 흔들며 온 몸으로 놀았던지, 그 이튿날 죽어났다.

죽어도 좋았던 그 많은 이야기가 절절하나,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하얗더라.






그 날 만난 분들을 떠올려야 하는, 이 부분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고 머리 아프다.

사람은 생각 나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를 뒤적일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사진이 너무 많다.

그 날 카메라 총알이 떨어져, 김재규가 박흥주 권총 빼앗아 박정희 쏘듯,

정영신이 카메라까지 빼앗아 갈겼으니 오죽하겠나? 더러는 정영신이가 찍은 사진도 있다.





낮 시간에는 강민, 방동규, 구중서, 이행자, 김승환, 장봉숙선생 등 연세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겠다.


먼저 채현국선생 내외분을 비롯하여 주재환, 임재경, 유홍준, 신학철, 이애주, 서정춘, 장경호, 박불똥, 이인철, 이인섭,

김 구, 김명성, 노형석, 전강호, 이명희, 구중관, 김상현, 임계재, 조준영, 박상희, 황외성, 서길헌, 노광래, 정영신, 이은영,

안영상, 김수길, 하형우, 정명수, 고선례, 신미라, 백남이, 배평모, 강고운, 박구경, 이희종, 최혁배, 전종덕, 김영복, 이두엽,

임경일, 전활철, 이만주, 이지녀, 김종근, 김태서, 박 건, 덕원스님, 박 철, 김봉준, 김효성, 정영철, 최명철, 김이하, 장순향,

김대희, 공윤희, 강선화, 홍석화, 임경숙, 편근희, 유진오, 김형구, 박수영씨 등이다.

이 전시는 21일까지 열리고, 유카리화랑에서 12월12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2차전도 있는데,

벌써부터 전시에 대한 구설수가 많아 걱정이다.

가난한 작가 돕는다는 핑게대고 재미는 엉뚱한 곳에서 본다는...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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