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은 밤새 눈이 내려 미끄러웠다.

동자동을 한 바퀴 돌았으나, 아는 사람이 없다.
인사동서 챙겨 온 술과 안주가 있건만,
혼자 마시지 않기로 했으니 어쩌랴!
함께 할 이가 없으니, 무용지물이었다.

춥고, 길이 미끄러우니 다들 나오지 않았다.
그 날은 노숙하는 이들도 안 보였다,
갈 곳 없는 그들마저 어디로 갔을까?
빈자리엔 술병 같은 흔적만 나 딩굴었다.

두더지는 땅 속에서 추위를 견뎌낼 수 있지만,
두더지보다 못한 팔자를 타고 난 그들이다.
어디로 구걸하러 갔을까?
또 반기문이 나타나 쫓겨나진 않았을까?

결국, ‘사랑방’에 가서야 이웃을 만났다.
그곳은 분위기도 아니지만, 마실 분이 없다.
사랑방커피 한 잔으로 대신했다.
지질이도 술 복 없는 하루였다.


사진, 글 / 조문호

































격일제로 마시던 술을, 요즘은 전시 때문에 매일 마시게 된다.

지난13일도 전시장 문 닫기가 무섭게 김남진 관장 따라 나섰다.
정영신과 사진하는 후배 한 분과 마셨는데, 아쉽지만 먼저 일어나야 했다.
몇 일전,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박씨와의 약속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만나 한 잔 더 하려고 사방을 두리번거렸으나,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모두들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자고 있었다.

노숙하는 자가 시계나 핸드폰이 있을리 없어 허탕을 친 것이다.
하는 수 없어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식도락’으로 사람들이 더나들었다.

밤 늦은 그 때까지 문이 열릴 리가 없었기에, 궁금해 들여다보았더니
방에는 동네 분들이 가득 앉아 있었고, 주위에 서성거리는 분도 계셨다.
음성 ‘꽃동네’에서 오셨단다.








매주 화요일은 ‘꽃동네’ 수녀님들이 동자동을 찾아, 빈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날이었다.
다들 일어날 시간이었으나 음식이 남아있어 끼어 앉았더니, 뜻밖의 슬픈 소식도 접했다.

김순애, 박미숙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전시하는 사정을 알고, '사랑방'에서 연락하지 않은 모양이데,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단 한차례 밖에 뵙지는 못했으나, 영정사진마저 없었다는 말에 가슴 아팠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빌어드렸다. 저승에서는 마음 편히 사시라고...






동자동에서는 함께 식사 할 때가 종종 있으나, 술은 일절 구경할 수 없다.
식사시간이 아닌 늦은 시간인데도, 술 마시지 않는 분만 모여 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는 나와 정씨 딱 두 사람 뿐이었다.







그 역시 닭고기 안주에 술 생각이 나는지, 나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고기만 몇 점 집어먹고 일어나려니, 수녀님이 선물봉지를 안겨주었다.
식빵 한 줄, 삶은 밤과 밑반찬 두 가지가 조금씩 담겨 있었다.






요긴한 선물도 고맙지만, 환하게 웃는 수녀님 모습에 온갖 시름이 다 녹았다.
고맙다며 맞잡은 손의 온기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9일, 동자동을 한 바퀴 돌았는데, 한 사내가 비둘기를 안고 있었다.
비둘기는 왜 잡았냐고 물었더니, 비둘기를 잡은 것이 아니라 평화를 잡았다는 것이다.

얼마나 평화로운 세상을 원했으면, 평화의 상징이라는 비둘기를 잡았을까?
이 섞어빠진 난국에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것은, 비록 그만이 아니라,
온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일 게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안개정국이다.
정치하는 자들은 제 이속 차리느라 눈치나 보며 시간만 끌고 있고,
대통령 자격을 상실한 박근혜는 늙은 간신들 바짓가랑이 잡아,
또 다른 음모로 뒤집을 생각에 국민들의 외침을 비웃고 있다.

한 평생 나쁜 짓하며 호의호식한 계집이 어찌 빈민들의 어려움을 알겠냐마는,
죄 값으로 교도소에서 남은 여생 보낸 후, 말년에 빈털터리로 사회에 내 던져져
노숙자처럼 살아 보아야, 뒤늦게나마 깨달을 것이다.

몇 일 전에는 인천의 한 노숙인이 추위를 피하려 불 피우다 화상입어 죽었고,
지난 달에는 잠자려고 변전실에 들어간 노숙인이 감전되어 죽었다.
그런데도 정치하는 인간들은 아무도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노숙자들은 너 네들 생각처럼, 게을러서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고,
가난을 물려받았거나, 잘 못된 사회구조의 한 회생양일 뿐이다.

그 날도 잠깐 동안 서울역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거리나 지하도에서 세우 잠자는 노숙인 들이 늘려 있었다.


머리맡에 빵 한 조각 두고 잠든 사람도 있었고,
막걸리를 모셔 둔 채, 자는 사람도 있었다. 산다는 게 대관절 무엇 이길래..


사회 밑바닥에서 헤매는 노숙자 문제부터 해결하라.
더 이상 빈민들을 방치하면 천벌 받는다.
짐승 만도 못한 정치 모리배들아...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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