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작 '모내기'

 

 

서양화가 신학철선생의 작품 ‘모내기’는 한 때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던 화제작이다.
1987년 인사동‘그림마당 민’에서 열린 ‘통일전’에 발표한 작품으로, 검찰에서 북한찬양죄로 기소하며 그림을 압수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풍자와 해학이 용인되지 않고 예술에 대한 검열이 심했던 암울한 시대의 잔재가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죄목으로 기소한 검찰은 그림 하단이 남한이고 중간이 북한인데, 남한은 못 살게 그렸고 북한은 잘 살게 그렸으니 북한을 찬양했다는 웃기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모내기’ 작품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압수되어, 99년 11월 유죄확정을 받았으나 시민단체와 예술인단체에서 유엔 인권위원회에 이 사건을 제소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 했다는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몇 일전 양평 ‘물안개공원’에서 열린 황명걸시인의 시비제막식에서 신학철씨와 절친한 서양화가 장경호씨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신학철선생의 ‘모내기’작품 소장자를 물었더니 작품이 파손되어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무죄판결 후 작품을 돌려받아 보니 액자는 파손되어 없고, 그림은 여러겹 접은 자욱으로 복원이 어려웠다고 한다. 

 

오랜세월 권력의 시녀 노릇이나 하며 민주인사들을 탄압해 왔다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분명히 판결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실을 인정하며 작가를 위한 구제조치를 취하라고 했었고,

그 구제조치란 유죄판결에 대한 보상과 그림의 원상복구 및 반환이었다는데...

탱크와 미사일, 양담배, 코카콜라 등의 자본주의 상징물들인 쓰레기 더미가 쓰레질로 밀려 나오는 그림은 당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억눌림에 대한 짜릿한 흥분을 불러 일으키게 했던 명품이었다.

작품성은 차지하고라도 시대적, 역사적으로 끼친 영향이 큰 작품이라 영구히 보존되어야 할 작품이다.

오랜 세월 베일에 가려졌던 신학철선생의 '모내기' 작품을 파손한데 따른 변상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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