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충무로에 있는 갤러리 브레송에서 김보섭씨의 사진전이 열렸다.

개막식에 가 있는데, 인사동으로 빨리 넘어 오라는 전화가 번갈아 왔다.

제주에서 온 변순우씨도 기다리고, 김명성씨는 기국서씨와 함께 있단다.

 

뒤풀이에서 먹는 둥 마는 둥, 사진 몇 장 찍고 빠져 나왔다. 급해 택시를 잡았더니 시간이 더 걸렸다.

유목민에 도착하니, 기다리다 지친 변순우씨는 술 취해 여관에 들어 누워버렸고,

연출가 기국서씨와 박 철, 김명성, 이승철시인이 유목민골목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안쪽에는 전활철, 이상영씨가 분주히 오갔고, 공윤희씨는 거나하게 한 상 차려놓고 있었다.

 

기국서씨는 극단76’의 창단 40주년을 맞아 신작 리어의 , 지난 20일 대학로 무대에 올렸단다.

'76단'은 연희단 거리패, 학전, 연우무대와 함께 대학로 연극시대를 이끈 핵심 극단이다.

예술 감독인 기국서씨를 비롯해 동생인 기주봉, 송승환씨가 창단해 관객모독등의 대표작들을 만들어 냈다.

선돌극장’에서 공연되는 리어의 역은 리어왕을 40년간 연기하고 은퇴한 노배우의 이야기로,

58일까지 이어지니 한 번 구경하러 오란다.

 

좀 있으니 방동규 선생께서 '유목민' 골목에 등장하셨다.

방동규선생은 이름보다 별명이 더 잘 통한다. 방동규 하면 몰라도 방배추라면 왠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백기완, 황석영선생과 함께 조선의 삼대 구라 중 한 분 아니던가.

양산에 있는 채현국선생 학교에서 일하셨는데, 그만두고 올라오셨단다.

하기야 얼마나 살지 모르는데,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산 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날 방선생께서 김명성씨 칭찬을 많이 하셨다. 인사동 예술가들을 보살펴 온데 따른 치사였는데,

자고로 사나이는 그릇이 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릇이 적으면 질질 흘려 주변이 더러워진다는 말씀이셨다.

그리고는 벽에다 下學而上達라는 글을 쓰셨다.

아래로부터 배워 위를 통달한다는 공자말씀인데, 너무 좋아하는 고사성어였다.

 

이어 박 철시인의 기타반주에 노래가 흘러나오는 흥겨운 술판이 벌어졌다.

그런데 방동규선생이 듣고 싶은 노래를 박 철씨가 정확히 모르는 게 있었다.

제목은 기억 나지 않고, 가사 에 그냥 십팔번으로 불러주세요라고 나오는 작부 신세타령인데,

나도 입에 뱅뱅 돌면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갑자기 김명성씨는 송상욱 선생을 불러야 한다며

난리법석을 떨었으나 집에 들어가신지 오래 된, 송선생을 모셔오기는 더욱 힘들었다.

 

뒤늦게는 강성수, 고용욱, 김기영, 이상훈씨 등의 술꾼들이 차례로 등장하였고,

충무로 김보섭전시 뒤풀이에서 놀던 아내 정영신도 찾아왔다.

신나게 놀았지만, 집에 돌아갈 시간만 되면 맥이 빠진다. 술 마시다 편하게 죽는 수는 없을까...

아내와 골목을 빠져 나오니 푸른 별의 최일순씨가  의정부 천상병선생 행사에 가자며 채근이다.

내일 선약이 있어 갈 수도 없지만, “김병호가 장난치는 동안은 낄 생각 없다고 전하라 했다.

 

사진,/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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