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천상병예술제 4월25일~5월3일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우리시대 대표적 순수 시인이자 ‘문단의 마지막 기인’으로 불리던 고 천상병 시인(1930~1993)의 작가정신을 계승하고 예술세계를 공유하는 <천상병예술제>가 4월25일부터 5월3일까지 시인의 예술혼이 깃든 의정부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천상병예술제는 의정부예술의전당(사장 박형식)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이사장 김명성)가 주관한다.

 

이번 예술제는 <천상으로 보내는 소망 편지> <책 놀이터> <제3회 천상문학산책> <제4회 천상병시낭송대회> <추모22주기 천상묘제 ‘봄 소풍’> <제12회 천상백일장> <제17회 천상병 詩상 시상식> <시가 흐르는 천상음악회> <시사랑 동요콘서트> <문학콘서트>를 비롯하여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천상음악살롱(문학다방)>과 <모과나무심기>를 정례화했다.

 

또한 <시화전 및 유품전>(4.25~5.3)을 통해 의정부지역 예술단체들의 참여를 도모하여 시민들에게 친숙한 문학예술제로 한 단계 더 발돋움하고 있다.(참여단체: 천목문화사랑방, 의정부문인협회, 문화살롱 공, 촉각나누미, 극단즐거운사람들, 화소회, 도예공방 ‘흙사랑’ 인사동사람들, 창예헌 등)

 

특히 문학다방<천상음악살롱>(4.25~5.3 11시~18시)은 천상병 시인의 유품인 클래식 레코드를 소재로 문학과 음악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시인의 일상과 문화를 분위기 있는 음악살롱 형식으로 진행한다.

 

<모과나무심기>에서는 시민들이 시인과 목순옥 여사를 상징하는 모과나무를 심으며 추억을 함께 만들고 천상병소풍길 천상쉼터 ‘소호’에서 도시락을 나누며 서로 돈독해지는 시간을 갖는다.(오전 11시 천상문학산책→12시 도시락나누기, 오후 1시 모과나무심기→2시 천상병소풍길(의정부세무서 뒤), 출발지는 의정부예술의전당 전시장-문학다방)

 

 

25일(토) 오후1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야외광장에서는 천상병 시인의 작가 정신을 기리고 문학의 진흥과 저변확대를 도모하고자 <제12회 천상백일장>을 개최하며, 사전접수를 통해 산문과 운문부문을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누어 진행한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작년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 주어져 백일장의 권위와 명성을 한층 격상시킨 가운데 문학에 관심 있는 전국단위 참가자들의 참여와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오후 4시에는 17년째 천상병 시 정신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천상병 詩상 시상식>이 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되며, 올해의 수상자로는 시집 『비의 목록』(창비 2014)의 김희업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자 : 정호승(시인/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위원장), 심사평 : 고영직(문학평론가), 사회 : 김해연 아나운서(시낭송))

천상병예술제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자 매회 새로운 아티스트들의 참여로 감동을 선사하는 <詩가 흐르는 천상음악회>는 올해 "시가 흐르는 부드러운 선율들로 이루어진 하모니"란 내용으로 천상병 시인의 생전모습과 그의 시세계를 담은 영상과 함께 담앗다.

국악인 박애리와 “별이 진다네”의 여행스케치, 의정부시립합창단, 뮤지컬 배우 홍금단과 이정철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귀천 갈라쇼” 등 아나운서이자 시인이기도한 이상협과 김해연 아나운서의 사회로 시와 음악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를 선사한다.

특히 올해는 정호승 시인과 정옥희 시인이 시를 낭송해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 할 예정이다.

무욕(無慾)과 순진무구(純眞無垢)함을 시에 담아낸 우리 시대 대표적 문화예술인 故천상병 시인의 삶과 예술세계를 기리며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문학제로 발돋움하고 있는 천상병예술제!

오는 25일 기념콘서트를 시작으로 의정부예술의 전당 일대에서 다양하고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문학과 예술의 만남을 시작한다.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김주대(50) 시인의 문인화전이
오는 14일까지 연장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끼며 쓴 시와 이를 그려낸 60여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현암사)이라는 제목의 시서화집도 나왔다.

이시영 시인은 ‘아주 특별한 문인화’다. 시인의 짙은 페이소스를 담은 시들과

섬세한 붓의 터치가 일품이라며 격찬했다.

그러나  작품이 너무 많았다.
조금만 추려 냈으면 좋으련만...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3월5일 정오무렵, 시인 강 민선생의 생일을 축하하는 오찬회가 인사동 한정식식당 '가회'에서 열렸다.
도서출판 '답게' 대표 장소임씨가 마련한 이 자리에는 강 민선생을 비롯하여 민속학자 심우성씨, 소설가 김승환,

남정현, 김이연씨, 시인 이행자, 박정희, 정두리씨가 함께해 선생의 생일을 축하하며 정담을 나누었다.

 

 

 

 

 

 

 

 

 

 

 

 

 


지난 6일 시인 김신용씨가 인사동에 나왔습니다.

얼마 전 ‘새를 아세요?’란 소설을 출간했으나 공식적인 출판기념회가 없었습니다.
몇 차례의 모임에서 사인회는 가졌지만, 인사동 주변의 가까운 분들끼리 모임을

한 번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참석하지 못한 분이 더 많았습니다.

그 날 김신용씨를 비롯하여 조준영, 이명희, 전강호, 박인식, 노광래,

조경석, 정영신씨 등 10여명이 모여 조촐한 술판기념회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관절염으로 술을 마시지 못해 술자리가 너무 조용했습니다.

나도 왠지 사진이 찍기 싫어 조용히 술만 마셨더니, 역시 조용히 취하더군요. 

김신용씨는 집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는데, 본인의 키보다 낮은 자전거를 오래 타

관절에 염증이 생겼나봅니다. 자전거 하나 마음 편하게 살 수 없어, 

남의 자전거 얻어 끌고 다니는 가난한 시인의 삶이 참 안쓰럽습니다.

 

사진:정영신 / 글:조문호

 

 

 

 

 

 



 


 

강송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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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중에서


황명걸


아내가 제 멋대로 해석하는
일요일의 의미는 가관인 것이 ,
죽씬하게 낮거릴 하고 손맥이 풀려
나른해 자빠져 한 숨 잔 뒤,
해 떨어져 선선하면 밤 화장으로
명동엘 나가, 한일관이나 삼오정 같은 데서
'불백' 으로 잔뜩 몸보신하곤,
장장 두 시간 반의 70밀리 (벤허) 보고서
'새나라' 타고 훌쩍 집에 돌아와,
도너츠 구멍에 바나나 끼는 장난질 또 치며



.....이런 정서가 지금이야 더러 눈에 띌 뿐더러 장삿속으로 권장되기도 하지만,
당시만 해도 철저하게 금기시되던 때다.
말하자면 시란 점잖고 진지하고 치열해야 한다.
한데,,,아무리 비유라 하더라도 아내를 동원해 망신을 시키다니..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 시에서 그의 사생활을 유추한 독자도 없지 않았을 터로,
이 시는 당시 많은 사람들의 눈에 야비하고 추잡하고 음란한것으로 비쳤다.
나 역시 이 시에서 음습하고 부조리한 사회현실의 데포르메된 그림을 찾아 읽지는 못했다...
예컨대 잡놈기가 없으면 이런 시는 쓰지 못할 것이라고쯤 생각했었다.
나 같으면 용기가 없어 쑥스러워 못 쓴다.
그러면서도 왜 충격을 받고 당황했을까.
나로서는 촌에서 갓 올라온 시골뜨기로서는 어림도 없는 그의 용기가 부럽고
자유분방한 발상이 부러웠을 것이다

.....이 시는 본질적으로 당시의 다른 사람들의 시와는 달랐다.

우선 도시의 감수성이다.
대체로 우리에게는 도시적 감각 또는 정서의 시가 많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끌린 것도 이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군복 물들인 것을 아무렇게나 걸치고 다니는 우리와는 달리
그는 유행하는 양복에 양말 색깔까지도 신경을 쓰는 것이 갈 데 없는 서울내기요,
라이터며 만년필도 이름 있는 것 아니면 가지고 다니지 않는 얌체였지만,
나는 그가 가진 도시 분위기가 차츰 좋아졌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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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걸의 "초가(歌)"




얼마나 맛좋을까.


고운 국수발 맑은 육수
갖은 고명에
배도 한 조각 떴겠다
꿩 완자도 한 알 얹혔으니,
눈치가 촉새 같은
계집이라도 곁에 있어
조금 초를 쳐 주면
그 냉면 얼마나 맛좋을까.



얼마나 잘 될까.


날로 헐벗어 가던 가난
사사건건 틀어져만 가던 일
난마처럼 뒤얽히던 생각
이런 불행한 사태들이
하나 둘 바로 풀리는 듯할 때,
감초하줌마같이 원만한
여편네라도 곁에 있어
좀 거들어만 준다면
그것들이 얼마나 잘 될까.



한데 얼마나 힘드냐.

어느 모임 어느 직장 어느 동네나
애써 성사시킨 일 그르치게 하고
겨우 차지한 자리 가로채고
멀쩡한 사람 헐뜯어 내리는
장화홍련의 계모년같이 고약한 심보의
초 치는 놈 있으니.
게다가 제 어미 장단에 춤추는
장쇠녀석 같은 놈 있으니
세상 살기 얼마나 힘드냐.



초 치지 마라.

하긴 봉이 김선달이
쉰 죽에 초 쳐 팔아먹었다지만,
발끈한 청년이 변심한 계집의 얼굴에
초산 뿌려 앙갚음했다지만,
좋은 건 좋은 거고 초는 촌데
근량깨나 나가는 불알 찬 친구들이여,
남 망치고 저 망치는 초일랑
아예 칮 마라.

출전 : '창작과 비평'(1969. 봄호)



전 8연으로 되어 있지만 독립된 한 행을 그 다음 연에 붙여 읽으면 4단락으로 볼 수 있겠다. 이것은 내용상 다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얼마나 맛 좋을까', '얼마나 잘 될까'로 시작되는 부분이 초[醋]의 긍정적 측면을 말하고 있다면, '한데 얼마나 힘드냐', '초치지 마라'로 시작되는 부분은 초의 부정적 측면을 말하고 있음이 눈에 뜨인다.

알다시피 초는 조미료이다.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맛은 아니다. '냉면'에 적당히 초를 치면 맛이 한결 상큼해지겠지만, '쉰 죽'에 초를 쳐 팔아먹는다면 이는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초친 놈'이라는 말이 있다. 난봉이나 부려서 사람 구실할 여망(餘望)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 시의 마지막 연은 '근량깨나 나가는 불알 찬 친구들이여, / 남 망치고 저 망치는 초일랑 / 아예 치지 마라.'라는 말로 끝난다. 이런 자들 때문에 '세상 살기 얼마나 힘드냐'고 화자는 반문한다. 이 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것이다. 말이 어눌(語訥)하지 않고 초친 맛처럼 시원시원해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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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저고리, 검정치마 - 황명걸

 

 

흰 저고리 검정 치마 너무 아름다워 흠갈라

운을 떼지 못하다가

생 꽁지머리에 엷은 화장

둥근 어깨에 초승달 눈썹

이밥 눈에 박꽃 미소가

조선 미인의 전형이라서

매끈한 몸매 타고 흐르는

긴 고름끝이 춤추는 듯

걸음새마저 날렵하니

아, 내 사랑하고픈 여자여라

 

 

늦은날의 연가


불혹을 넘어서 난데없이 사랑을 배운다
모자란 찻삯을 얼굴 붉히지 않고 내던 날
부끄럼도 모른 채
이팔청춘 같은 사랑을 느꼈다

그날 밤 가을비가 추적 내리고
사랑인 듯 몸살인 듯 몸 부여안으니
그리는 정에 신열은 뜨겁지만
멀리 있는 이에게로 가는 눈이 맑아지던 걸

사랑은 참으로 영험한 것
어둠속에 귀머거리로 하여금
마당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다시 듣게 하고
오랜만에 빗물 머금은 화초를 보게 한다

이제 삶의 빛으로 떠오르는
그이의 달래 얼굴이
어쩌면 사람 사는 일까지 다 깨우쳐준다

동에서 서으로 흐르는 한강 따라
나의 그리움 강동에서 강서로 간다

그대 향한 그리움에 티없어
아릿하게 저며오는 아픔은 견딜 만하고
훗날 깊은 상처에는 꽃이라도 필 법하여
늦게사 새롭게 사랑을 배우고자 한다.

 

 

 

 

<SEVEN DAYS IN A WEEK>

 

 

SEVEN DAYS IN A WEEK

 

중학 영어교재의 어느 한 귀절이 아니올씨다.

요일 따라 하나씩 색색으로 갈아입게 된

딜럭스 숙녀용 일주일분 팬티의 상품명이올씨다.

나의 아내가 애독하는 생리위생독본이올씨다.

줄줄 대하가 흐르는 여자가,

아래를 몹시 소중히 여기면서 마구 굴리는 그 여자가

유일무이한 도서목록으로 잡은 처세독본이올씨다.

 

(저녁 외출이 잦은 그녀는

성당의 앙젤르스가 은은히 들려오면,

뒷물을 하고

로코코풍 디자인의 곽에서 색팬티를 하나 꺼냅니다.

토실한 아래의 유연한 선이 그대로 살아난 팬티,

그 한 옆 위쪽에는 <순결>이라는 꽃이 수놓여져 있읍니다.

그러나 그녀가 돌아올 때는 꽃잎은 다 시들어져 있고,

다시 뒷물을 해야 합니다.)

 

 

<Seven days in a week>

 

딜럭스 숙녀용 일주일분 팬티의 상품명만이 아니올씨다.

나의 여자가 애독하는 생리위생독본만이 아니올씨다.

그 여자가 교제하는 모든 훌륭한 인사들의 처세독본이올씨다.

매일이 다르고, 매시가 다르며,

갑에게 다르고, 을에게 다르며,

그때그때 희비애락을 적절히 연기하게 하는

아주 편리하고 완벽한 연기지침서올씨다.

 

(요즘 시정에서는 이 책이 장기 베스트 셀러로,

사람마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도 남들에게 뒤질세라, 사서 읽어는 보았읍니다만,

너무 어려워 그만 책장을 덮어버리고 말았읍니다.

그래도 한번은 꼭 통독해야 한다기에

의무감 같은 것으로 다시 책장을 들척거리기는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어렵기만 합니다.)

 

                                                                                <세대. 1967.9>

 

 

이런 짓거리

 

이런 짓거리는 어떨까?

눈길이 분주한 미스를 꼬여

ㄱ진 구석에 몰아붙이고는,

핏발선 눈알을 꽉

한 대 쥐어박아주면 어떨까?

에어컨이 잘 돼

짜증스런 사무실에서 ----.

 

이런 짓거리는 어떨까?

귓속말 좋아하는 미스터를 불러

귀 좀 빌리자 하고서.

벌렁대는 귀를 쭉

냅다 찢어주면 어떨까?

에어컨이 잘 돼

짜증스런 사무실에서 ----.

 

이런 짓거리는 어떨까?

입이 걸고 큰 사장님을 배알해

싹싹 두 손을 비비며,

헛기침하는 입에다가 철컥

걸레를 처넣어주면 어떨까?

에어컨이 잘 돼

짜증스런 사무실에서 ----.

 

이런 짓거리는 어떨까?

유난히 젖가슴을 드러낸 사모님을 뵈어

경의를 표해 머리 숙여,

희멀건 젖통 골짜기에다 슬쩍

풀어진 사꾸를 쑤셔넣어주면 어떨까?

에어컨이 잘 돼

짜증스런 사무실에서 ----.

 

이런 짓거리는 어떨까?

저 편리하기 이를데없는 연필깎개에

이 주체할 수 없이 난처한

열 손가락을 하나씩 넣어,

뾰족뾰족 깎아버리면 어떨까?

에어컨이 잘 돼

짜증스런 사무실에서 ----.

 

이런 짓거리는 어떨까?

112를 부르든가 117을 부르든가

청량리 뇌병원을 찾아가,

이런 짓거리는 어떠냐고

용용 놀려주면 어떨까?

에어컨이 잘 돼

짜증스런 사무실에서 ----.

 

*사꾸 : 콘돔

                                                                            <현실 1집. 1963.4>

 

 

            

韓國의 아이

 

배가 고파 우는 아이야
울다 지쳐 잠든 아이야
장난감이 없어 보채는 아이야
네 어미는 젖이 모자랐단다
네 아비는 벌이가 시원치 않았단다
네가 철나기 전 두 분은 가시면서
어미는 눈물과 한숨을
아비는 매질과 술주정을
벼 몇 섬의 빛과 함께 남겼단다.
뼈골이 부서지게 일은 했으나
워낙 못 사는 나라의 백성이라서
허지만 그럴수록 아이야
사채기만 가리지 않으면
성별을 알 수 없는 아이야
누더기 옷의 아이야
계집아이는 어미를 닮지 말고
사내 아이는 아비를 닮지 말고
못 사는 나라에 태어난 죄만으로
보다 더 뼈골이 부숴지게 일을 해서
멀지 않아 네가 어른이 될 때에는
잘 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
멀지 않아 네가 어른이 될 때에는
잘 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명심할 것은 아이야
너무 외롭다고 해서
숙부라는 사람 믿지 말고
외숙이라는 사람을 믿지 말고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가지고 노는 돌멩이로
미운 놈의 이마빡을 깔 줄 알고
정교한 조각을 쪼을 줄 알고
하나의 성을 쌓아 올리도록 하여라
맑은 눈빛의 아이야
빛나는 눈빛의 아이야
불타는 눈빛의 아이야

 

 

 

강민선생의 시선집 ‘외포리의 갈매기’출간을 축하하는 모임이 지난 7월14일 오후6시부터 인사동 ‘노마드’에서 있었다. 그동안 시인들과의 출판기념회 자리는 몇 차례 있었지만, 인사동유목민 가족들을 위해 특별히 제안했으나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불참한 분이 더러 있었다.

 

함께 하신 분은 강 민선생님을 비롯하여 이행자, 전활철, 장경호, 조경석, 정영신, 이청운, 이승철, 조준영, 김상현, 김명성, 노광래, 공윤희, 권두현, 이명희씨가 참석하여 시집출간을 축하하며 시낭송의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몸이 불편한 이계익선생과 소설가 이단원씨를 노광래씨가 모시고 와 뜻 깊은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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