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 앞두고 관광진흥법 개정안 처리 논란 재점화

 

 

 

▲ 4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대한항공이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사진)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7성급 호텔을 놓고 관광업계와 시민단체 간에 다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시스

 

 

 

내일인 오는 7일부터 개회되는 4월 임시국회에서 소위 ‘대한항공 호텔법’으로 불리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랫 동안 논란이 들끓었던 대한항공의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립 논란이 다시 뜨겁게 불붙고 있다.

 

6일 국회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는 지난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논란으로 논의가 중단됐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진흥법 일부 개정안은 1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관광호텔을 학교 200m 이내(학교정화구역)에 신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학교 경계 50~200미터 내에는 관광호텔의 설치를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예외적으로 학교환경정화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할 경우만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지역에 대해 유해시설 등이 없고 객실이 100실 이상일 경우 심의 없이 원칙적으로 관광호텔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서울에 턱없이 모자란 숙박시설 객실의 확보를 위해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확충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관광업계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꼽은 30개 경제활성화 법안 중 하나기도 하다. 

 

하지만 야당 및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대한항공의 서울 송현동 호텔 건립을 도와주기 위한 취지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인 송현동 일대의 3만7천여㎡를 2900억원에 매입해 7성급 호텔 신축을 추진해 왔다. 경복궁과 인접해 있어 소위 ‘경복궁 옆 호텔’로 불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부지는 풍문여고, 덕성여중, 덕성여고 등 3개 학교와 인접해 있어 현행 ‘200m 이내 관광호텔 건립 금지’ 조항에 막혀 더이상 개발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010년 대한항공은 서울시 중부교육청이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호텔 신축 계획을 불허하자 행정소송제기하기도 했다. 이 소송은 3심까지 간 끝에 대한항공의 패소로 귀결됐다.

 

이에 대한항공의 호텔 신축 계획은 무산되는 듯해 보였으나, 지난해 8월 청와대 간담회에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특급관광호텔의 건립규제 완화를 건의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면서 논란이 다시 재점화됐다가, 지난해 호텔 건립 추진을 주도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하면서 모든 논의가 ‘올스톱’된 바 있다.

 

◆관광업계 “개정안, 대한항공 특혜 아냐” 


정부나 관광업계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대한항공을 위한 특혜로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지난 1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여행업협회 등 국내 관광업계 단체들은 인사동 센터마크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행 학교보건법은 관광호텔을 유흥주점, 단란주점, 사행행위장과 같은 탈선·유해 영업시설로 규정해 국내 관광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법안의 개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관광업계 단체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도 대한항공이 그 수혜를 입을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관광업계는 “개정안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는 것은 23개 중소 호텔”이라며 대한항공의 경복궁 옆 호텔과 이번 개정안의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 역시 “해당 호텔 추진 건은 이미 3심까지 가서 재판에서 교육청이 승소했다”면서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는 학교 경계선 50미터 이내에 있기 때문에 개정안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의 불허 입장도 완고해 개정안이 통과되도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 추진 가능성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복궁 옆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에 대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등, 해당 호텔 추진 건은 학교 인접 여부와 더불어 경복궁이라는 문화적 유산과도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한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다가 최근 실제 서울시내 호텔 객실 부족 현황, 지역 주민 여론 등을 수렴해 합의할 수 있다며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민단체 “현재도 가능한데 굳이 개정?” 의혹 제기

 

 

 

 

하지만 시민단체와 야당의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이번 개정안이 대한항공에 특혜를 주기 위한 법이라는 주장과 더불어 개정안 자체의 목적 역시 재벌 특혜를 위한 것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제실천정의연합회(경실련)·도시연대·문화연대·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10개 단체가 결성한 ‘송현동 호텔건립반대 시민모임’이 대표적이다. 이 모임의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경제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서울 송현동, 인천 효성동, 부산 수영만 등 전국적으로 학교 인근에 호텔 건립을 계속 추진해 왔다”며 학습 환경의 중요성 왜곡과 지역 주민과의 갈등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모임은 “외국 관광객 유치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호텔의 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라며 “학교 인근에 호텔을 건립하는 것은 학습환경 파괴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마저 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것”이라고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개정안이 내세우고 있는 목표가 대한항공을 돕기 위한 꼼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호균 명지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열린 관광진흥법 개정토론회에서 “현행 학교보건법상으로도 (예외조항을 이용해)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학교 근처에도 호텔을 지을 수 있는데 굳이 법까지 개정하겠다는 것은 대한항공을 고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호균 교수는 정부가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1만7000개의 일자리가 발생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공사 기간의 일회적인 일자리를 제외하면 5000명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관광진흥법은 2010년부터 시작된 얘기인데, 18대 국회때 폐기됐다가 19대 국회까지 넘어와 있다”면서 “객관적으로 정부와 대한항공이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평했다. 그는 “관광호텔에만 길을 터주면 일반호텔이나 여관도 길을 터줄 것을 요구하지 않겠느냐”며 “반 대한항공 정서도 있고 여전히 당내에서는 신중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공급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반대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최근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인가돼 추진되는 신규 숙박시설 공급이 그대로 지속된다는 것을 가정할 때 5년 후 특1, 2급 등 고가 호텔은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송현동 호텔건립반대 시민모임’의 하준태 서울KYC 대표는 대표는 “대한한공이 호텔을 짓겠다고 주장하는 부지 주변에는 학교와 함께 경복궁, 북촌, 인사동 등이 있다”며 “많은 시민분들이 경복궁 옆에 호텔보다는 소나무 원송, 공공의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그는 대한한공의 호텔건립을 위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대법원이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을 불허하면서 내린 판결이 바로 ‘이곳에 학교가 있기 때문에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면서 “대법원의 판결 후 정부가 이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들고 나온 것을 감안하면, 대한한공 입장에선 법이 개정되면 큰 장애물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한항공이 이후 지자체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 추진 성공 가능성이 어찌됐든간에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한항공으로서는 큰 산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숙박시설 증대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대한항공을 도와주는 일을 할 이유가 있느냐”라고 정부의 개정안 처리 방침을 비판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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