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마가 주관한 제1회 FNK PHOTOGRAPHY AWARD 다큐부문 수상자전인

박찬호의 ‘神堂’이 오는 1월17일까지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박찬호는 10년 동안 인간의 죽음에 집착하여 그 현장을 찾아다닌 사진가다.

이번에 보여주는 ‘신당’은 이년 전에 발표한 ‘귀歸’에 이은 후속작업이다.

오래전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며 비롯되었다는 ‘귀歸’와

이번에 보여준 ‘신당’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사후세계에 빠져 들게 한다.

사람이 죽게 되면 어떻게 될까? 과연 저승이란 신화의 세상이 있는 걸까?

 

지리산 성모(마고성상), 모든 무당의 어머니

 

신을 모신 신당이란 무엇인가?

즉 산자와 죽은 자의 한을 풀어 주고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켜 주며,

신과 인간이 만나 어우러져 한 판 굿을 엮어내는 곳으로,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공간이 신당이다.

그 신당을 지키는 ‘신관’들이 심방, 당골, 무당의 이름으로 굿이라는 형식을 통해 제사를 지내는데,

무속은 신위에 신이 없고 신아래 신이 없다.

 

충남 황도붕기도당, 고 김금화 만신

 

사진가 박찬호의 귀신 작업은 아무나 접근하기 어렵다.

타계한 김수남씨 외에 무속사진을 찍는 여류작가가 있었는데, 어느 날 홀연히 세상을 떠난 것이다.

김수남씨야 술 때문에 떠났겠지만, 그 여인은 원인 모를 죽음이었다.

그 당시 귀신 씌여 죽었다는 말이 떠돌 정도라 접근하는 사진가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박찬호씨가 그 일을 해낸 것이다.

 

진도뽕할머니사당 악사 김오현

 

2년 전 ‘류가헌’에서 열리 ‘歸’사진전에서 작가를 만났는데, 마치 저승사자처럼 느껴졌다.

한마디로 귀신과 동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끼가 없다면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대상이라는 말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도 무당의 끼, 아니 신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강원 다목리여신당 만신 이해경

 

십 여 년 동안 종가집 제의는 물론 마을제, 당제, 다비식 등 귀신 나오는 곳은 빠지지 않고 찾아 다녔다.

이번 ‘신당’전에는 서울 남산국사당터를 비롯하여 보광동 ’흥무대왕 김유신사당‘, ’한강밤섬부군당‘, 한남동 ‘큰한강부군당, 봉화산 ’봉화산도당, 용문동 ‘남이장군사당’, 인왕산 ‘인왕산선바위’, 여의도 ‘방학좆이부군당’, 광명 ’ 구름산당숲‘, 안산 ’잿머리성황당‘, 군자봉 ‘시흥군자봉성황제’ 수원 ‘벌말도당굿’, 강화도 ‘외포리곶창굿’, 수원 ‘거북신당’, 강원도 화천 ‘화천다목리산신당‘, ‘양양 서문리 양지말 성황사’, ‘대관령국사성황당’ 부산 아미동 ‘아미골까치산당산’, 구포 ‘대리당산’, 해운대 ‘죽성리성황당’, 서대신동 ’봉래산산제당‘, 영도 ‘조도당산’. 초량 ‘초량당산’, 기장 ‘죽성리성황당’, 통영 ‘마을굿’, ‘설운장군사당’, ‘남해안별신굿’ 경북 영양 ‘일월산 황씨부인당’, 충남 태안 ’황도붕기도당, 내포지역의 ‘내포앉은굿’, 서산 ‘창리영신제’, 부여 ‘은산별신제’, 서산 ‘율목리서낭당’, 부안 ‘위도원당’ 부안 ‘수성당’, 진도 ‘뽕할머니사당’, 군산 ‘호남넋건지기굿’, 고흥혼맞이굿, ’신안 씻김굿‘, ‘황해도대동굿’, 제주 김녕 ‘성세기 본향당', 한림읍 ‘비양도 본향당, 조천읍 ‘와흘본향당’, ‘와산리불도당’, 성산 ‘신풍리본향당’, ‘신천리본향당‘, ‘수산리본향당’ 구좌읍 ‘동복리본향당‘, ’송당본향당,

표선면 ‘구렁팟당’, ‘ 당케세명주할망당’ 등 제주를 비롯한 전국방방곡곡 신당을 쫓아다닌 것이다.

 

귀신이 씌여도 단단히 씌인 것이다.

사진에 드러난 신당의 음습한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초상에서 느껴지는 무당의 가 압도했다.

 

제주 동복리 본향당 심방 강대원

 

혼신일체가 된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동안 해외 전시를 비롯한 여러 차례의 전시에서 보여주었듯이, 무속사진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작년에는 '뉴욕타임스‘에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둘러싼 제의를 촬영하다’라는 제목으로

박찬호 전시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런 유명세는 이제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충남 은산별신당 만신 이일구

 

그의 작업이 더욱 중요한 것은 무속인 개인의 초상이기 전에 시대의 초상이라는 것이다.

그 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꼭 기록해 두어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찬호씨의 작업노트 말미를 보니 충분히 이해되었다.

 

“나는 굿 현장에서 신을 부르는 악기의 장단과 박자에 따라 몸이 흔들림을 느낀다. 눈을 감는다.

접신의 순간과 정신 세계로의 몰입에 몸과 마음을 그대로 의탁한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이 들면 셔터를 누른다. 그것이 신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터무니 없이 좁은 의식의 틀로는 그들을 맞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신당 작업을 했다.”

 

그런데, 신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난, 기독교는 물론 천주교와 불교에서 세례명과 법명을 받을 정도로

여러 종교에 빠졌으나, 지금은 무신론자다.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우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법문이나 성경에 기반한 삶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무속은 신에 앞서 우리민족의 정신이라고 생각 한다.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단군에서부터 바다에는 용왕, 산에는 산신,

임신과 출산을 관장하는 삼신할머니에서부터 조상신 등 많은 신들이

믿음의 대상이 되어 민초들의 삶에 위안이 되어 준 것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수많은 신화의 장소를 없애버렸다.

일본 놈 물 먹은 박정희 까지 ‘미신타파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국 각지에 있는 서낭당이나 신당을 없애버린 것이다.

박찬호가 찍은 사진 속의 공간들은 마지막 살아남은 우리나라 신화의 공간이며,

신과 소통하는 신관들 모습이다.

 

서울남산 국사당터 만신 최신영

 

사진집을 보면 대개 서낭당이나 신당에서 찍었는데,

유독 서울야경을 배경으로 남산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그 궁금증을 작가가 풀어주었는데, 서울을 수호하는 ‘남산 국사당터’가 본래 남산 꼭대기에 있었다고 한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나라의 안녕을 비는 수호신당으로 국사당을 남산에 세웠으나

일제에 의해 지금의 인왕산 기슭 선바위로 옮겼다는 것이다.

조선인의 성역인 남산국사당을 내 몰고 남산을 일본인의 성역으로 만들겠다는 속내가 있었다고 한다.

만신 최선영씨가 그곳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며, ‘남산국사당터’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민속학자 하효길씨는 “현대미술의 유형적인 문법으로 기록한

그의 사진은 오히려 무형적 조형성을 더 지니고 있다.

사진에서 건물과 공간속의 인물은 그 뒤쪽의 내용 속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신의 세계로 시대의 삶으로 현세와 내세를 느끼게 하는 종교적 신비랄까.

박찬호는 우리 굿 속에서 부단히 삶과 죽음의 신비를 탐구해 온 작가이다.

그리고 그는 사진 속에 이 신비를 담으려고 한다.”고 서문에 적었다.

 

그런데, ‘신당’사진집(가격 5만원) 표지에 부적이 붙어 있었다.

사진에서 느끼는 신성함과 더불어 모든 재앙을 물리치는 복 같은 듬직한 기분이었다.

도서출판 나미브에서 만들었는데, 한정판이라 책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더라.

 

오는 16일 토요일 오후2시, 전시장에서 "신당" 토크쇼가 있다고 한다.

작가를 비롯하여 민속학자 조성제씨가 패널로 나와 무속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단다.

코로나19로 많은 분을 모실 수가 없다니, 관심있는 분은 참가여부를 문의해 보기 바란다.

 

(문의 : 박찬호 010 4127 0041)

 

사진, 글 / 조문호

 




주남저수지를 간결하게 표현한 조성제씨의 일곱 번째 사진전 ‘대칭(SYMMETRY)’이

지난 4일, 마산 ‘BNK경남은행’ 본점 1층 갤러리에서 개막되었다.






이 날 전시 개막식에는 축하객들로 붐볐다.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에서부터 교육감 등 지역의 명사들과 기업인들로 가득했는데,

내가 아는 분이라고는 조성제, 박명숙씨 내외와  사진가 김관수씨 뿐이었는데,

뒤늦게 김일창선생을 만났다. 아들을 경성대학 사진과에 보낼 무렵 보고 처음이니,

아마 십 수 년은 된 것 같았는데, 엄청 반가웠다.






전시 개막식을 끝낸 후, 숙소에서 만난 조성제씨의 하소연을 들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는 오랫동안 제대로 된 사진미술관을 주남저수지 인근에 만드는 꿈을 키워왔다.

그래서 인근에 있는 식당건물과 부지를 20억에 매입해, 사진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 설계까지 마쳤으나,

창원시에서 철새 서식환경에 미칠 영향과 주변 난개발 우려 등을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조성제씨는 개발 가능한 1종 일반주거지역인데도 창원시가 불허한 것은 용도지역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취지에 배치된다고

주장하며 조류학자의 철새에 미칠 영향이 전혀 없다는 환경평가까지 첨부하여 건축불허가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그만 기각되고 말았다고 한다.

지저분한 주변 환경 정비와 지역문화에 기여하는 현실성보다 추상적인 철새보호라는 명분에만 집착한

일방적 행정의 편협성을 다시 볼 수 있는 사안이었다. 사실은 환경단체 눈치 보느라,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불허가 사유의 하나로 이층에 계획된 커피숍을 들기도 했으나, 그 또한 핑계일 뿐이다.

식당은 허가해 주고, 커피숍은 안 된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게 사진을 관람하거나 철새를 조망하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영업을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입장료도 없는 미술관에 좋은 사진전을 유치하기 위해 년 간4-5억의 유지비를 써가며 지역문화에 기여하겠다는

조성제씨의 순수한 마음을 이익창출을 위한 건축으로 매도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창원시가 2009년에 1건, 2014년에 2건의 건축허가를 내준 것은 무엇이냐?

미술관이 공익적인데도 건축을 불허한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그렇다면 창원시가 람사르문화관 옆에 판매점과 휴게시설을 짓는 것은 괜찮은가?

반대를 위한 반대란 인상이 너무 짙다.

모처럼 우리나라에 작품수장고까지 겸비된 괜찮은 사진미술관이 들어선다는 기대에 부풀었는데,

꽉 막힌 복지부동의 관료들에 의해 무산되어 버렸네.
너무 아깝다. 좋은 방안이 없을까?




조성제씨는 봉암갯벌, 주남저수지, 우포늪 등의 습지만 꾸준하게 담아온 사진가다.

그동안‘습(濕)’, ‘하얀 여백’, ‘천년의 전설’ 등의 사진집을 꾸준히 펴내며 전시를 열었는데,

이번 전시와 함께 ‘대칭 symmetry’사진집도 펴냈다.

그가 사진에 담은 주남저수지는 겨울철에도 물이 얼지 않아 하루에 2만여 마리의 철새가 찾아온다고 한다.

넓은 늪지대의 습한 땅에 물 억새가 자생하고 있어 텃새의 서직지로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조성제씨는 기록적인 요소로 주남저수지를 바라 본 것이 아니라 풍경에서 느껴지는 미적 요소를 주관적으로 표현해 왔다.

바로 간결한 절제미가 주는 서정성이 조성제씨 사진의 매력이다.

이른 아침마다 기도하듯 대상을 지켜보며 그만의 명상적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안개에 가려진 은은한 분위기의 대칭적 풍경들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조용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주형 계명대 교수는 “믿을만한 객관성과 진실성으로 사진은 쉽게 현실의 대체물로 제시된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은 자연스러운 것도 실제적인 것도 아니다.

사진에 나타나는 현실은 해석된 실재로서 이것이 현실이라고 정의됨으로써 비로소 떠오른 표상 일뿐이다.

게다가 시 감각을 자극하는 균형과 질서, 형식요소의 어우러짐이 강조될수록 실재는 이미지 뒤로 사라진다”고 서문에 적었다.

이 전시는 22일까지 ‘경남은행 갤러리’[문의 055-290-8000]에서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오랜만에 정영신씨와 함께 34일의 장터 여행길에 나섰다.

동자동에 들어 간 후로 숙박을 동반한 여행은 처음이니, 일 년도 더 된 여행이다.

정영신씨는 그동안 대중교통으로 가는 당일치기로 다녔다.

서로 바삐 살아 시간 맞추기도 어려웠지만, 솔직히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


얼마 전 황규태선생께서 동자동에서 고생하는 것을 걱정해 침낭 사라며 주셨는데,

필요 없는 침낭보다 여행경비가 더 절실했다.

한편으론 송구스럽지만 염려하신 것처럼 몸도 마음도 춥지 않으니 염려마시길 바라고,

스스로를 충전할 수 있는 여행이 필요했으니, 양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돌이켜보니, 10여년이 넘도록 장터를 엄청 쫓아 다녔다.

한 번 떠나면 34일이나 45일 일정으로 떠났으니, 필요경비도 만만찮았다.

하루 밥 한 끼와 군것질로 때우고 싸구려 여관을 전전하며 장돌뱅이 노릇을 했는데,

제일 두려운 것이 기름 값과 통행료였다.

한 참 다닐 때만 해도 경유 값은 또 얼마나 뛰는지, 기름 싼 집 찾느라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녔다.

벌이도 없는 둘이서 길에 돈을 뿌리고 다녔으니, 신용불량자 딱지를 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사라지기 직전의 장터는 많이 기록해 두었으니, 후회는 없다.


 

둘이서 주구장천 떠 돌아다녔으나, 신기하게도 의견마찰이나 다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생각이 같고 목적이 같으니, 감정의 불씨 같은 건 끼일 틈이 없었다.

그때 다진 동료애가 부부로서의 애정보다 더한 신뢰감을 갖게 된 동기일 것이다.

그토록 금실이 돈독했으나, 난데없는 이혼 소동을 벌여 욕도 많이 얻어먹었다

우리에겐 법적인 부부관계 보다 일이 더 중요했으나, 다들 용납하지 않았다.

합의 이혼에 도장 찍을 때만해도 서로 동의했으나,

주위의 입방아에 정영신씨 마음을 많이 다쳤던 것 같다.


 

그러나 한 해를 지나며 모든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함께 생활할 때 보다 궁핍함도 좀 덜었지만, 동자동 작업까지 진척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어차피 한 사람은 장터에서 죽고, 한 사람은 쪽방에서 죽을 팔자지만,

살아있는 동안 서로 협력하니, 부부연이나 서로의 일에 하등의 문제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장터여행 이야기도 산더미 같은데, 사적인 이바구가 너무 길어버렸다.


 

지난 4일 출발한 장터여행의 첫 목적지는 함안 군북장이었다.

그 많은 장에서 하필이면 군북장을 제일 먼저 택한 것은, 몇 년 전 남았던 아쉬움도 있지만,

그날 저녁 마산에서 환경사진가 조성제씨의 전시개막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복장에는 오후 세시 쯤 도착했는데, 이미 파장이 되어 있었다.


 

장돌뱅이 세 사람만 남아 짐을 싸는  흔한 풍경이지만, 여기도 파리만 날린 장인 것 같다.

보따리 보따리에 싼 짐이 몇 십개나 되지만,내일을 기약하는 듯 했다.

옷 파는 박씨에게 얼마나 팔았냐고 물었더니, 다섯 사람 받아 사만원 어치 팔았단다.

사만원 모두 남아도 두 내외 점심값에 기름 값 제하면 아무 것도 없겠지만, 안달하지 않았다.

실속 없는 행상이지만, 행여 단골손님들 헛걸음시킬까 걱정되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편으론 부초처럼 떠도는 장돌뱅이 삶 자체에 대한 애착인 듯 여겨지기도 했으나,

이것이 사라져가는 오일장의 현실인 것을 어쩌랴!



 

차를 몰아 조성제씨 전시가 열리는 마산 경남은행 본점의 갤러리로 옮겼더니,

축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시장에는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에서부터

교육감 등 내노라 하는 명사들과 기업인들로 가득했는데, 좀 의외였다.

전시 축하하러 누군들 못 오겠냐마는, 마치 세과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막식이 끝나고 숙소에서 만난 조성제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 편으로 이해가 되었다.

경남은행 갤러리의 큐레이터가 조성제씨 초대전을 추진할 때,

은행의 높은 분들께서 어찌 사진을 초대전으로 하느냐며 문제를 삼았다고 한다.

사진을 우습게 보는데 따른 홧김에, 아는 분들을 대거 초대하였고,

최상의 사진 퀄리티를 만들기 위해 돈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아침 일찍 진해 마천장을 돌아, 내 고향인 창녕 영산장을 찾아갔다.

볼 품 없는 작은 장이지만 어릴 적 추억 따라 구석구석을 찾아 보았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예전 장 모습과는 딴판이었지만,

어린시절의 장터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애들은 가라~ 일단 한 번 자셔보세요. 소변 보면 변기 나프타린이 튕겨나옵니다

너스레를 떨어대던 약장사 자리도 가보았고,

아버지 심부름에 개장국 사러 다닌 장국밥집이 있던 곳도 가보았다.

국밥집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국 쏟을까 조심스레 걷던 골목길의 정취는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기억을 선명하게 한 것은 넓은 싸전 입구에 선 종대로 불리는 철탑이었다.

한 때 싸이렌을 울리기도 했던 종대의 녹슨 형상만이 옛날 장의 상징인 냥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내 머리에 인식된 장터의 규모보다 훨씬 작게 느껴지는 것은

장터에 빼곡하게 늘어 선 자동차 때문인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들린 고향인지라 영축산 중턱에 있는 대암골 산소에도 가보았다,

제실이 무너져 사라지고 없었는데, 무덤에 계신 아버지의 노여움이 들리는 것 같았다,

몇 년 만에 성묘하는 불효막심에 큰 절 올리며 사죄했다.


 

그 다음에 찾은 장은 합천 초계장이었다.

이 장을 잊을 수 없는 것은, 몇 년 전 병든 남편을 리어커로 모셔 와 장사한 할머니가 궁금해서다.

아픈 사람을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장에서 병 수발들며 장사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돌아가셨는지 걱정되어 인근의 장꾼에게 물었더니, 요즘은 병이 깊어 모셔오지 못하고,

할머니 혼자 나와 한 두 시간만 장사하고 일찍 가셨다고 했다.

장꾼들만 모여 잡담을 날리는 쓸쓸한 장바닥을 돌아보며 자리를 옮겨야 했다.


 

돌고 돌아 찾아간 곳은 전라도 해남이었다.

이장은 큰 읍장이지만, 새벽에 서는 고도리장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해남에 도착하니 어두워져 식당부터 들려야 했는데,

정영신씨가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어 천일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떡갈비로 유명한 집이라지만, 밥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일인당 28,000원이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몇 일 후에 있을 자신의 생일을 앞당기자는 말에 퍼져 않았다.


 

복에 없는 과분한 식사를 한 덕에 잠은 싸구려 여관에서 자야했다.

두 노인이 운영하는 여관이었는데,

청소한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방바닥은 머리카락 투성이고,

또 여름용 홑이불은 얼마나 지저분한지 얼굴에 닿을까 염려되었다.


 

그 이튿날은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고도리장으로 나갔으나

추운 겨울이라 좀 늦게 선다기에, 해남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장마당은 이른 아침부터 몰려나온 장꾼들로 시끌벅적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장꾼들의 모습에,

전쟁터인지 장터인지 분간되지 않았다.

자리다툼에 욕지걸이를 퍼 부어며 싸우는 모습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도대체 그 놈의 돈이 무슨 요물인지, 억장이 무너졌.

돈에 눈이 멀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이게 과연 사람 사는 것인가?


 

바닷가에 있는 장흥 회진장으로 이동하였는데, 해변은 조그만 항구로 변해있었다.

관광객을 염두에 둔 듯한 공연장과 낯선 건물이 들어서 있었지만,

손님이라고는 동네사람들 뿐이었다.



그런데 정영신씨가 팔다 남은 병어와 조기새끼를 엄청 싸게 사는 횡재를 했다.

직접 잡은 큰 생선은 경매에 넘기고 잔챙이만 팔았는데, 삼 만원에 한 광주리였다.

동네 사람이 사러왔으나, 자네는 다음에 줄 테니 서울손님부터 드리자며 아이스박스에 담아주었다.

새끼지만 병어고 조기가 아니던가 한 달 반찬거리는 해결할 듯싶었다.


 

그 이튿날은 장흥 용산장에 들렸다.

말이 장이지 장꾼 두 사람만 나온 썰렁한 장터로 머지않아 사라질 것 같았다.

지난 세월의 이야기나 듣기 위해 장터식당에 들렸다.

식당 주인 백외자씨는 김장하느라 양념을 잔뜩 해두었고,

옆자리는 동네 노인 세분이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연배인 것 같아 연세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신옥성씨란 분의 나이가 여든 하나란다. 얼굴은 나보다 젊게 보였지만, 열 살이나 많았다.

그러면서 나이란 아무 소용없다며 이웃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06세 된 할머니는 멀쩡한데. 치매 걸려 누워있는 아들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총알처럼 빠르다며, 인생은 뜬구름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백반으로 아침 겸 점심식사를 했는데, 밥상은 온통 김치잔치였다.

백김치, 물김치, 갓김치 등 김치만 네 가지가 나왔는데,

금방 버무린 김장김치도 맛있지만, 갓김치가 너무 맛있었다.

식당주인인 백외자씨는 김치가 맛있다는 칭찬에

엄마가 자식에게 싸 주듯 김장김치와 갓김치를 바리바리 싸 주었다.

이걸 어떻게 그냥 가져갈 수 있단 말인가? 문득 두어 달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입맛이 없어 후암시장에 반찬 사러 간 적이 한 번 있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갓김치를 버무려 팔고 있었다.

맛이나 보게 삼천원치만 달라고 했더니, 오천원 어치도 팔 수 없다며 퇴박 주던 야멸찬 모습이 떠올라서다.

그 김치에 비하면 오만원어치는 족히 될 만한 량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고맙게 생각하고 끝날 일이지만, 야박한 현실에서는 그 자체만으로 감동이다.

김치가 연이 되어 정영신씨와 전화번호를 주고받는 친구사이가 되어버렸다.


 

인근에 있는 장흥 장평장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이곳도 장터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폐가들이 줄지어 있는 걸 보니, 이곳에 곧 토목공사가 벌어질 것 같았다.

사람이 없는 장터에 뭘 만든다고 될리 있겠는가?

괜히 나라 돈 축내어 공무원이나 업자들 잇속 챙기는 일만 만들고 있다.

사라져가는 장터의 종말을 보는 것 같은 안타까움에 촬영여행을 끝냈다.



여기까지 왔으니, 땅끝 마을에 가 보자는 정영신씨의 제안에 또 다른 여행길에 올랐다.

땅끝 마을에 닫기 전에 미황사부터 들렸다.

남해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 서족에 자리한 이 절은

20여 년 전 전국의 절 찍을 때 들린 적이 있으나, 그 때보다 요사채가 많이 늘어난 것 같았다.


 

이절의 창건설화도 재미있다.

돌로 된 배가 포구에 왔는데, 사람들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물러나면 가까이 다가오는 일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의조가 목욕재계하고 맞으니 비로소 배가 포구에 도착했는데,

배에 올라보니 큰 상자 안에 경전과 비로자나불상, 문수보살상, 보현보살상, 나한, 불화 등이 꽉 차 있고,

배 안에 있던 바위를 깨니 검은 황소가 나왔단다.



그날 밤 의조의 꿈에 금의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금강산에 봉안하고자 경전과 불상을 싣고 왔으나 금강산에 절이 가득해 새 절터가 없어 돌아가던 중이라고 했다.

이곳의 지형이 금강산과 비슷하다며, 소 등에 불상과 경전을 싣고 가다 소가 머무는 곳에 절을 지으라" 했단다.

그래서 다음날 소 등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길을 떠났는데, 한 곳에 이르러 소가 크게 울고 드러눕자

그곳에 통교사라는 절을 짓고, 소가 다시 일어나 가다가 마지막으로 머문 곳에 지은 절이 바로 이 절인데,

소의 울음소리가 아름답고, 황금으로 번쩍거리던 금의인의 모습을 기리기 위해 미황사라 했단다.



감로수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인 후, 땅끝 마을로 향했다.

몇 년 전 땅끝 마을에 있는 송지장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눈을 맞았던 기억에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땅끝 마을은 백두대간의 시작이자 끝으로 한반도의 기가 가장 많이 뭉친 곳이라

기 좀 받을까 하는 기대도 했다.

마지막 여행지라 정영신씨와 호젓하게 바닷가를 거니는 데이트코스로 정했으나

추위가 분위기를 앞질러 서둘러 끝내야 했다.

서울 돌아 갈 일이 아찔하였으나, 차안에서 데이트한다고 생각하니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땅끝 마을에서 기를 받았는지, 추위 속의 강행군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맛보는 행복한 여행에 어디 피곤 따위가 감히 넘 볼수 있겠는가?

아무튼, 행복한 장터 여행을 만들어 주신 황규태선생께 감사드린다.

나흘간의 지루한 일기를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게도 감사드리고...

 

사진 : 정영신, 조문호/  글 : 조문호

















































 

 






몇 일전, 창원에서 활동하는 조성제씨가 인사동에 나타났다.
아내 박명숙여사와 함께, 여름휴가를 맞아 서울로 왔다는 것이다.
자녀들을 만날 일도 있지만, 여러 전시를 돌아보기 위해서란다.

아내 정영신과 함께 인사동 ‘여자만’에서 반가운 만찬의 시간을 가졌다.

그와는 40여 년 전 부산에서 사진을 시작할 무렵, 같은 동아리에서 함께했다.
그 당시 '월간사진 부산지부' 소속 회원으로 이십 여명이 있었으나,

김석중(김아타)씨와 구미의 이한석씨, 창원의 조성제씨 등 나까지 네 사람만 남았고,

대부분의 회원들은 사진판에서 소식이 끊겨버렸다.

그 뒤 내가 서울로 올라하며 조성제씨와도 10여 년 동안 소식이 끊어졌다.

십오 년 전 우연히 그를 다시 만났는데, 창원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며 ‘우포늪’을 촬영한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탱하기 어려웠던 사진작업의 한계를 일찍 알아차려

한동안 사업에만 전념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경제적 능력을 갖춘 후 계명대 사진영상디자인과와

계명대학원 사진전공 석사과정을 거치는 등 사진에 다시 전념했다고 한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습‘, ’주남판타지‘, ’람사르총회 특별전, ‘WHITE SPACE', 영국’AM갤러리 초대전’,

‘동서미술상 수상 기념전 등의 전시와 세 권의 사진집을 출판하는 왕성한 활동을 벌이며 환경사진에 올인한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 간직한 사진의 열정을 다시 불태워 자신만의 사진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한 것이다.

그 이후 서울과 창원을 오가며 간간히 만났는데, 이번엔 아내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일전에 그의 창원 전시에서, 한 번 뵌 적은 있으나, 왠지 낯설어 보였다.
그때는 한복 차림인데다 자세히 보지 않아 그런지, 솔직히 처음엔 새 애인이 생긴 줄 알았다.
너무 젊게 보여 실수를 범 했는데, 예쁜 것도 죄이던가?

듣자하니, 그의 아내는 새벽에 촬영 나가는 남편의 밥상까지 차리는 옛 어머니 같은 자상함이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어디 이런 여인이 있을까? 긴 세월동안 고생해 온 어머니들의 한이야 가슴 아프지만,

어쩌면 그 때가 더 인간적이었고 행복한 시절이었는지 모른다.

박명숙여사도 예전의 어머니처럼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헌신하며 살아왔으나 이젠 자식들이 장성하였으니,

자신만의 일거리를 갖고 싶은 모양이었다. 여지 것 대부분의 부인들이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았지,

자신의 이름은 잊고 살지 않았던가? 그래서 별다른 직업이 없다면 주부 박명숙이라는 명함을 만들라고 충동질 했으나,

사실은 부부간의 정에 올인 하는 것이 더 낳지 않을런지...

뒤늦게 치맛바람 휘날리는 것보다, 오손도손 정 나누며 사는 것이, 여생을 즐기는 진정한 행복이라 생각된다.

그 날 또 다른 소식도 접했다.
오래 전부터 주남저수지 인근에 사진미술관을 신축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데, 시에서 허가를 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유지에 공공의 문화예술 공간을 만든다는데도, 좋은 방법은 찾지 않고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행정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

그 날은 술이 취해 내 취부를 다 꺼내 놓으며 별의 별 이야기들을 다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무슨 말이던지 속에 감추고는 살지 못하는 천성도 그렇지만, 자신을 학대하는 처신에 문제가 더 많은 것이다.

이젠 아내를 생각해서라도 자중하려 노력은 하지만, 가끔 술이 취하면 그 버릇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도루아미타불~”

사진, 글 / 조문호















 

갤러리 인덱스 초대전인 조성제씨의 “천년의 전설 우포”展이
오는 13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리고 있다.

 

 

 

 

 

 

 

 

이 앵콜전은 꼭 한 번 볼만하다.

 

조성제씨의 “천년의 전설 우포”展은 몽환적 전설 속으로 끌어들이는 독특한 맛이 있다.

희뿌연 안개에 덮인 수묵화 같은 늪지 풍경이 일품이다.

 

우연히 인사동의 전시 일정을 살펴보다, 이 전시를 알았다.

지난 해 창원 전시에서 보았지만, 다시 찾아갔다.


‘인덱스’란 갤러리 이름이 생소했다.

알아보니 사진전문갤러리 ‘룩스’자리란다.

‘룩스’가 옥인동으로 옮겼다기에 그동안 ‘룩스’는 잊고 지냈다.


어두컴컴한 전시장은 사진만 도드라졌다.

마치 천년의 전설 속에 빠지듯, 사진에 빠져들게 했다.


오랜 사우인 사진가 조성제씨 소식도 궁금하지만,

갤러리 주인이 궁금해, 사무실을 들여 다 보았다.


그런데, 이게 누군가?

사진평론하는 최건수씨가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청량리588전시 때 만나기는 했으나, 그냥 헤어져 더 반가웠다.


‘옥인동 ’룩스‘를 운영하는 줄 알았으나, 아니란다.

본래의 ‘룩스’는 옥인동으로 가고, 인사동 전시장을 자기가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잘못 들어 입력이 잘못돼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 옛 이야기로 추억하고, 근황도 물어보았다.

이 불경기에 손해는 보지 않는다니, 다행이다 싶다.

아무튼, 인덱스가 인사동의 사진전문 갤러리로 자리 잡길 바란다.


 

글 / 조문호

 

 

 




세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무료전시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들이 가득한 요즘. 그 상처 위에 덧발라주는 약 같은 따뜻한 느낌의 전시들이 인사동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다. 모두 무료 관람이다. 3시간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가지고 인사동 거리를 걸어 다니며, 갤러리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가 감상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질 것이다.

▲ 선 갤러리-진달래-축복-김정수 아마포 위에 그린 진달래 2015 작품

 

▲ 김정수 진달래-축복-부분그림 분홍색의 진달래꽃. 그림이 아니라 진짜를 담아 놓은 것 같다. 그림의 일부분을 확대하여 찍었다.
ⓒ 김정수

 


5호선 종로3가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낙원상가가 나온다. 낙원상가를 가로질러 직진해서 걸어가면 선 갤러리가 나오는데, 4월 14일까지 김정수의 진달래-축복이 열리고 있다. 봄이 오면 가장 보고 싶은 그림 중 하나가 김정수의 진달래다.

우리 식구들은 주로 양재에 위치한 갤러리 작에 가서 보곤 했는데, 올핸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갈 수 없어 아쉬웠다. 그런데 마침 선 샐러리에서 하고 있어 기쁜 마음으로 들어갔다. 작품들의 크기가 162cm가 되는 것이 많고 2층까지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 신혜식-건봉사 소나무 '2015 한국 펜화전' 신혜식 작가

 

 

쌈지길 근처에 경인미술관이 있다. 일주일 단위로 전시내용이 달라진다. 여러 내용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좋다. 제2전시실에서 4월 7일까지 '2015 한국 펜화전'을 하고 있는데, 65세에 데뷔한 올해 73세의 서호 신혜식의 작품은 감탄이 나온다. 건봉사 소나무를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여 일이라고 한다. 사진처럼 보이지만, 펜으로 그린 그림이다. 당당하게 서서 오랜 시간을 보낸 소나무의 기상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 벚꽃 엔딩-170cm*196cm-최지현 퀼트 작품-벚꽃 엔딩
ⓒ 최지현

 

 


 

 

 

펜화와 함께 7일까지 퀼트전도 열리고 있다. 세심함이 부족하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작품들. 바느질로 표현한 벚꽃에선 입이 벌어진다. 솜씨들이 무척 부러워서 한참을 구경하고 왔다.

 

▲ 갤러리_나우_박대조 개인전 조각과 회화 사진이 결합된 인물화 작업. 박대조.
ⓒ 박대조

 

 


 

 

온누리 약국 맞은 편 쪽에 있는 갤러리 나우는 사진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는 곳이다. 박대조 개인전이 4월 14일까지 열리고 있는데, 독특한 재료들로 완성한 작가의 작품들은 굉장히 세련돼 보인다. 그림과 사진이 혼용되어 있는 작품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여러 번 다시 보게 된다.

 

 

▲ 조성제-천년의 전설 우포 우포 늪에서 찍은 조성제의 작품
ⓒ 조성제

 

 


쌈지길 맞은편에는 '도채비도 반한 찻집' 위에 갤러리 인덱스가 있다. 조성제의 개인전이 4월 13일까지 열리고 있다. '천년의 전설 우포' 우포늪의 갈대와 새와 안개가 가득한 사진들.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을 보면 새의 날개 짓이 들리는 것 같다. 동양화 같은 사진들엔 아주 미세한 깃털의 움직임까지 포착되어있다. 우리가 늪을 살리고 자연환경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 사진을 보면 저절로 느껴진다. 의자에 앉아 마음에 드는 사진을 오래 보고 왔다.


 

▲ 하늘나라 우체통 아라아트 센터 4층에서 4월 7일까지 전시 중인 하늘나라 우체통과 편지들과 작품들
ⓒ 정민숙

 

 

▲ 허다윤에게 아직도 세월호에 승선 중인 다윤이에게 보내는 언니의 편지
ⓒ 정민숙

 


인사동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아라아트 센터. 4층에서 4월 7일까지 '빛과 생명으로'라는 제목으로 팽목항의 편지들을 전시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노란 리본을 한 시도 떼지 않고 달고 다닌다. 안내하시는 분이 유가족이냐고 물어서, 단원고 아이들과 동갑인 아이를 키우는 서울시민이라고 했다.

전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하늘나라 우체통에 넣은 사람들의 편지는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인사동에 가면 잠시 들러 아직 배에서 내리지 못한 9명의 사람들과 295명의 희생자들의 넋을 추모했으면 좋겠다.

모든 갤러리에서는 전시 내용을 엽서 크기로 안내하고 있다. 나오는 길에 잊지 말고 챙겨 집에서 그 작품들을 생각하며 다시 보는 것도 좋다. 도록을 사거나 다른 작품들을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작품은 원작을 눈으로 봐야만 그 감동이 온전하게 전해 온다.

3시간의 외출이었지만, 내 마음의 상처에 약을 바른 후 밴드를 붙인 느낌이다. 사월. 이 작품들을 권한다. 감상하면서 한숨 돌리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작은 힘이라도 얻을 테니까.

 

[오마이뉴스 / 정민숙기자]

조성제씨, 지난 1일부터 창원서 사진 전시회 개최
사진전 작품 26점 완판, 수익금 3500만원 장애인예술기금 기탁

 

 

‘아름다운 시작’이 ‘아름다운 결실’을 거뒀다.

사진작가 조성제(원광종합건설 대표·사진)씨가 개인전에서 전시 작품이 모두 팔리는 ‘완판’(Sold out)을 기록했다. 조 작가는 지난 1일부터 창원 송원갤러리(경남스틸 내)에서 ‘천년의 전설 우포’ 사진전을 개최했다. 모두 26점을 내걸었는데, 전시회가 끝나기도 전인 지난 26일자로 작품이 모두 팔렸다.

조 작가는 “전시는 장애예술인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이 목적이었다. ‘완판’은 좋은 뜻에 주변의 많은 분들이 동참했기에 가능했다. 특히 각종 구매혜택이 있는 법인 구입이 많았는데, 향후 예술작품 구입에 활용한다면 지역 미술시장도 살아날 것이다.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완판’에는 지인들의 역할도 있었지만, 일반인들의 구매가 8점이나돼 그저 그런 ‘인사치례’(?)에 의한 기록이 아님을 반증했다.

조 작가는 “전업작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작품성에 지적을 받지 않을까 싶어 오랜 시간 고심과 노력을 했다. 새로운 시도와 재해석을 캔버스에 온전히 옮기기 위해 작가로서 최선을 다했다. 물과 안개, 새와 습지를 오브제로 이전까지 없었던 전혀 다른 유형의 우포늪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작가의 이 같은 노력은 ‘흑백톤의 단조롭고 담담한 표현으로 우포늪의 신비로움과 전설을 한국적 정서가 묻어나는 수묵화로 재탄생시켰다’는 전문가의 평가와 함께, 구매자들에게 ‘꼭 걸어두고 싶은 작품’이라는 감성을 이끌어 냈다.

이번 전시의 수익금은 3500만원. 작가는 이 돈은 장애인문화예술기금으로 기탁할 계획으로,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아름다운 동행전’ 수익 적립금 7000만원을 보태 1억여원으로 장애를 가진 문화예술인들의 전시와 출판을 지원하게 된다.

조 작가는 “최근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박연복 시인이 기금을 지원받아 시집을 냈다. 앞으로도 ‘아름다운 동행전’은 계속될 것이고 이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전시로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고통을 깨치고 만들어진 작품은 꼭 좋은 결과가 뒤따른다는 것을 증명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작가는 개인전을 6회 열고 사진집을 3회 출간했다. 경남국제사진페스티벌 상임위원장, 경남장애인재활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경남신문 / 이문재 기자




자연생태환경을 기록하는 환경사진가 조성제씨의 ‘천년의 전설 우포늪’사진전과
사진집 출판기념회가 지난 12월1일 창원 송원갤러리에서 성황리에 개막되었다.

이 날 개막식에는 많은 지역경제인들을 비롯하여 윤복희 경남도립미술관장, 조민규 합포문화동인회 이사장,

금융인 강동수씨, 김녕만 사진예술 발행인, 윤세영 사진예술 편집장, 사진가 임영균, 이상일, 김관수, 정영신씨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가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사진가 조성제씨는 현재 경남장애인재활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2010년부터 전시 수익금 전액을 장애인문화예술기금에 기탁하고 있다.

이번 사진집과 작품 판매 수익금도 모두 기금으로 적립해 장애인들의 문예창작 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이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조문호, 정영신 /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