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극 대명사 사무엘 베케트 작품

 

(사진=극단76 제공)

 

연출가 기국서·배우 기주봉 형제가 연극 '관객모독' 이후 오랜만에 뭉쳤다.

극단76의 연극 '엔드게임'이 9월 1일부터 6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열린다.

지난해 초연에 이은 재연이다.

 

'엔드게임'은 부조리극의 대표작가인 사무엘 베케트가 1957년 발표한 작품이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네 사람이 권태를 이기기 위해 관념적이고 가학적인 유희를 반복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베케트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의 연장선에 있다. 반복되고 분절된 대사로 이뤄져 있다.

난해하고 무겁지만 이는 부조리극의 두드러지는 장점이기도 하다.

 

'엔드게임'의 프랑스어 원제는 '승부의 종말'(Fin de partie)이지만 최종장, 게임의 종말 등으로 번역돼 왔다.

작년 초연 때는 베게트가 영어제목으로 썼던 '엔드게임'(End game)을 택했다.

번역을 맡은 오세곤 교수(극단 노을 예술감독)는 "원작의 어감을 살리면서

베케트가 의도한 다중적 이미를 최대한 한국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기국서 연출은 베케트의 무거운 부조리를 유쾌하게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또한 극단76에서 함께 작업해온 배우 기주봉과 박윤석이 새로 합류하면서

전작과 또다른 해석이 가능해졌다.

 

기주봉은 독설을 간직한 독재자이지만 의자에 갇힌 '햄', 박윤석은 다리가 불편한 '클로그'를 연기한다.

정재진(니그)과 임지수(넬)는 늙은 부부 역을 맡았다. 모두 갇히고 유폐된 인물이다.

 

스크랩[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리뷰] 끝내야 할 것들에 고하는 경고, 

 

 

연극은 시작부터 끝을 향한다. 뭐 이런 연극이 다 있을까. 이제 끝내야 할 때가 됐다는 식의 대사를 도대체 몇 번을 듣는 걸까. 또 시작하자마자 뭘 끝내겠다는 걸까. 끝내는 것으로 치자면 우리도 끝내고 싶다. 이 지겨운 일상의 연속을.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왜 떠나지 않는 거지?”
“왜 절 잡고 있는 거죠?”
“왜 아직도 여기 있는거지?”
“여기밖에 없으니까요."”

 

우스꽝스러운 질문과 답변 같다가도 다시 곱씹으면 현문우답 같기도 하다. 공연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한마디로 최근 본 공연 가운데 가장 연극성이 강한 작품이다. 연극성이 강하다는 것이 낯설거나 지나치게 심오함, 혹은 형이상학스럽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깨에 힘을 빼고 약간 무심하게 극을 바라보면 순간 순간 웃음이 나오고, 대사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원래 이치에 맞지 않은 상황과 대사가 주를 이루는 것이 부조리극의 특징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연극보다 현실이 더 부조리하다. 우리가 마주하는 연극 속의 상황보다 얼굴을 3분의 2쯤 마스크로 가린 채 눈만 번뜩번뜩한 객석의 모습이 무대에서 볼 때 더 우스꽝스럽고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무대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현재도 미래도 아닌 ‘언젠가’에 있다. 그들이 안에 있으니 밖도 존재하는 것 같은데 그들은 밖을 나가지 못한다. 밖은 아무것도 없고 그저 잿빛 속에 가려 있다. 아무도 밖을 나갈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나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존재도 없다. 의자에 의지한 채, 어찌 보면 의자를 떠날 수 없는 주인공 햄은 하반신마비로 걸을 수 없다. 눈도 보이지 않는다. 그의 옆에는 수족같은 하인 클로브가 있다. 그는 절뚝거리지만 걸을 수 있고 신통치는 않지만 볼 수 있다. 그리고 커다란 휴지통에는 햄의 부모 나그와 넬이 있다. 이들 역시 쓰레기통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설정은 여러가지 상황이 전개되면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햄은 클로브에게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계속한다. 방 벽을 따라 산책을 시켜달라고 하지를 않나 개를 만들도록 지시하기도 한다. 황당스런 이야기를 지어내고 듣기를 강요하고 감탄을 하도록 주문하기도 한다. 클로브는 왜 자신이 그 말을 거역하지 않는지 모른다고 하면서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수행을 한다. 노부부는 있지도 않은 사탕을 아들에게 구걸하며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이야기는 클로브가 이 공간을 탈출하려는 순간 다시 처음의 상황으로 돌아온다. 처음부터 끝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결국 끝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셈이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이 상황이 낯설지 않은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코로나 19로 한 해를 쳇바퀴 돌 듯 살고 있는 지금이 그렇다. 유폐된 삶처럼 밖이 있으나 나갈 수 없는, 떠나고 싶으나 떠날 수 없는 지금이 그렇다. 제자리를 맴돌고 있은 개인의 삶이 그렇고, 반드시 변화 발전할 것이라 믿었던 세상이 어느 순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있는 것을 보는 순간도 그렇다. 이 말도 안 되는 난감하고 난해한 이야기가 현실보다 덜 난해하다 느끼게 되는 순간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연극 ‘엔드게임’은 극단 79와 연출가 기국서의 연출로 천신만고 끝에 재공연됐다. 배우 기주봉, 정재진, 임지수, 박윤석의 열정과 열연으로 무대를 채웠다. 물론 연극은 끝이 났다. 정작 끝내야 할 것들은 끝을 모르고 치닫고 있어서 끝난 연극만 아쉽고 서운할 뿐이다.

 

스크랩 / 민중의 소리 / 이숙정 객원기자

 

 

 

 

 

 



지난 22일 오후2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2019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 시상식에서

연극연출가 기국서씨가 영예의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그 날 시상식에 초대받았으나 사진 강의와 겹쳐 참석하지 못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김명성씨가 보도자료를 보내 주어 기쁜 소식을 전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문화훈장’ 수훈자 18명,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표창) 수상자 5명,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체부장관 표창) 수상자 7명 등 총30명을 선정했다.




아래는 훈장 수훈자를 비롯하여 문화예술상 과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 명단이다.




은관 문화훈장의 문학부문에는 현기영씨와 (고)황현산씨, 미술 분야에는 (고)곽인식씨,

공예디자인 분야는 한도용씨, 음악 분야에는 나덕성, (고) 노동은씨 등 6명이 수훈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상식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보관 문화훈장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종합계획 수립에 기여한 

(고)김혜원 전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부위원장과 만화가 이상무씨,

(고)하동호 전 공주대학교 교수, (고)강국진 전 한성대교수, 이보형 고음반연구회장 등 5명이 수훈했다.




옥관 문화훈장은 연극작품 70여편을 창작하며 다양한 연극적 시도로 연극발전에 크게 기여한

기국서 ‘극단76’ 예술감독을 비롯하여 이용남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배병길 도시건축연구소 대표,

김해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4명이 수훈했다.


좌로부터 '인사동 사람들' 회원인 김상현, 김명성, 기국서씨


화관문화훈장은 지역문화 환경 개선과 지역주민의 문화향수 증진에 기여한 이준호 서산문화원 원장을

비롯하여 한국적도자를 세계에 알린 김시영씨, 극단자유 배우 오영수씨 등 3명이 받았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은 문화일반 부문에서는 이재춘 안동차전놀이 보존회 회장,

문학부문에서는 김혜순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미술부문에서는 김영식 조선요 대표,

음악부문에서는 강은일 단국대학교 교수, 무용부문에서는 김지영 경희대교수가 대통령 표창과 함께 상금 천 만원을 받았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은 미술 부문에 정은영, 공예디자인 부문에 이석우 에스더블유앤에이 대표,

건축 부문에서는 안기현 한양대학교 부교수, 음악부문에서는 피아니스트 양성원씨,

전통예술 부문에서는 국가무형문화제 제30호 가곡 이수자 하윤주씨, 연극부문에서는 정범철 극발전소301대표.

무용부문에서는 안무가 권령은씨 등 7명이 문체부 장관 표창과 상금 오백만원을 받았다.



기국서씨의 옥관문화훈장 수훈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사진, 글 / 조문호


























‘극단 76’이 내놓은 야심작 ‘END GAME’(사무엘베케트 작, 기국서 연출)이

지난 9월 6일 대학로 소극장 ‘알과 핵’ 무대에 올랐다.




76년에 창단된 ‘극단 76’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관록있는 극단이다.
상임 연출가로 활동하는 기국서씨의 혼이 서린 극단이라 할 수 있다.
‘관객모독’을 비롯한 수 많은 작품들로 세월 따라 바뀌는 관객층과 소통하며

쉼 없는 시대적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기국서씨는 연극의 연극성을 중시하는 연출가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무겁고 난해한 베케트 작품을 쉽게 풀어냈다. 

“연극이 시작되고 5분만 지나면 모두가 몰두하게 될 작품이다. 심오하지 않고 단순하게

즐길 수 있으니 선입견을 버리고 편안하게 관람하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원작자 베케트와 연출가 기국서씨의 한 판 대결로 볼 수 있는 "END GAME'에서

기국서씨의 연출력과 그만의 해학적 끼를 만날 수 있다.


극은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해석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기국서씨는 “지난 43여년이란 세월이 쉽지마는 않았지만,

우리시대에 연극이 필요한 이유하나 때문에 극단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도 만만찮다.
정재진, 이재희, 하성광씨는 두 말할 필요도 없는 베테랑이지만,
젊은 배우 김규도는 세대 간의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연기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기국서씨의 에너지에 배우들 연기력과 팀워크가 어울려 관객과 유쾌한 소통을 끌어낸다.




부조리극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사무엘 베케트가 1957년 발표한 '엔드 게임'은

그의 대표작품으로 꼽히는 ‘고도를 기다리며’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베케트 작품들은 시대가 흘러도 여전한 메시지를 가지는 현대의 고전이 되고 있다.




내용은 하반신이 마비된 주인공과 쓰레기통에 유폐된 늙은 부부, 절뚝거리는 하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정 장소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이들이 시간의 권태를 이기기 위해 만들어내는 관념적이면서도

가학적인 유희가 극의 주 내용이다.



모순된 사회문제에 당면하며 하루하루 부조리한 현상을 체험하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대학로 ‘소극장 알과 핵’에서 열리는 ‘앤드 게임’은
평일은 오후8시에 시작되고, 공휴일은 오후4시와 오후8시 두 차례 있다.
11일 17일은 쉬고, 22일에 막을 내린다.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며, 공연문의는 070-7664-8648 / 070-7705-3590으로 하면 된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관람을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줄거리-


쓰레기통에 유폐된 늙은 부부, 하반신마비의 주인공,

그리고 절뚝거리는 하인이 벙커와 같은 장소에서 비스킷 몇 조각으로 삶을 영위한다.
오도 가도 못하는 그들은 시간의 권태를 이기기 위해 계속해서 관념적인, 가학적인 유희를 만들어낸다.
주인공은 얼핏 작가인 듯한 느낌을 주지만 자신의 고통 속에 침잠하여 하인을 괴롭히고,

하인은 언젠가는 이 상황에서 탈출하기를 꿈꾸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두 노인부부는 끝없이 추억 속으로 숨지만 서로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러나 그 모두의 미래는 계속 절망적이다.

유희가 지속될수록 점점 더 암울한 세계관만 남게 되고 마는데......


그러다 문득 황폐한 세계 가운데서 <살아있는 소년>을 발견하게 되는데 하인은 거기에서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자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기대마저 무너뜨린다.

마침내 하인은 그곳을 떠나려는 차림새로 나타난다.



END GAME

CREATIVE TEAM


극작 / Samuel Beckett

번역, 드라마터그 / 오세곤

연출 / 기국서

제작총괄 / 허태경

조연출 / 이동규

무대 / 박성찬

조명 / 주성근

분장, 의상 / 김선미

작곡 / 박진규

진행 / 강정진

조명 오퍼레이터 / 전소은


기획 / 조혜랑 (잘한다 프로젝트)

홍보 / 김효상, 류혜정 (티위스컴퍼니)

그래픽, 사진 / 김솔, 박태양 (보통현상)





































아래는 개막을 앞두고 무대에서 지낸 고사 장면이다.

출연진과 스탭 외에도 기주봉씨 등 여러 명이 함께 했다.










































지난 22일 충무로에 있는 갤러리 브레송에서 김보섭씨의 사진전이 열렸다.

개막식에 가 있는데, 인사동으로 빨리 넘어 오라는 전화가 번갈아 왔다.

제주에서 온 변순우씨도 기다리고, 김명성씨는 기국서씨와 함께 있단다.

 

뒤풀이에서 먹는 둥 마는 둥, 사진 몇 장 찍고 빠져 나왔다. 급해 택시를 잡았더니 시간이 더 걸렸다.

유목민에 도착하니, 기다리다 지친 변순우씨는 술 취해 여관에 들어 누워버렸고,

연출가 기국서씨와 박 철, 김명성, 이승철시인이 유목민골목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안쪽에는 전활철, 이상영씨가 분주히 오갔고, 공윤희씨는 거나하게 한 상 차려놓고 있었다.

 

기국서씨는 극단76’의 창단 40주년을 맞아 신작 리어의 , 지난 20일 대학로 무대에 올렸단다.

'76단'은 연희단 거리패, 학전, 연우무대와 함께 대학로 연극시대를 이끈 핵심 극단이다.

예술 감독인 기국서씨를 비롯해 동생인 기주봉, 송승환씨가 창단해 관객모독등의 대표작들을 만들어 냈다.

선돌극장’에서 공연되는 리어의 역은 리어왕을 40년간 연기하고 은퇴한 노배우의 이야기로,

58일까지 이어지니 한 번 구경하러 오란다.

 

좀 있으니 방동규 선생께서 '유목민' 골목에 등장하셨다.

방동규선생은 이름보다 별명이 더 잘 통한다. 방동규 하면 몰라도 방배추라면 왠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백기완, 황석영선생과 함께 조선의 삼대 구라 중 한 분 아니던가.

양산에 있는 채현국선생 학교에서 일하셨는데, 그만두고 올라오셨단다.

하기야 얼마나 살지 모르는데,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산 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날 방선생께서 김명성씨 칭찬을 많이 하셨다. 인사동 예술가들을 보살펴 온데 따른 치사였는데,

자고로 사나이는 그릇이 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릇이 적으면 질질 흘려 주변이 더러워진다는 말씀이셨다.

그리고는 벽에다 下學而上達라는 글을 쓰셨다.

아래로부터 배워 위를 통달한다는 공자말씀인데, 너무 좋아하는 고사성어였다.

 

이어 박 철시인의 기타반주에 노래가 흘러나오는 흥겨운 술판이 벌어졌다.

그런데 방동규선생이 듣고 싶은 노래를 박 철씨가 정확히 모르는 게 있었다.

제목은 기억 나지 않고, 가사 에 그냥 십팔번으로 불러주세요라고 나오는 작부 신세타령인데,

나도 입에 뱅뱅 돌면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갑자기 김명성씨는 송상욱 선생을 불러야 한다며

난리법석을 떨었으나 집에 들어가신지 오래 된, 송선생을 모셔오기는 더욱 힘들었다.

 

뒤늦게는 강성수, 고용욱, 김기영, 이상훈씨 등의 술꾼들이 차례로 등장하였고,

충무로 김보섭전시 뒤풀이에서 놀던 아내 정영신도 찾아왔다.

신나게 놀았지만, 집에 돌아갈 시간만 되면 맥이 빠진다. 술 마시다 편하게 죽는 수는 없을까...

아내와 골목을 빠져 나오니 푸른 별의 최일순씨가  의정부 천상병선생 행사에 가자며 채근이다.

내일 선약이 있어 갈 수도 없지만, “김병호가 장난치는 동안은 낄 생각 없다고 전하라 했다.

 

사진,/ 조문호






















































ㆍ창단 40주년 맞은 ‘극단76’의 연출가 기국서

최근 들어 ‘극단76’이 언론 지면에 빈번히 오르내리고 있다. 진원지는 연출가 이윤택(64)이다. 그는 한 달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단 40주년을 맞은 극단76이 극장도 사무실도 연습실도 없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얼마 후 자신의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창단 30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1970년대 전위연극을 이끌었던 기국서(극단76의 연출가)는 요즘 생계유지를 위해 비천한 노동을 하고 있다. 이게 제대로 된 사회인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 연극판에서 극단76이 새겨온 족적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아울러 그런 의미 있는 극단이 자본의 위압에 쫓겨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개탄이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극단76이 어느덧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1976년 신촌에서 문을 연 이후, 전위적이면서도 사회성이 농후한 연극 세계를 펼쳐왔던 극단76은 한국 연극판에서 보기 드문 ‘반골(反骨)의 극단’이다. 이제 우리 연극계의 주요 연출가로 손꼽히는 박근형(53), 김낙형(46) 등이 수업했던 ‘연극적 친정’이기도 하다. 흰 눈이 펑펑 쏟아지던 16일 오후, 창단 40주년을 맞아 새 작품을 준비 중인 기국서(64)를 대학로의 카페에서 만났다. 유독 ‘언어’를 고심하는 작가 겸 연출가인 그는 “처음 20년은 행복했고, 그 후 20년은 난파선의 심정”이라는 말로 40년의 소회를 내비쳤다.

그의 육성을 최대한 전하기 위해 1인칭 시점으로 옮긴다.

“40주년? 사실 내 동생 기주봉(배우)이 40주년의 산증인이겠지. 나는 창단 2년 뒤에 합류했으니까. 당시 극단76에는 10개 조의 강령이 있었는데, 나는 그중 마지막 조항이 참 마음에 들었어. ‘진정한 꿈을 꾸는 자는 결코 헛된 꿈을 꾸지 않는다’라는 거였지. 지금 돌이켜보면 처음 20년은 매우 행복했지. 연극은 사회를 거울처럼 반영한다는 신념, 사는 게 팍팍해도 그 신념이 흔들리지 않았거든. 한데 다음부터는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어. 풍랑의 바다에 표류하는 난파선 같았지. 아예 극단 이름을 난파선으로 할까, 그런 생각도 했어. 같이 탈 사람만 따라오라고. 경제적으로 어렵고 권력에 부딪히고….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햄릿과 오레스테스>를 공연할 때였는데, 극장 앞에 ‘닭장차’들이 3대나 서 있더라고. 그게 5시간짜리 공연이었어. 공연 1부를 극장 내부에서 하고 2부는 로비와 계단에서 하는 거였는데, 공연 직전에 ‘로비 사용 불가’ 통보를 하더라고. 요즘 후배들이 겪고 있는 ‘검열’을 그때 먼저 겪은 거지.




동생 기주봉? 아, 말썽꾸러기였어. 고등학교 때부터 패거리 지어 다니고 싸움하고, 그 어린 나이에 도박도 했어. 세 살 위의 내 친구들한테도 반말로 엉겼지. 한데 대학 들어가더니 사람이 180도 바뀌더라고. 나하고는 굉장히 달라. 그 친구는 정말 몽상가거든. 돈암동 살던 어린 시절에, 우리 집에서 산양 17마리를 키웠거든. 그걸로 생계를 유지했어. 나하고 주봉이하고 산등성이로 양을 몰고나가곤 했는데, 나는 언제나 손에 책을 들고 갔고 주봉이는 머리에 대야 같은 거 뒤집어쓰고 손에는 긴 막대기 하나 들고 ‘생쑈’를 했지. 자기가 김삿갓이라는 거야. 10살이 안됐을 때부터 그랬어. 중학교 들어가더니 연극반에서 배우를 하더라고. 걔는 애초부터 배우가 되려고 태어난 거 같아.

나? 나는 연극을 우습게 봤어. 초등학교 때 어머니하고 여성 국극이나, <자명고> 같은 신파조 연극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굳어진 같아. 좀 엉성하고 웃기잖아. 나한테는 언제나 문학이 최고였어. 그러다가 고3 때 임영웅 선생이 연출한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거든. 물론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을 먼저 읽었지. 그해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니까. 그런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연극도 마찬가지였어. 꾸벅꾸벅 졸았지. 그러다 갑자기, 에스트라공을 연기했던 배우 김성옥이 ‘고도를 기다려야지!’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잠이 번쩍 깼어. 아, 천둥 같은 소리였어. 연극에 뭔가 있구나, 그런 생각을 처음 했지. 그 다음에는 드라마센터에서 유덕형 연출의 <생일파티>를 봤거든. 뼈다귀로 이뤄진 무대에 조명을 비추고, 배우가 벽 속으로 스르르 사라지는데, 그 시각적 충격이 오래 가더라고. 팸플릿을 보니까 등장인물 맥켄은 메커니즘을, 골드버그는 황금만능의 자본주의를 상징한다고 써 놨더라고. 심오해 보이잖아. 20대 때는 그런 것에 심취하지. 그리고 세번째 본 연극이 오태석의 <루브>였는데, 정말 너무 웃겨서 계단에서 구를 뻔했어. 그 세 편이 연극에 대한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꿨지.

극단76의 대표작 <관객모독>? 아, 징그러워. 1979년 초연부터 30년 넘게 했으니까. 가장 마음에 드는 버전은 초연하고 10년쯤 뒤에 공간 사랑에서 했던 공연이지. 아주 단순하게 연출했어. 그 다음부터는 자꾸 교묘하게 손을 대게 되더라고. 앞의 공연하고 달라야 하니까. 그런데 즉흥성이 강조된 이 연극의 형식은 지금도 유효한 거 같아. 배우들도 관객들도 그 즉흥이 재밌는 거지. 제작사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또 할 수는 있어. 솔직히 돈이 들어오니까. 하지만 일단 부담스러워. 아휴, 이걸 또 해야 하는구나! 그런데 막상 연습 시작하면 또 재미있어. 나도 배우들도.

40주년 기념작? 한 편 준비하고 있지. <리어의 역(役)>(가제)이라는 작품인데, 평생 리어왕 역할을 해온 노배우, 치매에 걸려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그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거든. 작년부터 대본을 쓰다가 멈추다가 그래 왔는데,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야. 4월에 선돌극장, 5월에 게릴라극장에 공연이 잡혀 있어. 쓰는 건 정말 힘들잖아. 오늘도 7~8줄 간신히 썼어. 그래도 가장 행복한 곳은 연습실이지. 배우들과 같이 작업을 하면 어느새 생기가 나거든.”

경향신문<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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