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이거 가져가서 반찬 해 무라.”
“괜찮심더. 그냥 놔놓고 파이소”

지난여름 의성 봉양장에서 만난 정겨운 모습이다.

장바닥에 좌판을 벌인 할머니가 잘 아는 아낙을 만나
팔던 농산물을 챙겨주려 실랑이 하고 있었다.
그냥 못이기는 척 받아 가면 좋으련만, 아낙의 마음은 달랐다.
힘들게 농사지었으면 한 푼이라도 더 팔았으면 하는 배려였다.

그러나 할머니의 고집도 만만찮았다.
뿌리치는 손을 부여잡고 기어이 손에 쥐어주고 만 것이다.
아낙은 무거운 짐 진 듯 미안한 표정으로 돌아섰지만,
전해 준 할머니의 얼굴은 환해 보였다.

콩 한 쪽이라도 나누어 먹어야 마음이 편한 것을 어쩌랴!
자기밖에 모르는 도시인들이 한 번 곱씹어 볼 일이다.
시골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인정병이
방방곡곡에 전염되었으면 좋겠다.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 더 진한 쾌감은 없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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