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보폭을 좁히라고 했으나, 그게 잘 안 된다.
독하게 마음먹고 동자동에 살라고 왔으면, 동네사람들과 어울려 놀아야하는데,
맨날 천방지축 돌아다닌다. 아니 끌려 다닌다.
어디 세상 연을 끊는 게 그리 쉬운 일이던가?
인사동이나 사진판에 대한 연도 그렇지만, 가족에 대한 연도 마찬가지다.

요즘 나를 더욱 바쁘게 하는 것은 바로 박근혜다.
내가 무슨 투사도 아니고, 세상살이에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열 받으면 아무 일도 되지 않기 때문에, 아예 신경을 끊은 것이다.
티비나 신문 한 장 보지 않았으니 가능했으나, SNS에 접하며 달라졌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개인적이고 방임적인 처신으로, 여지 것 하나도 바뀐 게 없다는 자책 때문이다.

나야 머지않아 사라질 테지만, 자식들에게는 이런 세상을 물려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도 그렇지만 함께 사는 빈민들을 위해서라도,
싸울 수 있는데 까지 싸워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쁘다는 이야기 한다는 게, 박근혜만 나오면 말이 길어진다.

지난 연말에는 동자동사랑방 공제협동조합 홍보위원회의에 참석했다.
홍보위원 김정호씨가 홍보위원으로 같이 일하자며 나를 끌어들인 것이다.
나야 하는 일이 홍보하는 일이니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서 승낙했는데,
할 바에는 제대로 한 번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대외적인 홍보도 홍보지만, 그보다는 세상과 단절해 사는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게
더 중요한 홍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200여명 중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조합원 수만 보더라도,
폐쇄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말벗이 되어주어 함께 어울릴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 날 ‘동자동사랑방’ 사무실에서 가진 홍보위원 회의에는 차재설 홍보이사를 비롯하여

김정호, 허미라 홍보위원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우리가 할 일은 홍보물이나 소식지를 제작하는 일이지만,

그보다는 후원자를 늘리고, 잘 모르는 분을 설득하여 함께 하는 것이었다.

결의를 다지는 식사자리도 만들어, 다 같이 소주 한 잔했다.

그리고 한정민씨도 꼽사리 끼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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