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생각이 간절하던차에, 화가 장경호씨로 부터 전화가 왔다.
제대하고 돌아 온 아들 만나러 나왔으니, 술 한 잔 하자는 이야기였다.
‘유목민’은 문이 잠겼다기에 ‘포도나무집’으로 달려갔다.
과메기안주로 술 한 잔했는데, 소주가 입에 짝짝 달라붙었다.
요즘 장경호씨는 전시가 닥쳐 그림도 그려야 하지만,
방 구하러 서울 곳곳을 살피는데, 집구하기가 만만치 않단다.
100호 정도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만, 돈이 적기 때문이다.
의외로 경기도 지역보다 불광동이나 구파발 지역이 저렴하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집을 구하고 보니, 전세가 빠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빼도 박도 못할 형편이지만, 사돈 남 걱정하고 있었다.
없는 놈이 없는 놈 처지 안다더니, 느닷없이 돈 봉투를 내민 것이다.
이미 작심한듯해 거절치는 못했지만, 나중에 돌려 줄 생각이다.
얼마나 가슴이 먹먹하고 편치 않은지, 계속 술만 마셨다.
뒤늦게, 식사하러 오신 ‘심우성선생도 만났다.
담배 피우러 골목에 나갔더니, 새로운 밥집 하나가 생겼더라.
상호가 “꽃, 밥에 피다”였다. 이름은 예쁘지만, 식당 이름으론 좀 그렇더라.
맛보다 멋을 더 좋아하는 젊은이를 겨냥한 듯싶었다.
‘무다헌’으로 자리를 옮겨 마시다, 인사동 밤거리를 쏘다니기도 했다.
추운 날씨 탓인지, 불 빛 탓인지, 인사동이 낯설어 보였다.
마치 이국의 밤거리를 걷는 듯, 허전하고 외로웠다.
에디뜨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가 더 애절하게 들리더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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