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동짓날 서울역광장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렸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 동지다.
해마다 이맘때면 홀로 세상을 떠난 이름 없는 민초들을 추모하는 자리가 열린다.

올해 12월 21일의 동짓날은 눈 대신 비가 내렸다.

한겨울 치고는 덜 추웠지만, 빈민들의 삶은 일년 내내 혹한의 겨울이다.

매년, 죽어가는 거리의 노숙자나 쪽방 촌 빈민들이 300여명이나 된다,

그들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욱 절실하지만,

편안히 눈감을 수 있도록 장례라도 제대로 치루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고독사’나 시체를 포기하는 각서, 사망신고를 할 수 없어, 죽어도 죽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죽는 것을 미리 걱정할 처지가 못 되는 것은, 사는 것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노숙인이나 쪽방촌에 사는 빈민들을 대신해 43개의 민간단체가 나섰다.

한 해동안 세상을 떠난 빈민들을 추모하며, 살아 남은 자들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했다.

그들에게 안정적인 주거와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죽어서나마 영혼이 구천을 떠돌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동자동 쪽방 촌에서만 돌아가신 분이 25명이고, 무연고자는 40명에 달했다.

대부분 영정사진이 없어 얼굴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


대통령이란 년은 마약주사나 맞으며, 멀쩡한 상판대기와 변기나 뜯어 고치는 지랄을 하는데,

무슨 놈의 팔자가 그렇게 기구하여, 죽어가며 자기 얼굴 한 장 못 남겼는지 모르겠다.

이제 국민들 세금 도적질하는 정치꾼들, 없는 사람 착취하는 재벌, 눈치보는 공무원들은 말끔히 쓸어내야 한다.


이 날 추모제에 내린 비는, 비가 아니라 원혼의 눈물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인간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가난과 병에 시달리다 죽는 무연고 사망자가 생기지 않도록, 힘 모아 싸워야 한다.






추모제에서는 각종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법률상담,

노숙인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무료 증명사진 촬영 등의 행사도 진행됐다.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엽서에 담은 ‘1000인의 우체통 프로젝트’ 이벤트도 열었다.

노숙을 탈출하는 윷놀이도 진행되었고, 따끈한 동지팥죽도 한 그릇씩 나누어 먹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방울이 굵어졌으나, 행사는 계속 진행되었다.

이현의씨의 추모사, 민중가수 박준의 노래, 안상호씨와 '희망공간 거리의 아빠들' 합창단 공연도 이어졌다.

이정훈씨의 연대발언과 동자동주민을 대표한 차재설씨의 투쟁발언도 있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1세라지만, 홈리스의 평균수명은 48세라는 걸 잊지 말자.
죽음을 방치하면 천벌 받는다.





이 날 추모제에는 '동자동사랑방'의 박정아 대표와 공제조합 우건일 조합장을 비롯한 동자동주민들이 대거 몰려나와 행사를 도우며,

팥죽을 나누어 주었다. 반가운 사진가로는 ‘한겨레’ 김봉규기자, ‘서울문화투데이’ 정영신 기자, 김 원, 최인기씨를 만났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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