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모 'Meditation' 초대전이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지난 31일 개막되었다.

 

전시된 히말라야 설산은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로운 생명의 숨결로 가득하다.

설산에서 영적 에너지가 솟는 것은 작가의 간절한 기도에 의한 것이다.

 

작가는 20여 년 전, 히말라야 설산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어 작품 세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에는 인사동 풍류객으로 살았으나, 그 이후부터 그의 기행은 전설이 되어버렸다.

스님처럼 술과 고기도 멀리하며 간절한 기도를 화폭에 옮긴다.

 

명상과 기도에 의한 설산은 차가운 한기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가 번져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사랑의 빛에 휩싸이게 만든다.

 

이 전시는 612일까지 열린다.

 

또 다른 작품도 선보였다.

 

좀 늦게 간 개막식에서 강찬모화백을 비롯하여 장경호, 이두엽, 조준영, 최유진,

방기식, 정영신, 노광래, 덕원스님, 황경애씨 등의 반가운 분을 만났다.

 

 '인사아트프라자' 5층 레스트랑에 마련한 만찬장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그 날 2차는 언론인 이두엽씨가 '흐린세상 건너기'에서 샀다.

조준영, 장경호, 정영신, 최유진씨가 함께 한 자리에서 인사동 추억몰이가 시작됐다.

"술 귀신 강찬모 오기 전에 도망가자"는 전설에서 부터,

인사동을 들락거리며 이야기거리를 만들었던 풍류객의 만행을 낱낱히 폭로했다.

이두엽씨가 인사동에 관한 추억몰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니, 다들 기대하시라~

 

 

 

-이달에 볼만한 전시-

영원한 여정: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 2022.5.26.-2023.10.9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관

한국실험미술 1960-1970/ 2022.5.26.-2023.7,16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에드워드 호퍼전/ 2023.4.20-2023.8.20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권하윤전 / 2023.5.16-2023.9.10 / 리움미술관

William Klein 사진전 / 2023.5.24.-2023.9.17 / 뮤지엄 한미삼청

조선백자 다기의 미와 현대미술의 만남 / 2023,6,7-7.16 / 현대화랑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전 / 2023,4.14-6.25 / 일민미술관

박영하전 / 2023.5,17.-2023.6.17 / 학고재

김명숙전 ’Works for the Heart’ / 2023.5.25.-6.27 / 인디프레스

이강욱전 / 2023,6.14-6.27 / 갤러리담

조영기사진전 ‘천년고찰의 사계’/ 2023,6.1-6.10 / 갤러리브레송

김완수사진전‘Cadenza-사물, 유희하는 시선’/ 2023,5.19-6.10 / KP갤러리

-인사동-

강찬모전 ‘선 Meditation’ / 2023,5.31-6.12 / 인사아트프라자1층

비공스님전 '내 안의 정원' / 2023.5.31.-6.12 / 갤러리인덱스

권옥연전 / 2023,5.17-6.12 / 갤러리바이올렛

염창이전 / 2023,5.24-6.6 / 갤러리쌈지안

김성호전 / 2023,5.24-6.18 / 통인화랑5층

전통의 재해석전 / 2023,5.31-6.27 / 갤러리그림손

이선원전 ‘WATERSHADOW’/ 2023.6.1-2023.6.15 / 백송갤러리

윤 경 전 / 2023,6.7-6.17 / 장은선갤러리

하영준전 ‘형상의 바깥’/ 2023,6.7-6.13 / 갤러리라메르

은가비전 / 2023,6.7-6.27 / 갤러리인사1010

김연식전 ‘교향곡: 인드라망’/ 2023,6.20-6.29 / 갤러리모나리자산촌

정정엽전 ’모욕을 당한 자이며 위대한‘ / 2023,6.21-8.18 / 갤러리밈

김재학전 / 2023,6.21-7.22 / 선화랑

복진오 조각전 / 2023,6.28-7.15 / 장은선갤러리

[스크랩 : 서울아트가이드 2023년 6월호]

자유로운 삶을 사신 철학자 신성준 선생께서 세상을 떠났다는 부음을 받았다.

뇌출혈을 일으켜 갑자기 돌아가셨다며, 인사동 유목민에 빈소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윤명철씨가 발견하여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미 늦었다고 한다.

독일 사는 조카에게 연락이 닿아 그나마 혈연이 빈소를 지킬 수 있었다.

 

지난 5일 오후6시 무렵, 빈소를 차린 유목민에 갔더니,

독일에서 온 외조카 유수선씨와 조카 신대식씨를 비롯하여

윤명철, 노광래, 전활철, 최유진, 강찬모, 김명성, 조해인, 이명희씨가 있었다.

 

일찍은 박상희씨가 다녀갔고, 늦게는 방기식씨와 김상현씨도 조문을 왔는데,

김상현씨는 암과 투병중인 환자가 아니던가?

 

빈소에 걸린 영정사진이 젊은 모습이라 낯설기도 하지만,

고인의 영전에 술 한 잔 올려 편안한 안식을 기원했다.

 

먼길 떠나는 노잣돈이라며 돈봉투를 내놓았더니, 노광래씨가 필요없다며 돌려 주었다.

술 값은 독일에서 온 외조카 유수선씨가 부담한다며...

 

고인은 독신으로 사셨으니, 걸릴 것 없이 편하게 떠나신 것이다.

장례식장보다 유목민에 빈소를 마련한 것도 잘 한 것 같았다.

 

5일은 인사동 유목민에서 조문객을 맞고,

6일은 노광래씨가 운영하는 시네갤러리에서 맞을 것이라 한다.

 

생전에 두 곳을 가끔 들리기도 했지만, 유목민처럼 사시며 술을 즐겼으니

고인의 뜻도 같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인의 삶처럼 자유롭게 이승을 떠돌며  삶을 하직한 것이다.

최유진씨는 장례문화도 이처럼 다양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해는 화장하여 조카가 사는 독일로 옮겨 갈 것이라는데,

절차가 까다로워 보름정도의 시일이 걸린다고 한다.

 

삼가 고인의 극락왕생을 빕니다.

 

사진, / 조문호

 

 

 

 

하상호, 왕인숙씨의 아들 태영군과 강찬모, 정영임씨의 딸 현인양이

지난 5281230아펠가모 반포'에서 화촉을 밝혔다.

 

이번 결혼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이십 년 전인

초등학생 시절부터 가까웠던 친구 사이라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인연이 어디 있겠는가?

살다 보면 어린 시절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늘 친구처럼 행복하게 살기를 축원한다.

 

예전에는 딸 시집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딸을 잃은 듯

허전함을 감출 수 없었으나, 이젠 세상이 역전되었다.

아들 장가보내는 부모 마음과 뒤바뀐 것이다.

 

딸을 시집보낸 것이 아니라 아들 같은 사위를 얻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날 결혼식에는 많은 지인이 참석하여 결혼을 축하했다.

 

이성 구로구청장을 비롯하여 조준영, 오세필, 전활철,

이만주, 서길헌, 조해인, 김수길씨 등 많은 분을 만났는데,

김명성씨는 부인 지혜숙씨와 아들 한성군까지 대동했다.

 

강 화백께 다시 한번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  / 조문호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 5일, 정영신씨와 함께 인사동에 전시 보러 갔다.

보아야 할 전시가 한 두 곳이 아닌지라, 고스톱으로 치면 일타삼피 격이다.

 

제일 먼저 들린 곳은 미얀마 민주시민을 위한 미술행동전이 열리는 ‘나무아트’였다.

서둘러 나온 것도 미술행동 서울 전 끝나는 날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생명평화 미술행동’이 추진한 미술행동전은 미얀마 민주화 항쟁을 지지하는

홍성담, 박건, 주홍, 박재동, 김진하씨 등 42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목숨 걸고 싸우는 미얀마 국민들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41년 전의 광주를 떠 올리게 하는 참상에 온몸이 떨리지만,

타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가슴 조릴 수밖에 없다.

그들을 지지하는 연대가 미얀마군부독재정권을 종식시키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4월15일부터 29일까지는 ‘안성맞춤아트홀’에서 전시된다.

 

두 번째는 김수길씨의 ‘보이지 않는 도시’전이 열리는 마루 '아지트갤러리'로 갔다.

전시 작가인 김수길씨를 비롯하여 유진오, 박윤호씨를 만날 수 있었다.

 

전시장에는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시간 지우기란 철학적 제목이 사뭇 역설적으로 다가왔다.

낙엽처럼 쌓인 기억의 파편들은 작가의 추억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을 지운다는 것은 세월 지우기에 앞서 추억을 지우는 일이다.

 

작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시간지우기 작업을 보여 주었는데,

지워지는 시간의 파편 속에 세월의 아쉬움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그의 카메라는 표현의 도구일 뿐, 사진이라기보다 그림에 가깝다.

이러한 심상 풍경은 여운이 깊지만, 다소 난해할 수도 있다.

숨은 기억을 찾아내는 퍼즐놀이처럼, 보는 이의 독해를 요구한다.

 

작가는 “잊기 위해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기 위해 지운다.”고 말한다.

김수길씨의 도시풍경 ‘보이지 않는 도시’는 16일까지 열린다.

 

다음에는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리는 강찬모화백 초대전을 보러갔다.

전시장 입구에 박재동화백 작업실이 인사동 복덕방처럼 자리 잡고 있다.

 

집중하는 작업에 방해 되겠지만,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눈인사만 나누었으면 좋으련만, 기어이 일어서게 만들고 말았다.

 

박화백이 인사동에 둥지를 틀고부터 항상 마음 든든함을 느껴왔다.

삭막해져가는 인사동에 한 가닥 단비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강찬모 초대전이 열리는 '인사아트프라자'1층에는

히말라야 산맥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강찬모씨는 손님을 만나고 있어 작품부터 살펴보았다.

 

오래전 히말라야에서 받았던 영감이 작품으로 승화되어 신비로운 빛을 쏟아냈다.

자연의 경이에 앞서 한 작가가 올리는 기도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마법처럼 펼쳐진 산세는 자연의 실체와 작가의 시적 언어가 어우러져 

보는 이들로 하여금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금분으로 드러낸 석양의 색조 또한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했다.

 

좋은 작품에 어찌 돈이 따르지 않겠는가?

대작은 억대를 호가하는 잘 나가는 작가다.

 

세치 혀로는 도저히 그의 작품을 말할 수 없다.

작업노트에 적힌 마지막 글 외에는 잔소리에 불과하다.

“눈물겹다. 따뜻하다. 행복하다. 신비롭다.”

 

전시는 20일까지 열린다.

 

꼭 보아야 할 전시가 남았으나, 술벗의 기다림이 마음에 걸렸다.

‘유목민'에는 ‘뮤아트’ 김상현씨 노래 소리가 골목을 촉촉이 적셨다.

 

뒤이어 ‘아지트’에 있던 김수길, 유진오, 박윤호씨 까지 합류했으나,

다음 약속이 있어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이튿날, 못 본 전시를 보기위해 다시 인사동에 나왔다.

‘갤러리 밈'에서 열리는 한국 최초의 여성 클라이밍 산악사진가

강레아의 ’소나무 바위에 깃들다‘를 보기 위해서다.

 

전시장을 돌아보니, 사진이 아니라 마치 산수화 같았다.

그가 보는 시각은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위치에서 보기에 선경에 다름 아니다.

자일에 메 달려 바라보는 아슬아슬한 쾌감은 작가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보여주는 주제는 암벽에 뿌리 내린 소나무다.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소나무 자태에 반해버렸다.

 

고고함을 뽐내는 눈 덮인 소나무의 아름다운 자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정경이 아니다.

흐리거나 눈 오는 악천후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라 사진가의 필사적 의지가 필요하다.

입이나 머리로 사진하는 사람이 많은 세태라, 그의 노력이 더 돋보이는 것이다.

 

전시는 5월2일까지 열린다.

 

인사동에 전시 보러 가자

날이면 날마다 열리는 전시들이 아니다.

 

사진, 글 / 조문호

 

항일 무장투쟁 100주년과 한국광복군 창설 80주년을 맞아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백범 김구 쓰다'전이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14일 김명성씨 연락으로 박물관에 갔는데, 개막한지가 두 달이 넘었더라.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입구에는 김명성씨를 비롯하여 이성 구로구청장 내외,

최효준 전 시립미술관장, 화가 강찬모, 전인경씨, 뮤지션 김상현씨등 여러명이 먼저 와 있었다.

 

유묵 소장자인 김명성씨를 비롯하여 김시업 '은평역사박물관장'과

이랑 학예사의 해박한 설명아래 백범 김구선생의 유묵전을 살펴보게 된 것이다.

 

이 전시는 독립운동의 구심체였던 임시정부의 활동을 조망하고

김구선생의 결기에 찬 글씨를 통해 민족 지도자로서의 정신력과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 깊은 전시였다.

 

백범 김구 선생은 1919년 3·1운동 직후 상하이로 건너가 경무국장을 시작으로

주석에 이르기까지 27년간 독립운동가로서 임시정부를 지켜냈다.

 

전시에는 해방 후 4년동안 통일운동가로 활동하며

민족 분열을 막기 위해 남긴 주요 작품 30여점을 비롯한 68점이 나왔다.

김구선생은 해방 이전에도 많은 글씨를 썼으나 전해지는 게 거의 없다고 한다.

 

김구선생은 글씨를 여기(餘技)로 쓰지 않았다.

그의 글에는 혼란스런 해방 정국과 나라의 앞날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어

그의 글씨는 곧 통일운동이었다.

 

이번에 내놓은 ‘백범 김구 쓰다' 기획전은 '백범 김구‘선생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다.

독립운동 사료와 독립지사들의 유묵들을 다수 소장한 김명성씨가 

지난 해 ‘구로문화재단’에서 전시 한 "독립이 맞습니까?"전에 이은 전시다.

 

김명성씨는 “중후한 글맵시와 강직한 기개가 돋보이는 현판 글씨에는

단순히 필획의 형식미를 뛰어넘어 민족주의자가 지닌 신념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가슴에 맞은 총탄으로 수전증을 얻어 손 떨림이 붓끝에 전해졌으나

정신의 웅장한 기세는 그대로 살아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백범은 1945년 환국 당일 이순신 장군의 ‘진중음’(陳中吟)을 남겼다.

‘바다에 맹세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알아주네.’(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

그의 글에는 해방된 조국의 포부가 넘쳐난다.

 

1946년 겨울에는 비서 김우진에게 남이 장군의 시를 써줬다.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다하고, 두만강의 물은 말이 마셔 없애네’(白頭山石磨刀盡 豆滿江水飮馬無)

로 시작하는 시로 호연지기가 넘친다.

 

이 전시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은 73년 만에 처음 공개된 백범의 ‘일송오강’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

일송오강’은 사람의 도리를 요약한 5개 강령으로 ‘천지를 위해 마음을 세우고,

부모를 위해 몸을 세우고, 나를 위해 도를 세우고, 백성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만세를 위해 규범을 세운다’는 뜻이 담겼다.

 

이 글은 심산 김창숙선생의 손자가 가보로 간직해온 글을 처음 공개했다.

백범의 평생 동지였던 성균관대 초대 학장을 지낸 심산께 써 준 글이라고 한다.

유묵 6점을 소장한 심산의 손자 김위(83세)씨의 말을 한 번 들어보라.

“이 글은 할아버지께서 어머니께 전해주셨고, 2017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제가 보관해왔습니다.

아마 할아버지께서 백범 선생에게 이 문구를 요청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백범 선생은 할아버지의 스승인 대계 선생도 잘 알고 계셨거든요.”

 

김구와 김창숙 지사는 상해 임시정부 시절부터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는데,

비타협 정신으로 일관한 대쪽 선비로, 서로 뜻이 통했다고 한다.

‘일송오강’은 중국 만주의 황무지를 개간하여 독립운동 기지를 세웠던

대계 이승희(1847~1916) 선생이 지어 매일 외던 글귀로 심산에게 좌우명 같은 경구였다.

나라의 장래를 위한 문구로 부족함이 없었다.

 

심산사상연구회장을 지낸 김시업 '은평역사박물관장'은

“‘일송오강’은 백범이 심산에게 써준 글이지만, 백범의 마음 자체였다”며

“그들은 반일,·항일이란 민족적 사명 앞에서 손을 잡은 혁명적 인간 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백범 글씨의 재평가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글씨는 곧 그 사람’(書如其人), ‘사람과 글씨는 함께 익는다’(人書俱老)는 말처럼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백범의 행적과 정신세계를 두루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백범과 심산의 또 다른 글씨도 처음 공개됐다. 백범이 늘 마음에 새긴 칠언구가 그중 하나다.

‘가지를 붙잡고 나무에 오르는 것은 쉬우나, 낭떠러지에서 붙잡고 있는 손을 놓는 것이 가히 대장부다.’

(得樹攀枝無足奇 懸崖撒手丈夫兒).

 

심산은 송나라 학자 정이의 ‘청잠’(聽箴)을 썼다.

‘사람이 떳떳한 마음을 가진 것은 천성에 근본한 것이다.

그러나 앎이 외물에 유혹을 받아 그 바름을 잃게 되는 것이다.’(人有秉彛 本乎天性 知誘物化 遂亡其正)

심산의 글 앞에 찍힌 한반도 모양 낙인도 눈길을 끈다.

도장에 ‘남북일가’(南北一家)를 새겼다. 하나 된 남북에 대한 희구다.

 

그리고 백범의 유묵 외에도 임시정부 활동상과

서재필,·이상룡,·조소앙, 박열, 지청천,·이범석 등 다른 독립지사들의 유묵도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구체적 활약상도 소개한다.

임시의정원의 임시헌장을 비롯해 광복군 자료와 미주 동포의 의연금 영수증 등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3·1독립선언서, 대한독립선언서, 대한국민의회 선언서도 함께 공개된다.

 

이랑 은평역사박물관 학예사는 1947년 쓴 ‘독립만세’와

1948년 쓴 ‘광복조국’은 완전한 독립과 광복을 웅변하는 걸작이라고 소개했다.

“김구선생에게 민족의 완전한 통일국가 수립은 1919년의 3·1운동에 이은 제2의 독립운동 이었다”면서

“남·북한의 분단정부 수립과 함께 실패로 끝난 백범의 꿈이 담긴 글로,

마지막 내면세계가 진하게 밴 유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구선생은 민족의 완전한 자주통일을 제2의 독립운동이라 여겼다.

김구선생의 유묵에서 못다 이룬 꿈과 마지막 내면세계를 만나보기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이 전시는 3월 28일까지 열린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휴관을 고려해 전시 일정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관람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오후 5시까지 입장) :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1,000원

은평한옥역사박물관: 서울, 은평구 연서로 50길 8 / 은평한옥마을 / 전화 02-351-8524

 

추석을 맞아 이청운화백 문병가자는 연락이 왔다.

병문안 간지가 2년이 넘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때라 걱정되었다.

이미 간다는 약속이 된 터라 내가 안 된다고 우길 일은 아니었다.

 

죽고 사는 것은 운에 맡기고, 죽기 전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생각에서 따라 나섰다.

약속한 서부경찰서 앞으로 가니, 전활철, 김명성, 조해인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뒤이어 김상현씨가 나타나 다섯 명이 모여 병문안을 한것이다.

 

이화백이 자리에 누운 지가 벌써 6년이 지났다.

작업실에 들어서니 부인 이상랑여사가 반겼는데, 얼마나 고생 했으면 늙어보였다.

밤낮을 지극히 보살피니 지성이면 감천이라듯, 자리 털고 일어날 때도 되었다.

 

! 그런데 이청운화백을 보니 화색이 좋아졌고, 눈빛에서 재기의 자심감이 보였다.

오래 전 만났을 때, ‘5년만 더 그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애통한 눈빛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 빨리 일어나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미완성 그림에 혼을 불어 넣어라.

 

오래 있을 수 없어 다들 연신내로 자리를 옮겨 술 한 잔 했다.

미리 약속했는지, 선수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었다.

먼저 온 네 사람 외에도 김각환, 최석규, 이상훈, 서길헌, 강찬모씨가 차례대로 나타났다.

 

복권 일등이 여덟 번이나 나왔다는 연신내 복권매장에서

김명성씨가 복권10장을 사와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

나야 복권 살 돈도 없지만, 어떻게 번호를 맞추는지도 모른다.

 

오래전에도 한 장 얻었는데, 주머니에서 돌아다니다 결국 확인도 못한 채 버렸다.

평소 요행을 바라지도 않지만,

만약 일억짜리에 당첨되었다면 어디에 쓸 것인가의 물음에 멍해졌다.

돈이 생겼다는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팠다.

 

방향이 같은 조해인씨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코로나는 물러가고, 이청운화백도 일어나라.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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