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 동안 문화행정 일에 빠져 살던 김정헌씨가 다시 붓을 빼들고 전시를 열었다.
지난 17일부터 4월17일까지 구기동 ‘아트스페이스 풀“에다 그림 보따리를 풀어놓은 것이다.

"김정헌의 이야기그림, 그림이야기"란 화집도 펴 냈다.

전시 제목이 길었다. “생각의 그림, 그림의 생각” “불편한, 불온한, 불후의, 불륜의, ...그냥 명작전”이다.
작가가 인사말에서 했던 “나이 들어 몸이 받쳐 주지 않으니 생각이 많아지더라”라는 말처럼,

작품들을 보니 많은 생각이 떠오르더라. 세월호 등의 시사적인 현장과 일상적인 풍경들을

거칠거나 흐릿하게 드러내며 작가의 생각들을 소근 거리는 의성어 적듯 새겨놓았었다. 

70~90년대 민중미술의 이름으로 다양하게 시도했던 구작들이 특유의 잡 글과 어우러진 것이다.

모더니즘 맥락에서 현실참여로 옮겨가던 초창기 작업에서는 젊은 시절의 숨결도 느낄 수 있었다.

‘아몰랑 구름이 떠있는 수상한 옥상’이란 작품은 불길한 사회 현실을 암시하고 있었으며,

세월호 사건에 대한 생각을 나타낸 ‘희망도 슬프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분노를 넘어 절망에 치닫게 했다.

대체적으로 작품에 분노와 한탄의 정서가 깔려있었는데,

참여미술의 정체성이나 여러 가지 후회스러움에 대한 회한의 정서도 엿보였다.

그는 '현실과 발언' 창립멤버였지만, 2004년 '백 년의 기억'전을 마지막으로 예술행정에 발을 디뎠다.

‘문화연대’ 대표와 한국문화예술위원장에도 발탁되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자진사퇴 압력을 받고 경질됐다.

법정공방으로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든 당시 사건으로 더 유명해졌다.

난 지금도 그의 경로이동을 잘 못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욕심이었다.

차라리 잘못된 예술행정을 바꾸려면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 채, 10여 년 동안 자신의 작품세계만 빈자리를 남긴 것이다.

아무튼 개막식에는 엄청 많은 분들이 모여 들었다. 민중예술의 명사뿐 아니라 정계, 관료 등 다양했다.
백기완선생을 비롯하여 이부영, 이수호, 이 철, 최 열, 손장섭, 주재환, 방동규, 신경림, 임재경, 박현수, 

성완경, 민정기, 정희성, 김태서, 이승철, 김여옥, 조경연, 장경호, 조 섭, 강홍구, 김영중, 김정대, 최석태,

박 건, 임정희, 심광현, 김홍희, 최백호, 김영호, 이태호, 김정환, 배인석씨 등 많은 분들로

변두리 조그만 전시장을 북적이게 했는데,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았다.

요즘 주재환선생과 박불똥씨 등 민중미술가들의 연이은 전시로 자주 만났으나,

그 분들 사진 찍느라 바빴고, 와인 마시느라 신났다.
그러나 오후7시에 있는 인사동 약속 때문에 뒤풀이 술자리를 놓쳐버렸다.

구기동에서 집까지는 가까워 코가 비틀어지게 취할 수 있었는데...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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