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쪽방촌, 동자동에 봄 사건났다.


지난 성탄절을 맞이하여 동자동의‘성민교회’에서 중늙은이 다섯 쌍이 합동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식장은 이른시간부터 축하하러 온 주민들로 가득 찼다.

김승영 김유례 부부, 이기영 홍홍임 부부, 심경섭 천정미 부부, 김만기 이경희 부부,

박성일 박소영 부부 등 다들 아는 분들이었는데, 모두들 멋진 예복을 차려입고는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들, 쪽방 촌에서 눈이 맞아 살기는 하나, 결혼식을 못 올린 부부들인데,

꿈에도 생각 못한 드레스를 입게 된 신부들의 기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신부들도 곱게 꾸몄으나, 신랑들도 때 빼고 광냈는지, 연예인 빰 칠 듯 잘 생겼더라.

노숙에서 쪽방으로 발전하고, 거기다 결혼에 이르면 여기서는 성공한 케이스다.

1,200세대가 사는 쪽방촌에서 독거신세를 면한다는 것은 사법고시 붙는 것보다 더 어렵다.

두 사람이 힘을 모아 살면 오죽 좋겠으나, 쪽방촌에는 여자가 귀한 것이다.

다들 돈과 인연은 없었지만, 따뜻한 인정은 살아있는 사람들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들이 쉽게 연정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결혼식에 축하하는 가족들이 없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다섯 쌍 중, 심경섭, 천정미 부부 가족뿐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들은 외로워하지 않는다. “동자동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가족이니까...”

그 날, 잔칫 돈은 ‘한국교회봉사단’에서 댔지만, 일은 ‘동자동 사랑방 공제협동조합’과 ‘성민교회’에서 다 했다.
주례사는 ‘한국교회봉사단’ 이사장이신 손인웅 목사께서 하셨고,

김유선, 이승아씨의 가야금 이중주와 김경환의 샌드아트 등 다양한 공연들이 벌어져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주민을 대표하여 동자동사랑방의 우건일이사장께서 인사말을 했지만,

김정호씨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이 부른 축가가 죽였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 그리워 운다네”

아무튼, “아침에도 울지 말고, 저녁에도 울지 말고, 부디 행복하게 잘 사시게나...”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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