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점염병에 주눅 들어 갇혀 살지만 감옥살이는 이제 싫다.
기다리는 사람도 반기는 이도 없지만 쪽방에서 벗어나는 것이 맘 편하다.
불편한 몸이지만 서울역 주변을 돌아다니다 구경거리 있으면 구경하고
힘에 부치면 어디서나 눈 감으면 된다.




이젠 면역이 되었는지 피부가 무뎌졌는지 춥지도 않다.
모든 게 마음 하나 놓으면 편안해진다.
차라리 잠들어 저승 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세상만사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사가 아니더냐?




통행에 방해 된다 나무라지도 말고, 불쌍하다고 휠체어를 밀지도 마라.
어차피 혼자 떠돌 수밖에 없는 나그네 길 아무도 간섭마라.
꿈에라도 할미를 만나고 싶고, 날 버린 자식 손이라도 잡고 싶다.
인생은 일장춘몽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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