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광장에 눈부신 햇살이 비치면,

노숙자들 고단한 하루도 시작된다.

 

서울역 김씨는 부랑생활에 이골 났다.

 

오래전 사진 한 장에 거지가 사람으로 찍혔단다.

사진 놔둘 곳도 없지만, 옆 사람에게 자랑해댄다.

 

빵 한 조각 보다 사람대접을 받고 싶단다.

버림받고 살아 사람을 그리워한다.

 

세상은 거리 두라지만, 그들에겐 안 먹힌다.

마스크도 없이 하루 종일 어울린다.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아 전염병도 얼씬 못한다.

육신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깊다.

 

따뜻한 말이 듣고싶다. 정에 굶주려...

 

사진, 글 / 조문호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부자나 거지나 잘났거나 못났거나, 밥은 먹어야 산다.
돈 없고 오갈 데 없는 노숙인은 어떻게 끼니를 해결할까?
옛날 각설이처럼 깡통 들고 밥 얻어먹으러 다닐 수는 없잖은가?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엔 무료급식이 늘렸으나, 요즘은 대개 문 닫았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노숙인들을 지켜봤다,
다들 어떻게 먹고 사는지 알아 보고 싶었다.
술 마시는 부랑자나 고참들은 밥집을 찾지 않았으나,
시간이 되니 다들 밥집으로 몰려가 줄서기 시작했다.

서울역에서 남영동 방향으로 300미터 쯤에 ‘따스한 채움터’란 밥집이 있었다.
서울시에서 제공하고 기독교대한감리회 사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오후 4시부터 밥을 주지만, 3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평소 보지 못한 노숙인들이 많았는데, 쪽방 사는 분은 보이지 않았다.

관리자의 이야기로는 한 끼에 3-4백명씩 찾는다고 했다.
밥집은 1-2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대기실이 식당보다 더 넓었다.
다들 질서정연하게 밥을 타서 먹는데, 음식은 먹을 만했다.
비록 칸막이에 갇혀 개처럼 먹지만, 먹는 시간만은 행복했다.

쪽방에서 라면 끓여 먹는 것에 비한다면 진수성찬이었다.
줄서고 기다리는 게 싫어 대충 때우는 것 같았다.

귀찮아도 먹어야 산다. 그래야 술을 마셔도 버틸 수 있다.
밥은커녕, 안주도 없이 깡술을 마셔대니 어찌 버틸 수가 있겠는가?

밥 한 끼의 행복을 모른다면, 살 자격도 없다.
사진, 글 / 조문호

 

 

 



쪽방 올라가다 길에서 송범섭씨를 만났다.




송씨는 만나기만 하면 찍은 사진들 언제 주냐며 독촉이 빗발 같다.
빚쟁이 된 것처럼 만날까 피해 다닐 정도다.




예전에는 어버이날과 추석에 했던 빨래줄 전시로 사진을 주었으나,
그 일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접고부터는 사진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빨래줄 전시는 협찬 받아서라도 꼭 해야 할 일이었지만,
이젠 정해진 날자가 없으니,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몇 일전, 재난지원금 받은 게 남아, 사진을 만들어 두었기에 전해줄 수 있었다.




생각난 김에 다른 분도 주어야 할 것 같아, 사진을 챙겨 동네 한 바퀴 돈 것이다.
먼저 노숙자 아지트로 찾아가 유정희씨와 병학이 사진을 전해주었다.
병학이는 사진 둘 때가 없어 유씨가 챙겨두겠단다.




노숙하는 이의 설움이다.
몸 하나 거둘 곳 없는 사람에게 사진이 무슨 소용이랴!




공원에서 만난 이남기씨에게 사진을 주었더니,
고맙다며 음료수 한 잔 마시라고, 천 원짜리 한 장을 준다.
한 푼이라도 남에게 신세지는 걸 싫어하는 성미다,




박성일씨와 박소영씨도 만났는데, 소영씨는 식혜를 주었다. 
다른 사람 주지 말고, 보는 앞에서 마시라며 채근했다.



자기 핸드폰을 열어 이런 저런 사진을 보여주며 속삭였다.
별 일도 아닌 사소한 일을 열심히 설명해가며 수긍해 주길 바랬다.
그 만큼 외롭다는 이야기다.




요즘 공원에서 술 마시는 사람도 많이 줄어 들었다.
무료급식도, 줄 세워 배급 주는 일도 다 끊겼다.
코로나가 빈민들의 생활 환경까지 서서히 바꾸고 있다.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세상 외로움은 깊어만 간다.

사진, 글 / 조문호







 




2020년 5월 10일 / 서울역 / 추교부

대궐 같은 집에서 진수성찬 받았다.
아름다운 여인네와 사랑도 했다.

역무원 발길질에 단잠을 깼다.
꿈도 꿀 수 없는 팔자다.


사진, 글 / 조문호

꿈은 아래 이덕영씨가 꾸었고, 윗 사진은 최근 찍은 추교부씨



2016년 10월 4일 / 서울역 / 이덕영



가진 것도 갈 곳도 없다.
아무런 생각도 없다.

삶의 욕망조차 잃었으니,
짐승보다 못하다.

욕망에 병든 세상
이 무슨 모순인가?

사진, 글 / 조문호



한 동안 동자동에 있지 않아, 모처럼 동네 마실 나갔다.
꽃샘추위가 지난지도 한 참인데, 무슨 놈의 바람이 이리도 부는지,
다시 두꺼운 옷을 꺼내 입어야 했다.




부랑자 병학이가 거처하는 주차장 구석자리부터 찾았다.
얼마 전 어느 독지가에게 기증받은 텐트가 반가워, 
집들이 턱으로 술 한 잔 사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리 있던 텐트는 어디 갔는지 사라지고 이불만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옆에서 술 마시던 유정희씨가 죽은 사람 만난 듯 반긴다.




“아이! 어데 갔다 이제 옵니까?”라며 호들갑을 떨어 벌금 때우려 교도소에서 한 보름 섞다 나왔다고 했더니,
‘아! 몸 고루며 휴양하고 오셨구나. 그런 자리 날 좀 보내주지"라며 너스레를 떨어댄다.




그 것도 부재자 투표를 못하게 해 삼십 만원 손해 보고 왔다고 했더니,
“그까짓 투표 때문에 왜 돈을 날리냐”며 길길이 뛴다.
하기야! 그들에겐 선거 같은 건 관심도 없으니, 그럴 만도 했다.
삼십 만원이면 한 달이나 살 돈인데...




그나저나, 병학이 텐트는 어디 갔냐고 물었더니, 구청에서 철거해 갔다는 거다.
추워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이라며, 자는 모습을 가리켰다.




아니,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주차장 구석의 텐트는 왜 가져간단 말인가?
텐트를 쳐 주어도 신통찮을 판에 어렵사리 구한 텐트마저 뺏는가?
물어물어 구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더니,
주민 신고가 들어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4월2일 찍었던 병학이 텐트-

참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가진 놈이 없는 놈을 핍박하는 살벌한 세상이다.




서울역으로 건너갔다.
다들 양지바른 곳에 모여 시간만 죽이고 있었다.
컵라면으로 끼니 때우는 사람, 막걸리로 시름 달래는 사람, 자는 사람,
아무런 생각 없이 멍 때리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었다.




마스크도 없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걸 보니,
전염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은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하기야!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벼랑 끝 인생, 두려울 게 뭐 있겠는가?




정치하는 놈들은 노숙인들 죽고 사는 문제는 관심 없고,
오로지 총선결과 계산기 두드리며 도둑질해먹을 궁리나 하고 있으니,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더러운 세상 확 뒤집어 버리고 싶었다.




당연한 권리주장도 못하는 부랑자들 선동이나 할까보다.
폭동 일으켜 교도소가면 이런 개고생은 안 할 것 아닌가?
 
사진, 글 / 조문호















부랑자의 꿈은 부귀영화 누리며 잘 사는게 아니다.

지친 몸 하나 누울 수 있는 쪽방 한 칸과

일할 수 있는 곳과 아프지 않는 것 뿐이다.



그러한 희망은 허망한 꿈에 불과하다,

아무도 부랑자에게 관심두지 않는다.

관심은 커녕, 죄인처럼 손가락질 한다.



그들이 기댈 곳은 가보지도 못한 저승 뿐이다.

이승의 생이 끝나면 짐승으로 환생할 꿈을 꾼다.

사람보다 애완동물이 더 사랑받는 세상이 아니던가? 




이제 모든 희망 버리고 떠날 준비되었다.

서울역 후미진 곳에서 천국가는 열차를 기다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코로나라는 요상한 전염병 때문에 전 국민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대구 시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우리 국민들의 저력으로 이겨낼 수야 있겠지만,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이라 가난한 이들의 삶이 걱정스럽다.

나라에 재난이 생기면 제일 먼저 위기에 몰리는 사람이 걸인들이다.

부랑자에게 밥 주는 곳이 코로나 때문에 모두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여유 있는 이는 버틸 수 있지만, 없는 사람은 바로 직격탄을 맞는다.

그래서 돈 벌려고 눈이 벌겋게 설치겠지만...




요즘은 전염병 핑계로 전화기를 멀리하고 일에만 파묻혀 산다.

20일 동안 어디 떠날 일이 생겨, 가기 전에 그동안의 작업을 정리하는 중이다.

쪽방에 혼자 있는 것이 편하기는 하나 끼니 잇는 게 제일 걱정이다.



이틀 동안 라면만 먹다보니, 밥 생각이 간절해 모처럼 밖에 나갔다.

급식소는 진즉 문을 닫았지만, 이젠 ‘식도락’마저 문을 닫아버렸다.

‘동자동 사랑방’을 비롯하여 푸드메켓 까지 모두 휴업에 들어갔다.

나야 어디서라도 먹을 수 있으나, 노숙인들은 굶기를 밥 먹듯 한다.

사람이 없어 구걸도 쉽지 않지만 구걸해도 술 마시지, 밥은 안 사 먹는다.



그런데, 거지들은 마스크도 없으며 소독은 커녕 손 한번 씻지 않는다.

아무도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걸 보니, 전염병까지 없는 놈을 차별하는 것 같다.

무임승차해 좀 편하게 떠나는 것도 좋으련만, 그마저 용납하지 않는다.



식당도 손님이 없어 가게나 뜯어 고치고, 거리는 유령도시처럼 텅 비었다.

언론에서 지나치게 나팔 불어 지레 겁먹어 외출도 외식도 일체 하지 않는다.



마침, 이태선씨를 만나 자판기 커피 한 잔 얻어먹고, 사진 한 장 찍어주었다.

이제 오십대지만, 고생으로 겉늙어 일흔은 되어 보인다.



공원에도 사람이 없어 ‘동자희망나눔센터’로 마스크 구하러 갔는데,

열 검사를 하더니 마스크 한 장을 공짜로 주네.

여지 것 마스크 사러 줄 한번 서보지 않았는데, 이럴 땐 거지 덕도 보는구나,

그나저나 이놈의 코로나가 빨리 사라져야 할텐데, 죄 없는 사람 다 잡겠다.



조용한 아랫 길로 내려가니 맞바람 부는 찬 바닥에 누군가 자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취한 것 같지는 않은데, 힘이 없어 쓰러져 자는 것 같았다.

무슨 놈의 팔자가 그리도 기구한지 모르겠다.




병학이가 펼쳐놓은 자리에서 술 한잔 얻어 마시며 아픈 마음을 달랬다.

코로나야 제발 선량한 사람 힘들게 하지말고, 나쁜 놈들이나 잡아가 다오.

돈과 권력에 환장해 나쁜질을 밥 먹듯 하는 놈들, 눈깔 뒤집힌 국개의원들, 정신나간 떡검들,

그기에 부화뇌동하는 기레기까지 모조리 청소해 주고 떠나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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