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은 밤새 눈이 내려 미끄러웠다.

동자동을 한 바퀴 돌았으나, 아는 사람이 없다.
인사동서 챙겨 온 술과 안주가 있건만,
혼자 마시지 않기로 했으니 어쩌랴!
함께 할 이가 없으니, 무용지물이었다.

춥고, 길이 미끄러우니 다들 나오지 않았다.
그 날은 노숙하는 이들도 안 보였다,
갈 곳 없는 그들마저 어디로 갔을까?
빈자리엔 술병 같은 흔적만 나 딩굴었다.

두더지는 땅 속에서 추위를 견뎌낼 수 있지만,
두더지보다 못한 팔자를 타고 난 그들이다.
어디로 구걸하러 갔을까?
또 반기문이 나타나 쫓겨나진 않았을까?

결국, ‘사랑방’에 가서야 이웃을 만났다.
그곳은 분위기도 아니지만, 마실 분이 없다.
사랑방커피 한 잔으로 대신했다.
지질이도 술 복 없는 하루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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