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노숙하는 강훈(69세)씨는 다행히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아

지하도 계단에 살아남아 있었다.

자선단체에서 나누어 준 자장면으로 허기를 메우며

‘모진 목숨 죽지 못해 산다’며 살아남음을 위안했다.

 

서울역에 있던 많은 노숙인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실려 갔지만,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없단다,

 

살아남으려면 코로나검사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받아

음성판정이 나와야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

 

나 역시 ‘쪽방상담소’에 가거나 '동자동사랑방'에 가거나

어디를 가도 음성판정 확인이 돼야 갈 수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노숙인이나 쪽방 사는 늙은이들을 수시로

검사해야 하는 검사원의 불편도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머리도 안감고 세수도 하지 않은 냄새나는 코 구멍을

연이어 쑤셔대야 하니 짜증도 날 것이다.

 

긴 줄에서 한참 만에 검사받을 차례가 되었는데,

내 행색도 노숙자와 다를 바 없는지, 고개를 가까이 대라며 손짓 했다.

유리 구멍으로 손을 내밀어 코 구멍에 면봉을 집어넣는데,

너무 아프게 문질러 고개를 약간 돌렸더니, 푹 쑤셔버렸다.

 

얼마나 아픈지 코에 구멍 난 줄 알았다.

이런 고통을 당하면 누가 검사 받고 싶겠는가?

 

옆줄에는 옆방 사는 최완석군도 검사받으러 와 있었다.

이 친구는 병원 가거나 검사받는 걸 지독히 싫어하지만,

밥이라도 얻어먹어야 하니 어짜겠는가?

 

검사 결과를 받으려면 이틀이 걸려 통보 올 때까지 아무 일도 볼 수 없었다.

동자동 '새꿈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한적할 뿐이었다.

 

요즘은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여,

아는 사람 만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파지 줍는 노인만 쓰레기 더미를 정리하고 있었다.

 

방에 올라가기 위해 담배 한 갑 사들고 골목을 들어서니,

낯선 여인이 길가에 잠들어 있었다.

술마신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배고파 탈진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담배사고 남은 오천 원을 놓고 왔으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거리로 내 몰리는 것은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나 내 몰릴 수 있다는 말이다.

 

다들 삶의 의욕을 잃은 지야 오래지만,

사형수처럼 죽음만 기다릴 수야 없지 않은가?

 

코로나감염에 노출된 노숙인 구제가 시급하다.

노숙인 부터 먼저 백신접종을 해주길 부탁드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 노숙인들은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와중에 맞은편 쪽방 촌은 국토부의 공공주택 개발 소식으로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키운다.

개발되어도 돈바람에 밀려나겠지만, 꿈에라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쪽방 없는 노숙인들은 꿈은 커녕 죽음과 사투를 벌인다.

밥집이나 쉼터가 문 닫아 춥고 배고픈 것도 미칠 지경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감염의 온상이라는 혐오대상이 되어

어디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가 없다.

 

지난 3일에는 서울역 주변에서 90여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나며

잘 곳도 씻을 곳도 없는 노숙자들의 밥줄마저 끊겨버렸다.

마지막 남은 밥집 ‘따스한채움터’도 문 닫았고

노숙인 쉼터 ‘드림시티’와 서울역 응급대피소와 희망지원센터 등

대부분의 시설들이 문 닫아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더러는 구멍가게에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메웠다.

 

다음 날부터 음성판정 확인자에 한해 받아 들였으나,

절차가 까다로워 춥고 배고파도 참고 견디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역 노숙인을 전염병의 온상으로 보는 시민들의 불만도 거세다.

시민들의 비난도 비난이지만, 더러운 벌레 보듯 피해 다니는 게 더 서럽단다.

 

서울역 뿐 아니라 노숙인의 왕래가 잦은 동자동도 한바탕 난리를 쳤다.

‘동자동사랑방’에서 확진자가 생겨 문 닫았고, 접촉자들은 모두 자가 격리되었다.

남은 쪽방 주민들도 대부분 외출을 자제하니, 자가 격리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오갈 데 없고 가진 것 없는 노숙자다.

그냥 죽기만 기다려야 하는가?

노숙인 최씨는 배가 고파 말할 힘도 없다며

“굶어 죽기보다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 죽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

 

재난의 맨 앞자리에 선 부랑자들은 이제 천국행 열차만 기다린다.

그들이 모두 전염병에 걸려 죽거나,

굶고 얼어 죽는다면 노숙자는 이 땅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천만에 말씀, 아이엠 에프 때 노숙인이 많이 생겼듯이

전염병이 끝나면 더 많은 노숙인이 생겨 날 것이다.

노숙인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빈부격차가 커져 노숙인은 더 많다.

 

노숙인들은 영양 결핍과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여러 질병에 시달린다.

건강과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재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이란 사치스런 말장난에 불과하다.

 

노숙자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중에 깜짝 놀랄 소식이 터졌다.

쪽방 밀집 지역 동자동에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2410가구를 건설한다는데,

기존 쪽방 주민들은 그대로 살 수 있게 한다는 거다.

 

국토부에서 발표한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추진계획에 의하면

동자동에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 민간분양주택 960가구를 짖는데,

쪽방주민이 살게 될 공공임대주택부터 먼저 지어 입주 시킨 후,

40층으로 올릴 민간분양아파트는 그 뒤에 짓는 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 주도의 재개발을 추진해왔으나

쪽방주민들의 이주대책 부족으로 무산되었는데,

이번에는 해당 지역 땅 주인과 건물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과 어떤 협의나 의견 수렴도 이루어지지 않은 일방적인 내용을

정부가 사전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며 반발했다.

 

그 외에도 문제점은 있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양동 쪽방 주민 417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대부분 한 푼도 없는 빈민들이라 보증금 부담으로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시행 전에 당사자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있었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하자 처음엔 좋아하는 주민도 많았으나,

이틀 만에 열띤 관심은 식어버렸다.

마련 할 전세금이나 당장 옮겨 갈 집도 문제지만,

긴 세월 얽히고설킨 지주나 건물주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동네 소문에 빠른 정선덕씨 말은 달랐다.

문제점이야 있지만 영등포처럼 추진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단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소문 없이 추진해 온 사업 같다”며,

‘새꿈공원‘ 맞은편에 있던 ’서울역쪽방상담소‘를

지난 년 말 여인숙 골목으로 이전한 것도 그 쪽 지역을 먼저 개발하여

주민들부터 이주시키려는 방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떠도는 소문에는 3년 이상 거주한 주민에 한해 입주권을 주는데,

입주권을 포기하면 2천만원을 준다는 말도 따랐다.

세상이치를 훤히 아는 김씨 영감에게 “쪽방촌 재개발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거지 내세워 생색내고 투기꾼 불러 돈 장사하는, 도랑치고 게 잡는 귀 똥 찬 발상”이란다.

“쪽방 팔아 표 얻긴가? 쪽방 팔아 돈 먹긴가?’며 혼자말로 빈정거렸다.

이 문제로 온 매스컴이 떠들썩했던 것도 서울역 요지 아파트 분양에 대한 관심이란다.

 

결국 돈바람에 쪽방 사람들은 밀려나게 될 것이다. 다, 없는 것이 죄다.

쪽방도 쪽방이지만, 당장은 노숙인 문제가 급하다.

 

짐승처럼 천대받지만,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정부는 노숙인 구할 방법부터 마련하라.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광장에 있는 노숙인 지원시설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와

‘서울역 응급대피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의 불똥이 동자동 쪽방 촌에도 떨어졌다.

서울역 노숙인들의 왕래가 잦기 때문이다.

 

어제에 이어 이틀 동안 동자동 새꿈공원에 임시선별검사소를 마련해 놓고,

감염자를 찾아내려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지금까지 서울역 노숙인 관련 시설에서 감염된 사람은 시설 종사자를 비롯한 41명이다.

서울시가 노숙인 등 700여명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실시한 결과인데,

아직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설상가상으로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보건소 직원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아

13명은 자가 격리돼 업무차질도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노숙인들이 카드는 물론 휴대전화가 없어 역학조사가 어렵고,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노숙인 2명도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역학조사가 지연될수록 노숙인들 사이에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오 무렵 동내 사정이 궁금해 쪽방 계단을 내려오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도시락 나눠주는 일을 맡은 원희룡씨가 기다리고 섰다. 

 

복도 계단이 너무 좁아 일방통행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마운 온정의 손길은 아직 이어지고 있었다.

 

새꿈공원 입구에 있던 구멍가게 주인장이 사진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한다.

마스크가 무슨 패션인지, 마스크 쓴 사진으로 찍어달라네.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받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공원 주위로 자주 오가는 몇몇 외는 다들 외출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쪽방 안에서 티브이나 끼고 알을 까니,

그보다 확실한 격리가 어디 있겠나?

 

서울역 지하도를 건너가니, 노숙인 선교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 ‘드림시티’는 문이 잠긴 체 화분으로 막아 놓았고,

옆에 있는 밥집 “따스한 채움터”는 음성 확인 받은 자에 한해 입장시켰다.

다들 24시 매장 부근에 서성거리는 건 컵라면이라도 먹기 위해서다.

 

서울역광장은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찬송가소리로 요란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잘 가라는 장송곡인가?

나도 저렇게 한 번 미쳐보았으면 좋겠다.

 

서울역 광장 외곽에 자리 잡은 노숙인 희망지원센터로 갔다.

이곳에서 하루 평균 70여명의 노숙자에게 응급 잠자리를 제공하나

잠자리는 물론 쉼터도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부터 음성 판정을 받은 자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입구에서 들어가려는 사람과 제지하는 종사자와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검사받은 지가 며칠 지났거나, 판정이 아직 나오지 않은 자들 때문이다.

 

노숙인의 불만은 컸다. “추워서 못 잔다. 차라리 감방에 처넣어라”

서울시에서 갈 곳 잃은 노숙인들을 위해 고시원 등에

응급 숙소를 마련한다고 하나 당장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거리로 내 몰린 것도 서러운데, 이젠 세상 밖으로 내 몰릴 처지다.

 

사진, 글 / 조문호

 

집 없는 노숙인을 돕고 싶다며 백만원을 보내 준 강명자씨의 뜻에 따라

인터뷰 사례비로 5만원씩 드릴려고, 어제 밤에 이어 서울역광장으로 나갔다.

 

가랑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포근한 날씨 덕에 금세 녹아버렸다.

오 갈 곳 없는 부랑자로서는 아름다운 눈도 공포의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서울역 선별검사소 주변에는 코로나 검사 받으러 온 사람들이 길게 줄지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터줏대감들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노숙인 쉼터인 ‘다시서기’에 들어가려니,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했다.

코로나 검사를 받아 음성으로 통보받은 자에 한해 출입이 가능하단다,

지난 22일자로 통보받은 음성 확인 메시지를 보여주었더니,

검사 받은 지가 며칠 지나 다시 검사 받아야 한단다.

 

그 사이 감염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나

그런 엄격한 통제라면 차라리 문 닫는 것이 편하다.

아니나 다를까 쉼터 안을 들여다보니 노숙인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상항이라면 노숙인 합숙소나 밥 나눔도 제대로 운영될 수가 없다.

일 년 넘게 끌어 온 코로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잔혹했다.

밥 먹을 곳도, 추위 피할 곳도 없다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지하도로 내려가니, 노숙인 한 사람이 난간에 떨어질 듯 누워 있었다.

단잠을 깨워 인터뷰를 청했더니, 흔쾌히 받아들였다.

최승호씨는 30세 무렵 집을 나와 이제 환갑이 지났으니, 살아 온 절반을 거리에서 보냈다고 했다.

아무 간섭 받기 싫어하는 자신의 업보지만, 몸은 성한 곳이 없단다.

 

이어 집 나온 지가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김상순씨를 비롯하여

정정화, 김도식, 인태권씨를 차례대로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왔는지 노숙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마 돈 받은 노숙인으로 부터 정보가 새 나간 것 같았다.

인터뷰 인원수도 많지 않지만, 줄 세워 줄 일은 더 더욱 아니었다.

그리고 전염병으로 5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하지 않았던가?

 

서둘러 끝내고 자리를 떴으나, 여러 명의 노숙인이 따라붙었다.

돈이 무섭긴 무서운 존재였다.

하기야! 돈 준다는데 그냥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바꾸어 생각하니 내가 그들에게 갑 질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갑 질도 아무나 할 짓은 아니더라.

 

서부역 방향으로 자리를 옮겨 안효덕, 김기웅, 최완구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집에서 쫓겨 나온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주민등록증이 없는 분도 절반이 넘었는데,

신분확인이 안되니 관청에서 무슨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는가?

 

돈 나누어 준다는 소문이 퍼져 서울역 부근에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었다.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왔는데, 동자동 입구에 세 사람의 노숙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잘 아는 노숙자 이용삼씨 따라 김용철, 박동렬씨가 찾아 온 것이다.

김용철씨는 온 종일 굶어 배가 고파 죽겠다며, 도와달라고 하소연했다.

 

아는 노숙자는 제외하기로 했으나, 거절할 수가 없었다.

세 사람에게 간단하게 물어보고 사례비를 주었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몇번이나 했다.

 

다들 몰래 만나야 했으나, 한 낯이라 노출될 수밖에 없었는데,

받지 못한 사람은 얼마나 속 상할까?

더 이상 소문 번지면 나다니기조차 힘들 것 같아,

이용삼씨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고 사정을 이야기했다.

 

쪽방에 올라와 돈 준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열세 명에게 주어졌고,

돈 봉투는 일곱 개가 남아 있었다.

 

돈을 그냥 받지 말고 수고비로 당당히 받으라고 인터뷰를 시작했으나,

서두는 바람에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

 

사실상,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부랑자의 삶을 취재해 알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남은 일곱 분의 인터뷰 사례비 전달은 서둘지 않기로 했다.

더 어려운 노숙인을 찾아 한 분 한 분 진솔한 속내를 들어보려 한다.

당사자의 고통스러운 삶과 더불어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세상에 전하고 싶은 것이다.

 

새해에는 밑바닥 인생 일곱 분의 이야기를 만나는 대로 소개하련다.

 

사진, 글 / 조문호

 

몇일 전 페친 강명자씨로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며 100만원을 보내왔다.

고맙게 받았으나 어떻게 나누어 주어야 할지 걱정되었다.

물론, 노숙인 쉼터나 밥 나누어 주는 단체에 보내주면 간단한 일이지만,

보낸 사람이 그걸 몰라서 나에게 보냈겠는가?

노숙하는 어려운 분들에게 바로 전달해 주고 싶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결정해야 했다.

그들에겐 현금이 제일 필요한데, 만 원 정도는 가볍게 여긴다.

비상금으로 간직하려면 신사임당 한 장이 딱 좋은데, 20명을 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나누어 줄 수도 없고, 누군 주고 누군 안 줄 수도 없다.

이왕이면 아는 노숙인 주고 싶지만, 자칫하면 갑 질하기 십상이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인터뷰를 하고 사례비로 지급하기로 했다.

말이 인터뷰 사례비지 이름과 나이, 어려운 점 정도만 이야기 해 주면 된다.

거지 적선이 아니고, 당당히 말하고 수고비로 받으라는 것이다.

일단 인터뷰에 응해주는 사람에 한하되, 잘 아는 노숙자나 알콜 중독자는 제외하기로 했다.

 

내일부터 마땅한 사람들을 찾아 나설 계획인데,

서울역광장에 코로나 선별검사소가 생겨 다들 쫓겨났다.

요즘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자정이 가까웠으나 서울역으로 나가 보았다.

 

몇몇 사람은 라면박스를 모아 관처럼 만들어놓았더라.

자는 사람도 있고, 잘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의 제안에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사례비를 준다 해도 인터뷰란 말에 두 사람이나 손사래 쳤다.

돈도 싫어하는 걸 보니,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사기꾼으로 보였던지...

 

강 훈씨 (69세)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올해 69세인 강훈씨와 60세인 이미자씨 인데,

강훈씨는 이혼하고 거리에 나선지가 십 오년이 되었다고 한다.

노가다 판에 나가 벌기도 했으나, 이젠 힘들어 못한단다.

이미자씨는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더라.

연신 깡통에 침을 뱉으며 횡설수설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에게 사례비로 오 만원씩 드리고 돌아왔다.

 

이미자씨(60세)  

 

내일은 아침식사 배급할 때 나가봐야겠다.

아무쪼록 자선한 분의 따뜻한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어

노숙하는 분들에게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 / 조문호

 

 

해마다 동짓날이 되면 서울역광장에서 홈리스와 무연고 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제가 열린다.

 

매년 밤이 가장 길어 홈리스에게 더 혹독한 동짓날,

외로히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는 자리도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지난 21일 열린 추모제는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동자동사랑방 등 42개 단체가 모인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에서 준비한 행사다.

 

쪽방, 여관, 거리, 시설 등에서 세상을 등진 이들을 추모하고,

열악한 노숙인 인권실태 고발 및 지원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예년에 비해 대폭 축소되었다.

작년에는 노숙인과 일반인이 참여한 노숙탈출 윷놀이, 삼행시 짓기,

액운 날리기, 동지팥죽 나누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나,

이번에는 ‘동료를 위한 동료의 추모’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중계되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한 해 동안 거리에서, 여관에서, 쪽방에서

비명에 죽어 간 무연고자는 모두 295명이라고 한다.

작년에 사망한 166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지만, 급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매년 몇 명의 홈리스가 사망했는지 공식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 숫자는 시민단체에서 나름으로 파악한 비공식 집계로

실제 한 해 몇 명의 홈리스가 어디서, 왜 죽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은 국민이 아니고 유령인가? 왜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

 

서울역광장에는 노숙인들의 의료, 혐오, 노동, 주거, 밥, 추모 등에서 겪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2020 홈리스 10대 뉴스’와

‘코로나19 홈리스 생존&공존 전시가 열렸다.

 

‘재난지원금 신청서를 쓰고 싶었지만 통장도, 카드도, 핸드폰도 신분증까지 없어 포기했다’는 등

코로나19 때문에 홈리스들이 겪는 혐오나 어려움에 대한 호소가 적혀있었다.

 

오후2시에는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울역광장 ‘홈리스 기억의 계단에는 무연고사망자의 이름이 적힌

책과 장미 295송이가 빼곡히 놓여있었다.

 

무슨 팔자가 그리도 기구하여 죽어 지내는 추모제조차 제대로 못할 때 떠났나?

부디 극락왕생하여 이 세상에서 받은 설움과 고통을 보상받으소서!

 

2016년 홈리스 추모제에서 발언한 당사자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라.

 

 

“우리에게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느냐고 묻지 마십시오.

그 질문은 네가잘못 살아서거리잠을자게된거아니냐고비난하는것입니다.

그질문에는개인의불행에대한사회의책임이빠져있습니다.

지금우리가이자리에서요구하는것은최소한의잠자리와일자리와치료받을권리입니다.

그것은모든국민에게동등하게주어져야하는당연한권리입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이제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쪽방이라도 있는 사람은 걱정할 것 없으나, 길바닥에서 자는 노숙자들이 걱정이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추워진다는데, 그들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 26일은 자정이 넘도록 잠이 안와 밖에 나가 보았다.

골목매점 앞은 잘 모르는 사내가 마스크를 이마에 걸친 채 자고 있었다.

아마 술 마시다 잠든 것 같은데, 거리로 내 몰린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서울역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다들 광장 구석에서 두더지처럼 자고 있었다.

 

오래된 고참 노숙자들은 나름의 움막이라도 있어 찬바람은 피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저 정도 움막 하나 짓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것도 언제 철거될지도 모르는 움막이 아니던가?

 

두 번째는 이불 하나라도 기어이 사수하는 대개의 노숙자다.

온 몸을 이불에 돌돌 말아 잠드니 죽고 사는 문제는 하늘에 맡길 뿐이다.

 

문제는 갑자기 쫓겨 나 아무 대책 없는 초짜 노숙자들이다.

아무리 잠들고 싶지만, 추워서 잠이 오겠는가?

문제는 그 고통을 잊으려고 술을 마신다는 것이다.

 

노숙자들 중에 유독 알콜 중독자들이 많은 것은

육체적 고통은 물론 모든 걱정까지 잊어버리고 싶어서다.

 

해마다 거리에서 죽어나는 무연고자가 300명을 넘는다.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는 대개 생활전선에서 쫓겨 난 부랑자들이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그들은 국민이 아니고, 사람도 아닌가?

 

온 세상이 다 보는 서울역 광장 상황을 정치인들이 몰라서 방치할까?

알고도 외면한다면 간접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기초생활수급자 규정을 보완하여 그들도 쪽방에서 살게 하라.

 

여러분들도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을 만나면 관심 좀 가져주세요.

하나님과 부처님께 바칠 돈 삥땅쳐서라도 그들에게 적선하세요.

하나님도 부처님도 그걸 원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직업처럼 손벌리는 앵벌이는 물론

술에 절어있는 알콜 중독자에게는 절대 돈 주지 마십시요.

알콜 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빨리 죽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들은 강제 수용시켜 치료받게 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즉각 그들을 수용하여 치료하라.

 

다들 무슨 전생의 죄가 그리 많아 짐승보다 못하게 사는지 모르겠다.

신이시여! 제발 세상 조율 좀 해주세요.

 

사진, 글 / 조문호

 

노숙자의 절반은 알콜 중독자로 볼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차가운 날씨에 술이 취해 잠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들이 술을 자제하며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려면

강제 수용하여 치료받게 하는 방법뿐이다.

 

지난 23일 정오 무렵, 산책하러 동네로 내려갔더니,

송범섭씨가 마치 장물애비처럼, 손목시계를 몇 개나 들고 있었다.

한 개 오천 원에 판다는데, 쪽방 촌에 시계 필요한 사람이 있겠는가?

필요하다면 밥 얻어먹는 시간이라도 알아야 할 핸드폰 없는 노숙자들뿐인데,

그들에게 무슨 돈이 있단 말인가?

 

새꿈공원으로 올라가니 주차장 모퉁이에서 노숙하던 병학이 일행이 사라지고 없었다.

자리가 깨끗하게 청소된 걸 보니, 어디로 쫓겨난 듯 했다.

멀리 공원 안쪽에서 누군가 노숙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보니, 쫓겨 난 그들이 공원 안으로 자리를 옮겼더라.

병학이는 이불 속에 파묻혀 자고 있었고, 옆에 있던 봉남이가 반색을 했다.

 

술이 고파 물주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데, 주머니엔 천 원짜리 한 장 뿐이었다.

“천원 가지고 무슨 술을 사?‘라며 시큰둥했다.

병학이가 자서 심심했던지, 날더러 가지 말라고 붙잡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니네 가족은 서울에 사냐?고 물었더니, 사연을 줄줄이 쏟아냈다.

 

운전면허증부터 꺼내 놓으며 집에서 이혼 당해 쫒겨 나온 이야기를 했다.

택시기사로 일하며 살았는데, 그 놈의 술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운전해야 할 사람이 술을 너무 좋아해 일 나가지 않는 날이 많으니, 누가 그를 쓰겠는가?

결국 직장 잃은 가정불화로 집에서 쫓겨나게 된 사연 사연을 털어놓았다.

“자식은 없냐?”고 물었다니, 갑자기 딸년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슬피 울어대는지 옆에 있는 나까지 눈물이 나더라.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괜히 쓸데없는 걸 물어 초상집 분위기를 만들었다.

자리가 민망해 일어나니, 대뜸 하는 말이 “천원만 더 갖다 줘”란다.

자식이 보고 싶어 그렇게 슬피 울다가도 술값 걱정을 하는 것을 보니, 술이 무섭기는 무서웠다.

이제 오십대 중반이면 한창 일 할 나이인데, 보통 일은 아니었다.

 

작년 이맘 때 비명에 간 용성이도 술 때문에 죽었는데,

술 값 구걸에 못 이겨 술값 준 적 있는 내가 죽인거나 마찬가지였다.

하루속히 알콜중독자를 강제 수용하더라도 구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매일같이 국회에서 개지랄만 떨지 말고 사람 살릴 걱정 좀 하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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