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5시 '통인가게'에서 배일동 명창의 '심청전' 판소리가 있었다.
'통인'에서 마련하는 '나이트 오페라콘서트'에 배일동 명창의 판소리가 초대되었다는
이야기는 진즉에 들었지만, 하필이면 그 날 다른 약속이 둘이나 겹쳤다.

제일 중요한 것이 내가 사는 동자동 일이라 피할 수가 없었지만,
인사동 ‘유목민’에서는 민영시인의 시집출판기념회도 있다고 했다.
동자동에서 안산시화호로 떠나는 ‘아름다운 동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공연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나버렸다.






판소리 감상은 못하더라도, 사진이나 찍을 심산으로 공연장에 올라갔다.
5층에 다 달아 에리베이트 문이 열리니, 하늘을 찌르는 소리가 압도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손님들도 넋 나간 듯 소리에 빠져 있었다.

사진을 찍어야 했으나, 비집고 들어 갈 틈조차 없었다.
판 깨는 무례지만, 공연장을 가로 질러 무대구석에 쭈그려 앉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만 찍고 나오려 했으나, 나도 모르게 소리에 빨려 든 것이다.






‘심청가’를 불렀는데, 심봉사의 애끓는 통한의 절규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쩌렁쩌렁한 그의 소리는 바위를 두드리며 쏟아져 내리는 폭포 같았고,
하늘을 가르는 우렛소리 같았다.
온몸으로 토해내는 절절한 소리에, 마치 내가 심봉사가 된 듯 가슴이 미어졌다.


가히 이 시대 최고의 명창이었다.
고수 김동원씨;의 기운 넘치는 북과 추임새 또한 신명을 북돋았다.

 





배일동 명창의 전설적인 이야기는 다들 알 것으로 여긴다.
순천 선암사와 지리산 계곡에 초막 짓고 무려 7년간 폭포수에서 수련 했고,
막대 장단에 바위가 깨지며 득음 했다는 사실 말이다.
잘나가는 일터 팽개치고, 온 몸을 소리에 내 던져 이룬 판소리계의 야인이다.






좌우지간, 민영선생 출판기념회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겨야 했다.
잠깐의 맛베기 치고는 너무 강하게 와 닿은 소리라,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모처럼 인사동을 절절한 소리로 물들인 밤이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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