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포동 1979, 5


가난의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50년대 겨울, 등굣길에서 마주친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노숙인이 길가 집 아궁이에 엎드린 채 얼굴이 새까맣게 불타 죽었는데,

연탄아궁이에 불을 쬐다 질식되어 머리를 불구덩이에 처박은 것이다.

 

70년대 봄, 아기를 안고 잠든 여성 노숙인과도 마주쳤다.

젓이 나오지 않아 울다 치친 아기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빈곤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심각성을 깨달았다.


서울 동자동 2017, 1

 

하기야! 한국전쟁 이후는 거리에 널린 거지만이 아니라

대개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빈곤의 문제는 결코 나라가 가난해서 만도 아니었다.

금융위기를 견뎌내지 못해 거리로 내 몰린 사람도 많았지만,

잘 살수록 빈부격차가 커져 절대빈곤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서구의 노숙자들은 물질문명을 부정하는 방랑자들이 더 많지만

우리나라는 생활전선에서 쫓겨 난 빈곤자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역 2017, 2

 

서울역 주변을 맴도는 노숙인과 잠재적 노숙인에 해당하는

동자동 쪽방 촌 빈민들을 기록하며 지켜본 게 벌써 4년차다.


쪽방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독거들의 외로움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거처할 곳 없는 노숙인들의 위태로운 삶이다.


지자체에서 제공한 노숙인 쉼터를 마다하고 거리를 떠도는 것도 문제지만,

질서를 지켜야하는 공동생활을 기피하는 노숙인의 습성은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막바지에 내몰린 처지에 누가 간섭 받으며 살고 싶겠는가?

세상 고통을 유일하게 잊게 해주는 것이 술인데...



서울 동자동 2018. 7

 

정부에서 주는 최소한의 혜택마저 비켜 선 그들은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자야 한다.

갖가지 고통을 잊기 위해 구걸하여 술을 사 마시며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81세라지만, 노숙인들의 평균 수명은 48세이고,

한 해에 죽어가는 무 연고자가 3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사회와 가정에서 밀려난 노숙인들의 처절한 삶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그들에 대한 외면이나 방관보다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다.


서울역 지하도 2016. 10

 

다들 젊은 놈들이 일은 안 하고 술만 마신다’며 손가락질 하지만,

그들은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거나 알콜 중독으로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폐인이나 마찬가지인 그들에게 누가 일자리를 주겠는가?

다들 부모 잘 못 만나 가난을 물려받았거나, 제대로 배우지 못한 죄다.

 

벼랑에 내 몰린 노숙인들을 구제할 정책마련이 절실하다.

추위나 더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초생활수급자 규정을 보완하여,

그들도 쪽방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주자.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사진, / 조문호


 서울 도동 201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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